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5학년 때 어머니가 장에만 갔다 오시면 「강아지를 사왔냐」고 졸랐습니다. 어느날 어머니께서 장에 갔다 오셨는데 플라스틱 휴지통 안에 검정 강아지 한 마리가 들어 있었습니다. 저는 팔짝팔짝 뛰며 좋아했습니다. 제가 강아지를 사달라고 노래를 한지 거의 일년 만에 얻은 선물이었습니다.
8000원 주고 산 한 뼘 남짓한 이 암놈 강아지가 제가 처음으로 키워본 애완견입니다. 물론 똥개였지만 저에게는 그 어떤 명견도 부럽지 않았습니다. 저는 당시 초등학생이었지만 개 이름을 외국 이름으로 짓는 것에 불만이 많은 상태였습니다. 저는 강아지에게 「재롱이」라는 예쁜 이름을 지어 주었습니다.
학교에서 한달음에 돌아와서 재롱이를 찾으면 이놈은 어떤 날은 볏 집 속에서 튀어나오고, 어떤 날은 밭에서 흙장난을 하다가 줄달음을 치면서 내려 옵니다.
저는 강아지를 자주 방에 들여놓고 안고 잤습니다. 그러다가 아버지께서 보시면 아버지는 강아지를 베개 잡듯이 집어 들고 창 밖으로 휙 던져 버립니다. 재롱이가 아버지에게 걷어차이고, 집어 던져지는 날이면 괜히 방으로 들였다는 후회가 생기기도 했습니다.
재롱이는 얼마나 똑똑한지 하나를 가르치면 열을 알았습니다. 특히 눈치가 빠르고 충성심이 강했습니다. 친구와 칼 싸움을 하거나 가짜로 쿵후 대련을 하면서 제가 맞아서 쓰러지는 흉내라도 내면 재롱이는 친구에게 짖으면서 물듯이 달려듭니다.
우리가 학교에서 돌아올 시간이면 재롱이는 동구 밖 높은 곳에 앉아 있다가 날듯이 달려와 깡총깡총 뛰면서 반가와 합니다. 하도 반갑게 달려들면서 인사를 하기 때문에 제가 입은 옷은 금새 개발바닥의 흙이 묻어 더러워 집니다.
재롱이는 아침마다 제가 학교가는 것을 몹시 궁금하게 생각했습니다. 저는 학교에 따라오려는 재롱이를 떼어내는 것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돌을 던지기도 하고, 소리를 치고 하면 재롱이는 슬금슬금 눈치를 보며 집에 돌아가는 척하다가 어느 사이 제 꽁무니 뒤에 바짝 다가와서 졸졸 따라 옵니다.
하루는 재롱이가 작정을 했는지 학교까지 저를 기어코 따라 오는 것입니다. 저는 재롱이를 쫓아 내는 것이 너무 힘이 들어 그냥 같이 학교에 갔습니다.
주인의 허락을 얻자 재롱이는 좋아라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면서 학교에 따라 왔습니다. 주변에 보는 것이 온통 신기한지 냄새도 맡고, 풀밭에 앉은 새를 쫓아 가기도 하고, 꿩을 쫓아 한참을 달려가다 돌아오기도 했습니다. 수업시간 내내 재롱이가 걱정이 되어 조마조마했지만 책상 밑에 얌전히 있기도 하고, 또 다른 날은 학교 밖에서 저 혼자 놀다가 수업을 마치면 같이 돌아오곤 했습니다.
어느 날 재롱이가 새끼 두 마리를 낳았습니다. 새끼가 태어난 지 며칠 되지 않은 어느 날 우리 식구는 모내기를 하기 위해 논에 나갔습니다. 재롱이는 새끼를 집에 두고 모내기하는 데 따라 왔습니다. 점심으로 먹은 닭고기 뼈를 재롱이에게 주었는데, 닭 뼈가 목에 걸렸는지 쾍쾍 거리며 고통스러운 몸짓을 하더니 산으로 사라졌습니다. 저는 그날 밤을 새워 재롱이를 찾아 다녔지만 결국 허사였습니다. 다음날도 재롱이는 돌아 오지 않았습니다. 그 해 가을 벼를 베던 이웃집 논바닥에서 죽은 개의 시체가 발견되었는데 재롱이가 틀림 없었습니다.
