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의 판문점 풍경

  • 오동룡 월간조선 기자 gomsi@chosun.com
  • 업데이트 2003-05-29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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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여름날,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경계를 담당하는 캠프 보니파스를 찾았습니다. 이 부대는 적과 얼굴을 맞대고 경계근무를 하는 까닭에 부대구호도 forever in front of them all!(최전방에서!)이더군요. 판문점 도끼만행 사건이 발생했던 돌아오지 않는 다리가 굽어보이는 3초소(찰리초소)에서 바라본 북측 기정동 마을의 모습은 부산해 보였습니다. 논에 물을 대고 트랙터로 밭을 가는 모습이 우리네 모습과 큰 차이가 없더군요. 남측 대성동 농부들은 모내기를 진작 끝냈습니다. 반듯한 논에 물이 넘실거렸고, 모들은 벌써 땅내를 맡은 듯 노릿한 색깔이 검푸르게 변하고 있었습니다. 사방은 고요하고 새소리만 들렸습니다. 가장 긴장이 흐르는 곳이 가장 평화롭게 느껴지는 것은 무슨 까닭인지. 청량한 바람이 불어오고 문득 황지우 시인의 시 '아직은 바깥이 있다'가 생각이 났습니다. <논에 물 넣는 모내기 철이 눈에 봄을 가득 채운다 흙바닥에 깔린 크다란 물거울 끝에 늙은 농부님, 발 담그고 서 있는데 붉은 저녁빛이 斜線으로 들어가는 마을, 묽은 논물에 立體로 내려와 있다 아, 아직은 저기에 바깥이 있다 저 바깥에 봄이 자운영꽃에 지체하고 있을 때 내 몸이 아직 여기 있어 아름다운 요놈의 한세상을 알아본다 보릿대 냉갈 옮기는 담양 들녘을 노릿노릿한 늦은 봄날, 차 몰고 휙 지나간 거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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