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춘 전 실장 석방 결정... '문화계 블랙리스트' 대법원에서 어떤 판결 나올까

변호인 측 “김대중·노무현 때도 편향 지원이 있었는데 (박근혜) 대통령의 문화예술정책이 어떻게 범죄가 되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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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대법원이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 구속취소 및 석방을 결정했다. 대법원은 27일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한 혐의로 구속기소돼 2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은 김 전 실장에 대해 구속기한(1년 6개월) 만료로 8월 6일 석방키로 했다.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돼 상고심 재판 중인 김 전 실장은 불구속 상태에서 대법원 선고를 받게 됐다. 김 전 실장과 함께 블랙리스트 작성 혐의로 기소된 김종덕 전 장관과 김상률 전 수석도 같은 이유로 23일 구속취소결정을 받아 각각 7월 28일, 29일에 석방된다.

김 전 실장은 박근혜 정부 시절 특정 문화·예술계 인사를 지원 대상에서 배제하는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만든 혐의로 지난해 1월 재판에 넘겨졌다. 1심에선 블랙리스트 작성 혐의에 대한 유죄가 인정돼 징역 3년을 선고받았고, 2심에선 1급 공무원에 사직을 강요한 혐의가 유죄로 추가 인정돼 1심보다 높은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김 전 실장 측은 강요죄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며 블랙리스트가 정치적인 사건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김 전 실장에 대한 기소 내용이 협박 및 강요죄에 해당하는지에 대해서는 법조계 내에서도 논란이 있다. 또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특검과 검찰의 주장은 여러 차례 언론을 통해 알려졌지만 김 전 실장 측의 주장은 거의 보도되지 않았다.
'월간조선' 2017년 5월호에 게재된 '문화계 블랙리스트는 형법상 범죄인가... 김기춘 조윤선 재판 쟁점' 제하의 기사를 다시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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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 정권(김대중·노무현) 10년 편향 지원을 균형 있게 되돌려놓는 것이 어떻게 직권남용인가”
“특검이 제소한 (金·趙) 강요죄와 직권남용죄는 법적 적용 불가… 정치적 안건일 뿐”(김기춘 변호인 김기수 전 검찰총장)

⊙ 특검이 제기한 김기춘 혐의는 사직 강요… “공무원 사직 강요? 정권 바뀔 때와 정책기조 바뀔 때 인사개혁은 당연한 일”
⊙ 특검 공소장에 제기된 ‘순차(循次) 공모’와 ‘○○한 취지(趣旨)의 지시’란… 법적 해석 불가?
⊙ 대통령비서실장은 국정 방향 지시 역할만… 김기춘 측 “이른바 ‘블랙리스트’ 작성에 직접 관여한 바 전혀 없다”
⊙ 블랙리스트는 청와대 비서관들이 작성 후 문체부에 하달… 과잉 충성?
⊙ 김기춘 측 “김대중·노무현 때도 편향 지원이 있었는데 현(現) 대통령의 문화예술정책이 어떻게 범죄가 되느냐”
⊙ 특검, 김기춘 공소장에 김기춘 퇴임 후 사건(2016년 말)까지 포함? 짜 맞추기 조사 논란
⊙ “(블랙리스트 관련) 대통령 이하 김기춘, 조윤선이 공동정범이면 유진룡, 모철민, 박준우도 공동정범”

 
4월 6일 서울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한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최순실 국정농단 정국에서 불거진 문화계 특정집단 지원배제 명단, 이른바 ‘블랙리스트’는 실제로 존재하며 그 효과가 발생했던 것일까. 블랙리스트 작성 혐의로 기소된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의 첫 재판이 2017년 4월 6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렸다. 김 전 실장은 공판에서 “(유진룡 전 장관이 해임 사유로 주장하는) 괘씸죄는 없었고 문체부 인사에 관여 및 개입한 일이 없으며, 누굴 어떻게 조치하라고 지시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같은 해 1월 21일 구속된 김기춘 전 실장의 죄명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강요,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위반'이며 적용법조는 형법 123조(직권남용), 제324조 제1항(강요죄),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제14조 제1항, 형법 제30조, 제40조, 제37조, 제38조다. 블랙리스트를 작성했고, 이에 반발하는 문체부 공무원들에 직권남용과 강요로 사직 강요를 했다는 혐의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권우호적’ 또는 ‘반(反)정권적’ 단체 관련 이슈는 늘 존재해 왔다. 그런데 이 같은 이슈가 과연 구속 및 형법상 유죄의 사유가 되는 것일까. '월간조선'은 김기춘·조윤선 공소장을 분석하고 법조인들의 의견을 종합해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국회법(국회증언 관련)을 제외한 강요죄와 직권남용죄 등 형법 관련 쟁점을 분석했다.
 

