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분석] 외교부 '재외공관장 이력서'로 본 재외공관장 '캠코더 인사' 실태

164명의 공관장 가운데 13명 정도지만, '4강 대사' 100%, 'Big 10' 공관장 중 60%가 캠코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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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0월 25일 신임장 수여 후 담화 장소로 이동하는 문재인 대통령과 4강 대사들. 왼쪽부터 이수훈 주일, 우윤근 주러시아, 문 대통령, 노영민 주중, 조윤제 주미대사.

7월 31일 자 '조선일보'에 의하면, 현 정권 아래서 공공기업 사장-감사 등에 대한 '캠코더(문재인 캠프, 코드, 더불어민주당 출신) 인사'가 극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장의 45%, 감사의 82%가 '캠코더 인사'였다.

이 기사를 보면서 문득 재외공관장 가운데는 ‘캠코더 인사’가 얼마나 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드루킹 사건에서 주오사카총영사 자리를 놓고 흥정이 오간 데서도 알 수 있듯이 재외공관장 자리 역시 ‘캠코더 인사’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정황이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외교부 홈페이지에 나타나 있는 ‘재외공관설치현황’에 따르면 재외공관장 자리는 모두 164개에 달한다. 상주대사관이 114개, 총영사관이 45개, 대표부가 5개다. 외교부 홈페이지의 ‘재외공관장 이력서’만으로 볼 때, 164명의 공관장 가운데  캠코더 인사로 볼 수 있는 사람들은 다음과 같다.

조윤제 주미대사 (전 문재인 캠프 싱크탱크 ‘정책공간 국민성장’ 소장, 노무현 정권 대통령경제보좌관)

이수훈 주일대사 (전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외교안보분과위원장, 노무현 정권 대통령자문동북아시대위원장)

노영민 주중대사 (전 제17~19대 민주당 국회의원)

우윤근 주러시아대사 (전 제17~19대 민주당 국회의원,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

정범구 주독대사 (전 제16, 18대 민주당 국회의원)

이백만 주교황청대사 (노무현 정권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

최규식 주헝가리대사 (전 제17~18대 민주당 국회의원)

남영숙 주노르웨이대사 (전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

윤현봉 주브루나이대사 (전 국제개발협력민간협의회 사무총장)

김도현 주베트남대사 (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스마트폰기기) 구주‧CIS 수출그룹 담당임원)

오태규 주오사카총영사 (전 '한겨레' 논설위원실장)

김영근 주우한총영사 (전 새정치민주연합 대변인)

정미애 주니가타총영사 (전 성공회대 연구교수)

공관장 164개 자리 중 13개라면 ‘캠코더’ 비율이 그리 높은 것은 아닌 셈이다. 하지만 재외공관장 자리라고 다 같은 것이 아니다. 장관급, 때로는 전직 총리가 대사로 가기도 하는 주미대사 같은 자리가 있는가 하면, 대사를 비롯해 달랑 3명의 외교관만 나가 있는 오지의 미니 공관도 있다.

재외공관 가운데 가장 높이 쳐주는 자리는 당연히 4강(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대사 자리다. 여기에 유엔대표부, 영국, 독일, 프랑스 대사까지가 '빅(big) 8'이라고 할 수 있다. 한 전직 외교관은 "사람마다 견해가 다르겠지만 여기에 주뉴욕총영사, 주오사카총영사까지 해서 ’빅 10‘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렇게 범위를 좁혀서 보면 캠코더 인사의 비율은 확 올라간다. 우선 4강 대사 자리가 모두 ‘캠코더’로 채워졌다.

물론 이들 자리는 ‘정무직’에 가까운 자리들로 과거 역대 정권에서도 비(非)외교관 출신 인사들이 임용된 경우가 적지 않았다.

4강 대사, 과거에도 '캠코더' 비율 높아

김영삼 정권 이후 11명의 주미대사 가운데 직업외교관 출신은 박건우, 이태식, 최영진, 안호영 대사 등 4명에 불과했다. 이홍구 전 국무총리(김대중 정권), 한덕수 전 국무총리(이명박 정권), 홍석현 전 '중앙일보' 회장(노무현 정권), 한승수 전 상공부 장관(김영삼 정권), 한승주 전 외무부 장관(노무현 정권), 양성철 교수(김대중 정권) 등 다양한 경력의 인사들이 주미대사 자리를 거쳐 갔다.

