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대구시장 단일화 없는 승리, 국민의힘의 반복된 착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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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이 달아오르는 가운데 후보들은 “단일화는 없다”고 선을 긋는다. 유영하 의원은 “공당은 공당의 절차가 있다. 지금까지 해놓은 공당의 절차를 무시하고 후보가 자기 마음대로 단일화하겠다는 건 공당의 자세나 공적인 자세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향후) 당에서 요구하더라도 저는 제 길을 그냥 걸어갈 것”이라고 단호한 입장을 표명했다. 추경호 의원 역시 같은 취지다. 그러나 이런 발언은 전략상 필요할지 모르나, 스스로 운신의 폭을 좁히고 중도 성향 유권자의 마음을 멀어지게 할 가능성이 크다.


정치는 종종 기억을 잃는다. 불과 지난 대선을 떠올려 보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게 밀리던 흐름 속에서 국민의힘 내부는 단일화 문제를 두고 갈팡질팡했다. 김문수 카드가 부상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으려는 힘과, 승리를 위해 연대해야 한다는 현실 사이에서 머뭇거렸다. 한덕수, 이준석과의 연대에 미온적이었던 태도는 결국 ‘이길 수 있는 길’을 스스로 좁히는 결과로 이어졌다.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이 질문은 지금 대구에서 다시 반복되고 있다. 왜 이들은 한 발 물러서지 못하는가. 왜 ‘지는 길’을 알면서도 그대로 가는가. 이 와중에 국민의힘 대구 의원들조차 아무런 목소리를 내지 못한 채 방관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답은 의외로 단순하다. 정치에서 단일화는 계산의 문제가 아니라 결단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단일화는 곧 자기 부정이다. 지지 기반을 나누고, 조직을 접고, 스스로 한 걸음 뒤로 물러나는 선택이다. 정치인에게 이는 패배보다 더 큰 위험으로 받아들여진다. 한 번 물러서면 다시 돌아오기 어렵다는 두려움, 그리고 자신의 정치적 생명이 단축될 수 있다는 불안이 결단을 가로막는다.


그러나 유권자의 시선은 다르다. 유권자는 ‘누가 더 옳은가’보다 ‘누가 더 이길 수 있는가’를 본다. 특히 대구처럼 정치적 상징성이 강한 지역에서는 더욱 그렇다. 분열된 보수는 설득력이 약하다. 명분 없는 경쟁은 피로감만 키운다.


그래서 묻지 않을 수 없다. 만약 한 후보가 이렇게 선언한다면 어떨까. “민주당과 맞서기 위해서라면, 나는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겠다. 필요하다면 단일화도 먼저 제안하겠다.” 정치적 손해를 감수하겠다는 이 한 문장은 오히려 가장 큰 정치적 자산이 될 수 있다.


이 지점에서 이름이 거론되는 인물들이 있다. 주호영, 이진숙 등 당내 중량급 인사들이다. 이들이 경쟁이 아니라 ‘이벤트’라도 좋으니 공개적인 연대의 장면을 만든다면, 그것만으로도 유권자에게 강한 메시지를 던질 수 있다. 단일화는 협상 테이블에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때로는 상징과 장면이 먼저 만들어지고, 정치가 그 뒤를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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