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노벨문학상 후보군으로 점쳐지는 작가 응구기 와 티옹오. 사진=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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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초부터 노벨생리의학상, 노벨물리학상 등 2017년 노벨상 수상자가 발표된다. 이 가운데 아직 발표일이 확정되지 않은 노벨문학상 수상자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노벨상은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한 알프레드 베르나르드 노벨(1833~1896, Alfred Bernhard Nobel)이 기부한 유산으로 설립된 노벨재단에서 수여하는 상이다. 1901년부터 매년 인류의 복지에 공헌한 사람이나 단체에게 수여된다. 물리학·화학·생리, 의학·문학·평화상 분야가 제정됐고 1969년 경제학 부문이 새로 추가됐다. 한국인으론 유일하게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이 남북한 긴장관계를 해빙(解氷)시킨 공로로 2000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현재까지 거론된 노벨문학상 유력후보는 누구인가
베일에 가려진 2017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에 대한 예측은 각 나라 전문가 및 전문기관들마다 다양하다. 적중률이 높다고 알려진 영국의 베팅업체 래드브록스(ladbrokes.com)는 올해 가장 유력한 노벨문학상 후보로 케냐 출신 소설가 ‘응구기 와 티옹오(79)’를 점쳤다. 뒤이어 일본의 저명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69)’, 캐나다 출신 소설가 ‘마거릿 애트우드(78)’가 거론됐다.
아프리카 문학의 거장 응구기 와 티옹오는 탈식민주의(脫植民主義) 문학운동을 주도한 작가로 작년 한국의 박경리 문학상을 수상하면서 동아시아에도 이름을 널리 알렸다. 일본의 대표작가 무라카미 하루키 역시 확고한 독자층과 폭넓은 대중성으로 다양한 베스트셀러를 남겼다. 카프카상(2006년)부터 독일 벨트 문학상(2014)까지 세계적인 문학상에 여러 번 당선될 만큼 노벨문학상 후보로도 유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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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라카미 하루키. 사진=민음사 제공 |
캐나다의 여류작가 마거릿 애트우드는 소설과 평론(評論) 저술은 물론 환경과 인권문제, 페미니즘 등 여러 사회적 현안들에 관심이 깊을 만큼 장르를 넘나드는 독보적인 글쓰기로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작년 우리나라 소설가 한강이 〈채식주의자〉로 수상하기도 한 맨부커상을 2000년에 먼저 거머쥔 실력파이기도 하다. 올해 카프카상을 수상하면서 노벨상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높였다.
한국문인(韓國文人) 후보군으로는 누가 언급되나
해마다 노벨문학상 한국작가 후보군으로는 한국 문단의 원로급인 시인 고은, 소설가 황석영 등이 주로 꼽힌다. 2013년 당시 래드브록스 예측에 따르면 한국작가로는 고은 시인이 노벨문학상 수상 가능성 6위에 올랐고, 황석영 소설가 역시 거론됐다고 한다. 고은 시인은 아시아계 노벨 문학상 후보 중 유력자로 점쳐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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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 시인. 사진=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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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에는 일본 작가 오에 겐자부로가 황석영 소설가의 수상을 예언했다. 오에 겐자부로는 1994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가였기에 당시 그의 지목은 화제를 낳았다. 2005년 한국을 방문한 오에 겐자부로는 당시 사석에서 “앞으로 누군가 노벨문학상을 받는다면 나보다 연배가 8년쯤 아래인 한국의 황석영, 프랑스의 르 클레지오, 중국의 모옌, 그리고 터키의 오르한 파무크가 유력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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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석영 소설가. 사진=조선DB |
새로운 후보군도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2014년 문학평론가인 김주연 숙명여자대학교 독어독문학과(독일언어·문화학과) 명예교수는 노벨문학상의 기본정신이라 할 수 있는 세계 문학적 이해에 접근해있는 주목할 만한 한국작가를 두 사람 꼽았다. 소설가 고(故) 이청준 전(前) 한양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와 이승우 조선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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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우 소설가. 사진=조선DB |
작년 세계 3대 문학상이라 불리는 영국의 맨부커상을 수상한 시인 겸 소설가 한강 역시 새로운 후보군에 속한다. 올해도 그녀는 장편소설 〈소년이 온다〉로 이탈리아의 권위 있는 말라파르테 문학상을 수상했다. 말라파르테상은 이탈리아 작가 쿠르치오 말라파르테를 기리기 위해 1983년 제정됐다. 라파엘레 라 카프리아 심사위원장은 한강의 수상작에 대해 "살아있는 이미지들이 독자의 구미를 당기고, 소설을 다 읽을 때까지 손을 떼지 못하게 한다"고 호평(好評)했다. 일찍이 국내에서도 한국소설문학상, 이상문학상, 동리문학상, 황순원문학상 등 유력문학상들을 섭렵했던 그녀이기에 차세대 노벨문학상 한국작가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것도 결코 무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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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강 소설가. 사진=조선DB |
만약 이번, 아니 다음번에라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한국작가가 선정된다면 국가적 경사(慶事)인 만큼 한국문학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일 것이다. 정체된 한국문단에 활력을 주는 미학적 전율이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수상을 바라는 열망에 비해 우리나라 문학의 준비와 기반이 부족하다는 말들도 있다. 고무된 분위기, 내부적인 찬사와 독려도 달콤하지만 쓴 약이 몸에 좋듯 먼저 고언과 지적부터 귀담아듣는다면 당선의 가능성도 열리지 않을까.
