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메인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軍犬들 이야기

분단국가에서는 개들도 兵役의무를 다한다. 그리고 安樂死당한다.

최재경  

  • 트위터
  • 페이스북
  • 기사목록
  • 프린트
  • 스크랩
  • 글자 크게
  • 글자 작게
공군 제10전투비행단의 전설적인 軍犬 샤갈은 늙어서 安樂死를 당해야 했다. 독극물 주사에 저항하던 샤갈은 담당병사가 눈물을 흘리면서 주사를 놓자 편안히 눈을 감고 軍犬묘지에 묻혔다.
  軍犬의 혈통서
 
  『사람에게만 人格(인격)이 있나요? 개에게도 犬格(견격)이 있답니다. 단지 사람과 의사소통이 불가능할 뿐, 느끼고 행동하는 건 큰 차이가 없답니다. 게다가 우리는 犬番(견번)을 갖고서 국방의 의무까지 다하는 군견 아닙니까. 지휘관님들께서는 우리 군견 한 마리가 軍人 열 사람의 몫을 해낸다고 칭찬하지만, 우리가 아무리 잘해도 훈장은 우리 주인이 달고, 우리는 여전히 개 취급을 당한답니다. 그래도 우리는 불평 한 마디 하지 않는답니다. 불 속이든 물 속이든 주인님이 命(명)한다면 어디든 뛰어들 준비가 되어 있지요』
 
  軍犬을 취재하면서 가장 답답한 점은 軍犬들이 말을 하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톤을 달리해서 컹컹 짖거나 호소하는 듯한 눈빛으로 하염없이 쳐다보기만 할 뿐이었다. 그래서 필자가 그들의 심정을 대변해 보았다.
 
  중부전선 모 지역에 위치한 육군 제3군견훈련소를 들어서는 순간 軍犬들의 체취가 코를 찔렀다. 이곳은 국내에서 가장 많은 수의 군견을 보유하고 있는 곳이다. 국내에 들어와 있던 셰퍼드를 중심으로 군견을 養成(양성)해 오다 1982년 36마리의 독일産(산) 셰퍼드를 種母犬(종모견)으로 수입해서 자체 번식에 성공했다.
 
  子犬(자견)관리, 군견과 軍犬兵 교육, 老衰犬(노쇠견)이나 질병견의 치료, 수술 등이 모두 이곳에서 행해진다. 自隊(자대)에 배치되어 근무 중인 군견과 軍犬兵들의 보수교육도 행해지는데, 경계견은 1년에 4주씩 들어와 교육을 받으며, 추적견은 1년에 8주씩 2회 교육을 받는다.
 
  부대 초입에는 실제 크기로 만들어진 軍犬像(군견상)이 서 있어서, 하마터면 진짜 셰퍼드가 짖고 있는 것으로 착각할 뻔했다.
 
  공군 부대로는, 최전방에 위치한 제10전투비행단 헌병대대 군견반을 다녀왔다. 그곳 사무실에 들어섰을 때 벽에 붙은 「군견현황표」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견명: 라피, 견번: FB 538, 생년월일: 94년 7월25일, 성별: 암(♀)」
 
  「군견현황표」에는 현재 근무중인 30두의 軍犬에 대한 신상명세가 기록되어 있었다. 軍犬에게는 사람의 족보와 주민등록증에 해당하는 血統書(혈통서)가 있다. 「軍用 셰퍼드犬 혈통서」라 적힌 장부 안에는 군견의 사진과 이름, 犬番, 생일, 출산지, 털색, 母犬名, 조부모와 증조부모, 경력(훈련기간), 軍犬 이동사항, 건강기록 및 예방접종 현황, 子犬 분만 기록, 체중계측 기록표와 진료카드, 취급한 軍犬兵의 평가서가 첨부되어 있었다.
 
