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설에 시골에 내려 갔다 왔습니다. 설날 아침이 밝았건만 동네는 적막하기만 했습니다. 폭격 맞은 동네도 이보다는 더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사를 지내고 농사짓는 친구와 동네 세배를 돌았습니다. 여덟 집을 다니니 더 이상 다닐 집이 없었습니다. 세 집의 노인들은 서울로 설을 쇠러 갔고, 세 집은 잠시 집을 비웠는지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러고보니 한때 50~60가구가 북적대던 동네가 우리 집까지 합해서 열 다섯 집이 남았습니다. 최근 10여년 사이에 이사를 간 집은 없었지만 노인들이 돌아가시다 보니 남은 가구 수도 줄어 들고 있습니다.
설날 저녁, 적막감이 감도는 동네를 걷고 있자니 방방마다 또래들끼리 모여 웃음꽃 피우던 초등학교와 중학교 시절의 동네 모습이 떠 올랐습니다.
어느 설날 한번은 동네 누나들이 모여있는 방을 찾아 다니며 신발을 감추다가 급한 김에 불이 덜꺼진 아궁이에 모두 집어 넣었습니다. 신발이 순식간에 홀라당 다 타는 것을 보고 기겁을 하고는 내뺐습니다.
신발 숨기기 놀이가 따분해지면 이어서 저마다 헌 우산대로 총신을 만든 나무 화약총을 하나씩 둘러매고 동네 한 가운데 모여서 콩볶듯이 쏘아 댑니다.
동네 개는 정신없이 짖습니다. 노인들은 시끄럽다고 소리를 질러 댑니다. 우리는 이리 저리 몰려 다니면 총을 더 요란하게 쏘았습니다. 설이 가까워 오면 장에가서 화약과 폭약을 잔득 사 두었다가 이날 써먹곤 했습니다.
개 짖는 소리조차 나지 않는 적막강산 같은 동네를 걸으면서 10년뒤에는 몇집이나 남아 있을 지 많은 생각이 스쳤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