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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년 4월호

13 전북 임실·전남 곡성 섬진강길

‘눈곱만큼도 지루하지 않은’ 소박한 길

글 : 진우석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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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걷는 거리 : 108.5km
⊙ 걷는 시간 : 총 35시간
⊙ 코스 : 임실~남원~곡성~구례관
⊙ 난이도 : 아주 힘들어요
⊙ 좋은 계절 : 봄·가을











섬진강 바람맞으며 자전거를 타는 여학생들. 곡성청소년야영장 근처는 자전거 타기에 좋다.
  섬진강은 산골마을 강이다. 여느 강처럼 도심이나 평야를 거치지 않기에 아직까지 순정 어린 고향 풍광을 간직하고 있다. 발원지는 전북 진안군 백운면 원신암마을 데미샘. 여기서 퐁퐁 샘솟은 물줄기는 임실·순창·남원·곡성을 적신 뒤 구례·광양·하동을 지나 광양만으로 흘러든다. 섬진강 걷기 코스는 임실, 순창, 곡성, 구례, 하동 등에 제각각 나 있는데, 문광부에서 이 길을 꿰뚫어 섬진강길 108.5km를 만들었다.
 
 
  ‘행복에 겨워 어쩔 줄 몰랐던’ 김용택의 길
 
  출발점은 임실군 강진면. 전남 강진과 이름이 같다. 강진면 공용터미널에 내리자 마침 장날이라 사람들로 북적인다. 터미널을 나와 30번 국도를 따르면 섬진강중학교를 지나 강진교가 나온다. 바로 옆 옛 강진교를 건너면서 섬진강과 첫눈을 맞춘다. 수풀이 수북한 강의 모습에서 작은 감동이 몰려온다.
 
  강진교 건너편에서 시작한 제방길은 덕치면에서 도로와 합류한다. 500m쯤 더 내려가 왼쪽으로 보이는 세월교를 건너 물우리마을로 들어선다. 당산나무와 정자, 작은 연못이 어우러진 마을 모정은 잠시 쉬기에 참 좋다. 이곳은 특이하게도 우람한 당산나무 아래에 묘가 자리하고 있다. 모정의 할아버지에게 문의하니 당산할매의 가묘이고 이곳에서 당산제를 지낸다고 한다. 마을 이름은 물 우(위)에 있어 물우리라 했다는 말도 있고, 강 바로 위에 있어 물 걱정(憂)이 끊이지 않아 물우리(勿憂里)라 했다는 말도 있다.
 
  구림천이 합류하는 일중교를 건너면 ‘덕치자연생태공원’이란 팻말과 함께 말끔하게 단장한 강변길이 이어진다. 거대한 느티나무가 보이면 진뫼마을에 들어선 것이다. 느티나무 안쪽 기와집이 김용택 시인의 생가다. 대문 옆에 능소화가 농염하게 피었고, 작은 잔디마당이 정갈하다. 시인은 없고 시인 어머니가 반갑게 맞아준다. 냉수를 얻어먹고 어머니가 건네준 찰옥수수를 받았다. 느티나무 아래에서 강물을 바라보며 뜯어먹는 맛이 기막히다. 이 느티나무는 김용택 시인의 시심을 일으키는 데 단단히 한몫했다. ‘푸른나무’란 연작시 5편은 바로 이 느티나무 그늘서 쓴 것이 분명하다. ‘막 잎 피어나는/푸른 나무 아래 지나면/왜 이렇게 그대가 보고 싶고/그리운지…’ 강물처럼 맑고 푸른 시구는 그야말로 절창이다.
 
  진뫼마을의 호젓한 비포장도로가 강변을 따라 천담마을까지 이어진다. 이 길은 한때 김용택 시인의 출퇴근길이었다. 천담분교 재직 시절 시인은 매일 아침저녁으로 걸어다녔다. “눈곱만큼도 지루하지 않고 순간순간, 계절 계절이 즐거웠고 행복에 겨워 어쩔 줄을 몰랐다”는 바로 그 길이다. 산과 어우러진 강 풍경이 순박하고 강 따라 흐르듯 이어진 길의 유장한 곡선이 아름답다. 이 길을 매일 걷는다면 시인이 되지 않을 수 없는 그런 서정성이 가득하다.
 
  천담마을부터는 포장도로다. 마을을 벗어나면 왼쪽으로 자전거길이 새로 만들어졌다. 섬진강을 왼쪽 옆구리에 끼고 중간중간 숲이 이어진 멋진 길이다. 길은 구담마을 당산에서 홀연히 사라진다. 이곳 굵은 느티나무들이 우거지고 아스라이 강물 흐르는 것이 보이는 당산 언덕은 영화 <아름다운 시절>을 비롯한 많은 드라마를 촬영한 곳으로도 유명하다.
 
