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세종연구소(이사장 이용준)에서 ‘이란전쟁 따라잡기’를 주제로 제17차 세종열린포럼이 열렸다. 이란전쟁 따라잡기는 주 1회씩 네 차례 열리며 이날은 세 번째 시간이었다.
서울안보포럼(SDF) 김민석 이사장은 “역사적으로 의도한 시점에 전쟁을 시작할 수 있으나, 종전은 의도대로 되지 않는다”고 했다.
김 이사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휴전을 이용해 시간을 벌고 있다. 미 해군의 항모강습단(CSG) 한 개는 중동에, 나머지 두 개도 현지로 이동하고 있다”며 “오는 주말이나 다음 주에 중동에 도착한다. 항모강습단 3개가 동시에 중동에 집결하는 것은 2003년 이라크전쟁 이후 처음”이라고 했다.
이어 “3개의 항모강습단이 모두 집결하면 미국은 전쟁 준비를 완비하게 되며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수위도 달라지리라 전망한다”라고 했다.
미국의 호르무즈 재봉쇄, 역효과 낳아
송승종 대전대 특임교수는 〈호르무즈 봉쇄-재봉쇄와 ‘의지의 연합’ 결성〉을 주제로 발표했다. 송 특임교수는 “호르무즈 봉쇄와 재봉쇄가 벌어지고 있다. 미국 DNI에 따르면, 이란은 호르무즈 일대에 보복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독자 행보로 레바논 남부 헤즈볼라에 대한 공격을 지속하고 있다. 현재는 양측 모두 출구 전략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지만 접점을 찾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미국은 이란이 봉쇄한 호르무즈 해협을 재봉쇄해 이란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려 했다. 그러나 이란이 호르무즈를 역이용해 미국의 봉쇄 전략에 맞서는 형국이다. 미국의 봉쇄 전략은 작동 방식에 문제가 있다. 미국의 사고는 선형적이다. 이란을 최대한 압박하면 협상 테이블로 이란을 끌어내 미국이 원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풀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이에 이란은 게릴라 전술로 맞대응하고 있다. 이란의 협상력을 약화하려 했던 봉쇄 전략이 오히려 이란의 협상력을 높이는 역효과를 낳고 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발전소와 교량 등 기반 시설을 폭격하겠다’고 밝혔는데 군사적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며 “미 중부사령부 소속 함정 약 15척이 ISR(감시·정찰) 자산으로 중동에 배치돼 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위험에 노출되고 전투 피로와 함께 운용 비용도 늘어나 지속 가능성에도 의문이 있다”고 했다.
송승종 특임교수는 이란을 단일한 국가 행위자로 보는 시각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이란 내부 권력 구조가 이중화돼 있다는 의미다. 이란 외교부는 협상을 위해 유화적인 태도를 보이지만 이란혁명수비대(IRGC)는 호전적인 태도로 맞서고 있다고 했다. 이 때문에 향후 협상이나 종전 과정에서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봤다.
게임이론으로 본 미국과 이란
송승종 특임교수는 게임이론(2×2 매트릭스)으로 미국과 이란의 선택을 분석했다. 두 나라 모두에 덜 나쁜 ‘파레토 최적점’이 존재함에도, 자국 이익 극대화에 따른 ‘내시 균형’이 양측 모두에 손실인 지점에 있다고 봤다. 양국 이익 극대화 추구가 쌍방 손실인 내시 균형'을 형성했다.
내시 균형은 상대방이 선택한 전략이 고정된 상황에서, 어느 행위자도 자기 전략을 변경함으로써 추가적인 이득을 얻을 수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송 특임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미국의 대이란 압박 수위와 이란의 보복이 모두 높아질 경우, 게임은 ‘상호 출혈 균형점(Double Blockade)’으로 수렴한다. 이 균형점에서는 동맹 이탈과 경제 공황이 동시에 발생한다. 송 특임교수는 미국의 경제 압박이 이란의 지정학적 협상력을 오히려 높이는 수단으로 작동하고, 대이란 제재가 이란에 세계 경제를 볼모로 잡는 명분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이를 ‘압박 전략의 구조적 오류’로 규정했다.
