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지난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미북정상회담 중 확대회의 장면. 사진=조선DB
최근 남북·미북회담에서 약속한 북한의 비핵화 이행이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치권 인사들의 회의적 시각은 물론, 세계 각국 역시 대북제재를 계속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비핵화 가능성은 열어뒀지만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고 한발 물러섰다. 일각에서 거론되는 종전선언, 평화협정에 대해서는 '시기상조'라고 일축했다. 성급한 평화담론보다는 냉정한 현실인식을 내보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3일(이하 현지시각)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와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북한) 비핵화는 하나의 과정이며 사람들이 바라는 것보다 더 길어질 수 있다"며 "나는 긴 협상 과정에 익숙하다"고 말했다. 그는 회담 이후인 지난달 말에도 북의 비핵화 조치를 칠면조 요리 과정에 비유해 "서둘러 꺼내면 안 된다"고 말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북)제재를 해제하지 않았고 이것이 북한을 아프게 하고 있다"며 제재 유지 방침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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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월 10일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방북했다. |
폼페이오 장관도 지난 11일(현지시각)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북한 비핵화에 장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북한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가 그들에게 위협을 준다는 근본적인 전략적 결정을 내리게 하는 것은 '수십 년에 걸친 도전'"이 될 것이라고 했다. 앞서 아프가니스탄 방문 때는 "이런 일(북한 비핵화)이 몇 시간 동안에 일어날 것으로 생각하는 건 터무니없는 일일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북한 김정은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최근 보낸 친서에 '비핵화' 문구가 없다는 사실도 회의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김정은은 지난 6일 작성한 친서에서 "조미(미북) 사이의 새로운 미래를 개척하려는 나와 대통령 각하의 확고한 의지와 진지한 노력, 독특한 방식은 반드시 훌륭한 결실을 맺게 될 것이다. 두 나라의 관계 개선과 공동성명의 충실한 이행을 위해 기울이고 있는 대통령 각하의 열정적이며 남다른 노력에 깊은 사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친서 내용은 미사여구로 도배됐지만, 북한의 비핵화 노력을 가늠할 수 있는 문장 또는 비핵화가 미북의 공동 목표라는 말 등은 거론되지 않았다. '뉴욕타임스(NYT)'는 "친서는 꾸밈이 심한 언어로 가득하지만 북한의 핵무기 포기 의도가 전혀 드러나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실제 지난 12일 자 '로동신문'이 발표한 영문판 사설에는 "경제 건설과 핵무력 건설(the building of nuclear force)을 동시에 추진하는 노선의 승리를 위해 한순간도 멈추지 않고 전진해 온 것과 같은 정신과 패기"로 사회주의 경제 발전에 노력해야 한다는 문장이 나온다. 한미와의 연쇄 회담에도 핵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북한의 저의가 표출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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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월 26일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열린 2차 남북정상회담 장면. 사진=조선DB |
미국 의원들은 소속 정당에 관계 없이 북한의 거짓된 비핵화 방침을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테드 크루즈 미 공화당 상원의원은 지난 12일 미국 워싱턴 상원 본관에서 열린 '미주 한인 풀뿌리 콘퍼런스'에서 "김정은의 비핵화 약속은 긍정적이지만, 진정한 행동이 필요하고 검증부터 해야 한다"며 "김정은의 할아버지(김일성)와 아버지(김정일)도 비핵화를 언급했지만 국제사회로부터 수십억 달러만 끌어들인 공허한 약속"이었다고 지적했다.
밥 메넨데스 상원 외교위 민주당 간사도 같은 행사에서 "북한이 핵무기로 미국 본토 서부나 동맹국들을 타격할 수 있는 상황에서 평화 협정은 불가능하다"며 "미북 간 평화협정에 이르는 유일한 길은 검증 가능하고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라고 말했다.
에드워드 마키 상원 외교위 민주당 간사는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비핵화와 관련한 북한의 진정성을 여전히 믿기 힘들다"며 "북한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여전히 저울질하고 있다. 지난 세 차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만남을 통해 중북 관계가 재정립된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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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 6월 21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열린 각료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탐 가렛 공화당 하원 의원도 매체에 "북한에 보상을 해주는 방식은 이미 예전에 시도했지만 성과가 없었다. 식량 등 인도주의적 지원조차 북한 정권의 주민들에 대한 통제를 더 강화시키는 정반대 결과를 초래했다"며 비핵화를 위해서는 대북 지원이 아닌 제재가 중요함을 밝혔다.
일본·프랑스 등 직접 관련이 없는 타국들도 북한 비핵화에 의심을 품고 있는 실정이다.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은 지난 14일 프랑스 혁명 기념식에 참석, 르 드리앙 프랑스 외무장관과 협의를 거쳐 대북제재 유지 방침을 밝혔다. 일불(日佛) 양국의 대북제재는 북한 비핵화가 완전히 실현될 때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했다.
글=신승민 월간조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