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식혜

  • 이상흔 월간조선 기자 hanal@chosun.com
  • 업데이트 2003-04-04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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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식혜는 제가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음식입니다. 이 음식은 안동 문화권인 경북 북부 지방에만 맛볼 수 있는 음식입니다. 같은 문화권인 의성이나 예천 서부지방 등지에서는 잘 발견되지 않는 것으로 봐서 「안동식혜」라고 이름 붙여도 그다지 큰 무리는 없을 듯 합니다. 안동에서는 흔히 「식혜」라고 하면 이 안동식혜를 칭하는 것입니다. 타 지방에서 식혜라고 부르는 것을 안동에서는 「감주(甘酒)」라는 별도의 용어를 사용해서 분명하게 구분합니다. 따라서 안동지방에서는 식혜를 안동식혜라고 말하지 않고 그냥 식혜라고 합니다. 안동식혜는 아무리 먹어도 배탈이 나지 않고 속을 편안하게 해 줍니다. 무엇보다 그 맛이 워낙 독특해서 처음 먹는 사람은 이게 무슨 맛인가 하고 의아해 하기도 합니다. 가장 큰 특징은 겨울철에 만들어 먹는다는 것과, 무우채, 생강, 고춧가루가 기본으로 들어가고 그 외에 당근, 땅콩, 잣 등을 첨가하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발효를 시켜서 만드는데 이 때문에 독특하게 삭인 맛이 나고 많이 먹어도 배탈이 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안동 지방에서는 설날 식혜를 만들지 않는 집이 없으며, 찾아 오는 손님에게는 꼭 식혜를 대접합니다. 그 맛이 집집마다 천차 만별이라 돌아다니며 맛을 비교하는 것도 재미있는 경험입니다. 안동식혜가 발효식품이라는 점에서 젓갈의 한 종류로 보는 견해가 있습니다. 경북 북부 내륙지방에서는 생선이나, 새우 등의 젓갈 종류를 구하기가 매우 힘들기 때문에 무 등 야채를 이용해서 젓갈을 담았다는 것입니다. 바다 음식이 얼마나 귀했냐고요? 이쪽 지방 옛날 노인들은 평생 소원이 새우젓하고 밥한번 먹어 봤으면 하는 것이었다고 할 정도입니다. 구한말 혹은 일제시대 중국 연변 지방으로 옮겨간 안동출신 후손들이 이 식혜를 만드는 것을 보면 매우 걸죽하게 만들어 마치 죽처럼 보입니다. 현재 안동지방에서는 식혜를 이처럼 심할 정도로 걸죽하게 만들지는 않습니다. 타지에서 온 분들은 안동댐 올라가는 민속촌에 가면 평소에도 안동 식혜를 맛 볼 수 있습니다. 말이 나온 김에 경북 북부 지방의 음식에 대해서 몇 마디 하겠습니다. 참고로 경상북도 북부지방은 음식 재료가 풍부하지 않고 겨울이 길고 추운 곳이라 다른 지방처럼 음식이 그렇게 맛깔스럽게 발달하지 않은 지역입니다. 생선이 귀한 동네에 왜 「안동 간고등어」가 있냐고 묻는 사람도 있습니다. 제가 아주 어릴 때만해도 생선 장수들이 등짐에 고등어 같은 생선을 지고 다니며 팔러 다녔습니다. 시골 구석까지 운반하는 동안 생선이 썩지 않게 하려면 그저 소금에 팍팍 절이는 수 밖에 달리 방법이 없었습니다. 눈이 푹 들어 간 고등어를 무조건 「새물(싱싱한 생선)」이라고 우기던 생선장수 노인이 기억납니다. 이렇게 소금에 푹 절인 고등어만 먹고 살다 보니 안동 간고등어란 것이 나오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안동 지방에는 또 「헛제삿밥이」 유명하다고 합니다. 고향이 이쪽인 저 자신 조차도 이게 도대체 무슨 음식인가 궁금했으나 나중에 알고 보니 제사 때나 초상집에서 먹는 비빔밥에 몇가지 제사 음식을 더하여 상품화 시킨 것이었습니다. 제사 때 먹는 비빔밥은 고사리, 시금치 등의 나물을 넣고 고추장 대신 깨소금을 넣은 간장에 비벼서 먹습니다. 경상북도 북부 지방 음식의 독특한 점으로 아래와 같은 것이 있습니다. 물론 전국의 음식이 평준화 되어 가는 요즘은 많이 달라 졌을 것입니다. 첫째, 제사나 초상이 났을 때 배추로 전(찌짐)을 만들어 손님을 대접합니다. 부추전, 파전 등은 거의 하지 않습니다. 둘째, 음식에 해산물을 첨가하지 않습니다. 김치에 젓갈을 넣기 시작한 것도 극히 최근의 일입니다. 당연히 된장국에 조개를 넣는 법도 없습니다. 셋째, 닭이나 돼지고기는 「탕」이 아닌 주로 「국」을 만들어 먹습니다. 고기가 워낙 귀한 음식이라 여럿이 배부르게 먹기 위해서 국을 끓여서 먹었나 봅니다. 또 「탕」은 거의 제사 음식으로 굳어져 있어 평소에는 잘 먹지 않습니다. 넷째, 만두를 거의 만들어 먹지 않습니다. 다섯째, 음식이 대체로 맵고 짭니다. 요즘 도시에서 볼 수 있는 「안동찜닭」은 안동 고유음식이 아닙니다. 아마 안동지방의 누군가 최근 개발해서 이름을 그렇게 붙였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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