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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취재] LH공사 118조 빚 누구 때문인가

노무현 정부 국민임대주택과 세종시가 主犯

글 : 권세진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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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임대주택 1채(1억3000만원) 지을 때마다 건설비만 4300만원 적자, 금융부채 9300만원
⊙ 총 차입금의 1/3이 국민임대주택 때문… 53만호 짓고 지난해 운영적자만 6113억원
⊙ 前 정권, “국민임대주택사업 열심히 안한다” 주공 사장 경질… 결국 임대주택 덫에 걸린 LH공사
⊙ LH 이지송 사장, “임대주택 적자 메우려 토지개발에 매달렸다”
⊙ 새로운 복병, 보금자리주택… “정부 포퓰리즘 뒤처리 언제까지”
세종시 공사현장. 세종시와 혁신도시 등의 사업은 토공의 재무구조를 악화시킨 것으로 분석된다. 네모 안의 작은 사진은 분당 정자동의 LH공사 사옥.
  “전(前) 정권의 무리한 서민정책이 빚어낸 파국.”(여)
 
  “현(現) 정권의 무리한 토공-주공 통합으로 부채 증가속도 급격히 늘었다.”(야)
 
  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118조원 빚이 누구 때문인가를 놓고 여야간 공방이 몇 달째 계속되고 있다. 118조원이면 대한민국 1년 예산(2011년 국회 제출된 것은 312조원)의 절반에 육박한다. 1개 공사(公社)가 이런 어마어마한 빚을 지고 있다. 결국 국민 호주머니를 털어야 할 돈이다.
 
  2009년 10월 1일 출범한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공사)의 부채는 2009년 말 기준 109조2000억원, 지난 6월 기준으로는 118조원이다. 단일 기업의 부채로는 국내 최대 규모다. LH공사는 자본금 20조8000억원에 자산규모는 130조원이다. 자기자본 까먹기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자산규모 130조원은 2003년 토공과 주공 자산 규모를 합친 31조원에서 4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부채 규모도 2003년 20조4000억원에서 5배 가까이 늘었다. 특히 이자가 계속 나가는 금융부채가 75조원에 달한다는 것은 더 심각한 문제다. 이자만 매일 100억원을 쏟아 부어야 한다.
 
  어찌 이 지경까지 됐을까. 도대체 누구의 책임일까.
 
  한나라당과 LH 노조(주공) 등은 “임대주택과 신도시 등 참여정부의 무리한 서민정책 때문”이라는 입장이고, 민주당은 “토공과 주공의 무리한 통합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은 “토공과 주공 통합논의가 시작된 2003년 이후부터 양 공사가 경쟁적으로 덩치 키우기에 나섰고 그 폐해가 지금 드러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은 “참여정부에서 생긴 금융부채가 43조7000억원인데 비해 이명박 정부 들어 발생한 금융부채는 7000억원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2006~2008년 건설교통부 장관을 지낸 민주당 이용섭 의원은 “LH 부채 규모가 참여정부 5년동안 46조원 증가한 것에 비해 이명박 정부 2년 동안 42조원 증가했다”고 주장했고, 지금 한나라당 국회의원인 윤진식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LH 문제는 이미 3~4년 전부터 벌어져 온 것들이 지금 터져 나오는 것”이라고 했다. 정치권 공방은 결국은 책임 떠넘기기에 불과하다.
 
  LH공사의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정종환 LH노조위원장은 “부채 급증은 참여정부 국책사업 때문”이라고 말했다.
 
  학자들의 주장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조명래 단국대 도시지역계획학과 교수는 “LH 부채가 커진 가장 큰 원인은 중복투자”라고 했고, 조하현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국민임대주택과 세종시, 혁신도시 등 대형 국책사업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석종현 토지공법학회장(단국대 교수) 같은 이는 “국민의 의견을 무시하고 밀어붙인 공사 통합으로 부채를 비롯한 문제가 심각해졌다”고 주장했다.
 
