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말이 되어 버린 ‘왕따’란 말

  • 이상흔 월간조선 기자 hanal@chosun.com
  • 업데이트 2003-12-06  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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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따’란 말은 원래 중고등학생 사이의 은어로 쓰였습니다. 이 말이 언론에 소개된 것도 채 5년이 넘지 않습니다. 중고등학교 내에 횡행하던 따돌림 현상을 보도하면서 언론도 이 말을 소개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입니다. 왕따란 말이 생겨나게 된 것은 일부 연예인들이 왕미녀, 왕초보 등의 말을 쓰기 시작하면서 그 연장선상에서 중고등학생들이 왕따란 말을 만들어 냈던 것입니다. 그러던 것이 이제는 아예 표준말처럼 이 말을 쓰고 있습니다. 요즘은 중학생이나 씀 직한 ‘얼짱’이란 단어도 언론에 등장하고 있습니다. 얼짱은 「얼굴짱」이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얼마 가지 않아 왕따처럼 얼짱이란 말도 표준말처럼 쓰이리라고 봅니다. 국민의 말과 언어를 선도해야 할 언론과 방송이 이런 초등학생 수준의 은어와 비속어와 타협을 하는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합니다. 그 동안 대학생들의 노력으로 새로 탄생한 우리말이 몇 개 있습니다. 동아리, 새내기 등과 같은 단어입니다. 1980년대 말 대학에서는 ‘서클’이란 말 대신 ‘동아리’란 말을 만들어 썼습니다. 지난 십여 년간 서클과 동아리란 말이 치열한 경쟁을 하다가 이제는 ‘동아리’라는 말이 서클이란 말을 거의 대치 했습니다. 사회적으로도 서클보다 동아리란 말이 더 우세하게 쓰입니다. 대학생들은 그 외에도 신입생이란 말을 ‘새내기’란 말로 대치 했습니다. 그 외 ‘총학생회 출범식’이니 하는 것도 ‘해오름식’이란 말로 바꾸어 쓰고 있습니다. 대학생들이 만든 이런 우리 말 중에 일부는 동아리란 말처럼 살아서 생명을 얻을 것이고 일부는 살아 남지 못할 것입니다. 언론은 최근 ‘프리터族’이란 일본식 조어를 대단한 말을 발견한 듯 쓰고 있습니다. 영어 프리(free)와 독일어 아르바이트(arbeiter)의 합성어인 이 단어는 ‘일정한 직업을 갖지 않고 필요에 따라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살아가는 사람’을 뜻한다고 합니다. ‘노블리스 오블리주’란 말도 최근에 누구나 즐겨쓰기는 마찬가지 입니다. 프리터족이란 일본식 조어와 노블리스 오블리주 같은 말은 당장 듣기는 고상해 보일 지 모르나, 이런 말을 우리말로 대체 해보려는 노력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에서 우리 언어 생활의 한계를 보는 것 같습니다. 요즘 명함을 받아 들면 도무지 뭐하는 회사에 뭐하는 사람인지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무슨 솔루션 회사, 무슨 닷컴, 무슨 컨설턴트, 무슨 메니저… 심지어 멀쩡한 회사 이름도 전부 영어의 약자로 바꾸고 있습니다. 하여간 너나 할 것없이 어지러운 세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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