  
언론에 김 전 실장 측 입장은 全無
 
국정농단 사건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는 박영수 특별검사.
김기춘 전 실장 측은 고교(경남고) 동기동창인 김기수 전 검찰총장을 포함해 총 12인의 변호인을 선임하고 재판에 임하는 중이다. 김기춘 전 실장과 조윤선 전 장관의 이른바 ‘블랙리스트(문제단체)’ 관련 혐의 사실은 언론을 통해 잘 알려져 있다. 대부분의 언론이 블랙리스트 사태를 자세히 보도해 왔고, 특검의 공소장은 언론보도 내용과 대동소이하다. 많은 사람이 두 사람의 유죄(有罪)를 예단하고 있다.
  
반면에 그에 대한 법적 반론은 의외로 널리 알려져 있지 않다. '월간조선'은 특검 공소장을 입수한 후 특검 주장의 반대편 입장을 변호인과 법조 전문가들을 통해 섬세하게 청취했다. 다음 내용 중 특검의 주장은 공소장 내용을 요약한 것이며, 반박 주장은 피고인(김기춘 전 실장) 측 변호인들 및 법조 전문가들의 주장을 정리한 것이다.
  
◆김기춘 전 실장이 직권을 남용하거나 강요해 유진룡 전 장관 등 문체부 공무원들에 사직 강요했나 
  
▲특검 주장

  
김기춘 실장은 유진룡 문체부 장관에게 ‘보수 가치’의 확산을 언급하며 “정부에 비판적 활동을 한 문화예술인들에 대한 지원을 배제하라”고 지시했고, 모철민 교육수석에게도 그 뜻을 실현하도록 요구했다. 청와대 비서관들을 중심으로 이른바 ‘블랙리스트’가 작성되자 유진룡 장관은 김 실장에게 ‘(정권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포용하지 않으면 장관 자리에 있는 의미가 없다’고 고언했고, 문체부 고위공무원들 역시 지원배제 명단에 소극적으로 대응했다. 김 실장은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유 장관에게 사직을 강요했고 소극적으로 대응했던 문체부 1급 공무원(최규학 기획조정실장, 김용삼 종무실장, 신용언 문화콘텐츠산업실장)은 ‘성분불량자’로 분류해 사직을 강요하고자 마음먹었다. 후임 김종덕 문체부 장관이 취임하자 김기춘 실장의 지시를 받은 정진철 인사수석비서관은 김종덕 장관에게 위 3명에 대한 사표를 받으라고 요구했다.
  
▲변호인 주장
  
국가공무원법 제68조 단서에 의하면 행정부 1급 공무원 및 국회 등의 직무등급이 가장 높은 등급의 직위에 임명된 고위공무원단에 속하는 공무원은 신분보장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급 공무원으로부터 사표를 받은 행위가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에 해당한다고 기소한 이유가 무엇인지 이해할 수 없다.
  
공소장에 따르면 ‘부당한 지시를 이행하지 않은 1급 공무원에 사직을 강요한 것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에 해당한다’라고 하는데, 그러한 이유로 기소한 것이 맞는지, 임용권자인 대통령의 인사권 행사가 어떤 이유로 부당한 지시라고 본 것인지, 부당한 지시는 타당성이 없는 지시라는 뜻인데 만약 부당한 지시라면 그것이 직권남용 범죄행위가 되는지 밝혀야 한다. 직권남용은 법령으로 정한 권한을 남용해야 하는 것이고, 강요죄는 폭행 또는 협박이 필요하다. 피고인 김기춘의 어떤 행위가 직권남용과 폭행, 협박인지 특정해야 한다. 특검은 피고인을 ‘상상적 경합범’으로 기소하고 있다. 
  