주중대사는 김영삼 정권 이후 11명의 대사 가운데 비직업 외교관 출신이 6명이었다. 김영삼 정권 시절에는 황병태 전 통일민주당 부총재, 정종욱 전 외교안보수석비서관, 이명박 정권 시절에는 류우익 전 대통령비서실장, 박근혜 정권 시절에는 김장수 전 국방부 장관, 권영세 전 국회의원 등 외부 인사들이 주중대사로 임명되기도 했다.

주일대사는 김영삼 정권 이후 13명 가운데 7명이 비외교관 출신이었다. 그중에는 최상용 교수(김대중 정권), 조세형 전 국회의원(노무현 정권), 라종일 전 국가안보보좌관(노무현 정권), 권철현 전 국회의원(이명박 정권), 이병기 전 박근혜후보선거대책본부 부위원장(박근혜 정권), 유흥수 전 국회의원(박근혜 정권) 등이 있었다.

반면에 주러시아대사는 김영삼 정권 이후 11명 가운데 김대중 정권 시절 이인호 대사와 우윤근 현 대사를 제외하면 모두 직업외교관 출신이었다.

하지만 4강 대사 자리 모두 동시에 직업외교관 출신은 배제하고 ‘캠코더’로 채운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4강 대사만 보면 100% ‘캠코더’ 인사인 셈이다.

4강 대사 다음가는 자리로 볼 수 있는 주유엔대사, 주독대사, 주영대사, 주프랑스대사 가운데는 주독대사 자리를 정범구 전 민주당 국회의원이 차지했다.

주유엔대사는 김영삼 정권 이후 11명의 대사 가운데 노무현 정권 시절 김현종 대사(전 통상교섭본부장) 외에는 모두 직업외교관 출신이었다.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유럽 주요국 대사들도 김대중 정권 시절 라종일 주영대사와 황원탁 주독대사(전 외교안보수석비서관), 박근혜 정권 시절 모철민 주프랑스대사(전 교육문화수석비서관) 정도를 제외하면 대체로 직업외교관 출신들이 임명되어 왔다.

총영사 자리지만 웬만한 나라 대사 자리보다 낫다고 하는 주뉴욕총영사, 주오사카총영사 자리 가운데 오사카총영사 자리는 오태규 전 '한겨레' 논설위원실장이 차지했다. 드루킹 김경수 일당이 노리던 자리다. 오태규 총영사는 '한겨레' 도쿄특파원 등을 지냈으며, 문재인 정권이 들어선 후에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위원, 한일일본군위안부피해자문제합의검토태스크포스 위원장을 지냈다. 이렇게 보면 재외공관 ‘빅(big)10' 가운데 60%가 ’캠코더‘로 채워진 셈이다.

'캠코더' 외교관들, 잘할 수 있을까?

‘캠코더’ 공공기관장이나 감사들이 대개 전문성 없이 낙하산으로 그 자리를 차지한 것처럼, ‘캠코더’ 공관장들도 그리 다르지 않다.

조윤제 주미대사는 미국 스탠퍼드대학을 나오고 세계은행, IMF 등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경제학자 출신이다. 한미FTA 문제 등에 대해서는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모르나, 한미관계의 근간인 한미동맹문제나 외교 일반에 대해서는 전문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이수훈 주일대사는 경남대 사회학과 교수 출신으로 노무현 대통령 시절 대통령자문동북아시대위원장을 지냈고, 2012년 민주통합당 문재인대통령후보 선대위 '미래캠프' 산하 남북경제연합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일본 전문가라든가 한일문제에 천착했다는 흔적은 찾기 어렵다.

