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 “대구가 우습나, 김부겸 찍어뿌까”…진짜일까?

“우리가 핫바지냐” vs. 낙동강 방어선
URL이 성공적으로 복사되었습니다.
지난 2월 11일 대구 중구 서문시장을 방문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사진=조선DB

보수의 심장대구시장 선거 구도가 혼전 양상이다. 국민의힘은 유영하·윤재옥·최은석·추경호·홍석준·이재만 등 경선 주자 6명에다 주호영·이진숙의 무소속 출마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셈법이 복잡해진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은 김부겸 예비후보가 민생 행보를 이어가며 존재감을 키우는 가운데, 일부 보수 지지층 사이에서 후보 경쟁력에 대한 냉소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대구 수성구 달구벌대로에 사는 정 모(68)씨는 대구가 뭐 보따리만 싸 들고 내려오면 다 찍어주는 핫바지 동네인 줄 아는 모양이라며 요즘 국민의힘 보면 혈압부터 오른다고 했다.

 

계엄 문제와 단절 못하는 모습 때문에 장동혁 대표와 당에 대한 실망이 큽니다. 자기 뜻과 안 맞다고 쫓아내는 행태도 뵈기 싫고요. 당 이름 바꾼다 어쩐다 해놓고 또 안 하는 걸 보면 대표가 왜 그렇게 가벼운 말을 하나 싶어요. 지금 나온다는 사람들도 솔직히 그중에 누가 돼도 매가리()가 없어 보입니다. 민주당이 득세하는 상황에서 중앙정부 상대로 뭘 해내기나 하겠습니까.”

 

그는 요즘에는 차라리 민주당 쪽에서 예산을 받아올 수 있는 사람이 낫겠다는 얘기가 자주 들린다고 했다.

 

이재명이 일은 잘한다

 

이 같은 분위기는 여론조사 수치에서도 드러난다. 13일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대구시장 가상 양자대결에서 김부겸 후보는 국민의힘 예비후보는 물론, 경선에서 컷오프된 주호영 의원과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과의 대결에서도 모두 오차범위 밖 우위를 보였다. 김부겸 57% 대 유영하 31%, 58% 대 윤재옥 30%, 60% 대 이재만 27%, 61% 대 최은석 25%, 53% 대 추경호 36%, 60% 대 홍석준 26%였으며, 김부겸 54% 대 이진숙 37%, 53% 대 주호영 35%로 집계됐다.

 

올해 중학생이 된 자녀를 둔 김현미(46)씨는 이재명 정부의 일부 정책이 실생활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비싼 돈 들여 교복을 사는 게 맞느냐는 의견이 많았는데, 교복 업계 반발에도 거품을 뺀 생활복 도입을 추진한 것이 대표적이라면서 학부모들 사이에 이재명이 우찌됐든동 일은 잘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라고 했다

 

수성구에서 회사를 다니는 이동현(33)씨도 대구가 예전처럼 한쪽으로 단단하게 쏠린 분위기는 아니다라며 두 살 터울 형이 원래 국민의힘 골수 지지자였는데, 주식 활황 때문에 얼마 전 이재명 쪽으로 돌아섰다고 말했다. 그의 형은 이재명을 갓재명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누가 되든 관심 없어

 

이재열 목사(계명대 겸임교수)는 대구 지역 민심의 이반이 국민의힘의 정체성 상실투쟁력 부재에서 비롯됐다고 봤다.

 

그동안 대구에는 보수의 수성(守城)’이라는 명확한 아젠다가 있었지만 최근 국힘은 보신 정치에 급급한 지리멸렬(支離滅裂)한 모습으로 실망감만 안기고 있습니다. 가령 민주당은 교복값 인하처럼 시민들이 내 주머니 돈이 덜 나간다고 느끼는 정책을 달콤한 사탕처럼 포장해 보여주고 있지만, 이럴 때 이런 경제 정책의 문제점을 냉철하게 짚고 대안을 제시해야 할 국민의힘은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어요. 경제가 어려워질수록 2030 세대는 현실적으로 보수화되는 측면이 있지만 윤어게인같은 정치 구호는 민생과 연결되지 않아 젊은 층에게 피로감만 주고요.”

 

이 목사는 이어 최소한 운동권 세력과는 다르다는 선명한 메시지를 보여줘야 하는데 지금의 국힘이 과연 보수주의인지 의문이 든다면서 후보는 아니지만 실리적으로 김부겸같은 인물을 찍어 정부 지원과 예산이라도 더 가져오자는 현실론이 밑바닥 민심에서 터져 나오는 배경이라고 했다.