  
◆청와대가 좌편향 문화예술계 지원배제 지시했나
 
‘블랙리스트’가 알려진 지난 1월 문화예술인들이 문화체육관광부 앞에서 정부에 항의하는 침묵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특검 주장
  
2013년 8월 대통령비서실장으로 임명된 김기춘은 8월 21일 비서실장 주재 수석비서관 회의(이하 실수비)에서 “종북 세력이 문화계를 15년간 장악했고 재벌들도 줄을 서고 있으며 정권 초기에 사정을 서둘러야 한다. 이것은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국정과제”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12월 18일 실수비에서 “반국가적, 반체제적 단체에 대한 영향력 없는 대책이 문제다. 문화계 권력을 좌파가 잡고 있다. (영화) '변호인'과 '천안함프로젝트'가 그렇다. 교육계 원로들이 울분을 토하더라. 하나하나 잡아나가자. 모두 함께 고민하고 분발하라”고 지시했다.
  
김기춘 실장은 ‘국정 흔들기를 시도하는 세력들이 의도적으로 정부비판 여론을 조성하고 있으므로 이에 찬동하는 문화예술인 등에 대한 정부 지원을 보다 적극적으로 차단할 필요가 있다’고 인식했고 이를 구체적으로 실현하고자 2013년 12월 20일 실수비에서 수석비서관들에게 “반정부·반국가적 성향의 단체들에 현 정부가 지원하는 실태를 전수조사하고 그에 대한 조치를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2014년 1월 3일 실수비에서는 “문체부뿐만 아니라 교육부, 복지부, 안행부 산하의 시민사회단체에 대한 정부 지원 실태를 전수조사하고 상황을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그 후 김 실장은 신동철 소통비서관에게 “좌파에 대한 지원은 많은데 우파에 대한 지원은 너무 없다. 중앙정부라도 나서야 한다. 내용을 정리해 보라”고 말했다.
  
▲변호인 주장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의 존재와 청와대의 공무원 사직 강요에 대해 폭로했다.
특검의 공소 내용은 박근혜 대통령의 문화정책에 대해 이른바 좌파 세력이 직권남용이라는 잘못된 논리로 접근하고 있는 정치적 사건이다. 대통령의 문화예술정책이 범죄가 될 리가 없다. 과거 국민의정부와 참여정부 10년을 거치며 좌파진보 세력에 편향된 정부 지원을 균형 있게 집행하려는 정책, 즉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려놓는 정책이 직권남용이 될 수는 없다. 공소장의 범죄 사실은 어떤 행위가 범죄가 된다는 것인지 구분이 되지 않으며, 명확성을 결여하고 있다.
  
특히 공소장은 피고인의 발언(9건)만 나열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피고인(김기춘)이 어떻게 직권을 남용했는지, 어떤 행위가 강요죄상 폭행 또는 협박에 해당하는 것인지 구체적인 기재가 없다. 기소를 위해서는 피고인의 범죄행위를 구체적으로 열거해 주기 바란다. 개개의 발언이 모두 법률위반에 해당하는 것인지 특검이 명확하게 설명해야 한다. 실수비에서 발언한 9개 발언이 어떻게 협박인지 설명해야 한다. ‘실상을 파악해 보고하라’고 했다는 사실이 협박이나 강요라고 끼워 맞추는 것은 무리다. 공소장엔 그 후 박준우 정무수석과 신동철 소통비서관 등이 리스트를 만들었다는 사실만 적시했을 뿐 김기춘 전 실장의 지시 여부나 확인 여부는 명시하지 못하고 있다. 또 김기춘 실장이 대통령에게 이를 보고했다고 공소장은 주장하고 있으나 양쪽 다 기억이 없다는 입장이다. 
  
또 지원배제 명단으로 피해를 보았다는 예술위, 영진위, 출판진흥원 소속 임직원들을 피해자로 특정한 이유가 무엇인지, 왜 그들이 의무 없는 행위를 한 피해자가 되는지, 어떤 두려움을 느꼈다는 것인지 그 당위성을 설명해야 한다.
  
◆명단(블랙리스트) 작성 및 작성 지시는 누가
 
블랙리스트와 관련, 김상률 전 교육문화수석과 김소영 전 문체비서관은 불구속기소됐고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 신동철 전 국민소통비서관, 정관주 전 문체부 차관은 구속됐다.
▲특검 주장
  
김기춘 실장의 지시 등에 따라 박준우 정무수석과 신동철 소통비서관 등은 2014년 4~5월 국민소통, 행정자치, 사회안전, 경제금융, 교육, 문화체육, 보건복지, 고용노동 등 비서관들이 참여하는 ‘민간단체보조금TF(태스크포스)’를 운영하면서 각 분야별로 야당 후보자 지지선언, 정권반대운동 등에 참여하거나 좌파 성향으로 선별한 개인·단체 등에게 지원된 정부예산을 소위 ‘문제예산’으로 명명하고 민간경상보조금 지급내역과 문체부 등 주요 부처의 공모사업 현황을 파악하여 문제예산을 선별하고 3000여 개의 문제단체와 8000여 명의 좌편향 인사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지속적으로 이를 보완하며 감시했다.
  