노영민 주중대사 역시 충북 지역에서 기업과 사회운동을 하다가 국회의원이 된 인물로 외교나 중국문제 전문가는 아니다. 국회의원 시절 의원 사무실에서 자신의 시집을 소속 상임위원회 피감기관을 상대로 팔았고, 경력이 전무한 자신의 아들을 국회부의장의 4급 비서관으로 취직시켜 물의를 빚었다. 노 대사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신임장을 제정하면서 방명록에 ‘만절필동(萬折必東)’이라는 글귀를 남겼는데, 이 글귀가 ‘천자를 향한 제후들의 충성을 의미한다’는 지적이 나와 사대외교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우윤근 주러시아대사와 정범구 주독대사는 그나마 나은 편이다. 우 대사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대학에서 국제정치학 석사 학위, 정 대사는 독일 마부르크필립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은 것을 주재국과의 인연으로 내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백만 주교황청대사도 캄보디아 하비에르예수회학교 홍보대사를 지냈고, 가톨릭교리신학원을 졸업한 경력을 내세울 수 있겠다. 물론 그보다 훨씬 중요한 이력은 노무현 정권의 국정홍보처 차장, 홍보수석비서관, 대통령 홍보특보, 노무현학교 교장 경력이겠지만 말이다.

최규식 주헝가리대사는 국회의원을 하기 전에 '한국일보' 국제부장, 편집국장을 지내긴 했지만, 외교나 헝가리, 유럽 문제에 전문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정치권에 들어오기 전에 '한국경제신문' 기자 출신인 김영근 주우한총영사도 중국문제나 영사문제에 대한 전문성은 보이지 않는다.
오태규 주오사카총영사는 '한겨레' 도쿄특파원을 지낸 것 외에는 한일관계에 전문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정미애 주니가타총영사는 일본 쓰쿠바대에서 정치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국민대 일본학연구소 학술연구교수, 주일본대사관 선임연구원, 템플대 일본캠퍼스 아시아연구소 객원연구원, 일본 고베대 국제협력연구과 객원교수 등을 지냈다. 일본에 대한 전문성은 없다고 할 수 없지만, 보통 20~30년간 외교관 생활을 한 사람들이 가는 총영사를 맡기에는 경력이 좀 약하다는 느낌이 든다. 그의 경력 가운데는 성공회대 민주주의연구소 연구위원 경력이 눈에 띈다.

김도현 주베트남 대사는 ‘코드’ 인사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외교관 출신으로 삼성전자 상무로 있다가 작년에 주베트남 대사로 임명된 그는 이력만 보면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노무현 정권 당시 외교부 내 이른바 ‘자주파’였다. 그는 외교부 내 ‘동맹파(친미파)’의 비판적 언행을 청와대에 투서한 장본인이었다. 이 사태를 조사한 사람이 문재인 당시 민정수석비서관이었다. 이 일로 윤영관 당시 외교부 장관이 그만두고 위성락 북미국장 등이 좌천되는 파란이 있었다.

386운동권 출신의 공관장 진출

또 한 가지 눈에 띄는 점은 386운동권 출신들이 재외공관장으로 진출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남영숙 주노르웨이대사는 외무고시 출신 직업외교관은 아니지만, 국제노동기구(ILO) 연구이코노미스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이코노미스트, 정보통신부 정보통신협력국 지역협력과장,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 FTA제2교섭관, 이화여자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 세계스마트시티기구(WeGO) 사무총장으로 이어지는 경력을 보면 자격이 있어 보인다. 하지만 그는 1980년대에 이름을 떨쳤던 386운동권 핵심 중 하나였다. 당시 그의 아버지는 민정당 국회의원이었다. 노태우 정권에서 노동부 장관을 지낸 남재희 전 의원이 그의 아버지였다. 5공 시절 “남재희 의원에게 골수 운동권 딸이 있다”는 소문이 파다했는데, 그가 바로 남영숙 주노르웨이대사다.

노르웨이대사 자리는 원래 김대중 정권 시절 총무비서관을 지낸 박금옥 전 국회의장 비서실장이 내정됐었다. 그는 “내가 왜 노르웨이에 가야 하나. 추운 데 싫다”며 대사직을 고사했고, 그 자리가 남 대사에게 돌아갔다.

윤현봉 주브루나이대사도 여성시민운동가 출신이다. 한국여성단체협의회 간사와 부장을 지내면서 여성운동을 하다가 김대중 정권 시절 청와대 행정관으로 근무했다. 이후 국제개발협력민간협의회 사무총장, 지구촌빈곤퇴치시민네트워크 공동운영위원장, 국제개발협력시민사회포럼 운영위원장 등 대외원조 관련 시민단체 활동을 했다. 2015년부터는 서울시공정무역위원장을 지내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후 이미경 전 민주당 의원이 한국국제협력단(KOICA) 이사장이 되자 KOICA 혁신위원장을 맡았다. KOICA 혁신위원장으로 박근혜 정권 시절 KOICA의 해외새마을운동 관련 사업들을 ‘적폐’로 규정하는 데 앞장섰다.

