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을 소재로 한 영화에 북한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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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북한군인을 소재로 한 영화 '동해물과 백두산이'가 개봉됐습니다. 본의 아니게 강원도 해수욕장까지 표류하게 된 두 북한병사의 한국 탈출기를 다룬 코미디 영화입니다. 상황설정은 어설프지만 작품 구성도 측면에서는 관객들로부터 인정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다음은 탈북자동지회 소식지 '탈북자들'에 실린 글입니다. 필자 주성하씨는 김일성大를 졸업한 탈북자입니다. 필자는 북한을 소재로 한 한국 영화에는 정작 북한에 관한 솔직한 얘기는 없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이 글은 탈북자동지회 홈페이지(WWW.NKD.OR.KR)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북한을 소재로 한 영화에 북한이 없다. 주성하(김일성대 졸업) 어제는 김정일의 딸과 국정원장의 아들이 연애를 하더니(휘파람공주) 오늘은 북한 고위간부의 딸과 남한 정보책임자의 아들이 중국에서 연애를 한다(남남북녀). 남남북녀라는 말을 신조처럼 떠받들어 시나리오 작가들은 아름답고 활달한 북한아가씨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실제 직장동료들은 남·여 가림없이 나보고 북한여성들이 이쁜가고 묻는다. 이들의 머리에는 부산과 대구에 다녀간 응원단의 표상이 곧 북한여성의 이미지인 것 같다. 사실 영화에 등장하는 북한여성들도 따져보면 다 남한의 공주님보다 더한 공주들이다. 이럴 때마다 나는 작가들을 죄다 어느 한 북한 기차역을 무작위로 선발해 그 앞에 반나절만 앉혀놓고 싶은 생각이 든다. 그러면 아마 20kg이 넘는 배낭을 메고 씩씩하게 걸어다니는 북한의 여성들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저번에 부산에 응원단이 왔을 때 인터넷 게시판들에 과연‘남남북녀’라고 난리들이 나자 여성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북녀는 인정하겠는데 남남은 인정할 수 없다고 말이다. 50kg이상은 여자 몸무게가 아니라는 얼토당토한 남자들의 주장에 얼마나 오늘도 수많은 여성들이 다이어트에 구슬땀을 쏟고 있고 마취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성형외과를 찾아가는 줄 아느냐, 지들은 하나도 안 가꾸면서 남남북녀라는 남자들 어처구니 없다는 등... 그런데 올해는 이런 항의도 없다. 예천고속도로에서 김정일이 새겨진 플래카드가 비를 맞고 있는 것을 보자 엉엉 울며 떼어내 영정 모시듯이 하는 북한미녀들을 보고 질투의 감정을 운운한다는 것이 말이 되지 않았을 것이다. 아마 속으로 “어이구, 남한의 남자들이여, 니들 다 잘 봤느냐?”면서 고소해 할 지도 모른다. 하여튼 남남북녀의 소리를 들을 때마다 나는 속으로 꿍꿍댄다. “젠장, 북한 아가씨들만 주가가 오르는군. 북한남자 이미지 가꾸어 주는 영화는 없나. 북한남자의 모습이 나오지 않는 것은 아니다. 쉬리에서 제일 어색한 연기라고 비난을 받았던 송강호가 공동경비구역에서 인민군 중사로 변신해 비록 한 팔만 들어올리긴 했지만 하여튼“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만세!를 씩씩하게 부른다. 뒤질세라 폭파 0.05초를 앞두고 북한특수요원들을 가까스로 제압한 쉬리’의 한석규가 북한간첩 김윤정과의 사랑 때문에 국정원에서 문책받던 앙갚음이라도 하듯 3년에 이중간첩이 되어 스크린에 돌아와 깃발까지 흔들며“대한민국 만세!를 목터지게 불러댄다. 다행히 송강호처럼 팔에 총알이 박힌 것이 아니라 다리에 박혔으니 망정이지 시나리오 작가의 기분이 잡쳤더라면 한 팔로 깃발을 흔들 뻔했다. 