  2009년 국가부채 총액은 366조원이다. 그런데 일개 공사의 부채가 그 3분의 1이다. 남의 일이 아니다.
 
  <월간조선>은 LH공사 부채의 근본 원인을 추적했다.
 
 
  감사원도 첫 번째로 국민임대주택 꼽아
 
   LH공사는 지금 뭘 해도 안되는 상황이다. 118조원의 빚을 줄이려면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모아 빚을 갚아야 한다. 그런데 부채현황이 알려지면서 이게 잘될 리 없다. LH공사는 지난 7월 4조원어치의 채권을 발행할 예정이었지만 2조원어치밖에 발행하지 못했다. 현재 해외채권 발행도 할 수 있을지 없을지 불확실하다. 경기 성남시와 파주 운정3지구 등 LH공사가 사업포기를 선언한 지역의 주민들은 연일 LH 사옥 앞에서 시위 중이다. 정부의 개발에 대비해 재산을 증식 또는 처분해 온 지역주민들에게 정부의 사업포기란 곧바로 재산상 손실과 직결된다.
 
  더구나 LH공사는 천문학적 빚에도 불구하고 성과급 잔치를 벌였다는 사실이 알려져 민심마저 돌아섰다. LH공사 임직원이 토지·주택 판촉에 나서고 있지만 사실 여부를 차치하고 “돈 벌어 너희들 배 채우고 이제 땅까지 팔아서 빚 갚으려느냐”는 비난이 들끓고 있다. 부동산 경기는 지난 몇 년간 호황이었다. 특히 노무현 정부에서 부동산은 그들 스스로 ‘버블 세븐’이라는 말을 만들어 냈을 정도로 호황이었다. 그 와중에 LH공사만 나홀로 빚더미에 올라앉은 것이다.
 
   노무현 정부가 본격적으로 국책사업을 시작하기 전만 해도 통합 전 토공(土公)과 주공(住公)의 채무 상태는 양호한 편이었다. 김대중 정부에서 공기업 개혁을 진행하면서 2000년 15조원이던 금융부채는 2003년 말 10조9000억원으로 줄기도 했다.
 
  그러다 노무현 대통령이 2004년부터 국민임대주택 건설 100만호 사업, 세종시와 혁신도시 건설 등 대규모 국책사업을 들고 나오면서 부채 규모는 급격하게 늘어나기 시작했다. 세종시 사업 시행이 추진되는 등 정책이 구체적으로 실현되기 시작한 2006년부터는 매년 10조원이 훌쩍 넘는 부채가 쌓여 갔다.
 
  국민임대주택사업은 노무현 정부의 서민정책 중 핵심적인 사업이다. 기존의 공공분양이나 공공임대주택에 비해 만기가 긴(10~30년) 국민임대주택을 10년내에 100만호나 공급한다는 것이었다. ‘임대주택’이라는 이유로 주택공사가 토지보상비와 건설비 등 원가보다 낮은 가격에 주택을 분양했다. 그런데 노무현 정부 임기 후반부터 부동산 경기가 침체돼 LH공사가 매입 토지를 건설사에 되팔지 못하면서 부채가 눈덩이 구르듯 늘어난 것.
 
  LH공사의 부채 원인에 대해 전문가들은 대체로 “국민임대주택 100만호 사업이 가장 큰 부분”이라고 말한다.
 
  2003년부터 현재(2010년 6월)까지 LH공사의 차입금(금융부채) 75조원 중 국민임대주택 관련 차입금이 27조원이다.
 
  LH공사 빚 문제가 여론의 도마에 오르자 감사원은 지난 3~4월 LH공사 기관운영 감사를 실시, 8월 말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감사원은 LH공사의 부채가 급증하고 수익성이 감소한 원인으로 4가지를 들었는데, 첫 번째로 임대주택사업을 들었다.
 