  다른 부대로 옮겨갈 때는 이 혈통서를 갖고 가게 되어 있다. 말을 하지 못하는 군견이므로, 그들의 犬生 行路(행로)는 이처럼 혈통서가 대신 말해준다.
 
  군견과 가장 가까운 존재들은 늘 함께 훈련하고 작전을 수행하는 軍犬兵들이다. 외롭고 힘든 군대 생활을 같이 나누며 서로에게 길들여지는 사이에 그들에게는 우정과 愛憎(애증)이 동시에 싹튼다. 정확한 의사소통은 불가능하지만, 언어를 초월한 이해가 오간다.
 
  육군 제3軍犬훈련소의 鄭眞熙(정진희·23) 병장과 그의 軍犬 「트로이」는 행사 때마다 멋진 시범을 보이는 일을 담당한다. 그러나 트로이는 머리가 좋은 만큼 자존심이 강해 다른 개에 비해 잘 토라지는 결점을 갖고 있다고 한다. 그런 성격은 鄭병장도 마찬가지여서 둘 다 별명이 「삐치리」로 통한다.
 
  그런데 작년 여름부터 네 명의 軍犬兵과 네 마리의 군견이 조를 이루어 물품 選別(선별) 시범을 보일 때마다 트로이가 명령을 거부해 鄭병장을 무안하게 만드는 일이 잦아졌다. 평소에는 잘하다가도 무대에만 서면 하지 않아, 트로이에 대한 鄭병장의 「고운정」은 어느새 「미운정」으로 바뀌고 말았다. 그런데 그런 트로이의 속마음을 확인할 기회가 있었다.
 
  『작년 7월에 부대 밖으로 교육을 나갔다가 점심을 먹은 후 잠이 많은 저는 나무 그늘에 누워 잠깐 낮잠을 청했고, 트로이는 끈을 풀어놓은 채 혼자 놀도록 두었습니다. 잠결에 어디선가 트로이가 짖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래도 저는 무시하고 계속 잤습니다. 한참 후에 트로이가 짖는 소리가 더 격렬해지고 제 몸을 툭툭 치는 것이 느껴져 트로이를 저지시키려고 신경질적으로 눈을 떴습니다. 그런데 눈을 뜨고 보니까 제 앞으로 굵은 뱀 한 마리가 스르르 다가오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급히 트로이와 함께 자리를 피했습니다』
 
 
  『개가 사람보다 낫습니다』
 
  제10전투비행단 軍犬班(군견반) 박상용 병장(22)은 개들 중에도 순한 개, 낯설음을 많이 타는 개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처음 며칠 동안에는 친해지기 위해 軍犬兵이 자신의 軍犬에게 밥을 주는 일부터 시작한다. 군견이 낯설음을 탈 때는 꼬리를 세우고 귀를 쫑긋하게 치켜세운 채 경계하다가, 차차 자신에게 밥을 주는 새 주인의 냄새에 적응하면 꼬리와 귀를 내림으로써 순종의 의사를 표시한다.
 
  제10전투비행단 軍犬班에 온 지 3개월밖에 되지 않았다는 김지호 일병(21)은 「칸토」라는 개를 처음 받았을 때 지독한 냄새와 지저분한 외모에 질렸다고 한다. 밥을 먹는 犬식기에다 소변을 보는가 하면, 엉덩이 주변에는 항상 배설물의 흔적을 붙이고 다녔다. 그러나 서로 친해지고 보니, 칸토는 다른 개에 비해 사교성이 좋고 재롱이 많다는 걸 알게 되었다.
 
  김지호 일병이 다리를 뻗으면 그 다리 위에 턱을 괴는 귀여운 모습도 보여주었다. 김일병은 『이제 냄새는 면역이 되었다』면서, 칸토에게 정이 많이 들어 헤어지기 싫다고 했다. 그는 주변 사람들이 「칸토」를 「칸초」라고 잘못 부르자 인내심을 갖고 끝없이 「칸토」라고 수정해주었다.
 
