권영미(MB 처남의 부인)의 반박 “내가 쓸 돈 충분히 있었다!”

"김석한이 靑 왔을 때 MB 다른 일정 소화 중... 김백준 주장 사실과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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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월 16일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으로부터 특수활동비 4억 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이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으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사진=조선DB
이명박(MB) 전 대통령의 삼성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 검찰이 공소사실을 변경할지 여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공소사실이 변경될 경우 검찰로서는 입장이 곤란해진다. 처음부터 무리하게 기소했다는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 1월 16일 MB에 대한 항소심 4차 공판에서 검찰은 ‘삼성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주체가 누구인가’에 대해 의견을 발표했다. 앞서 열린 공판준비기일에 항소심 재판부(서울고법 형사1부 부장판사 김인겸)가 “삼성이 에이킨검프에 지급한 돈이 ‘왜 이 전 대통령에 대한 뇌물로 인정되는지’에 대한 설명이 1심 기록 어디에도 없다”며 검찰에 의견을 요구한 데 따른 것이다.
 
'제3자 뇌물수수 혐의'로 공소사실 변경되면 檢 부담 떠안아
 
당초 검찰은 삼성이 미국 로펌 에이킨검프(Akin Gump)에 지급한 금액을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자금 지원으로 보고 뇌물수수로 기소했다. 그런데 뇌물수수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MB가 본인 명의 또는 차명으로 된 계좌로 직접 뇌물을 받아야 한다, 다른 사람을 통해 받은 경우에는 그 사람이 사자(使者, 심부름을 한 자) 또는 대리인이라는 사실도 입증되어야 한다.
  
하지만 삼성으로부터 돈을 받은 에이킨검프를 이 전 대통령의 사자 또는 대리인으로 볼 근거는 없다는 게 2심 재판부의 입장이다. 만일 검찰이 재판부의 이 같은 생각을 바꾸지 못한다면, MB에 대한 혐의를 ‘뇌물수수’에서 ‘제3자 뇌물수수’로 변경해야 할 상황이다. 제3자 뇌물수수가 될 경우, 검찰은 ‘구체적인 청탁’이 있었는지 여부를 추가로 입증해야 할 부담을 안게 된다.
  
이날 검찰은 먼저 “해외 유수의 유명 로펌(에이킨검프) 계좌를 이 전 대통령이 뇌물을 수수하는 ‘차명계좌’로 활용했다”고 주장했다. 에이킨검프의 계좌를 삼성이 MB에게 자금을 지원하는 일종의 ‘차명계좌’로 본 것이다. 이에 대해 MB 측 변호인은 “삼성이 에이킨검프 계좌를 이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로 생각했다는 것은 검찰의 추측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계좌의 차명 여부를 가리는 데에는 엄격한 입증요건이 필요하다는 게 변호인 측의 설명이다. 
 
"김석한 변호사가 靑 방문했을 때 MB 다른 일정 소화 중"
 
검찰은 이날 “에이킨검프의 김석한 변호사가 이 전 대통령의 사자 또는 대리인에 해당하므로 삼성이 에이킨검프에 지급한 것이 직접 뇌물수수에 해당된다”고 주장했다. 변호인 측은 “김석한 변호사가 이 전 대통령의 사자 또는 대리인이라는 증거나 직접 진술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검찰의 주장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에이킨검프가 받은 돈을 김석한 변호사가 받은 돈으로 동일시할 수는 없다”고 했다. 변호사와 로펌은 엄연히 다른 법적 주체라는 것이다.
 
변호인 측은 검찰의 주장이 사실관계에 있어서도 많은 허점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검찰은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의 진술을 인용해 “김석한 변호사가 이 전 대통령을 만나 ‘이학수 전 부회장이 에이킨검프 소송비용에 일정금액을 추가해 줄 테니 대통령을 도와주는 데 쓰라고 했다’고 보고했다”며 “삼성이 에이킨검프에 송금한 자금은 이 전 대통령을 위한 것으로서 이 전 대통령에게 사용수익권이 귀속된 것임을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변호인 측은 “김백준 전 기획관의 해당 진술은 객관적 증거에 의해 이미 허위진술임이 밝혀졌다”고 강조했다. 김백준 전 기획관은 김석한 변호사가 2008년 3월과 4월에 두 차례 청와대를 방문해 이 전 대통령을 만나 해당 보고를 했다고 주장했지만, 김석한 변호사의 청와대 출입기록을 살펴보면 그 시간 대통령이 다른 일정을 소화하고 있어 접견 자체가 불가능했다는 것이다.
   
檢, '김재정씨의 부동산 및 다스 주식 등 모든 재산은 MB 소유'
 
지난 1월 11일 열린 항소심 3차 공판에서는 권영미씨에 대한 증인신문이 이뤄졌다. 권영미씨는 MB의 처남이자 재산관리인으로 알려진 고(故) 김재정씨의 부인으로, 1,000억 원에 달하는 김재정씨의 재산을 상속받았다. 김재정씨는 2012년 지병으로 사망해 증인심문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따라서 권영미씨의 법정 진술은 MB의 다스 실소유 의혹 및 비자금 횡령 혐의 등을 가릴 주요 증거로 채택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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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재정씨. 사진=조선DB

  
앞서 검찰은 다스 수사 과정에서 수십 년간 매년 수십억 원씩의 비자금이 조성된 정황을 포착했다. 이 비자금은 김OO 다스 전 사장과 권OO 다스 전 전무가 조성한 것으로, 일부는 김 전 사장과 권 전 전무가 개인적으로 횡령하고, 나머지 일부는 김재정씨에게 전달된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김재정씨에게 전달된 비자금이 MB에게 건너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했다. 그러나 김재정씨로부터 MB에게 자금이 건네진 객관적 증거(금융거래 내역, 회계장부 등)는 전혀 발견할 수 없었다.
 