그 밖에도 박준우 정무수석과 신동철 소통비서관 등은 민간단체보조금TF가 각 부처별 정무위원회 위원에 전수조사를 실시해 좌편향 인사로 선별된 인원을 향후 임기만료 시 해촉하도록 조치했고 ‘문제단체 조치내역 및 관리방안’ 보고서를 작성했다.
  
박준우 정무수석과 신동철 소통비서관 등은 민간단체보조금TF의 중간 진행상황을 김기춘 비서실장에게 수차례 보고했고, 2014년 5월 하순경 위와 같이 작성된 ‘문제단체 조치내역 및 관리방안’ 보고서를 피고인 김기춘 비서실장에게 보고해 검토를 거친 후 그 무렵 이를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변호인 주장
  
공소장의 내용은 하나같이 명확한 사실을 밝히지 않고 (김기춘 실장이) ‘○○라는 기조로 지시했다’ 또는 ‘○○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서술하고 있다. 따라서 명확한 범죄사실 명시 없이 특검은 대통령 이하 비서실장, 수석비서관, 비서관, 행정관 및 5급 공무원까지 순차 공모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대법원 판례에 의하면 공동정범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주관적 요건으로서의 공동가공의 의사와 객관적 요건으로서의 공동의사에 의한 기능적 행위 지배를 통한 범죄 실행 사실이 필요하다. 또 주관적 요건의 공동가공 의사는 ‘타인의 범행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제지하지 않고 용인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공동의 의사로 특정한 범죄행위를 하기 위해 일체가 돼 서로 다른 사람의 행위를 이용해 자기의 의사를 실행에 옮기는 것이어야 한다’. 이 사건에서 어느 공무원이 특정 범죄행위 인식을 갖고 공무집행을 한 사실이 있는지 입증해야 할 것이다.
  
김기춘 측 “무죄 아닌 기각이 맞다”
 
김 전 실장은 김기수(좌) 전 검찰총장, 황성진(우) 전 수원지검 차장 등을 변호인으로 선임했다. 이들은 “특검이 무리한 수사를 했고 공소장 자체에 법적인 문제가 있다”며 “유무죄를 따질 것이 아니라 기각돼야 하는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김기춘 전 실장 변호인 측은 “특검이 무리한 수사를 했고 공소장 자체에 법적인 문제가 있다”며 “유무죄를 따질 것이 아니라 기각돼야 하는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김 전 실장의 변호인인 김기수 전 검찰총장의 얘기다.
  
“35페이지에 달하는 공소장 내용 중 명확한 범죄 사실을 근거하는 내용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일단 고위공무원 사직 문제는 정권이나 장관이 바뀔 때마다 있는 일 아닙니까. 고등고시 특정 기수가 장관이나 차관직에 오르면 동기나 선배들은 알아서 사직서를 내는데 이것이 형법상 문제가 된다면 대한민국 모든 공직자가 형법상 유죄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즉 끼워 맞추기 식 수사란 말이죠. 공소장을 보면 특검이 주장하는 강요죄와 직권남용이 적용될 구체적 사안이 하나도 없고요. 강요죄나 직권남용에 필수적인 협박이나 위협을 가했다는 이야기가 단 한 건도 없습니다. 9건에 걸친 실수비 발언만 나열하면서 이것이 곧 ‘범죄행위를 지시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어요. 공소장 자체에도 법적으로 문제 될 소지가 적지 않습니다. 변호인단은 사실 무혐의나 무죄판결보다는 기각이 맞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는 “나도 수십 년 검찰에 있었던 사람이지만 공소장을 여러 번 읽어도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명확한 범죄사실은 하나도 없고 무엇이 범죄행위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김 전 실장에 대해 서술하면서 ‘마음먹었다’ ‘결심했다’ ‘뜻을 전했고’ ‘~라는 취지로’ ‘격노했다는’ ‘기뻐했다’ 등 하나같이 주관적인 말들만 나열돼 있어요. 무슨 단편소설 읽는 듯한 이런 공소장은 처음 봅니다.”
  
