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부터 해체 수순을 밟아온 홍콩 민주당이 창당 30여 년 만에 공식 해산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홍콩에서 제도권 민주화 세력은 자취를 감추게 됐다. 15일 로이터·AP·교도통신, 홍콩프리프레스(HKFP)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열린 민주당 임시총회에서 당 해산 동의안이 가결됐다.

로킨헤이 민주당 대표는 투표에 참여한 당원 121명 가운데 117명이 해산에 찬성했고 4명은 기권했다고 밝혔다. 로 대표는 총회 후 기자회견에서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 한 장을 마무리할 수밖에 없게 됐다”면서 “할 수 있는 시도는 모두 해왔지만 현재의 정치적 환경에서는 앞으로 나아가기 어렵다”고 했다.

창당 멤버인 영섬 부대표는 “민주당의 해산은 홍콩이 개방적이고 자유로운 사회에서 권위주의 사회로 퇴보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지금은 저점이지만 모든 희망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며 ‘일국양제’ 원칙 아래 홍콩 민주주의가 완전히 실패한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민주당은 1994년 창당해 1998년 입법회 선거에서 60석 중 13석을 차지하는 등 홍콩 민주 진영을 대표해왔다. 해체 절차는 지난 2월 지도부가 해산 방침을 정한 이후 진행했다. 4월 해산 결의안을 마련한 뒤 이날 총회 표결에 부치면서 한때 홍콩 최대의 야당이 30여 년의 활동을 마무리하게 됐다.

외신들은 민주당의 해산을 홍콩 민주화 세력 붕괴의 상징적 장면으로 전했다. AP는 홍콩 최대 민주화 정당의 해산으로 반자치 도시 홍콩의 정치 지형이 사실상 종말을 맞았다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최근 수년간 이어진 안보 단속 속에서도 남아 있던 자유주의 세력에 대한 중국의 압박이 결과로 이어졌다고 전했다.

민주당은 구체적인 해산 사유를 밝히지는 않았으나 중국 당국의 압력이 있었음을 시사해왔다. 당 지도부는 앞서 외신 인터뷰에서 당을 해산하지 않을 경우 ‘결과를 감수해야 한다’는 경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홍콩에서는 2019년 대규모 반정부 시위 이후 2020년 국가보안법 시행, 2021년 ‘애국자만 출마 가능’ 조건을 포함한 선거제 개편을 거치며 야권 세력이 급격히 위축됐다. 민주 진영 정치인과 활동가들이 체포되고 시민사회단체들이 사라지는 가운데 지난해 시민당이 해체됐고, 올해 6월에는 사회민주당연맹(LSD)도 해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