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초등학교 다닐때는 동네 형들이고 누나들이고 간에 존대말을 쓰지 않았습니다. 무조건 이름을 부르며 친구처럼 지냈습니다.
제가 중학교 들어가서 가장 어색했던 것이 다른 동네 학교 선배들에게 존대말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초등학교에서 선배들에게 6년 동안 계속 말을 놓고 지내다가 갑자기 존대말을 하자니 영 어색했던 것입니다.
학교에서는 어쨌든 동네에서 만나는 형들은 전부 친구가 됩니다. 나이차가 다섯 살 내외의 동네 형에게 얼떨결에 존대말을 붙였다가 아버지에게 들켜서 혼이 난 적도 있습니다.
이렇게 동네 형들에게 이름을 부르고 지냈던 것은 「五年以長則肩隨之 十年以長則兄事之(오년이장즉견수지 십년이장즉형사지)」 즉 「다섯 살 나이가 많으면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십년 나이가 많으면 형으로 대한다」라는 옛 성현의 가르침대로 실천하는 것이 예의라는 우리의 전통 때문입니다.
경북 북부 지방의 경어법을 보면 높임말을 「하소」 혹은 「예대」라고 합니다.
「하소」의 반대말은 「한가(=하게체)」이고 더 낮추는 말은 「해라(=아주 낮춤말)」가 됩니다. 또한「예대」의 반대말은 「하대(반말)」입니다.
이에 따라 상대에게 말을 낮추는 것을 「한가 한다」혹은 「하대 한다」라고 표현하고, 말을 높이는 것을 「하소 한다」혹은 「예대 한다」라고 표현합니다.
이를 국어 시간에 배운데로 굳이 표현 하자면 「해라체」, 「하게체」라고 구분하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경어법은 여자와 남자가 약간 다릅니다. 여자 어른들은 동네 아이가 성인이 되면 「하소」를 씁니다. 여자라도 나이가 많은 할머니라면 동네 아이가 성인이 되어도 「한가」로 대하는 경우도 있지만 결혼한 남자에게는 예외 없이 「하소」를 합니다.
결혼한 남자가 아이 아버지가 되면 이름을 언급하지 않고 「누구누구 아버지」란 표현을 씁니다.
남자와 여자 사이는 반드시 서로 「하소」를 합니다. 남자 어른들은 동네 아이가 성인이 되거나 결혼을 하면 「한가」 와 「해라」를 섞어 쓰곤 합니다.
친구 간은 어릴 때는 서로 「해라」를 하다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해라」와 「한가」를 섞어 씁니다. 부모님 연배의 어른들이 친한 친구 사이에 말하는 것을 지켜보면 「밥먹어라」하지 않고 「자시게」혹은 「들게」라고 표현합니다.
다섯 살 이상 나이차(6~7년도 포함)는 친구이기 때문에 서로 맞먹어도 되지만 「해라」보다는 주로 「한가」를 합니다.
그러나 자기 형이 있을 경우 자기 형을 위해주는 차원에서 비록 다섯 살 내외의 나이차지만 「하소」로 대접해 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자기 형이 있을 경우 상대방을 어느정도 예우 해야 상대편도 자기 형을 예우하고 상대편의 동생이 또 자기를 예우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엄격하게 지켜지던 경어법이 학교의 선후배라는 개념이 들어오면서 젊은 층에서는 사라졌습니다.
학교에서 선배들에게 존대말을 쓰면서 청소년기를 보내고, 군생활을 거치고, 서로 오랫동안 보지 못하면서 지내다 보니 요즘은 저부터 두 세 살 많은 동네 형에게도 자연스럽게 존대말이 튀어 나옵니다. 학교생활을 거치면서 그만큼 존대말이 익숙해 버린 세대가 된 것입니다.
(물론 아버지가 옆에 있다면 대충 끝 말을 얼버무립니다.)
저의 아버지 세대는 요즘 젊은이들이 쓰는 경어법을 『아주 배워먹지 못한 현상』이라고 불만이 많습니다.
우리 젊은 세대의 개념으로는 아버지 세대보다 공부도 더 많이 했고, 1년 선배에게 존칭을 쓰는 것이 예의바른 행동이라고 생각할 지 모르나 어른들 눈에는 도리어 「못 배운 행위」로 보이는 것입니다.
도시화가 되면서 모르는 사람끼리 살다보니 상대에게 무조건 높임말과 극존칭으로 대해야 속이 편한 시대가 되었습니다.
한울타리 내에서 오랫동안 얼굴을 보며 살았던 농경사회에서는 경어법을 세심하게 구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질서 유지 수단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