졸지에 고아가 된 재롱이 새끼 두 마리를 키우는 것이 문제였습니다. 저는 분유를 사서 물에 타서 주었는데 식욕이 왕성한지라 항상 분유가 모자라는 것이 가슴 아팠습니다. 그렇다고 개를 위해 분유를 무한정 사 먹일 형편이 되지 못했습니다. 결국 분유를 아끼기 위해 젖도 안 뗀 놈들에게 밥과 분유를 섞어서 주기도 하고, 분유가 떨어진 날이면 맨밥에 물을 타서 주기도 했습니다.
젖을 못 먹고 커서 그런지 두 놈 중에 한 놈은 항상 비실비실 했습니다. 두 놈이 조금 크자 이름을 지어 주었습니다. 비실비실 한 놈은 「얌전이」, 또랑또랑 잘 돌아 다니는 놈은 「까불이」라고 지어 주었습니다. 얌전이는 이름을 지은 지 며칠 후 죽었고, 까불이는 잘 자랐습니다. 까불이는 어미와 달리 키가 작은 발바리 였습니다.
제가 중학교 1학년 때 어느 날 제가 학교에서 돌아오니 까불이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어머니께서 개를 팔아 버린 것입니다.
그동안 개를 키워만 봤지, 팔아본 적이 없는 어머니는 개를 판다는 것이 저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 전혀 모르셨던 같습니다. 그날 저는 동네를 거의 발칵 뒤집어 놓을 정도로 울고불고 난리를 쳤습니다. 어머니는 고개를 절래절래 흔드시며 다시는 개를 사지도 팔지도 않겠다고 말씀 하셨습니다.
문제는 다음날 일어 났습니다. 까불이를 사간 개장수가 우리 집에 오더니 개가 도망을 쳤다는 것입니다. 까불이는 예천 읍내에 있는 개 장수에게 팔려 갔습니다. 생전 처음으로 주인과 떨어진 까불이의 공포심이 얼마나 컸던지, 자기를 가두어 둔 철망을 밤새 물어뜯어 기어코 문을 열고 탈출을 한 것입니다.
개 장수는 그로부터 매일 우리 집에 와서 개가 돌아 왔는지 확인을 했습니다. 저는 까불이를 사간 개 장수가 하도 미워 그 사람에게 막 대들었습니다. 세상 왜 그렇게 사냐는 식으로...
그로부터 일주일 후 마을 동구 밖에서 바짝 말라 갈비처럼 된 개 한 마리가 걸어 오고 있었습니다. 까불이었습니다. 까불이는 저를 보자 어디서 지친 몸에서 어떻게 힘이 생겼는지 펄쩍펄쩍 뛰면서 좋아 했습니다.
우리 마을은 예천 읍내에서 멀리 떨어진 안동 하회마을 쪽에 치우쳐 있습니다. 요즘 자동차로 오면 30분도 걸리지 않는 거리지만, 걸어서 온다면 한나절 이상을 걸어야 하는 거리입니다. 중간에 낙동강 지류인 내성천과 기타 작은 개울이 많은데 까불이가 어떻게 일주일 만에 집을 찾아 왔는지 모르겠습니다. 까불이가 집에 온 다음 날 개 장수가 또 찾아 왔기에 돈 3만원을 돌려주었습니다. 개 장수는 이런 개는 처음 본다며 투덜거리며 돌아 갔습니다.
후기: 제가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누렁이, 얼룩이, 동돌이 등 많은 개가 우리 집을 거쳐 갔지만 재롱이와 까불이만큼 기억에 남는 놈은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