  제10전투비행단의 군견은 주로 활주로 駐機場(주기장)에서 야간 警戒(경계) 근무를 선다. 항공기 기름 유출 사고를 예방함으로써 대형사고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불순분자의 隱居(은거)와 잠입으로부터 군대 기지와 주요 시설들을 지키는 역할을 한다. 공군의 경우, 기지 방어 없이는 작전이 불가능하다.
 
 
  보초병이 졸면 軍犬도 따라 잔다
 
  『야간 근무를 설 때 보초병이 졸면, 개들도 눈치를 보고 따라 자고 싶어서 주인을 툭툭 건드려 봅니다. 주인이 잔다 싶으면, 개들도 같이 자려고 듭니다. 그 때문에 보초병들이 졸 수가 없습니다』
 
  제10전투비행단 軍犬반장 蔣鍾範(장종범·44) 원사는 20여년 이상 군견 훈련을 담당해 온 군견들의 代父(대부)인 만큼, 별명이 「개아범」이다. 그는 개들의 생리반응이 사람과 거의 똑같다고 한다.
 
  이곳의 군견과 軍犬兵들은 일몰 후 1∼2시간 후에서부터 일출 전 1∼2시간 전까지 기지 내 중요 장소의 경비근무를 서야 한다. 비나 눈 등이 내리는 악천후시에는 군견의 특수성 때문에 빠짐없이 경계근무를 서야 한다. 악천후 때는 사람의 시야가 더욱 좁아지므로 군견의 필요성이 더욱 가중되기 때문이다.
 
  취침 나팔 소리가 들리면 군견들은 음악 소리에 맞춰 일제히 늑대처럼 울부짖는다고 한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생활하는 동안 서로 닮게 된 軍犬兵들 역시 개들과 비슷한 소리를 내며 따라 울부짖는 것이 부대 안의 특이한 풍속도다.
 
  제10전투비행단 군견반의 김종세 일병(22)은 어느 날 軍犬과 함께 근무를 서다가 취침 나팔 소리를 들었다. 그런데 그날따라 개가 울지 않고 조용했다. 김일병은 의아하게 여기며 개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자기가 먼저 『어흥』하고 울어주었다. 軍犬은 그제서야 생각난 듯 김일병을 따라 울음을 울었다. 같은 비행단의 이중섭 병장(23)은 개의 울음 소리를 사이렌 소리로 착각해서 크게 놀란 적도 있다고 한다.
 
  공군에서는 軍犬兵을 모집할 때, 개를 좋아하는 사람을 우선적으로 선발하게 되어 있으나, 육군에서는 특혜 논란을 없애기 위해 전산으로 무작위 선발하고 있다. 공군에서는 군견반 선호도가 높은 편이다. 軍犬兵으로 근무하면 軍犬 관리사 자격증을 딸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며, 필기와 실기 시험을 거쳐 자격증을 따게 되면 轉役(전역) 후 민간에서도 자격증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軍犬兵이 되려면 軍 생활이 18개월 이상 남아 있어야 한다.
 
 
  軍犬 때리면 처벌
 
  공군의 경우 군견반을 지원하는 軍犬兵들의 성격은 내성적이고 인내심이 강한 型(형)이 많다고 한다. 남자답고 거친 성격은 화가 날 때 군견을 구타할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부적합하다. 군견을 폭력으로 다루면 다시는 말을 듣지 않게 되므로, 폭력을 사용한 軍犬兵은 처벌을 받는다. 그래서 군견이 말을 듣지 않을 때 병사들은 스트레스를 속으로만 삭여야 한다.
 
  훈련중인 군견은 평소에 잘 하다가도 어느 날 말을 듣지 않는 경우가 생긴다. 사람은 이럴 때 벌을 주면 바로잡을 수 있지만 軍犬은 스스로 할 마음이 생길 때까지 달랠 수밖에 없다. 그럴 때면 軍犬兵이 같이 놀아주고, 군견의 기호품을 이용해서 기분을 전환시켜주어야만 한다. 『힐책을 30% 하면 칭찬을 70% 해주어야 된다』고 육군 제3군견훈련소 교관 兪炳甲(유병갑·57)씨는 귀띔해준다.
 