 
  임대주택 한 채 지어 9300만원 적자
 
2009년 10월 7일 한국토지주택공사 출범식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현판 제막식을 하고 있다. 양 공사 통합이 부채증대의 원인이라는 주장도 있다.
  감사원 감사 결과 2003년부터 2009년까지 주택공사는 53만8000호를 승인받고 37조1000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했다. 그런데 실제 건설비용보다 재정지원 단가가 낮았다. 주공을 이어받은 LH공사가 이를 부담했다. 또 장기간(30년) 투입자금을 회수할 수 없는 구조상 적자도 확대될 수밖에 없었다.
 
  LH공사 이지송 사장의 설명에 따르면, 임대주택 한 채를 지을 때 비용이 1억3000여만원인데, 정부의 재정지원은 1800만원에 불과하다. 입주자 부담 2000만원을 제외하면 9300만원이 고스란히 LH의 몫이다. 이 사장은 “LH가 택지개발에 매달려 온 것도 이같은 임대주택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였다”고 말했다.
 
  감사원 역시 “임대주택사업은 구조적으로 적자가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며 “일단 지가와 건설비에서 적자가 나는 데다, 임대비용(시세대비 30~60%)이 임대수익을 초과해 공사 부채 증가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다른 부채 증가 원인으로는 ▲통합 전 양 공사의 무리한 사업확대 ▲지자체의 과다한 간선시설 부담 요구 ▲지가상승으로 인한 보상비 급증 등이 꼽혔다.
 
  실제로 2009년 LH공사의 임대주택 운영 적자는 6113억원에 달했다. 2003년에는 1589억원 수준이었던 임대주택 운영 적자가 큰 폭으로 늘어난 것도 문제지만, 향후 임대주택 재고물량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손실폭은 더 확대될 것이라는 것이 감사원의 전망이다.
 
  감사원 측은 “2003년 이후 증가된 재고자산과 유형자산 부채의 합계액 86조1000억원 중 39조5000억원(45.9%)이 정부정책사업 수행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한 부채이며, 49조6000억원(54.1%)은 통합 전 양 공사의 무리하고 경쟁적인 택지개발 등 사업확장 과정에서 발생한 부채”라고 규정지었다.
 
 
  지난 10년간 갚을 대책 없는 임대주택정책으로 빚만 늘어
 
  금융권 관계자들의 시각도 비슷했다. 김익상 하이투자증권 크레디트애널리스트는 “원래 통합 이전 주택공사와 토지공사의 5년간(2004~2008) 영업이익률은 16.7%, 순이익률 9.5% 등 상당히 높은 수익성을 실현하고 있었지만, 임대주택사업과 토지보상가격 상승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LH공사의 총 차입금 75조원 중 27조원이 임대아파트 관련 부채인 만큼 정부가 LH공사의 재무개선을 위해 국민임대주택 융자금 18조7000억원을 자본금으로 출자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애널리스트의 이야기다.
 
  “과거엔 임대아파트 건설로 적자가 나면 공공아파트 분양이나 민간아파트용 택지를 매각해서 메웠지만, 지난 10년간 임대아파트 건설계획이 급증(김대중 정부 20만호, 노무현 정부 100만호)한 데다 토지비와 건축비까지 급등하자 매년 대규모 적자를 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전 정권에서 주창한 국민임대주택은 자금회수에 30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려 기존의 공공분양이나 공공임대(5년)에 비해 훨씬 사업자 부담이 커지고 당연히 적자규모가 계속 확대될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2004년 국민임대주택 활성화(100만호 건설) 방안이 발표된 이후에도 민간기업들은 수익창출이 어려운 만큼 임대주택사업을 철저히 외면했다. 정부가 중점시책으로 추진하는 통에 공기업인 주택공사는 따라가기 바빴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 역시 “토공과 주공은 2000년대 중반 이후부터 부동산 관련 정책수행기관으로서의 역할이 강화되면서 자금부담이 커지고 재무구조가 악화되는 현상이 나타났다”며 “구조적으로 자금회수 기간이 늦기 때문에 외부차입 의존 성향이 계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부동산정책 수행기관 역할 강화에 따라 사업규모가 확대됐고, 공사비 선투입과 선투입자금의 회수 지연 등으로 민간기업이라면 채무상환 능력이 불확실한 상태”라고 말했다.
 
