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석 길었던 주한 美대사 .....트럼프, ‘소맥’ 건네던 한국계 정치인 지명

서울에서 태어나 캘리포니아에서 공화당 하원의원 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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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2기 미 행정부의 첫 주한 대사로 미셸 박 스틸 전 연방 하원 의원이 지명됐다. 사진=조선DB /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4월 13일(현지시간) 미셸 박 스틸 전 연방 하원의원을 주한 미국 특명전권대사로 지명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줄곧 비어 있던 자리에 한국계 인사가 낙점되면서, 한·미 관계의 연결 고리로서 일정한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스틸 지명자는 공화당 소속으로 연방 하원에서 두 차례 당선된 경력을 지닌 정치인이다. 2020년 캘리포니아 48지구에서 공화당 후보로 출마해 민주당 현역을 꺾고 의회에 입성했고, 2022년에는 선거구가 조정된 45지구에서 다시 승리를 거두며 재선 고지를 밟았다. 


의회 활동 기간 동안 세입위원회와 교육·노동위원회, 미중전략경쟁특별위원회 등에 참여하며 경제·노동·대외전략 분야를 두루 다뤘다. 다만 2024년 총선에서는 약 650표 차이의 근소한 격차로 고배를 마셨다.


세금 문제로 어머니가 어려움 지켜본 경험


그의 이력은 워싱턴 정치권에서도 이례적인 경로로 평가된다. 1955년 서울에서 태어나 공무원인 아버지를 따라 중·고교를 일본에서 다녔다. 일본여자대학 1학년을 마친 뒤 1975년 미국으로 이주해 캘리포니아주 페퍼다인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했고,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USC)에서 경영학 석사(MBA)를 받았다.


한동안은 평범한 이민자 가정의 일원으로 살아갔다. 정치와의 접점은 예상 밖의 지점에서 형성됐다. 영어가 서툴렀던 어머니가 세금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과정을 지켜본 경험이 계기가 됐다. 


행정 절차를 이해하지 못하면 권리를 지키기 어렵다는 현실을 체감하면서, 그는 제도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여기에 1992년 로스앤젤레스 폭동을 겪으며 한인 사회의 취약한 위치를 절감한 것도 방향을 굳히는 요인이 됐다. 이후 공화당에 몸담고 지방 행정부터 연방 의회까지 단계적으로 정치적 입지를 넓혀 갔다.


캘리포니아는 전통적으로 민주당의 영향력이 강한 지역이다. 그곳에서 공화당 후보로 연방 하원의원에 당선되고 재선까지 이뤄낸 점은 그의 정치적 경쟁력을 보여주는 대목으로 꼽힌다. 세금 감면과 규제 완화라는 비교적 선명한 메시지를 내세워 유권자층을 확보했고, 지역 정치에서는 ‘선거에 강한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트럼프 대통령, ‘애국자’로 지칭


트럼프 대통령이 그를 ‘애국자’로 지칭한 배경 역시 이러한 이력과 무관하지 않다. 6·25 전쟁 이후 남하한 부모 세대의 기억, 그리고 의회에서 드러낸 반중 성향과 안보 중심의 입장은 트럼프 진영의 정책 방향과 맞닿아 있다. 실제로 그는 의정 활동 기간 동안 한미동맹 강화와 한·미·일 협력, 중국 견제 문제에서 일관된 태도를 보여 왔다.


이번 인선은 단순한 인물 교체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미중 경쟁 구도가 굳어지는 상황에서 한국은 전략적 요충지로 평가된다. 이런 환경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택한 것은 전통적 외교관이 아니라 정치적 메시지를 직접 전달할 수 있는 인물이다. 백악관과의 소통이 빠르고 의회 흐름에도 밝은 ‘정치형 대사’가 필요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불고기와 ‘소맥’ 즐겨


스틸 지명자는 지역구에서 유권자들에게 불고기와 ‘소맥’을 나누며 친밀감을 쌓아온 정치인이기도 하다. 한국적 정서와 미국 정치 문법을 동시에 이해하는 감각이 그의 강점으로 꼽힌다. 스스로도 여러 차례 한미 간 가교 역할을 언급해 왔다. 

 

그의 삶의 궤적 자체가 이미 두 나라를 잇는 경로였다는 점에서, 이번 지명은 상징성과 실용성을 동시에 겨냥한 선택으로 읽힌다. 주한 미국대사직이 오랜 공백 끝에 채워질 경우, 그 역할 역시 이전과는 다소 다른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외교적 조율에 머무르기보다 정치적 메시지를 보다 직접적으로 전달하는 창구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워싱턴의 판단이 서울에서 어떻게 구현될지, 그 시험대가 이제 막 마련됐다.


인사 청문회는 언제?


미셸 박 스틸을 주한 미대사로 공식 지명하고 상원에 인준을 요청하면서 절차가 시작됐다.


먼저 상원 외교관계위원회가 서면 조사와 신원 검증을 진행하게 되며, 이 과정에는 통상 수 주가 소요된다. 검증이 마무리되면 외교관계위원회 주관으로 인준 청문회가 열리고, 위원회 차원의 찬반 표결을 거쳐 상원 본회의로 넘어간다.


본회의 표결에서 인준이 최종 통과되면 스틸 지명자는 공식 대사 자격으로 서울에 부임하게 된다. 인준 청문회의 구체적인 일정은 아직 공식 발표되지 않았다. 다만 대사직 인준은 장관급에 비해 상대적으로 절차가 빠르게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 이견이 크지 않다면 올 하반기 중 부임이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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