  그러나 同苦同樂(동고동락)하는 동안 軍犬兵과 軍犬 사이에는 끈끈한 정이 싹튼다. 추운 겨울 밤, 바람이 폭주하는 활주로 앞에서 경계 근무를 설 때 軍犬兵들은 軍犬의 몸냄새도 잊고 군견을 껴안고 추위를 잊는다. 그들은 그것을 우스갯소리로 「개털 귀마개」라고 부른다.
 
  軍犬兵들은 군견들이 무리져 있어도 한눈에 자신의 군견을 알아본다. 군견병들은 자신의 군견의 생일날을 기억해 두었다가, 그날에는 특별히 과자나 고기를 먹여준다. 그러면 영문을 모르는 군견들은 마냥 좋아하며 받아먹는다.
 
  군견과 함께 생활한 병사들은 밖에 나가서는 개고기를 일체 먹지 않는다. 어떤 병사들은 군견이 軍裝備(군장비)라는 걸 잠시 잊고, 제대하면 같이 나가고 싶다고 말하기도 한다.
 
 
  『대한민국 개들도 국방의무 다해야』
 
  군견으로 쓰이는 개들은 대부분 독일産 셰퍼드 種(종)이며, 그중에서도 검은 털과 갈색 털이 섞인 「블랙탄」 종류가 主種을 이룬다. 셰퍼드는 다리 각도 때문에 지구력이 뛰어나고, 지능이 높고 성격이 과감하며 활동능력이 뛰어나, 全세계에서 작전수행견으로 많이 쓰인다. 셰퍼드의 혈통이 고정되고 지금과 같은 능력이 생긴 것은 1880년대 독일의 한 퇴역 軍人에 의해서다.
 
  셰퍼드는 1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이 경계·수색용으로 처음 사용하기 시작했다. 군견으로 쓰이는 셰퍼드들의 지능은 다섯 살 난 어린이의 지능 수준과 맞먹는다고 한다.
 
  대한민국 군대에 군견이 처음 도입된 것은 1965년 11월 말경이었다.
 
  1965년 10월 말 강원도 양구의 한 軍부대 부연대장 金斗杓(김두표) 중령一家 4명이 밤중에 무장괴한들에게 暗殺(암살)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 사건을 계기로 DMZ 內에 있는 GP 초소간에는 쌍방간의 피비린내 나는 보복전이 반복되었다. 북한군의 기습으로 우리 병사들이 죽고 귀가 잘리는 불상사들이 일어났다. 당시 金 炯旭 중앙정보부장은 국내 보안국장이었던 全在球(전재구·71·예비역 준장)씨에게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평소 아이디어 뱅크라는 별명을 갖고 있던 全在球씨는 묘안을 생각해 냈다. 그것은 휴전선 일대 GP에 軍用犬 한 마리씩을 지원하는 것이었다.
 
  『개는 深山幽谷(심산유곡)에서도 멀리의 인기척까지 다 들을 수 있으니 對人(대인) 레이다 역할을 할 거라 생각했습니다. 밤중에 哨兵(초병)이 졸더라도 개가 미리 짖어준다면 사전에 적의 기습에 대처할 수 있다고 확신했습니다』
 
  全在球씨의 아이디어는 당장 받아들여졌지만 개를 모으는 것이 문제였다. 全씨는 서울시내의 민간인들이 보유하고 있던 셰퍼드와 도베르만 종류의 개들 5백여 마리를 장충공원에 집결시켰다. 개를 내놓지 않으려는 개주인들에게 『대한민국의 남자들이 국방의무를 다하듯, 대한민국의 개들도 국방의무를 다해야 하지 않냐』고 설득했다. 육군본부, 1군, 서울시경, 중앙정보부의 대표자들로 구성된 심사위원에 의해 1백50두가 선발되었고, 頭當(두당) 2만원씩을 주고 사들였다.
 