  섬진강을 따르는 길은 구담마을에서 징검다리를 건너 내룡마을로 이어진다. 두 마을을 이어주는 길이 징검다리인 것이 오묘하다. 만약 물이 불어 징검다리가 잠기면 무려 3km쯤 돌아가야 한다. 당산에서 내려와 바짓가랑이를 걷고 징검다리를 건넌다. 차고 부드러운 물의 촉감이 에로틱하다.
 
진뫼마을의 김용택 생가. 시인 어머니가 방문객들을 반갑게 맞아준다.

 
  세상 귀 닫고 낚시하던 구암 양배
 
  내룡마을을 구경하고 강물을 따르면 어치리 장구목에 닿는다. 최근에 지은 거대한 현수교가 다소 위압적이다. 장구목에서 먼저 눈길을 끄는 것은 기기묘묘하게 움푹 팬 바위들이다. 요강바위를 비롯해 천태만상의 바위들이 강줄기를 따라 3km 정도나 늘어서 있다. 하나같이 일부러 조각해 놓은 듯 섬세하고 정교하지만, 실은 수만 년의 세월 동안 강물이 쓰다듬고 어루만져 빚어낸 작품들이다. 특히 높이 2m, 폭 3m에 무게가 15톤이나 된다는 요강바위는 아이가 들어가도 될 정도로 깊은 웅덩이가 팬 걸작이다. 이 바위는 한때 수억 원을 호가한다는 소문이 나돌아 도난당하기도 했다.
 
  장구목에서 고갯마루를 넘으면 구미(龜尾)마을 입구다. 거북이 모양의 자연석이 수호신처럼 마을을 지키고 있다. 구미교에서 강물을 따라 조금 내려가면 구암정. 정자 주변의 배롱나무 꽃이 만개해 그 앞을 흐르는 섬진강마저 붉게 물들였다. 구암정은 구암 양배(?~1500)의 후손들이 그의 덕망을 기리기 위해 세운 정자다. 양배는 남원 사람으로 일찍부터 학문을 닦아 그 지식이 높았으나 무오사화와 갑자사화로 어진 사람들이 화당하는 것을 보고 아우 돈(墩)과 함께 섬진강에서 낚시하며 살았다. 조정에서는 그의 학문과 덕행이 높음을 듣고 사헌부 장령의 벼슬을 내렸으나 끝내 벼슬길에 나가지 않았다.
 
  구암정을 지나 호젓한 숲길을 지나면 어은정. 어은 양사형(1547~1599)이 이곳 경치에 반해 1567년에 지은 정자다. 양사형은 임진왜란 때에 의병을 일으켜 큰 공을 세운 문신이다. 어은정을 지나 지북사거리에 이르면 화탄매운탕 식당을 만난다. 이곳은 전라도에서 손꼽히는 매운탕 전문집이다. 유촌대교 아래 섬진강체육공원을 지나면 옛 콘크리트 교각이 인상적인 향가유원지다. 이 교각은 일제강점기에 일본인이 철교를 짓다가 중단한 것이다.
 
  향가유원지에서 2코스 ‘섬진강 기차길’이 시작된다. 향가굴을 나와 옥출산(玉出山)을 우회하면 합강마을이다. 섬진강과 옥과천이 만나는 지점의 호젓한 마을이다. 마을 뒤편 제방에서 옥과천을 건너 다시 섬진강을 따른다. 강변길을 따라 금호타이어 곡성곡장을 지나면 제월리다. 강변 야산 아래에 군지촌정사와 함허정이 그림처럼 숨어 있다.
 
  군지촌정사를 지나 강변길을 따르면 840번 지방도와 합류한다. 옛 전라선 철도길을 만나기 전까지 한동안 도로를 따르기에 차조심해야 한다. 청계동은 곡성 주민들의 피서지로 유명하며 양대박 장군의 유적지이기도 하다. 청계동을 지나 도로를 30분쯤 내려오면 거대한 철교를 만난다. 여기서 5m쯤 가면 오른쪽으로 길이 나 있다. 이곳이 옛 철도길이다. 호젓한 옛 철도길은 고향의 정취가 남아 있으면서 주변 풍광이 빼어나다.
 