김기춘 전 실장 변호인단 측이 제기하는 특검 공소장의 문제점은 아래와 같다.
  
1. 범죄기간의 문제
  
김기춘 전 실장은 2013년 8월부터 2015년 2월까지 청와대에 근무했는데, 공소장에 첨부된 별지 범죄일람표는 2014년 3월부터 2016년 말까지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우수교양도서선정 관련 건은 김기춘 실장 퇴임 이후의 일인데 김기춘 공소건에 포함돼 있다.
  
한편 김기춘 전 실장 측은 “최순실과 만나거나 연락한 적이 한 번도 없고, 공소장에도 최순실의 행위는 열거돼 있지 않은데 어떻게 공모했다는 것인지, 또 순차 공모가 가능한지 설명을 바란다”고 밝혔다. 최근 일부 언론에서는 김기춘 전 실장은 “최순실을 모를 리가 있겠느냐, 알긴 안다”라고 했다는 보도가 이어졌는데, 김기춘 전 실장 변호인 측은 “존재를 안다는 것일 뿐 만났거나 연락한 적이 없다는 사실은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2. 공동정범 문제
  
특검 공소장은 대통령과 비서실장, 수석비서관, 비서관, 행정관, 문체부 5급 공무원에 이르기까지 순차 공모했다고 그 혐의를 주장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이 일에 관여했고 공소장에 그 사실이 드러난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과 모철민 전 교문수석, 박준우 전 정무수석 역시 공동정범에 포함될 수 있다. 이 부분의 해석이 부족하다.
  
3. 이념편향 문제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 당시는 문화예술계 지원대상이 이념적으로 좌편향돼 코드인사와 이념에 따른 지원이 극심했다. 이것 역시 범죄인지, 아니면 박근혜 정부의 문화예술정책만이 범죄라고 본 것인지 특검은 답변해야 한다. 또 공소장에는 리스트의 범죄죄수 건수마다 실체적 경합범으로 본 것인지, 전체를 1죄로 본 것인지도 명시돼 있지 않다.
  
4. 블랙리스트 관련
  
피고인 김기춘 국회 증언 당시 국회에서 블랙리스트라는 용어를 사용했는데, 블랙리스트란 문서 제목이 아닌 불량한 리스트를 통칭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피고인 김기춘이 특정 리스트를 작성하라고 지시했다는 증언이나 물증은 어디에도 없다. 이 사건은 잘못된 논리로 접근하고 있는 정치적 사건이다.⊙
 
김기춘·조윤선 첫 공판 현장
  
2017년 4월 6일 서울지방법원에서 열린 김기춘 전 실장 및 조윤선 전 장관 공판에 첫 증인으로 나온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은 ‘블랙리스트’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일차적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장관 자리에서 물러나기 직전 박근혜 대통령에게 그동안 있었던 일을 모두 말했다. 그전에는 김기춘 실장이 호가호위(狐假虎威)한다는 의구심을 갖고 있었는데, 박 전 대통령은 다 알고 있는 눈치였다”고 말했다.
  
유 전 장관은 김 전 실장을 겨냥해 “블랙리스트 주도범이라 생각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반면 조윤선 전 장관에 대해서는 “장관 때는 블랙리스트 업무를 지시하고 강요한 적은 없었고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기춘 전 실장은 이날 재판에서 자신을 “여론재판과 정치적 표적 수사의 희생양”이라고 주장했다. 김 전 실장의 변호인은 “피고인은 인사권자인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의사와 지시를 그대로 이행하거나 전달한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했고, 특검의 공소사실을 ‘악의적 선입관’이라고 단정했다.
  
김 전 실장도 직접 발언권을 얻어 “저는 노구(老軀)를 이끌고 봉사를 하러 (청와대로) 들어갔을 뿐”이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청와대 정무수석 재임 시절 블랙리스트 작성·실행에 관여한 혐의로 기소된 조 전 장관은 구속 전보다 눈에 띄게 수척해진 모습으로 ‘오해’라는 말을 여러 차례 반복하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법정에서 “지금까지 저에 대한 깊은 오해가 쌓여 있었던 것 같다. 앞으로 제가 겪은 모든 일을 있는 그대로 소상히 밝히겠다”고 말했다. 이날 조 전 장관은 블랙리스트에 대해 존재 및 관련 여부를 사실상 인정했지만, 김 전 실장은 ‘존재도 모르며 지시한 적도 없다’고 전면적으로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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