  그렇게 해서 一軍(1군)에 軍犬部隊(군견부대)가 창설되었다. 그후 군견들이 휴전선 비무장지대에 배치되고 나서는 敵의 야간기습도 현저히 減少(감소)되었다.
 
  全씨는 1970년, 大邱每日(대구매일) 신문과 연합하여 對間諜作戰用(대간첩작전용) 군용견 헌납운동을 전개하기도 했다. 당시 朴대통령도 군용견 20頭분의 下賜金(하사금)을 주었다고 한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2軍 군용견 부대가 창설되었고 3年 後에는 1천 마리로 불어났다.
 
 
  진돗개는 情이 많아 軍犬으로 부적합
 
  최근 진돗개를 軍犬으로 훈련시키려는 시도가 행해지고 있으나, 진돗개는 무엇보다 낮은 기온에서는 버티지 못하며, 체구가 작아 사람을 물지 않고 제압하는 효과를 발휘할 수 없다는 단점을 갖고 있다. 의리와 충성심이 강하고 영리하며 순발력과 용맹성이 뛰어나지만, 주인에게 끝까지 복종하는 고집 때문에 2년마다 교체되는 軍犬兵들에게 적응하기 어려운 것도 군견이 되기에 부적합한 사유이다. 한 마디로, 군견이 되기엔 너무 情이 많은 것이다.
 
  육군 제3군견훈련소의 번식소대 종모견동에는 種犬과 母犬의 임무만 수행하는 셰퍼드들이 요란하게 짖어댔다. 훈련소장 金雲吉(김운길·42) 소령을 보자 『근무중 이상무』라는 말을 하는 건지 더 요란한 소리를 외쳐댔다. 種犬들과 母犬들은 각기 다른 특징이 있었다. 언뜻 보기에도 종견들은 주둥이가 굵고 목소리가 걸걸한 반면, 모견들은 주둥이가 날렵하고 카랑카랑한 목소리를 냈다. 이들 종모견들에게는 가장 기본적인 교육만 시키고 작전 훈련은 시키지 않는다고 한다.
 
  제3훈련소의 번식동. 犬舍(견사) 속을 들락거리는 繁殖(번식)소대 軍犬兵들의 손에는 빨갛고 노란 플라스틱 빗자루들이 들려 있었다. 갓 태어난 새끼들을 보살피기 위해 그들은 犬舍를 깨끗이 청소하고, 연탄을 때서 실내를 따뜻하게 유지하느라 바쁘다. 번식동 한구석, 母犬의 우리 옆에 비치된 작은 책장과 책상에는 젊은 병사들이 개들과 함께 밤을 샐 때 읽는 손때 묻은 책들과 음악 테이프들이 꽂혀 있었다.
 
  철망 속의 견사에는 母犬 「러프」가 길게 옆으로 누워 있고, 태어난 지 5일째된 강아지 여덟 마리가 어미젖에 달라붙어 있다. 교관 유병갑씨는 『모든 짐승은 初乳(초유)를 먹어야 좋다』고 말했다. 새끼들은 온몸이 새까매서 아직은 셰퍼드 종류라는 것을 분간하기 힘들었다.
 
 
  安樂死와 軍犬묘지
 
  좁은 통로를 사이에 두고 건너편에 자리한 철망 속에는 태어난 지 37일 되었다는 강아지들이 제법 자란 몸집으로 母犬 옆에서 잠들어 있었다. 생후 28일이면 부모犬의 이름을 따서 이름을 지으므로 이들에게는 이미 이름이 있으며, 「犬番」이라 해서 일종의 군번이 주어진다. 군번줄을 목에 거는 대신 생후 28일께 왼쪽 귀에다 견번을 문신으로 새긴다. 비로소 어엿한 대한민국 軍犬으로 등록되는 것이다.
 