 
  수년 전부터 빚대책 지적해 왔지만 손 놓아
 
LH공사가 자금사정으로 인해 성남지역 재개발 사업 포기를 선언한 후 해당지역 주민들이 경기 성남 수정구청 앞에서 집회를 갖고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LH공사의 부채문제가 이슈가 된 것은 올해가 처음이 아니다. 토공과 주공의 부채문제는 국정감사의 ‘단골 메뉴’였다.
 
  최근 LH공사의 부채문제가 이슈화된 것은 올들어 LH공사의 전국 택지·도시개발사업 중 다수가 중단·보류되면서부터다. 지난 7월 LH공사가 성남 구도심 재개발사업에서 손을 뗀다고 발표했고, 파주 운정신도시와 오산신도시, 용인 덕성산업단지, 인천 아시아선수촌 개발 등이 중단 또는 보류돼 지역주민들의 엄청난 항의를 받고 있다. 2011년에도 사업보류 및 중단은 속출할 예정이다. 한마디로 ‘돈이 없어서’다.
 
  유정복 한나라당 의원(現 농림수산식품부장관)은 2006~2009년 4년간 열린 국감에서 토공·주공의 부채문제를 지속적으로 지적해 왔다. 유 의원은 지난해 10월 국감에서 “통합공사 부채가 2014년 198조원으로 예상되고, 재무건전화 방안을 반영해도 160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 의원의 이야기다.
 
  “최근 몇 년간 주택공사는 역량의 80% 이상을 쏟아부어 국민임대주택 건설에 집중해 왔는데, 국민임대주택 건설을 계획하는 단계에서 제대로 된 수요예측을 하지 않고 목표 맞추기식 진행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건설단가가 상승하면서 추가부담이 커지는 바람에 부채가 계속해서 늘어난 것이지요.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매년 지적해 왔는데 개선된 게 없어요.”
 
  건설교통부 장관을 지낸 민주당 이용섭 의원은 부채 원인에 대해 “현 정권의 무리한 통합이 문제”라고 주장했지만, 역시 주택공사의 임대주택 건설이 문제의 근원임을 인정했다.
 
  이 의원의 설명이다. “천문학적 규모의 빚은, 별 문제가 없던 토공과 주공을 현 정권에서 억지로 통합했기 때문에 문제가 생긴 겁니다. 참여정부 때는 토지공사와 주택공사의 재무구조가 괜찮았어요. 문제는 주택공사가 임대주택을 지으면서 부실화됐습니다. 그러니까 주택공사가 적절한 구조조정을 한 후에 통합을 했다면 문제가 이 지경까지 오지는 않았을 겁니다.”
 
  이 의원의 이런 주장에는 같은 민주당 의원도 동의하지 않았다. 최규성 의원은 “LH공사 부채의 가장 큰 원인 중의 하나가 임대주택 문제”라고 못 박았다. 그는 “그러나 정부가 서민용 임대주택을 짓지 않을 수는 없기 때문에 임대주택에 대한 정부의 재정지원 비율(현재 19.4%)을 확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빚져도 정부가 갚아 줄 것이라 생각하지 않으면 이런 일 못해”
 
  이처럼 국민임대주택사업을 중심으로 한 국책사업들이 부채 급증의 중요 원인이 됐다는 데 별다른 이견이 없을 정도였다. 전 정권의 국민임대주택사업을 주도했던 대한주택공사의 수장들을 수소문해 봤다.
 
