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이태원에서 미국 ‘빛과 공간’(Light and Space) 미술의 핵심 작가 두 명을 동시에 조망하는 전시가 열린다.
빛을 조형의 대상으로 삼아온 서로 다른 세대의 작업이 한 공간에서 교차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페이스갤러리 서울은 4월 16일부터 6월 5일까지 피터 알렉산더와 메리 코스의 개인전을 나란히 선보인다.
알렉산더의 전시는 그의 한국 첫 개인전이다. 메리 코스는 페이스 서울에서만 두 번째로 전시를 연다.

Peter Alexander, 7_17_17 (Black Violet Window), 2017
알렉산더의 전시는 ‘Particulates of Color’라는 제목으로 열린다. 1960년대 캘리포니아에서 등장한 ‘빛과 공간’ 운동을 대표하는 작가의 후기 작업에 집중한다. 그의 조각은 내부에서 빛이 스며 나오는 듯한 반투명한 형태로 알려져 있다. 관람자는 작품을 보는 동시에, 빛과 색이 만들어내는 지각의 변화를 경험하게 된다.
이번 전시는 2012년 이후 제작된 우레탄 조각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프리즘 형태 블록, 각뿔 구조, 벽면 설치 작업 등이 포함되며, 2020년 작가 사망 직전까지 이어진 작업이 공개된다. 특히 후기 작품들은 단순한 형태를 유지하면서도, 빛과 반사, 색채가 미묘하게 변주되는 과정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알렉산더 작업의 정점을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는 제임스 터렐, 로버트 어윈과 함께 ‘빛과 공간’ 운동을 이끌었으며, 마크 로스코와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색채와 빛 표현에서 영향을 받았다.
코스, 회화에서 빛을 꺼내다

Mary Corse, Untitled (Yellow Diamond with White Inner Band), 2026
메리 코스의 전시는 ‘Primary Light’라는 제목으로 열린다. 회화와 빛의 관계를 탐구해온 작가의 최근 작업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코스는 회화를 단순한 이미지가 아닌 ‘지각의 장’으로 본다. 빛이 반사되고 변화하는 과정 자체가 작품의 핵심이라는 점에서, 전통적인 회화 개념을 확장해왔다.
이번 전시의 중심은 다이아몬드 형태 신작 회화다. 유리 미세구체(glass microspheres)를 아크릴 물감에 혼합해, 빛에 따라 화면이 발광하는 듯한 효과를 만든다. 관람자의 위치에 따라 색과 밝기가 달라지는 구조인데, 이는 작품이 고정된 이미지가 아니라 경험으로 완성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라이트 박스 작품도 함께 전시된다. 전기를 통해 실제로 빛을 발산하는 구조로, 회화와 조각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업이다. 코스는 2018년 휘트니 미술관,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미술관에서 회고전을 열며 국제적으로 재조명됐다.
빛과 지각, 서울에서 다시 읽히다
두 전시는 공통적으로 ‘빛’을 물질이자 경험으로 다룬다. 다만 접근 방식은 다르다.
알렉산더가 조각을 통해 공간 속 빛을 다루었다면, 코스는 회화 표면 위에서 빛의 반응을 끌어낸다. 이 차이는 단순한 매체의 차이를 넘어, 지각을 바라보는 두 가지 태도를 보여준다.
전시는 서울이라는 도시적 맥락 속에서 또 다른 의미를 얻는다. 절제된 미감과 물질성에 대한 관심이 강한 한국 현대미술의 흐름과 맞물리면서, 빛을 둘러싼 감각적 경험을 새롭게 환기한다는 점에서다.
빠르게 소비되는 이미지 환경과 달리, 이 전시는 관람자에게 속도를 늦출 것을 요구한다. 빛이 어떻게 변하고, 그 변화가 어떻게 인식되는지를 천천히 체험하도록 유도한다. 결국 두 작가의 작업은 같은 질문으로 수렴한다. 빛은 보이는 것인가, 아니면 경험되는 것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