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어 '응당'은 젊은 부부는 어린 아이에게도 안 쓰는 강압적인 단어"

중국 외교부장 왕이가 요구한 '응당 5개조' , 일제가 조선에게 고문 초빙 강요한 제1차 한일협약 연상케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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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9일의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중국 외교부장 왕이는 '5개조 응당'을 강요했다. 사진=외교부

8월 9일 박진 외교부 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는 중국 칭다오에서 한중 외교장관 회담을 가졌다.  한중 공동성명은 없었다. 대신 일방통행식인 중국측 발표문 5조만이 공표됐을 뿐이다. 내용을 보면 120% 내정간섭이다. 사드 배치 문제와 미사일 운용, 심지어 한미일 군사동맹 문제까지 들고나왔다. 

중국측 발표문 전문을 꼼꼼히 읽어봤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마땅히 독립자주 노선을 견지해 외부 간섭을 배제해야 한다 (应当坚持独立自主,不受外界干扰)’

2. 마땅히 근린 우호를 견지해 서로의 중대 관심 사항을 배려해야 한다 (应当坚持睦邻友好, 照顾彼此重大关切)

3. 마땅히 개방과 협력을 견지해 공급망 안정을 수호해야 한다 (应当坚持开放共赢,维护产供链稳定畅通)

4. 마땅히 평등과 존중을 견지해 상호 내정에 간섭하지 말아야 한다 (应当坚持平等尊重,互不干涉内政).

5. 마땅히 다자주의를 견지해 유엔 헌장의 원칙을 준수한다 (应当坚持多边主义,遵守联合国宪章宗旨原则)

 

‘엄격한 수직관계에 기초한 말’


외교문서라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상왕(上王) 지침’에 해당하는 내용이다. 크게 5개로 나눠진 내용을 보면서 필자가 주목한 부분은 ‘응당(応当‧應當‧중국어 발음 ‘잉당’)’이란 용어다. 5조 문장 첫머리에 등장하는, 발표문 전체를 가늠하는 중국측 입장에 해당하는 말이라 보면 된다. 

‘응당’은 한국어에도 있다. 사전적 의미를 보자. ‘행동이나 대상 따위가 일정한 조건이나 가치에 꼭 알맞게. 그렇게 하거나 되는 것이 이치로 보아 옳게’이란 의미를 담고 있다. 영어로는 어떨까? 부사로, ‘deservedly naturally’ 같은 단어가 따라붙는다. 

외교적으로는 어떻게 풀이될 수 있을까? “As I told you, you should…”로 풀이될 수 있다. ‘내가 말했듯이 너는 (이하의 내용을) 따라야만 한다’는 것이 ‘응당’이란 한자가 갖는 외교적 의미다. 


평소 알고 지내던 중국인에게 ‘응당’이라는 말이 실제 생활에서 어떻게 활용되는지 물어봤다.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쓰는 말이라 보면 된다. 그렇지만, 고등학생, 대학생 정도에게는 실례가 될 말이다. 유치원‧소학교(초등학교) 학생 정도에게 던지는 단어 부류에 들어간다. 2030 젊은 세대 부부라면 어린 자식에게도 안 쓰는 강압적 단어다. 엄격한 수직관계에 기초한 말이다.”  

그렇다면 ‘응당’을 대신한, 외교 용어는 무엇일까? 발표문 제1조의 ‘독립자주 노선을 견지해 외부 간섭을 배제해야 한다(应当坚持独立自主, 不受外界干扰)’는 말을 어떤 식으로 다듬을 수 있을까? ‘응당’라는 단어 대신 ‘수요(需要‧중국어 발음 ‘주야오’)’ 또는 ‘요(要‧중국어 발음 ‘야요’)’를 사용하는 것이 상식이다. 한국어로 풀자면 ‘우리는 서로 …를 믿는다, 공동 추구한다’라는 의미다. 

발표문 5조를 보면, ‘응당’은 물론 ‘수요’라는 단어를 아예 집어 놓지 않아도 문제 될 것이 없다. ‘응당’은 외교 상대국인 한국에 대한 배려나 고려가 제로, 아니 마이너스인 단어라고 할 수 있다. 수평관계를 전제로 하는 외교 무대에서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무례한 말이 ‘응당’이다. 


제1차 한일협약의 기억


‘응당’이란 단어를 대하면서 1904년 8월 22일 체결된 제1차 한일협약(한일협정서)이 떠올랐다. 구한말(舊韓末) 정부에 일본이 추천한 고문(顧問)을 초빙해야 한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실제는 조선 주권 자체를 완전 무력화(無力化)하기 위한 꼼수 협약이었다. 고문이 들어와 그나마 이름뿐인 조선의 외교‧군대‧화폐제도 자체를 무력화시켰다. 

제1차 한일협약은 3개조의 짧은 내용으로 되어 있다. 그 내용을 보자.

1. 대한(大韓) 정부는 대일본(大日本) 정부가 추천한 일본인 1명을 재정 고문(財政顧問)으로 삼아 대한 정부에 용빙(傭聘)하여 재무에 관한 사항은 일체 그의 의견을 물어서 시행해야 한다.

2. 대한 정부는 대일본 정부가 추천한 외국인 1명을 외교 고문으로 삼아 외부(外部)에 용빙하여 외교에 관한 중요한 사무는 일체 그의 의견을 물어서 시행해야 한다.

3. 대한 정부는 외국과 조약을 체결하거나 기타 중요한 외교 안건 즉 외국인에 대한 특권 양여와 계약 등의 문제 처리에 대해서는 미리 대일본 정부와 상의해야 한다.

 

'~시행하여야 한다'는 말은 영어로 표현하자면, ‘should, must’ 라는 의미가 강하게 배어 있다. 상하(上下)관계에 기초한 강압적 일방적 지시다. 이번에 중국 외교부장 왕이가 요구한 5개조에 사용된 ‘응당’과 너무도 똑같다.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야


1904년 이후 무려 118년이 흐른 2022년, 한국은 또다시 ‘should, must 외교’로 내몰리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박진 외교부 장관에게 직언한다. 앞으로 또다시 중국의 일방통행식 ‘상왕 외교’에 직면한다면 그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기 바란다. 대화를 지속할 이유가 없다. 외교를 논하기 전에 인간의 기본부터 배워오라고 말해야 한다. 

자유 대한민국이 일당독재 전제주의 깡패국가에 내몰릴 이유가 없다. 5조 내용만이 아니라, ‘응당’이란 단어를 둘러싼 중국의 기본 인식에 대한 ‘주권적 판단’을 국민 모두에게 묻기 바란다. 중국의 형제국이라는 북한이 그러하듯, 전부 걸지 않으면 당하게 된다. 조선 500년 역사를 보라. 한중 수교 30년이라지만, 앞으로 30년은 한중 관계를 전면 재검토 조정기로 나아갈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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