검찰은 권영미씨 등 관련자들로부터 김재정씨가 MB의 ‘재산관리인’이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이를 근거로 검찰은 김재정씨의 부동산 및 다스 주식 등 모든 재산은 MB의 소유라고도 했다. 김재정씨에게 전달된 다스 비자금도 김씨가 MB의 재산관리인이기 때문에 MB에게 전달된 것이라고 결론 내린 것이다.
  
권영미 "김재정, MB 소유의 강남 건물 세 채 관리"
   
변호인단은 김재정씨가 관리한 것은 MB 소유의 강남 건물 세 채뿐인데, 객관적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검찰이 관련자들의 진술을 왜곡·확대해 거짓 주장을 펼치고 있다고 항변했다. 앞서 1심 재판 재판부는 검찰의 주장을 수용해 ‘MB가 재산관리인인 김씨를 통해 다스 비자금 339억 원을 횡령했다’는 요지의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양측의 입장이 첨예한 가운데, 변호인단은 권씨에게 “검찰 조사에서 ‘김재정씨가 이 전 대통령의 재산을 관리한 것은 맞다’고 진술했는데 그것이 구체적으로 무슨 의미냐”고 물었다.
 
그러자 권씨는 “이 전 대통령 소유의 강남 건물 세 채를 관리하면서 임차료를 받고 필요한 인력을 뽑는 등의 일을 한 것”이라고 대답했다. “이 전 대통령이 정치를 시작하면서 모든 일을 할 수 없어 남편을 도와주는 차원에서 건물관리를 맡겼다”는 것이다.
   
'김재정씨가 언제까지 MB의 재산을 관리했냐'는 질문에 권영미씨는 “청계재단이 설립되면서 이 전 대통령의 재산이 모두 청계재단에 기부되어 더 이상 관리를 하지 않게 되었다”고 답변했다. 청계재단은 MB가 본인 소유의 강남 건물 세 채를 기부해 설립한 장학재단이다.
  
권영미씨의 이 같은 진술은 검찰의 주장이나 1심 판결 내용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내용이다. 김재정씨가 단순히 MB 소유의 강남 건물 세 채만 관리한 것이라는 진술을 항소심 재판부가 받아들인다면, “김재정씨가 MB의 재산관리인이기 때문에 김씨에게 전달된 비자금은 이 전 대통령에게 간 것”이라는 검찰 주장은 그 근거가 약해진다.

이병모 국장은 MB의 재산관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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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모씨. 사진=조선DB
이날 이병모 청계재단 사무국장과 관련한 질의도 오갔다. 이병모 국장은 김재정씨의 부하 직원으로 재무 업무 및 이 전 대통령 소유 강남 건물 세 채에 대한 관리 실무를 맡고 있었다.
 
그러던 중 김재정씨가 사망하고, MB가 강남 건물 세 채를 기부해 청계재단을 설립하자, 이 국장은 청계재단 사무국장으로 임명되어 강남 건물 세 채의 관리를 계속해 왔다.
 
검찰은 이병모 역시 MB의 재산관리인이라고 주장했다. 그 같은 주장의 근거로 검찰이 제시한 것은 권영미씨의 진술서다. 이 진술서에는 김재정씨 사후(死後) 상가를 방문한 MB에게 권 전 대표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막막하다”고 하소연하자, “너희 가족은 내가 잘 보살펴 주겠다”며 이 국장을 시켜 도와주겠다고 말한 것으로 되어 있다. 그 후 이 국장이 상속 문제 등 모든 문제를 같이 해줬다고 진술한 것으로 되어 있다.
     
검찰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막막하다”는 권씨의 말은 상속받은 재산이 모두 MB의 소유이며, 권영미씨의 재산은 없어서 생계문제를 언급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국장을 시켜 도와주겠다”는 MB의 말 역시 본인의 재산관리인을 통해 권영미씨의 생계를 보장해 주겠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1심 재판부는 이 같은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권영미 "내가 쓸 돈 충분히 있었다"며 檢 주장 반박
   
그러나 이날 재판에서 권씨는 “내가 쓸 돈은 충분히 있었다”며 자신이 생계를 꾸리는 데 문제가 없었음을 분명히 했다. 권씨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막막하다”는 말은 “남편이 죽고 사회경험도 없고 해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한 심정이다”는 의미였으며, 이에 대해 이 전 대통령이 어깨를 다독이며 “걱정하지 마라”고 위로해 준 것뿐이라고 진술했다.
   
권씨는 또 MB가 “이병모 국장을 시켜 도와주겠다”는 말을 한 사실이 없다고 진술했다. 다만 “남편이 살아 있을 때 동사무소 일조차 못하는 상태였는데, 남편이 그렇게 되고 대통령님만 믿었다”며 “그런데 대통령님과의 공통분모가 이병모 국장이라고 생각하고, 내가 이병모 국장에게 상속 업무를 부탁했다”고 진술했다. 권씨의 법정진술은 검찰의 주장은 물론이고 권씨의 진술서 내용과도 배치되는 주장이다.
   
한편 이날 재판에서는 권영미씨가 밤 12시까지 이어지는 검찰조사를 11번이나 받았으며, 4일 연속 조사를 받기도 한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글=조성호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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