  軍犬은 생후 10개월까지 담당교관에 의해 기초교육을 받고 나면 성격별로 분류되어, 10개월 이후부터 본격적인 훈련을 받게 된다. 이들의 군견으로서의 수명은 보통 8년에서 10년 가량 되며, 죽은 후에는 군견묘지에 묻히거나 소각처리된다. 공군과 육군이 다소 차이가 있는데, 공군의 경우 駐機場 경계근무를 주로 서는 군견들은 수명이 긴 편이고, 수색견이나 탐지견, 추적견 활동을 많이 하는 육군 군견들은 수명이 짧은 편이다.
 
  늙어 병들거나 더 이상 작전을 수행할 수 없는 지경이 되면 廢犬(폐견) 보고가 올라가며, 廢犬 명령이 내려오면 그에 따라 폐견처리한다. 제10전투비행단 군견반에는 작고 하얀 비석들이 세워진 군견묘지가 있었다. 육군 군견은 최근 대학 수의학 연구소에 실습용으로 보내지기도 한다.
 
  『개도 老衰(노쇠)하면 눈물을 많이 흘리거나, 슬픔에 잠겨 있거나, 어느 날 갑자기 짖지 않게 됩니다. 훈련장 한켠에 위치한 군견묘지의 냄새를 그들은 충분히 알고 있기 때문에, 그 근방을 지날 때는 수심에 잠긴 표정이 역력합니다』
 
  장종범 원사는 훈련교본에 실린 사진 속에서 20여년 전 자신의 청년시절 모습과 자신의 개 「신나」를 보며, 지금은 폐견처리되어 무덤에 묻혀 있는 「신나」의 용맹성을 회상했다. 「신나」는 물에 빠진 사람을 보면 직접 뛰어들어 구할 정도로 영리하고 용맹스런 개였다고 한다.
 
 
  전설적인 軍犬 「샤갈」의 죽음
 
  사람 가운데도 유독 충성심이 강한 사람이 있듯, 군견 가운데에도 유독 충성심이 강한 군견이 있는 법이다. 제10전투비행단 군견반 안에는 전설이 되어버린 군견 「샤갈」의 이야기가 전해져 온다. 신병 시절 「샤갈」의 죽음을 직접 목격한 이중섭 병장(23)은 아직도 그 장면을 잊지 못한다고 한다.
 
  『신병 시절에 전설적인 개 「샤갈」이 폐견처리되는 걸 목격한 적이 있습니다. 군견으로서의 사명감과 책임의식, 충성심이 강한 개였고 취급병의 명령에 절대복종했습니다. 좀 가느다란 나무에 묶어놓은 채 부르면 나무를 뿌리째 뽑으면서까지 취급병에게 달려간 개였다고 들었습니다. 텅 빈 활주로 앞에서 보초병이 근무 중에 쓰러졌을 때, 사람 있는 곳까지 먼 거리를 달려가 문을 긁어 주인이 아픈 것을 알린 적도 있다고 했습니다.
 
  그 개도 나이가 들자 후부관절 마비라는 병을 얻어 두 뒷다리가 마비되기 시작했습니다. 보통의 개가 그 지경이라면 늘 죽어 있는 시늉을 하거나 활동 자체를 거부했을 텐데, 샤갈은 취급병이 부르면 앞다리로 두 뒷다리를 끌면서도 뛰어가지 못하는 것이 미안한 듯이 주인을 바라보았습니다. 결국 폐견보고가 올라가고 폐사날짜가 정해졌습니다. 군견들에게는 사형선고와 같은 일입니다.
 
