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Weaving the Rainbow_전시 전경
폴란드 작가 마르친 야누시가 서울에서 첫 개인전을 연다. 과학과 신화, 물질과 감각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회화의 가능성을 다시 묻는 전시다.
레이지 마이크는 4월 11일부터 6월 5일까지 야누시 개인전 ‘Unweaving the Rainbow’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작가의 국내 첫 개인전이다. 의학을 공부한 뒤 미술로 전향한 이력처럼, 그의 작업은 분석과 감각, 이성과 직관 사이의 긴장을 전면에 드러낸다. 전시 제목은 존 키츠의 시 『라미아』에서 가져왔다. 무지개를 과학적으로 해석한 아이작 뉴턴에 대한 키츠의 비판에서 출발한 개념인데, 야누시는 이 오래된 논쟁을 회화 안으로 끌어들인다.
그의 작업에서 ‘무지개를 풀어낸다’는 것은 단순한 해체가 아니다. 서로 다른 요소가 얽히고 변화하는 과정을 드러내는 하나의 은유이며, 관람자는 이를 시각을 넘어 촉각적 상상으로 경험하게 된다. 작품의 중심에는 재료가 있다. 야누시는 회화를 이미지가 아닌 물질의 사건으로 다룬다. 흙, 모래, 설탕, 레진이 캔버스 위에서 결합하고 변형된다. 설탕은 흘러내리다 굳고, 레진은 빛과 공기 속에서 봉인되며, 흙은 분해와 생성의 과정을 동시에 드러낸다. 이 과정은 단순한 표현을 넘어 하나의 물리적 현상처럼 작동한다. 작품은 더 이상 ‘그려진 이미지’가 아니라, 변화하는 상태 자체로 존재한다. 대표작 ‘The Giant Tearing the Rainbow Apart’에서는 거대한 흙 형상이 무지개를 찢는다. 그러나 이 형상은 외부에서 침입한 존재가 아니라, 풍경 자체가 만들어낸 결과로 읽히며, 생성과 붕괴가 동시에 일어나는 장면을 구성한다.
전시는 세 가지 형식으로 나뉜다. 대형 직사각형 캔버스에서는 흙으로 이루어진 형상이 풍경 속에 등장하며 서사를 형성한다. 타원형 작품에서는 흙이 테두리가 되어 이미지가 땅속으로 열리는 듯한 감각을 만든다. 또 ‘Magic Flowers with Sugar Tears’ 연작에서는 설탕이 결정화되며 민담 속 식물 같은 이미지를 구성한다. 형식이 달라지면서 재료의 역할도 변한다. 어떤 작품에서는 이야기를 만들고, 어떤 작품에서는 공간을 감싸며, 또 다른 작업에서는 녹아내리는 시간 자체를 드러낸다.
야누시의 작업은 미술사적 맥락과도 연결된다. 회화가 원래 자연 물질에서 출발했다는 점을 환기하면서, 근대 이후 잊혀진 물질성과 감각을 다시 불러낸다. 황토, 광물, 동물성 안료로 색을 만들던 전통 회화와 달리, 현대 회화는 화학적 재료에 의존해 왔다. 야누시는 이 단절을 거슬러 올라가면서, 고대적 물질성과 현대적 실험을 동시에 끌어안는다. 이 지점에서 그의 작업은 한국 전통 회화의 재료 감각과도 미묘하게 맞닿는다. 낯선 재료 실험처럼 보이지만, 동시에 잊혀진 연속성을 환기하는 방식이다.
작품은 안정된 형태를 거부한다. 형상은 흘러내리고, 부서지고, 다시 굳는다. 사람처럼 보이던 것이 식물로, 혹은 흙으로 변하고, 생명과 사물의 경계는 끊임없이 흔들린다. 이는 생성과 소멸, 생과 사가 분리되지 않는 순환 구조를 암시한다. 작가는 이를 “서로 다른 두 질서가 얽히는 순간”에 대한 관심이라고 설명한다. 그의 회화는 그 순간을 해석하지 않는다. 다만 열어둔 채 제시한다. 이번 전시는 회화를 보는 방식을 바꾼다. 이미지를 해석하는 대신, 물질과 감각의 변화를 경험하도록 요구한다. 무지개를 해체할 것인가, 그대로 둘 것인가라는 질문은 여전히 남는다. 야누시는 그 답을 내리지 않는다. 다만 그 사이에서 흔들리는 감각을, 그대로 작품 위에 남겨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