그는 “내시 균형 상태에서는 외부 변화가 없는 한 전략을 바꾸려는 유인이 줄어든다. 이는 교착 상태와 갈등 국면이 장기화·고착화 될 가능성을 시사한다”며 “낙관적 시나리오는 찾기 어렵다. 지금과 같은 저강도 교착 상태가 지속될 가능성이 가장 크다. 최악의 경우 제3차 중동 전쟁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다국적군의 한계
송승종 특임교수는 중동 수로 확보를 위해 영국·프랑스가 주도하는 ‘다국적군’에 대해 “유럽은 이란 문제가 마무리된 후 독자적 안보 구축을 위한 수단을 마련하려는 의도”라면서도 “양국이 자국 함정을 중동으로 보내면, 러시아를 견제해야 할 자산에 공백이 생긴다. 독일이 이 공백을 신속하게 메워야 하지만 정치·법적 규제로 인해 시간이 오래 걸린다. 이 공백을 러시아가 가만히 두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전술적 성공이 전략적 성공을 반드시 보장하지는 않는다. 전쟁은 총구에서 시작되지만, 종결은 테이블에서 이뤄진다. 미사일 전력의 90% 이상을 소멸시켰음에도 전쟁이 조기에 끝날 기미가 없다”며 “JCPOA(오바마 행정부 시절의 이란 핵 합의) 협상도 3년이 걸렸다. 이보다 훨씬 복잡한 사안을 강압만으로 속결하기는 어렵다. 이란은 미국이 스스로 합의를 파기한 트라우마를 안고 있어 불신의 벽이 높다”고 했다.
이어 “문제 해결보다 갈등·위기 관리로 상황이 흘러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한국도 다국적군으로 참여한다고 밝힌 만큼 외교적 공간과 실익을 극대화해야 한다”고 했다.
“이란은 중국에 가장 취약한 아킬레스”

해군 출신인 김태준 국방대 명예교수는 〈미 해군 전력과 신 해양질서〉를 주제로 발표했다. 김 명예교수는 “이번 전쟁은 미중 패권 경쟁이 근본 구도”라며 “이스라엘-이란 대결 구도, 시아파-수니파 간 충돌도 미중 경쟁에 기반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트럼프에게 이번 전쟁은 절호의 기회”라며 “이번 전쟁을 활용해 역사를 설계하는 지도자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 명예교수는 “중국의 일대일로 핵심 거점인 이란은 중국에 가장 취약한 아킬레스건”이라며 “미국-이란 전쟁에서 시진핑이 가장 불리한 위치에 있다”고 했다. 미 해군이 이란 화물선 투스카호를 나포한 사례는 중국을 난처하게 할 수 있다고도 했다. 또 “중국은 투스카호 나포와 관련해 국제법상 무해통항권을 주장해야 함에도 적극적인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고 했다.
지난 4월 19일 미 해군 구축함 스프루언스함(USS Spruance)은 오만만에서 이란 국적 화물선 투스카(Touska)호를 나포했다. 미 정보당국은 적재 화물에 탄도미사일 고체 추진체 원료 등 이중용도 물자가 포함됐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20일 우려를 표명했다.
3개 항모강습단과 2개 상륙준비단
김 명예교수는 미국이 3개 항모강습단(CSG, 1개 강습단 규모 약 7500명)과 2개 상륙준비단(ARG, 약 4500명)을 중동에 배치했음에도 군사적 행동을 하지 못하는 이유로 이란의 지리적 특성과 비대칭 전술, 미국의 여론 악화를 들었다.
항공모함이 중심인 CSG는 원거리 화력 투사와 제공권 장악에 특화돼 있다. 함재기를 탑재한 항모를 포함해 순양함, 구축함, 핵잠수함(SSN) 등 10척 내외로 구성된다. ARG는 실제 지상 병력을 해안에 상륙시켜 점령하는 지상전 연계 작전에 특화돼 있다.
