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말 「아지」 (1) - 까치와 작은 아버지

  • 이상흔 월간조선 기자 hanal@chosun.com
  • 업데이트 2003-02-04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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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注-이 글의 내용은 학문적인 검증을 거치지 않은 필자 개인의 주장이 대부분이므로 다른 견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까치 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 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 해마다 설날이 되면 이 노래가 들립니다. 여기서 「까치」란 하늘을 나는 그 까치가 아닙니다. 이때의 「까치」는 「아지」라는 말이 변형된 것입니다. 「아지」는 「작은 것」을 뜻하는 우리 옛말입니다. 그러니까 「까치 설날」은 「작은 설날」이란 말로 설 바로 전날이 됩니다. 지금 「아지」란 말은 송아지, 강아지, 망아지란 말 등에 옛 뜻 그대로 살아 있습니다. 현대 우리말에서 「아지」란 말의 흔적이 비교적 많이 남아 있는 것이 가족의 호칭입니다. 경상도 등지에서는 삼촌 혹은 삼촌 뻘 되는 사람을 「아재」라고 부릅니다. 아재는 요즘의 「아저씨」란 말과 같습니다. 「아재」는 또 다른 말로 「아재비(아자비)」라고도 합니다. 옛날 옥편에서 삼촌을 뜻하는 叔(숙)자를 찾아보면 「아재비 숙」이라고 나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때 아재비(아자비)는 글자 그대로 「아지+아비(아버지)」가 되어 「작은 아버지」라는 뜻이 됩니다. 이렇게 볼 때 「아재」, 「아재비」, 「아저씨」는 처음에는 아버지의 친형제를 일컫는 말이었다가 그 호칭 범위가 점점 확장되었다고 해석 할 수 있습니다. 요즘은 「아재」, 「아저씨」란 말은 아버지 친형제에게는 잘 쓰지 않는 호칭이 되었습니다. 국어사전에서 「아저씨」에 대한 정의를 찾아보면 「아버지 친형제를 제외한 아버지 항렬의 남자를 일컫는 말」이라고 설명해 놓은 것이 많습니다. 그러나 경상도 일부 지역에서는 아직도「아재」말을 아버지의 친형제에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아버지의 모든 형제들을 「아재」라고 부르지는 않습니다. 주로 아주 나이 어린 막내 삼촌에게 「아재」라고 합니다.(물론 대부분의 경우 삼촌이라고 부른다.) 비록 일부 지역에서 그것도 아주 제한적이긴 하지만 「아재」가 아버지의 친형제를 칭하는 말로 실제로 쓰이고 있다는 것은 이 말의 원래 뜻을 살필 수 있는 좋은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재 국어사전에 「아재」나 「아재비」는 「아저씨의 낮춤말」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아재」나 「아재비」란 말이 삼촌 뻘 되는 모든 친척 남자를 칭하는 말로 확대되는 과정에서 좀더 더 격식을 차린「아저씨」란 말이 등장했고, 이후 아저씨란 말이 자연스럽게 「아재」나 「아재비」보다 높임말의 형태로 자리를 잡았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북한 일부 지역에서는 아저씨를 「아주바이」라고 합니다. 여기서 「아주바이」의 「바이」는 아재비의 「비」처럼 「아버지」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따라서 「아주바이」는 「아지+아바이(아버지)」가 되어 역시 「작은 아버지」란 말이 됩니다. 참고로 「아바이」라는 말은 현재 경북과 북한 함경도 지역에서 「아버지」의 다른 말로 널리 쓰이고 있습니다. 별 인연이 없을 것 같은 경북과 함경도에서 「아버지」를 「아바이」라고 표현하고 있는 것을 보면 두 지역간에 어떤 인구 이동 경로가 숨어 있을 지도 모릅니다. 경북 일부 지역에서 「아바이」란 말은 자식들이 직접 자기 아버지 면전에서는 쓸 수 없고, 주로 결혼한 여자가 제 3자에게 자기 남편을 이야기 할 경우 사용합니다. 오빠를 높이는 말은 「오라버니」이고, 낮추는 말은 「오라비」입니다. 경북 일부 지역에서는 오빠를 「올바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이렇게 오라버니, 오라비, 올바이란 말에도 아버지를 뜻하는 「아비」, 「아바이」란 말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밖에 「할배」라는 말에도 「아바이」란 말이 들어가 있습니다. 「아지」란 말과 「아주머니」의 관계도 살펴 보겠습니다. 아주머니를 일컫는 말은 아줌마, 아지매, 아주마이도 등 지역에 따라 다양합니다. 그러나 아주머니란 말의 공통된 형태는 「아지+어머니」로 결국 「작은 어머니」란 됩니다. 아저씨란 말이 탄생한 것과 똑 같은 원리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경상도와 기타 일부 지역에서는 할머니를 「할매」라고 부릅니다. 이때 할매의 「매」와 아지매의 「매」, 아주마이의 「마이」 등은 모두 「어머니」란 뜻입니다. 경상도 일부 지역에서는 어머니를 「어마이(어머니의 낮춤말)」 혹은 더 줄여서「어매」라고도 합니다. 따라서 아지매는 「아지+어매」, 아주마이는 「아지+어마이」가 되고 「할매」는 「한+어매, 어마이」가 되므로 결국 마이와 매는 「어머니」란 말임을 알 수 있습니다. 현재 할매, 아지매 등에 따라 붙는 「매」는 일본에 건너가서 「여자:め」를 가리키는 말로 뜻이 확장되어 쓰이고 있습니다. 결국 일본의 여자를 뜻하는 말은 우리의 어머니를 칭하는 말에서 나온 것이라는 것을 추정할 수 있습니다. 경상도 등지에서 여자를 칭하는 말에 「매」라는 말이 들어간다고 해서 『「매」라는 말이 곧 여자를 뜻하는 경상도 古語다』라는 결론을 내리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결과론적인 해석 방법이 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아지매, 할매, 어매처럼 이미 형태가 굳어진 유사 단어를 모아 놓고 「매」라는 공통점을 발견한 후,「매」가 여자를 뜻한다고 해석하는 것이니까요. 일본에서 매라는 말이 여자를 뜻하는 것과는 달리 우리 나라에서 「매」라는 말은 뜻의 확장 현상이 거의 발견되지 않습니다. 어머니를 칭하는 「엄마」,「어마이」, 「어매」 등의 말이 다른 말과 결합하는 과정에서 변형되고 축약된 형태(매) 그대로 남아 있는 것입니다. 하루가 다르게 사라지고 있는 지방 말은 우리말의 어원이나 원형을 살펴 볼 수 있는 단서를 많이 제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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