  그런데 샤갈을 犬舍에서 끌어내려고 가니까, 샤갈은 자신의 취급병을 기다렸던지 끝내 나오지 않으려고 버티는 바람에 軍犬兵 다섯 명이 억지로 들고 나와야 했습니다. 샤갈의 취급병은 愛犬心(애견심)이 너무 깊어서 폐사 목격을 거부했고, 그 역시 내무반에서 나오지 않으려고 버텼습니다』
 
  안락사를 위한 주사를 투여하려 하자 샤갈은 그동안 봉사했던 시간이 서러웠는지 두 앞다리로 저항하며 발악하기 시작했다. 하는 수 없이 샤갈의 취급병이 나왔고, 자신의 주인을 본 샤갈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앉은 자세로 꼬리를 흔들며 조용해졌다. 샤갈은 주인을 기다렸던 것이다. 주사를 투여하는 순간에도 거짓말처럼 아무 저항도 하지 않고, 주인이 지켜보는 그 자리에서 서서히 눈을 감았다.
 
  타인 앞에서는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자신의 주인 앞에서는 절대 복종하는 모습, 그것이 샤갈이 보여준 군견의 모습이었다. 이중섭 병장은 『그때 샤갈이 눈물을 흘리며 천천히 고개를 숙이던 장면이 눈앞에 선하게 떠오른다』고 말했다.
 
 
  軍犬들의 閱兵式
 
  육군 제3군견훈련소 훈련장. 열두 명의 軍犬兵과 열두 마리의 軍犬이 열을 맞추어 서 있다. 잠시 후 지휘관의 명령에 따라 각측행진 시범을 보였다. 軍犬과 軍犬兵 모두 우향우, 좌향좌로 방향 전환을 해 가며 軍人다운 걸음걸이를 보여준다. 훈련이 완전히 끝난 군견들은 능숙하지만, 아직 훈련중인 군견들은 조금 미숙한 면모를 드러낸다.
 
  「멍석 깔아 놓으면 못한다」는 말은 개들에게도 해당한다. 유독 숫기가 없는 개들은 사람이 많은 곳에서 시범을 보이려고 하면 평소에 잘하던 것도 못하게 되거나 다른 데 관심을 갖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다른 군견들은 다 『엎드려』 자세를 취하고 있는데, 혼자서 카메라맨을 의식하며 앉아 있는 軍犬, 암캐가 훈련받고 간 자리에 코를 대고 킁킁 냄새를 맡고 있는 군견, 유난히 의젓하게 부동자세를 취한 군견이 있는가 하면, 혀를 빼물고 유난히 헥헥거리는 軍犬도 있다.
 
  그러나 지금은 미숙한 군견들도 훈련이 끝나면 다른 곳에 한눈을 팔지 않는 늠름한 군견이 될 것이다.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이 없듯이, 처음부터 잘하는 군견도 없다. 훈련이 잘 된 軍犬은 軍犬兵이 1백m쯤 떨어진 곳에 있어도 꼼짝하지 않고 주인의 명령을 기다린다.
 
  네 명의 軍犬兵과 네 마리 軍犬의 물품운반과 물품선별 시범. 軍犬兵이 자신의 體臭(체취)가 묻은 물품을 군견에게 냄새맡게 한 후 그 물건을 멀리 던져두면 군견들이 가서 집어오거나, 똑같이 생긴 물건들 속에서 자기 주인의 체취가 묻은 물품을 선별해 집어오는 훈련이다.
 
  명령을 제대로 실행하면 주인은 잘했다는 뜻으로 목을 쓰다듬어 보상해준다. 명령을 실행한 군견 중에는 물건을 집어서 주인에게 가져다 준 후, 입에 물고 놓지 않아 주인을 약올리는 군견도 있었다.
 
  간혹 군견들끼리 싸움이 벌어지는 때도 있는데, 함께 훈련을 받아 낯을 익힌 군견들끼리 싸우는 일은 드물고, 외부에서 들어와 훈련받는 군견들과 마주칠 때 싸움이 벌어지기도 한다.
 