  우연찮게도 전 정권에서 주택공사의 사장을 지낸 김진(2003.6~2004.7)전 사장과 한행수(2004.11~2007.1) 전 사장이 불명예 퇴진했다는 점은 석연치 않다. 김진 전 사장은 2004년 7월 뇌물혐의로 구속됐고, 한행수 전 사장은 ‘업무상 문제와 부적절한 처신’으로 2007년 1월 사실상 경질됐다. 김 전 사장은 집행유예를 선고받았고, 두 명 모두 현재 공식적인 활동은 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한 전 사장이 경질된 이유에 대해 당시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주공이 주택공급관련 정책 수행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등 업무를 소홀히 한 것 때문”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 정도로 정부 고위층으로부터 국민임대주택 관련 압박이 심했다는 얘기다.
 
  국민임대주택만 문제였을까. 감사원이 “2003년 이후 증가한 LH공사의 부채 중 거의 절반(45.9%, 39조5000억원)이 정부정책사업 수행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한 부채”라고 밝혔듯, 세종시·혁신도시·행복도시 등 국책사업과 신도시개발 등으로 (토지공사에서) 수십조 원의 부채가 생겨났다. 지역균형개발이란 명목으로 마구잡이식으로 개발계획을 터뜨려 끝내는 토지공사를 빚더미로 몰아넣은 셈이다.
 
LH공사가 개발을 포기한 경기도 파주시 교하읍 다율리 운정3지구 일대 모습. 텅 빈 가게와 공장이 늘어나는 등 지역이 슬럼화되고 있다.
  세종시 원안 관련 예산은 22조5000억원. 이 중 정부가 부담하는 부분은 8조5000억원에 불과하고 14조원은 LH공사가 부담한다. LH공사는 이미 세종시 토지보상비로 5조원 가량을 지출한 상태다.
 
  물론 토지공사의 부채문제는 좀 더 복잡하다. 국토해양부 한 관계자는 “토공의 경우 국책사업도 문제지만 그 과정에서 과도한 토지보상비를 지출한 것이 부채를 더 키워 온 것으로 본다”며 “워낙 큰 규모의 예산이 왔다 갔다 하는 곳이다 보니 도덕적 해이도 더 심하지 않았나 생각된다”고 말했다.
 
  LH노조 주공부문 정종화 위원장은 “참여정부가 정치적 효과를 위해 당초 2~3개로 구상된 혁신도시를 10개로 확대하고 토지보상 기한까지 일방적으로 못 박으며 주공과 토공의 부담을 극도로 가중시켰다”며 “정치권과 지자체도 정부의 사업목표를 무조건 완수해야 하는 양 공사의 약점을 파고들며 무리한 도시기반시설이나 수익성 없는 도시재생사업을 덤으로 요구하는 관행을 되풀이했다”고 말했다.
 
  2004년 당시 주택공사에 근무했던 한 관계자의 이야기다. “국민임대주택 100만호 이야기에 다들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실 왜 임대주택을 100만호나 지어야 하는지에 대한 근거도 부족했어요. 그리고 임대주택은 지으면 지을수록 적자 아닙니까. 당시에는 호당 적자가 얼마나 될지 정확히 예측할 수 있는 사람도 없었고요. 도대체 이런 아이디어를 누가 냈는지 궁금할 정도였습니다. 모두들 전형적인 정치권의 포퓰리즘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사실 공사도 문제가 있었지요.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습니다. 민간기업 출신 사장이 냉정한 판단을 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결국 정부가 원하는 대로 계획을 세우고 진행했습니다. 공사이기 때문에 손해는 정부가 갚아 줄 것이라고 믿고 있으니까요.”
 
 
  東으로 갈지, 西로 갈지 모르는 사장들
 
  LH공사에 공익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요구하는 정부 시스템이 문제를 더 키워 가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 정치평론가의 얘기다.
 