그뿐이 아니다. 간첩이라고 다 간첩인가? 최민식이처럼 총알을 피하는지 잡아먹는지 하여튼 세계 최강이라고 자부하는 경찰특공대를 저 쏴죽이고 싶은만큼 죽이는 펄펄 나는 간첩이 나오는가 하면 택시를 잘못 타고는 동네강도들에게 한 대도 제대로 때리지 못하고 얻어만 맞다가 가난한 당에서 애써 마련해준 공작금에 권총까지 다 빼앗기고 불시에 알거지가 되는 이철진같은 똑똑치 못한 간첩도 나온다. 북한을 다룬 영화들이 이러한 코미디판이니 내 글도 코미디로 안가면 구색이 안맞다 욕먹을까 두렵다. 얼마전에‘동해물과 백두산이’이란 북한병사를 다룬 영화가 나왔다는데 시간없어 아직 보지 못한 것이 유감이다. 이외도 그녀를 모르면 간첩’그리고 우리가 몰랐던 세상’이라는 2개의 영화가 더 영화시장을 넘보며 줄 서 있다니 참 가관이다. 잠 자다가도 몇 개는 불러댈 흔해 빠진 이런 소재로 어느 정도 흥행을 장담하고 있는지 알 수 없고 또 알 생각도 없다. 사실 북한이란 소재에서 노다지’를 캐낸 감독들은 흐믓하겠지만 북한사람들을 코미디로 그려낸 대다수 영화는 별로 흥행하지 못한 것이 사실 아닌가. 하기야 북한 때문에 한반도가 불안에 떨고 있는데 그 당사자인 북한사람들이 영화에는 코미디 배우로 등장하니 어울리나, 생각해본다. 드디어 탈북자들도 흥행의‘성공요소’로 떠올랐다. 지금까지 탈북자 관련 게시판에 영화를 찍으니 협조해 달라는 글들이 밥먹듯 올라왔지만 초보 시나리오 작가들의 시도에 불과해 정작 영화관에서 우리가 기억될 작품은 없었다. 그런데 친구와 똥개’로 유명한 곽경택 감독이 단단히 맘먹고 탈북자가 주인공인 영화에 손을 댔다. 그것도 뭇사람이 깜짝 놀랄 100억짜리 영화를. 13살에 두만강을 건넌 꽃제비 소년이 한국으로부터 버림을 받자 무시무시한 복수를 가슴에 품고 세계 대양을 장악한 마피아의 청년 보스로 자란다. 핵무기를 실은 미국의 선박을 탈취한 그는 이 핵으로 자신을 버린 남과 북에 대해 동시에 복수전을 펼치려 하며 남한의 정보원이 이를 필사적으로 추적한다는 내용이다. 남한에 와서 직업도 변변히 얻지 못하는 탈북자들을 일약 100억짜리 영화의 주인공으로 세워주고, 꽃제비 출신을 세계를 벌벌 떨게 만드는 주인공으로 만들어 주어 황송할 정도로 고마울만도 한데 사실 좀 더 생각해 보면 그다지 곱게만 봐 줄 일은 아닌가 싶다. 남과 북을 공통된 적으로 삼고 공격하려는 사람을 김정일도, 알 카에다도 아닌 바로 탈북자로 선정했다는 사실에 뭔가 찜찜해 진다. 혹 영화를 본 관객이 “역시나 탈북자는 남과 북을 다 같이 조국으로 인정하지 못하고 맨 먼저 버릴 가능성이 가장 높은 사람이야”하고 고개를 끄덕일까 두렵다. 차라리 주인공이 평양을 핵탄으로 공격하려 하고 남한 정보원이 햇볕정책의‘따사로움’을 가슴에 품고 평양을 보위하기 위해 분골쇄신한다면 현실과 많이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내년 4월에 개봉될 이 영화를 보고 탈북자인 나에게 또 어떤 질문공세가 퍼부어지겠는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하여튼 흥행할 수록 내 마음이 더 불안해 질 듯 싶다. 자본주의 상업성으로 화려하게 차려입은 남한의 영화들이 죽어가는 자의 고통은 외면하고 딴 곳에 추파를 보내고 진실을 왜곡하는 것 같아서이다. 또 수용소에서 쥐를 잡아먹는 정치범들의 이야기, 두만강 얼음속에 뛰어드는 탈북자들의 이야기, 뼈만 남은 몸으로 정거장에서 빌어먹는 꽃제비의 이야기는 코미디가 없어서 또는 흥행이 안될 것 같다는 이유로 영원히 스크린에 등장하지 못할 것 같아서이다. 어떻게 하면 관객들의 아드레날린을 더 많이 분비하게 만들까 그 한가지 집념이 존재하는 충무로에서 진실을 부끄럽게도 외면당하고 있다. 혹자는 이렇게 반박할지도 모른다. “영화는 영화일 뿐, 재미있으면 된다고.”그러나 생명의 존중을 외치지 못하고 진실을 외면한다면, 흥행과 재미에 속박된 영화는 제7의 예술이 아니라 도박과 게임의 동업자로 봐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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