당시 노벨문학상 발표를 몇 시간 앞둔 시점이었던 2008년 10월 초순 당시 제2회 세계 번역가대회에 참석한 대표적인 한국문학번역가인 케빈 오록 경희대 명예교수는 비판에 인색한 한국 문단의 특성을 지적했다. 이어 그는 자신이 35년간 읽은 한국 소설 중에는 세계적인 문학상 후보에 오를 만한 책이 많지 않았다고 혹평했다. 활발한 비평담론을 통해 계속해 혁신적인 작품이 나올만한 문학적 풍토를 갖춰야 하지만 그 노력이 부족하다고 일침을 놓은 것이었다.
같은 해 한국문학을 스페인어로 번역해 온 프란시스코 카란사 페루 우나삼 대학 객원교수 역시 “중남미 독자들은 수준 높은 작가를 원한다”며 “한국의 작가와 독자들은 무턱대고 노벨상만 꿈꿀 게 아니라 우선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당시 윤지관 한국문학번역원장 또한 “노벨문학상 수상이 한국 문학의 세계화를 향한 하나의 계기가 될 수는 있다”며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장기적이고 실질적인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라고 세계시장을 향한 우리 문학의 체질 개선과 기반 마련을 주문하기도 했다.
여기에 문학예술에 대한 국가 차원의 근본적인 위상(位相)도 세워야 한다. 개별적인 창작에 앞서 국민 전체의 ‘독서 문제’를 직시하는 것이다. 작년 2월 미국의 저명한 시사교양지 ‘뉴요커’는 “한국인들은 책도 읽지 않으면서 노벨문학상을 원한다”고 지적했다. 해당 언론 온라인판에 ‘한국은 정부의 큰 지원으로 노벨문학상을 가져갈 수 있을까’라는 제목으로 칼럼을 기고한 미국 문학평론가 마이틸리 라오의 말이었다. 해당 칼럼에서 그는 한국의 식자율(識字率)이 98%에 달하고 출판사들은 매년 4만 권의 새 책을 내놓는다고 했다. 하지만 정작 30개 상위 선진국 가운데 국민 한 명당 독서를 위해 사용하는 시간이 가장 적은 나라가 바로 한국이라고 지적했다.
역대 노벨문학상 수상작가는 누구인가
이토록 따갑고 쓴 소리를 잘 참아내고 새겨들었다면, 예습과 준비 차원에서라도 역대 노벨문학상 수상작가들의 작품경향과 세계관을 파악해둘 필요가 있다. 그동안 어떤 작가들이 수상을 했는지 그 견고한 작품성과 개성적 가치관들을 살펴본다면 노벨상을 염원하는 우리 문학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근래 5년간의 노벨문학상 수상자들을 살펴본다.
1. 2016년 – 吟遊詩人이자 미국 포크록의 皇帝 ‘밥 딜런’
“밥 딜런은 귀를 위한 시를 쓴다”, “그의 작품은 시로 옮겨놔도 완벽하다”는 찬사와 함께 파격적인 수상결정이 발표됐다. 작년 발표 당시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상위원회는 “위대한 미국 음악의 전통 내에서 새로운 시적 표현을 창조해 냈다”며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밥 딜런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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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밥 딜런. 사진=조선DB |
1941년생인 밥 딜런은 미국을 대표하는 싱어송라이터 가수이자 시인 겸 화가다. 유대인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10살 때부터 시를 쓰기 시작했다. 1959년 미네소타대학에 입학, 문학을 전공했지만 1961년 중퇴한 뒤 뉴욕에서 포크송 운동을 주도했다. 1963년 앨범 ‘더 프리휠링 밥 딜런’을 히트시키며 저항가수로 이름을 떨쳤다. 블로잉 인더 윈드(Blowin’ in the Wind), ‘노킹 온 헤븐스 도어’ 등 명곡으로 세계적인 인기를 얻었다.
한편 그가 쓴 시는 미국 고교와 대학에서 교과서로 널리 쓰이는 ‘노턴 문학입문서’(Norton Introduction to Literature)에도 실려 그 문학적 가치가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1990년대 이후 밥 딜런은 노벨문학상 후보로 꼽혀오기도 했다. 노벨상위원회 측은 또한 “밥 딜런은 위대한 시인”이라며 “지난 54년 동안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재창조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전했다. 당시 정통문인이 아닌 대중가수가 선정되자 일각에선 ‘노래 가사가 노벨문학상 수상 자격이 있느냐’는 비판을 제기하기도 했다.