김태준 명예교수는 “트럼프는 지금까지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며 신중하게 행동해 왔다”며 “발전소·교량 등 급소 몇 곳만 타격하고,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이란의 물자 수송을 완전히 통제하는 방식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이어 “미국의 봉쇄가 보름에서 2~3주 지속되면 이란 내부에서 상당한 불만이 터져 나올 수 있다. 물리적 타격 없이도 내부로부터 체제에 균열을 낼 수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현재 아덴만에서 작전 중인 청해부대를 활용(파병)하는 방안이 현실적이다. 연합 작전에 참여할 경우 미국 측에서는 방어 능력이 충분한 자국 함정들을 더 위험한 구역에 배치하고 한국 함정에는 상대적으로 안전한 구역을 작전 영역으로 부여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어느 나라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상황이다. 이 기회를 활용하면 한미동맹 제고, 호르무즈 에너지 수송로 안전 확보, 방산 협력 확대 측면에서 실익을 거둘 수 있다”고 했다.
미국-이란 합의, 우라늄 농축 유예 기간이 핵심
최승우(육사 42기, 예비역 육군 대령) 박사는 〈미국-이란 핵 합의 전망〉을 주제로 발표했다. 최 박사는 “양측이 이란의 우라늄 농축 모라토리움(유예) 기간을 두고 벌이는 입장 차가 합의를 막는 핵심 사안”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전쟁 목표, 군사적 목표는 명확하다. 이란 핵능력 제거다. 현재 양측이 협상을 벌이는 3대 핵심 쟁점은 ▲호르무즈 해협(항행 자유 대 봉쇄) ▲핵 프로그램·우라늄 농축(완전 해체 대 주권) ▲미사일·대리세력(역량 제한 대 지역 억제력)에 관한 내용이다. 이 중 핵심은 호르무즈 해협과 우라늄 농축이다.”
지난 11∼12일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미국과 이란 양측 대표단이 1차 종전 협상에 나섰지만 결렬됐다. 지난 21일 같은 곳에서 2차 협상 개최가 예상됐으나 이란이 참여를 확정하지 않으면서 협상이 이뤄지지 않았다.
최 박사는 미국과 이란이 우라늄 농축 권한에 대한 입장 차로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은 20년, 이란은 5년 유예를 주장한다. 15년의 시차가 1차 협상 결렬의 원인이다. 이 유예 기간을 두고 최 박사는 트럼프가 10~12년 수준에서 합의를 본 후 승리를 선언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이란은 우라늄 농축 권한을 주권이라고 주장한다. 미국에 최대 양보(농축 유예) 시점을 5년으로 제시한다. 60%까지 농축된 기존 고농축 우라늄은 ‘저농축화(down-blending)’ 하겠다고 한다. 미국은 ‘이란은 핵을 가질 수 없다’는 입장이다. ‘완전·영구 해체’를 요구한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이 20년 모라토리움을 제시했지만 이에 대해 트럼프 등 매파는 불만이다.”

최승우 박사는 미국이 제시하는 전쟁 목표 중 15개 항과 이란이 내세우는 10개 항이 충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이란에 현존하는 농축우라늄 재고는 전체 약 2000kg으로 추정된다. 이중 440kg은 농축도 60% 수준이며 이는 최다 6발까지 무기화할 수 있는 양이다.
JCPOA, 이란에 시간 지날수록 유리한 구조
최 박사는 JCPOA가 근본적인 한계를 갖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2015년 당시 최선의 핵 비확산 합의로 평가받았으나 ▲일몰조항 ▲R&D 허용 등으로 시간이 갈수록 이란의 핵 개발에 유리한 구조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에 트럼프는 1차 행정부 시절인 2018년 JCPOA 합의에서 탈퇴했다. 지난해 10월에는 이른바 이란 제재의 핵심인 ‘스냅백(Snapback)’ 조항이 만료(2025년 10월)됐다.