국정원장 보좌관으로 컴백한 박선원 전 상하이총영사

사실 ‘캠코더’ 외교관 가운데 가장 주목해야 할 사람은 박선원 전 주상하이총영사이다. 연세대 386 주사파 운동권 출신으로 삼민투, 반미청년회 등에서 핵심으로 활동했고, 1985년 미국문화원점거사건 배후로 지목됐었다. 영국 워릭대에서 국제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은 후, 연세대 통일연구원 연구교수를 거쳐 노무현 정권 시절 국가안전보장회의 전략기획국장, 대통령비서실 통일외교안보전략비서관 등을 지냈다. 이때 서훈 당시 국정원 3차장과 함께 10.4남북정상회담을 추진, 성사시켰다. 지난 대선 때에는 서훈 문재인 후보 안보상황단 단장 아래서 부단장으로 활동했다. 이 때문에 현 정권 초기 국가안보실 차장 등으로 유력시됐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미국특사단의 일원으로 미국에 다녀왔고, 주샌프란시스코총영사 물망에도 올랐었다. 올해 1월 주상하이총영사로 나가 그의 위상을 아는 사람들을 의아하게 했다. 이때 한 연세대 주사파 출신 인사는 “박선원은 언제든 외교안보 분야의 요직으로 등장할 수 있는 인물이니 눈여겨보라”고 했다. 그 말대로 박 전 총영사는 지난 7월 사표를 내고 귀국, 서훈 국정원장의 보좌관이 됐다. 웬만한 나라 대사 자리보다 낫다는 주상하이총영사 자리를 때려치우고 귀국해 국정원장 보좌관을 맡은 그가 앞으로 남북관계에서 주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이들 외에도 특임공관장들이 더 있다(신성순 주라오스대사, 도경환 주말레이시아대사, 황성연 주우루과이대사, 최용환 주이스라엘대사, 신봉길 주인도대사, 조신희 주피지대사, 임병진 주선양총영사, 손종식 주후쿠오카총영사 등). 이들은 적어도 이력서상으로는 전직 외교관, 군인, 경제관료로서 ‘캠코더’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들 가운데 현 정권 인사들과 다양하게 인연이 닿는 이들이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밖에 직업외교관 출신으로 노무현 정권 시절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경력이 있는 공관장들도 여럿 있다. 이들은 직업외교관으로서 노무현 청와대로 파견됐던 것이고, 이후 다른 정권에서도 청와대 파견 근무를 한 적이 있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캠코더’라고 보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직업외교관들이 재외공관장으로 근무할 수 있는 기회가 2번, 많아야 3번으로 제한되고 있어 공관장으로 진출하기 위한 경쟁이 극심한 상황에서 노무현 시절 청와대 근무 경력이 이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했을 개연성은 높다. 

결국 위의 두 가지 부류 가운데 드러나지 않은 '캠코더'들이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부적격 외교관으로 인한 손실은 정권 아닌 국가의 손실"

현 정부가 주장하는 것처럼 외교부의 지나친 순혈주의는 어느 정도 고칠 필요가 있다. ‘캠코더’ 인사라고 해서 무조건 외교관으로 무능하다고 단정 지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실제로 대통령에 대한 발언력을 바탕으로 한일 간 난제를 잘 풀어나간 전직 대사도 있다. 그러나 과거 사례를 보면 정치적으로 임명된 공관장들 가운데 좋은 평가를 받은 이들은 드물다. 존재감이 거의 없거나 심지어 양국 간 현안이 쌓여가는데도 국내 정치권 동향에만 신경을 쓴다는 비판을 받았던 이들도 있다.

외교관 출신인 김석우 전 통일부 차관은 “나도 외시 출신이지만 외교부의 순혈주의는 고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부적격한 인사들을 공관장으로 내보냈을 때 그로 인한 손실은 단순히 정권의 손실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가의 손실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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