  옛 철길은 곡성 읍내 경찰서사거리까지 이어진다. 여기서 좀 더 내려가면 곡성역 앞을 지나 기차마을에 닿는다. 구 곡성역을 개조한 기차마을은 증기기관차, 영화세트장, 장미공원 등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많다. 기차마을 민속식당 뒤편으로 가 굴다리 아래를 지난다. 곡성천을 따라 내려가면서 곡성하수처리장과 오동교를 연달아 지나면 다시 섬진강을 만난다. 이곳에 걸린 세월교가 뽕뽕다리다. 다리 바닥에 철망이 있어 지날 때 뽕뽕 소리가 난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곡성 섬진강의 줄배와 뽕뽕다리
 
  뽕뽕다리를 건너면서 시작하는 강변길은 섬진강 중에서도 손꼽히는 아름다운 구간이다. 호곡마을 입구의 호곡나루에는 섬진강에서는 유일하게 아직까지 줄배가 남아 주민들을 실어나르고 있다. 호곡나루에서 20분쯤 내려오면 느닷없이 거대한 도깨비동상이 길을 막는다. 이곳 강변이 도깨비가 마천목 장군의 은혜를 갚기위해 어살을 만들어주었다는 전설이 내려오는 곳이다. 곡성청소년야영장과 곡성섬진강천문대를 지나면 벚나무가 가득한 도로를 따른다. 차가 뜸한 편이다. 섬진강과 보성강이 만나는 지점의 압록유원지는 예전 백사장이 넓을 때는 호황을 누렸다. 예성교를 지나면 압록역에 다다른다.
 
  3코스 ‘섬진강 꽃길’은 걷기 코스보다는 자전거 코스에 제격이다. 구례 지역의 벚꽃 도로를 따르는 길로 봄철을 제외하고는 차량 통행이 뜸하다. 유곡나루 위의 다무락마을은 봄철이면 매화, 산수유 등이 만발하는 돌담이 예쁜 마을이다. 잠시 마을을 둘러보고 발길을 재촉하면 구례교 앞에 닿는다. 여기서 길은 곧장 구례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구례교를 건너므로 주의하자.
 
  구례구역을 돌아 문척교에 이르면 아직까지 남아 있는 흙길 제방이 반갑다. 이곳 제방에서 바라보는 지리산 노고단 일대의 웅장한 모습이 장관이다. 구례읍으로 들어선 섬진강길은 서시교에서 지리산둘레길 구례 구간을 한동안 따른다. 섬진강 지류인 서시천은 구례 주민이 아끼는 곳으로 천연기념물 수달이 살고 있다. 서시천을 끌어들인 섬진강은 비로소 지리산처럼 크고 웅장한 강물로 변한다. 소박한 용두리마을을 지나 토지면사무소에서 섬진강길은 대미를 장식한다.
 
● 섬진강길 가이드
 
  섬진강길은 상류 지역인 임실 강진면을 시작으로 순창과 곡성을 거쳐 구례 토지면까지 108.5km에 이른다. 1코스 ‘섬진강 문학마을길’은 거리 40.8km, 12시간쯤 걸린다. 코스는 강진공용버스터미널~강진교~진뫼마을(김용택 생가)~구담마을~장구목(요강바위)~구암정~섬진강체육공원~향가유원지. 2코스 ‘섬진강 기차길’ 39.8km, 11시간쯤 걸린다. 코스는 향가유원지~합강마을~군지촌정사~곡성 기차마을~호곡나루~압록역. 3코스 ‘섬진강 꽃길’은 27.4km, 9시간. 코스는 압록역~다무락마을~구례구역~동해마을~토지면사무소. 걸어서 전 구간 답사는 6일쯤 걸린다. 걷기 좋은 반나절 코스로 임실의 진뫼마을~장구목, 곡성의 기차마을~곡성청소년야영장 구간을 추천한다.
 
 
  ● 교통
 
  1코스 출발점인 강진공용버스터미널은 우선 전주나 임실로 가야 한다. 서울 남부터미널에서 임실행 버스가 06:30~19:00까지 약 1시간 간격이며 3시간30분 걸린다. 임실터미널에서 강진행 버스는 09:00~20:00까지 1시간 간격으로 있으며 30분쯤 걸린다. 2코스 출발점 향가유원지는 순창버스터미널에서 향가리행 버스(07:30, 13:00, 16:30)를 탄다. 3코스 출발점 곡성군 압록역은 곡성터미널에서 압록역행 버스가 07:35, 10:40, 14:10, 16:30, 19:40에 있다.
 
 
  ● 맛집
 
  섬진강에 사는 다슬기와 메기가 훌륭한 토속음식으로 변신한다. 강진면은 다슬기 요리를 내놓는 집이 많은데, 그중 20년 전통의 성심회관(063-643-1328)이 가장 붐빈다. 섬진강에서 잡은 자연산 다슬기만 사용하며 양이 넉넉하다. 지북리의 화탄매운탕(063-652-2956)은 전국에서도 엄지손가락으로 꼽히는 유명한 집. 메기 한 마리를 통째로 넣는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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