2. 2015년 – 言論人 출신 다큐멘터리 산문작가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1948년 우크라이나에서 태어난 알렉시예비치는 벨라루스 국립대 언론학과를 졸업한 뒤 여러 지역 신문사와 문학예술잡지 ‘네만' 기자로 일한 언론인 출신 작가다. 기자로 재직할 당시 제2차 세계대전, 소련-아프간 전쟁, 소련 붕괴, 체르노빌 사고 등 굵직한 사건의 목격자들과 인터뷰하고 이를 글로 풀어냈다. 10년 넘게 체르노빌 사고를 취재해 쓴 ‘체르노빌의 목소리'는 1997년 출간된 뒤 2006년 미국 비평가협회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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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렉시예비치. 사진=조선DB |
알렉시예비치는 주로 사회주의 체제의 몰락과 전쟁에 대한 글을 썼다. 그의 첫 저서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는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던 소련 여성의 고통과 슬픔을 담은 작품으로 1985년 처음 출간된 후 200만부가 넘게 판매됐다. 1998년에는 프리드리히 에버트 재단이 주는 최고 정치 서적상, 1999년에는 국제 헤르더상, 2001년에는 에리히 마리아 레마르크 평화상을 수상할 만큼 국제적인 인권증진에 힘썼다. 노벨문학상 수상자 발표 당시 스웨덴 한림원은 “그녀의 다성음악과 같은 글은 우리 시대의 고통과 용기에 대한 기념비”라고 선정이유를 밝혔다.
3. 2014년 – 우리 時代의 마르셀 프루스트 ‘파트릭 모디아노’
1945년 프랑스에서 태어난 파트릭 모디아노는 프랑스 현대 문학의 대표 작가 중 한 명이다. 1968년 소설 '에투알 광장'으로 로제 니미에상과 페네옹상을 수상하며 데뷔한 이후 기억과 정체성, 죄의식 같은 주제를 다뤄왔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점령 하에서 정체성이 잃은 유대인의 삶을 다룬 작품을 주로 집필했다.
1972년 펴낸 소설 '외곽도로'로 그 해 아카데미 프랑세스 소설 대상을 수상했고, '슬픈 빌라'로 1975년 리브레리상을 수상했다. 1978년에는 소설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로 프랑스의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인 공쿠르 상을 거머쥐었다. 당시 스웨덴 한림원은 수상자를 발표하면서 "모디아노는 가장 이해할 수 없는 인간의 운명을 떠올리게 하고 점령 기간의 생활 세계를 그려냈다"고 선정이유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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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트릭 모디아노. 사진=조선DB |
4. 2013년 – 現代短篇小說 대가 ‘앨리스 먼로’
1931년 캐나다에서 출생한 앨리스 먼로는 1968년 단편소설 '행복한 그림자의 춤'으로 데뷔했다. 영문학계에서 가장 뛰어난 단편 소설작가로 정평이 나 있다. 그의 작품은 주로 온타리오와 같은 시골을 주배경으로 하고 세밀한 인물심리 묘사에 주력해왔다.
10대 시절부터 단편 소설을 쓰기 시작한 그는 대표작으로 ‘떠남(2004)’, ‘미움 우정 구애 사랑 결혼(2001)’ 등을 남겼다. 1968년 그의 첫 소설집 ‘행복한 그림자의 춤’은 캐나다의 가장 영예로운 문학상으로 손꼽히는 ‘총독문학상’을 받으며 문단의 주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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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앨리스 먼로. 사진=조선DB |
5. 2012년 – 근현대 중국 民衆의 인생 本質 탐구 ‘모옌’
1955년 중국 산둥성에서 태어난 모옌은 초등학교 시절 문화대혁명의 풍파를 겪으며 시대에 대한 남다른 관점을 길러왔다. 그는 11세 때인 1966년부터 학업을 접고 농촌에서 8년간 일했고, 18세 때부터 4년 동안은 면화 공장 노동자로 일했다. 모옌의 순탄치 못한 유년·청년기는 향후 중국 민중의 삶을 주로 다루는 작품세계의 자양분이 됐다.
모옌은 1986년 나귀 한 마리 값에 양조장 주인에게 신부로 팔려가는 빈농 딸의 운명을 그린 소설 ‘붉은 수수밭’을 발표하며 작가로서 명성을 떨쳤다. 이 작품은 1988년 장이모우 감독에 의해 영화로 만들어져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대상을 받기도 했다. ‘환상적 사실주의’의 영향을 많이 받은 모옌의 작품은 중국에서 ‘뿌리 찾기 문학’ 즉 애향(愛鄕)과 귀향(歸鄕)의 세계를 담았다. 중국 민중의 삶에 주목하면서도 인간의 근원적 보편성을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모옌은 1986년 나귀 한 마리 값에 양조장 주인에게 신부로 팔려가는 빈농 딸의 운명을 그린 소설 ‘붉은 수수밭’을 발표하며 작가로서 명성을 떨쳤다. 이 작품은 1988년 장이모우 감독에 의해 영화로 만들어져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대상을 받기도 했다. ‘환상적 사실주의’의 영향을 많이 받은 모옌의 작품은 중국에서 ‘뿌리 찾기 문학’ 즉 애향(愛鄕)과 귀향(歸鄕)의 세계를 담았다. 중국 민중의 삶에 주목하면서도 인간의 근원적 보편성을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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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옌. 사진=조선DB |
글=신승민 월간조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