  “가장 큰 문제는 LH공사의 정체성이 모호하다는 것입니다. 임대·공공분양 주택사업은 서민경제 안정을 위해 국가가 반드시 해야 하는 사업입니다. 공익성과 상관없는 PF나 중대형 아파트 건설을 하면 안 된다는 거죠. 물론 그런 수익사업으로 돈을 벌어서 공익에 사용하겠다는 취지가 이해 안 가는 건 아니지만, 공익사업과 수익사업은 분리해야 한다고 봅니다. 수익성도 있어야 하고 공익사업도 해야 하다 보니 점점 늪으로 빠져들고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두 가지를 모두 요구하면서 사실상의 국가부채를 LH공사에 떠넘기고 있는 정부가 문제라고 봅니다.”
 
  전·현직 대통령은 토공·주공에 대해 공식적으로는 ‘공익성’을 강조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해 LH공사 통합 출범식에서 “통합공사는 민간과 경쟁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윤이 별로 남지 않아 민간에서 꺼리는 일을 보완해 돈 없는 서민들도 내집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대통령의 요지다. 사실상 LH공사를 ‘정부가 시키는 일 하는 곳’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노 전 대통령이 “(정부의 핵심사업인) 국민임대주택사업을 열심히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한행수 전 사장을 경질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공익사업의 핵심인 임대주택사업을 맡고 있는 주택공사의 수장 면면을 보면 문제는 달라진다. 최근 들어 민간기업 출신으로 ‘물갈이’되고 있다. 전 정권의 2003년부터 2008년 초까지 주택공사 사장 3인은 모두 민간기업 출신이다. 김진 전 사장은 국제그룹, 한행수 전 사장은 삼성그룹, 박세흠 전 사장은 대우그룹에서 장기간 근무했다. 현 LH공사 이지송 사장은 현대건설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고락을 같이한 사람이다. 공익성과 수익성,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라는 요구가 아닐 수 없다.
 
  한 건설사 관계자의 이야기다. “주공이 주공답게 일을 했으면 이런 일이 벌어지지도 않았겠죠. 주공이 왜 몇 백억의 돈을 들여 브랜드를 고급화하고 대형 임대주택 건설을 해야 합니까. 설립목적에 충실했다면 크게 수익성은 없어도 안정적인 운영을 할 수 있어요. 공익사업이 많은 LH공사를 정상운영하려면 정부의 지원을 늘려야 하는데 정부는 ‘LH공사가 알아서 벌고 운영하라’는 입장이니 속으로 곪을 수밖에 없는 겁니다.”
 
  LH공사 이지송 사장은 지난해 9월 출범 당시 “부채가 많지만 이윤창출과 재무관리의 새 패러다임을 만들 예정”이라고 말하고, “LH는 공익을 위해 정부 정책을 수행해야 하는 공기업이며, 이는 LH의 존재 의미”라며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그러나 이 사장은 취임 몇 개월 만에 눈덩이처럼 늘어난 빚더미에 나아갈 길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통합 앞둔 住公·土公의 도덕적 해이 극심
 
보금자리주택 현장접수처인 KBS88체육관. 최근 분양된 보금자리주택은 주변 시세와 가격 차가 크지 않아 미분양이 발생하고 있다. 여기다가 LH의 자금난까지 겹치면서 보금자리주택정책이 흔들리고 있다.
  “MB정부 공기업선진화의 화두로 떠올랐던 토공과 주공의 통합이 ‘공기업선진화’는커녕 불행의 씨앗이 됐다”는 주장도 없지 않았다.
 
  오연천 서울대 총장이 위원장을 맡았던 공기업선진화추진위원회는 2009년 4월 6차례에 걸쳐 공기업선진화방안을 발표했는데, 토공과 주공의 통합은 4월 1일 발표된 제1단계에서 일사천리로 결정됐다. 당시 위원회는 “주공과 토공은 택지개발 등의 기능이 겹쳐 통폐합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석종현 단국대 법학과 교수는 “토공과 주공의 통합은 무모한 정치논리에 따라 현실에 역행하는 정책이었다”며 “기능중복 문제 해결을 빌미로 거대한 부실 통합공사를 탄생시켰다”고 비판했다.
 
