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에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를 종용한 정성호 법무장관은 이재명 대통령의 정치적 조언그룹인 '7인회'의 좌장으로 불렸다. 이제는 조언자가 아닌 대변인 또는 해결사 역할을 맡은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대표 시절 만났던 한 민주당 전직 의원은 정성호 법무장관에 대해 "당내에서 이재명 대표를 대신해 '싫은 소리'를 하는 역할"이라고 했다. 

그의 얘기로는 당내에 이 대표에게 '거슬리는' 사람이 있으면 이 대표가 직접 대면하지 않고, 정 장관이 대표의 뜻을 전하는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정 장관은 온화한 인성으로 당내에서 신뢰를 얻고 있어 해당 역할에 제격이라고도 했다. 정 장관은 이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다. 

이 대통령이 정 장관을 법무장관으로 임명할 때 그 전직 의원이 한 얘기가 생각났다. 사법리스크 한가운데 있는 대통령이 정 장관에게 해결사 역할을 맡겼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정국을 뒤흔들고 있는 '대장동 사건 검찰 항소포기'에도 정 장관이 직접 나섰다.  검찰 대장동 수사팀이 항소 준비를 마쳤지만 정 장관이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에게 항소 포기를 종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논란이 확산되자 정 장관은 10일 출근길 도어스테핑(약식 문답)에서 "항소를 안 해도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며 "대검찰청에 여러 가지 사정을 고려해 신중히 판단해 달라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어 검찰에 지시를 하거나 지침을 주었냐는 질문에는 "여러가지를 고려해 합리적으로 판단하라는 정도의 의사표현을 했다"고 말했다. 법리적으로 무리가 없다고도 했다. 

정 장관은 이재명 대통령 재판과의 관련성을 묻는 질문에 이 대통령 재판과 이 사건은 관계가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  대통령 최측근으로 불리는 인물이 대통령과 관련된 사건에 직접 개입했다는 사실은 놀라울 뿐이다. 이 대통령이 정 장관을 법무장관에 임명한 것은 이 순간을 위한 밑작업이었을지도 모른다. 

글=권세진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