그는 “트럼프의 핵심 논리는 ‘2025년이 되면 이란은 법적 제약 없이 무기급 농축을 재개할 수 있다. JCPOA는 영구 비핵화가 아닌 지연 협정’”이라며 “2025년 6월 22일 미국이 ‘미드나잇 해머 작전(Operation Midnight Hammer)’으로 핵 시설을 일부 타격했으나 역량은 파괴하지 못했다. 이로인해 2026년 전쟁은 필연적이었다”고 했다.
최승우 박사는 “이번 협상에는 상수(전쟁 명분)와 변수가 있다. 양측 모두 명분은 있다”면서도 “미국에 변수는 ▲시간 ▲미 의회 ▲여론 ▲경제 문제 등이다. 특히 트럼프는 이번 전쟁을 군사작전(military operation)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으나 전쟁권한결의(WPR,의회 승인 없이 대통령이 병력을 투입할 수 있는 기간)은 60일이 법정 시한(30일 연장 가능)이다.”
이어 “이란 측 변수는 6가지다. ▲지도부 공백 ▲내부 반발 ▲외부(러시아, 중국 등) 지원 단절 ▲호르무즈 역봉쇄 ▲제재·금융 압박 ▲핵물질 자산 등이다. 이중 핵물질이 가장 큰 변수다.”
최 박사는 “전문가 중 약 70%는 이란이 향후 핵무기를 갖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며 “(미국 입장에서 최선의 합의는) 완전 해체 합의와 핵물질 제3국 반출이다. 반면 최악의 시나리오는 전쟁이 계속되고 이란이 북한화되는 것”이라고 했다.
북한은 각종 제재를 회피하고 버티며 사실상 핵보유국 지위를 확보했다.
“이란 핵보유 시 비확산 체제에 변화”
최승우 박사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하면 중동은 다극 핵지역으로 전환된다”며 “NPT 체제는 이미 균열됐지만 결정적으로 해체될 가능성이 크다. 규범에 기초한 비확산 체제에서 거래 기반의 비확산 체계로 구조가 전환될 수 있다”고 했다.
이란이 핵을 보유하면 이른바 암시장에서 핵무기 거래가 이뤄지고 핵테러가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최 박사는 “이란전쟁은 북한에 주는 학습 효과도 명확하다. 김정은은 비핵화를 자살이라고 느낄 가능성이 있다”며 “이란 사태가 악화할수록 북한은 러시아와의 관계 밀착, 대남(對南) 강압 강화, 한미동맹 이간을 시도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북핵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 핵 잠재력을 확보하기 위한 기술과 법제를 준비해야 한다. 비확산 외교에서 규범에서 거래로 가는 흐름에 대비해야 하며 핵 옵션을 상시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역봉쇄로 이란 유정 폐쇄 위기
‘미국의 역봉쇄로 이란이 원유를 수출하지 못해 유정(油井)이 폐쇄될 경우 시간은 트럼프에게 유리하지 않은가’라는 질문에 대해 김태준 명예교수는 “지난 19일 투스카호 나포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 미국이 실력을 행사했기 때문”이라며 “재봉쇄가 완성되면 미국은 희생 없이 장기전을 할 수 있다. 반면 이란 내부에서는 불만이 나와 지휘부에서도 균열이 생긴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란에 불리하다. 이에 트럼프도 무리한 작전을 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란 내 원유 재고가 저장고의 절반을 채우면서 유정 폐쇄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지난 21일 자 주요 분석(JP Morgan 등)에 따르면, 이란의 육상 저장 시설은 약 54%(약 4700만 배럴)가 채워진 상태다. 이란이 가용할 수 있는 저장 여력은 약 15~22일분 수출량으로 추정된다.
수출로 확보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유정을 폐쇄할 경우, 향후 원유 생산 능력의 장기적 감소가 뒤따른다. 가동 중인 유정을 폐쇄하면 지층의 압력 균형이 깨지거나, 불순물이 침착돼 통로가 막히는 등 저류층(Reservoir) 손상이 발생한다.
송 특임교수는 “최대 압박으로 상대의 행동 변화를 끌어낼 수 있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오히려 위험하다. 군사적 압박이 반드시 상대를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게 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현재 변수는 트럼프다. 그는 도리어 출구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글=이경훈 월간조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