  “토공과 주공 통합논의는 1998년 국민의 정부 시절부터 있어 왔습니다. 각종 토론회와 연구용역 결과를 근거로 늘 반대로 결론났지요. 고유기능을 가진 공기업들 사이에 기능조정이 필요하다면 그 근거법률을 개정해 기능중복의 문제를 해결하면 됩니다. 그런데 정부는 물리적인 단순통합으로 목적을 달성하려고 했어요. 학자들은 공공기관의 전문성을 훼손하고 경영의 효율성을 저해하며 거대한 부실 통합공사가 탄생할 것을 우려해 통합에 반대해 왔습니다.”
 
  그러나 그보다는 앞서 언급한 대로 원래의 빚이 더 문제고, 그 다음으로는 통합을 앞둔 도덕적 해이도 한몫했다. 감사원 감사를 봐도 토공과 주공은 통합 후의 주도권 다툼을 염두에 두고 덩치를 늘리려고 무리수를 뒀다. 이 시기 특히 사업타당성 검토를 대충대충 했다.
 
  뿐만 아니라 양사의 사원들은 본래의 통합 목적대로 통합으로 재정을 건전화하기보다는 실익 챙기기에만 신경썼고, 그 수장들은 한통속이 되거나 방조했다. 토공은 통합 한 달 전인 2009년 9월 돌연 사내복지기금 규정을 변경, 모든 직원에게 81억원의 복지포인트(1인당 300만원)를 지급하고, 1인당 2000만원의 대출한도를 새로 정해 줘 127억원을 직원들에게 신규 대출해 줬다. 또 2007~2010년 토공과 주공에서 청렴의무 위반으로 파면·해임된 직원(21명)에게도 총 1억3400만원의 성과급이 지급됐다. 통합 인력이 6700여 명에 달하는데 직원 수 구조조정은 아직 구체적으로 집행되지 않은 상태다. 이러니 통합으로 시너지 효과가 생기기는커녕 ‘빚더미를 키워 놓고 돈 빼먹기’에만 혈안이 됐던 것 아니었느냐는 비판을 피할 길이 없을 것이다.
 
  어떻게 통합으로 갑자기 빚이 늘어나겠는가. “빚 있는 처녀와 총각이 결혼하면 갑자기 그 빚이 두 배·세 배로 늘어나느냐”(한나라당 김정권 의원)는 질문에 대해 통합 때문에 빚이 늘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뭐라 답할까.
 
 
  자기반성 없이 정부만 쳐다보고 있어
 
국민임대주택 100만호 건설을 주창한 노무현 전 대통령이 국민임대주택 홍보관에서 열린 주택정책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 때 급격히 늘기 시작한 빚 때문에 LH공사는 사실 사기업 같으면 벌써 파산했어야 한다. 아무리 큰 회사라도 하루 100억원씩을 이자로 주고 배길 곳은 없다. 그런데도 취재 과정에서 만난 LH공사 임직원이나 정부 관계자들 모두 크게 걱정하는 눈치가 아니었다. LH공사 임직원들은 자신들의 도덕적 해이는 철저히 숨기면서 정부 탓만 하고 있고, 정부는 ‘다양한 원인’을 들먹이고 있다.
 