 

이정태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역 경제의 어려움을 돌파할 계기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현재 민심의 핵심으로 꼽았다. 이 교수는 경제적 위기 상황에서는 발전이나 전환의 계기가 필요한데 지금은 행정통합이나 공항 이전 같은 이벤트성 사업조차 여의치 않아 시민들이 기대할 만한 모티브가 없다고 분석했다.

 

정치권의 움직임과 현장 민심 사이의 괴리도 지적했다. 그는 정치권은 분위기를 띄우려 하지만 시민들은 먹고사는 문제가 급해 정치에 눈 돌릴 여유가 없다누가 후보로 나오든 대구나 경북을 살릴 만한 인물이 보이지 않는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정치 자체에 대한 무관심과 냉소가 깊어지고 있다고 했다.

 

최근 민주당 지지율 상승세에 대해서도 여권에서 뚜렷한 주자를 내세우지 못한 상황이라, 대안이 없는 상태에서 누가 되든 상관없다는 식의 허탈한 정서가 투영된 결과라고 진단했다.

 

이번엔 정신 차렸겠지

 

그러나 결국 미워도 다시 한 번일까. 김현미씨는 이재명이 암만 일을 잘해도 민주당을 뽑을 순 없다고 했다. 실제로 변화의 조짐은 극히 일부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충청도 출신으로 결혼 후 대구에 정착해 초등학생 대상 보습학원을 운영 중인 김모(52)씨는 여전히 대구는 사람보다 당을 보고 뽑는 경향이 절대적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수업 중 초등학교 1, 2학년 아이들이 이재명은 바보래요’ ‘없어져야 해요같은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한다면서 부모들이 밥상머리에서 하는 이야기를 그대로 따라 하는 걸 보면서 이곳은 정말 쉽지 않겠구나싶었다고 했다.

 

달서구 달서대로에 사는 주부 조모(50)씨 역시 여기서 50년을 살았는데 대구는 절대 변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변해봤자 90에서 85 된 수준이에요. 민주당 이야기만 꺼내도 뒷목부터 잡는 사람들이 아직 태반입니다. 식당에서 이재명이 일은 잘하는 갑네한마디 했다가 옆 테이블 아저씨와 다툼이 일어난 적도 있어요. 매번 대구가 우습냐’ ‘이번엔 심판하겠다하다가도 투표소에 들어가면 많이 혼났으니까 정신 차렸겠지하면서 결국 찍는 거예요.”

 

표병관 ()몸과문화 이사장은 이런 투표 양상을 낙동강 방어선에 빗댔다. 그는 투표 전에는 국민의힘 정신 차려야 한다고 말하지만 막상 투표소에 가면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좌파 집단 쪽으로는 표를 줄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면서 국민의힘이 좋아서 찍는 게 아니라, 아무리 더러워도 친중·친북 식의 진보 사회주의 흐름으로는 갈 수 없다는 마음이 있는 것이라고 했다

 

표 이사장은 이어 “6·25 전쟁 당시 낙동강 방어선을 사수했듯, 지방 권력마저 좌파화되는 상황에서 대구 시민들이 마지막 보루를 지키려는 마음으로 투표에 임하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대구 일각에서 차라리 민주당과 협력해 정부 지원을 받자는 말이 나오는데 중앙정부와 같은 당이라고 해서 대구가 발전한 적은 없습니다. 지난 30년 동안 대구 GRDP는 전국 최하위였고 그 기간 동안 한나라당, 새누리당, 국민의힘 정권이 모두 있었어요. 대통령과 시장이 같은 당이었던 시기에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광주가 5·18 정신을 동력으로 산업 기반을 다졌듯 대구도 정부 지원을 구걸하는 사고에서 벗어나 국가 자원 배분 구조 자체를 바꾸는 지방 전략을 고민해야 합니다.”

 

대구=박지현 기자

  • 스크랩
URL이 성공적으로 복사되었습니다.
많이 본 뉴스
  • 세계속 코이카'
  • 배진영의 '어제 오늘 내일'
  • 김태완 'Stand Up Daddy'
  • 권세진 ‘별별이슈’
  • 정혜연 ‘세상 속으로’
  • 박희석 ‘시시비비’
  • 이정현 ‘블루오션을 찾아서’
  • 박지현 ‘포켓 저널리즘’
  • 하주희 ‘블루칩’
  • 이경훈 현장으로’
  • 김광주의 뒤끝
  • 백재호의 레이더
  • 고기정의 特別靑春
  • 슬기로운 지방생활
  • 이상곤의 흐름
  • 서봉대의 되짚기
  • 국제상인 장상인의 세계, 세계인
  • 취재본부는 지금’
  • 조갑제 기자의 최신정보파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