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9일부터 열린 제1회 서울시니어스포럼에서 단연 주목받은 이는 미국 콜롬비아대 의과대학 산부인과 서유신 석좌교수다. 여성 생식기관, 특히 난소(卵巢) 노화(老化)의 메커니즘을 통해 인간 장수(長壽)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 이가 서 교수다.

그는 미국 휴스턴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앞서 2007년부터 미국 뉴욕에 위치한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칼리지 오브 메디슨(Albert Einstein College of Medicine) 교수로 재직했었다. 

서 교수는 또 100세 이상 장수하는 사람에서는 염색체를 보호하는 텔로미어(telomere)가 일반인보다 길다는 장수의 비밀을 처음 밝혀낸 유전학자다. 텔로미어는 인간의 유전정보를 담은 염색체의 끝에서 세포가 분열할 때 염색체가 분해되는 것을 막아준다.

장수 집안 사람들은 텔로미어가 짧아지면서 나타나는 고혈압이나 당뇨병, 치매 같은 노인성 질환도 일반 수명의 사람보다 덜 나타난다.

이 텔로미어 연구에 착안해 서 교수는 우연한 기회에 난소 노화 메커니즘 규명에 뛰어들었다. 장수 연구자들은 난소가 신체에서 가장 빠르게 노화되는 장기라는 사실을 발견해 난소와 장수 사이의 관계를 규명하기 위해 오랜 시간 공을 들였다.

난소 노화가 빨리 진행되는, 즉 폐경이 빠른 여성은 심장병이나 당뇨 등 각종 질병에 노출될 가능성이 폐경이 늦은 여성에 비해 높다는 것을 밝혀냈다. 또 폐경이 빠른 모계 가족력이 있다면 일반 가정에 비해 여성의 폐경이 빠르다는 것이다. 서 교수의 말이다.

“난소 노화가 다른 신체에 비해 급격히, 단시간 내에 진행됩니다. 35세 여성부터 다른 신체 장기의 노화 속도에 비해 압축적으로 빨리 진행돼 50세가 넘으면 대개의 여성이 폐경에 이르게 됩니다.

저는 이처럼 난소 노화가 빨리 진행되는 특정한 메커니즘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중요한 사실은 폐경 속도를 늦추면 각종 질병도 낮아진다는 겁니다.”

서유신 교수. 사진=<비즈니스 인사이트>지.

서유신 교수 팀은 23세에서 29세 사이의 젊은 여성 4명과 49세에서 54세 사이의 ‘생식 연령’ 여성 4명의 인간 난소 조직 샘플을 평가해 난소 내 모든 세포 유형에 걸친 노화 과정을 보여주는 '아틀라스'를 만들었다. 그의 연구는 인간 난소가 어떻게 노화되는지 세포 및 분자 수준에서 상세히 보여주며, 유전자가 이 과정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설명한다.

서 교수는 “노화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인 mTOR 신호전달이 중년 여성의 모든 난소 세포 유형에서 ‘극도로 높게’ 활성화되었다”고 설명했다. 이는 50세 여성의 난소가 노화 연구와 과학자들이 인간 수명과 건강 수명을 연장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약물을 신속히 테스트하는 데 훌륭한 모델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서 교수는 노화 현상이 난소에서 빨리 일어난다는 사실에 착안해 난소를 표적(targeted)해 약물이나 스몰 몰리큘(small molecule, 작은 분자)를 투여하니 노화가 지연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때 사용한 약물이 라파마이신(Rapamycin)이다.

라파마이신은 장기이식 환자에게 이식에 따른 부작용을 줄여주는 약이다. 보통 20~60mg 정도를 장기이식 환자들에게 투여하는데, 보통 투여량의 20배 가량을 줄여 여성에게 투여한 후 임상 실험을 했더니 난소 노화 지연에 획기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라파마이신을 투약하니 난소 내의 난포(卵胞)가 많이 안 잃어버리고, (난포를) 유지하는 기간이 길어진다는 사실을 밝혀냈어요. 그럴 경우 폐경시기도 늦출 수 있어요.”

폐경이 늦어지면 당연히 임신 가능 연령도 늦출 수 있다. 동물실험을 거쳐 1년 전부터 임상실험을 시작했는데 유의미한 통계적 변화를 확인할 수 있었다. 난소에서 노화를 지연시키는 효과가 있다면, 그건 아마도 전신 노화 방지제일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이다

“난소에서 발생하는 변화가 전체 건강에 어떻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지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