  그러면서 이들은 공통적으로 결국 정부가 갚아 줄 것이라고 믿고 있다. 대마불사(大馬不死) 신화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정부지원 가능성을 볼 때 LH공사가 채무상환 능력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공사의 채무상환 능력에 문제가 생기면 국내외 경제에 미칠 충격이 부채규모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매우 큰 만큼 정부가 자구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황광숙 동부증권 애널리스트는 가장 큰 원인 제공자가 정부이므로 정부가 적자사업의 손실보전 등을 통해 LH공사를 지원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가장 큰 문제는 정권적 차원의 정책을 ‘떠넘기는’ 정부와 빚더미 대책은 세우지 않은 채 ‘정부에 순응하면서 복지혜택 늘리기 등 실속만 챙겨 온’ LH공사에 있다. 심하게 말하면 ‘내 돈 아니다’는 심리가 아니라면 이런 사태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란 얘기다. 이런 사태는 노무현 정부에서 국민임대주택 100만호를 공급하는 초기부터 충분히 예상됐다. 그런데도 누구 하나 챙기지 않고 토공과 주공이 쭉정이가 되도록 놓아 둔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보금자리주택도 큰 문제
 
LH공사 이지송 사장은 “임대주택사업으로 적자가 쌓일 수밖에 없는 만큼 정부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미 118조원이라는 감당 못할 빚을 지고 있는 LH공사는 이명박 정부 들어 이제 보금자리주택이란 정책까지 떠맡았다. 이명박 정부가 내놓은 보금자리주택 32만 가구 건설안의 예산은 93조~95조원에 달한다. 현재 사업을 그대로 추진해서는 지출을 아무리 줄이고 자구책을 마련해도 LH공사 빚이 줄기는커녕 크게 늘어난다. 특히 최근 LH공사측이 “구조조정을 위해 보금자리주택과 세종시를 제외한 모든 사업을 재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히자 “전 정부 것은 재검토하고 현 정부 것만 추진하냐”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감사원은 최근 LH공사가 현재 착수한 292개 사업과 착수 예정인 134개 신규사업, 보금자리주택 건설을 모두 정상적으로 추진한다고 가정하고 자구책을 마련했을 때의 시나리오를 내놓았다. 그에 따르면 신규사업과 보금자리주택 등의 규모를 아무리 줄인다 한들 2013년 부채비율은 471~475%(올해 약 400%)까지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막대한 손실과 자금회수 장기화가 재무구조 악화를 심화시켜 공공주택 공급 등 중요 정책사업 수행에 차질이 예상된다”며 “수익성 개선 여지가 없는 사업을 재검토하도록 LH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보금자리주택 건설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보금자리주택은 서민을 위한 것이 아니며, 시세차익을 노린 중간계층에게나 매력이 있다는 것이다. 단국대 도시계획부동산학부 조명래 교수는 “현재의 보금자리주택은 시세에 비해 파격적인 가격이 아닌 만큼 소득 중간층 이상인 사람이 거주할 수 있는 여건”이라며 “미분양주택이 흘러넘치고 도시도 재개발해야 하는 터에 그린벨트까지 헐어서 시세보다 훨씬 싸지도 않은 보금자리주택을 만들 이유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자칫 국가의 위기를 몰고올지도 모를 LH공사 사태. 어떻게 해야 할까. 근원적 처방은 없을까.
 
  이재웅 성균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포퓰리즘 정책에 따른 국책성 사업을 공기업에 떠맡기면서 정부재정은 양호하다는 주장만 되풀이해 온 정부에 원죄가 있다”고 했다. 그의 말이다.
 
  “당장 해야 할 일은 구조조정과 정부지원이라고 하지만, 공기업의 역할 재정립을 먼저 논의해야 합니다. 시장의 실패를 정부가 과도하게 품으려다 보니 이런 결과가 나오지 않았습니까. 재정을 투입하기 전에 정부와 공기업, 민간부문이 해야 할 사업의 중복되는 부분을 구조조정해야 합니다. 포퓰리즘적 사업들을 공기업에 과도하게 떠맡겨 온 관행이 공기업의 부채를 더 키운 핵심요인인 만큼 이 고리를 끊지 않고는 해법을 찾을 수 없어요. 더이상 공기업이 정부 뒤처리하는 기관이 돼서는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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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인숙    (2010-09-26) 찬성 : 369   반대 : 372
너무하네요,모두가나라망치는일이군요,지금이라도무슨대책을세워야지요,

20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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