 
  주특기 敎育
 
  육군 軍犬과 공군 軍犬은 직무의 성격상 몇 가지 차이는 있지만 기본 훈련방식은 거의 같다. 기본 복종훈련을 받은 후 각 개의 특성과 능력에 따라 주특기 교육을 받게 되는데, 직무에 따라 警戒犬(경계견), 搜索犬(탐색견), 追跡犬(추적견), 探知犬(탐지견)으로 분류된다.
 
  추적견은 범인의 足蹟(족적)을 추적해야 하므로 후각이 뛰어나야 하고, 수색견은 범인이 은거한 예상지역에서 수색을 해야 하므로 활동성이 있고 유순해야 한다. 탐지견은 민간인 지역에서 시설을 탐지하는 일이 많으므로 사람을 물거나 호전적이지 않으며 온순하면서도 활달한 성격이어야 한다. 경계견은 공격성이 있고 사람을 잘 물 수 있어야 한다. 이같은 과정을 거쳐서 작전에 투입할 경우 성공적으로 임무를 완수할 수 있는 軍犬으로 양성되기까지는 통상 2∼3년이 걸린다.
 
  한 단계 더 나아가면, 軍犬은 공격 및 체포훈련을 통해서 적을 추적하여 공격하고 체포하는 것을 배우게 된다. 군견이 적을 물 때는 반드시 오른쪽 팔을 물도록 훈련시킨다. 이것은 대부분 오른손에 총기를 所持(소지)하고 있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오른팔에 가죽으로 만들어진 방어복 소매를 착용한 軍犬兵(대항군 역할)을 가리키며 취급병이 『물어』 명령을 내리자, 군견은 용맹스럽게 달려들어 소매를 물고 늘어진다. 그러면 대항군 역할을 했던 軍犬兵은 명령을 훌륭히 실행한 軍犬兵에게 보상해주는 의미로 방어복 소매를 문 군견을 허공에 띄워 몇 바퀴 돌려준다. 군견들은 이렇게 돌려지는 걸 상당히 좋아하는 듯 몇 바퀴를 빙빙 돌면서도 소매를 물고 놓지 않는다.
 
  이 동작은 한편으로 소매를 물고 있는 군견의 턱과 볼근육을 강화시키는 효과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보통 40kg에 육박하는 군견을 몇 바퀴 돌려주는 행위는, 軍犬兵에게는 상당한 힘을 요구한다.
 
  폭발물 수색 훈련은 군견의 조건반사를 이용하는 것으로서, 군견이 좋아하는 물건에 폭발물을 숨겨 그 냄새를 반복적으로 맡게 하는 방법을 쓴다. 그 보상으로는 음식물, 장난감, 고무공 등이 이용된다. 군견은 폭발물을 찾아냈을 경우 『앉아』 자세를 취하게 된다.
 
  거동 수상자나 실종자 신고가 들어왔을 때는 軍犬과 軍犬兵이 가장 선두에 서게 되는데, 그래야만 군견이 정확한 체취를 수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색견이 체취를 좌우로 찾아 움직이다 결정적인 흔적을 찾아내면, 그때부터는 기능이 더 뛰어난 추적견을 투입한다. 실제로 1997년 2월, 경기도 양주군 회천읍에서 실종된 안범석씨(64)를 마을 민간인과 예비군 대대 병력이 2일 동안 수색해도 찾지 못했는데, 제3군견훈련소의 군견을 투입해서 30분 만에 실종자를 발견하기도 했다.
 
  헬기 착륙이 불가능한 지역에서 공중 낙하 훈련을 실행할 때면 10m 높이에서 로프에 매달려 내려오는 훈련도 한다. 입마개까지 하고 장비를 몸에 걸친 채 로프에 매달려 내려오는 군견의 괴로운 심정을 상상이나 할 수 있겠는가.
 
  이들은 또한 적이 던져주는 먹이에 유혹당하지 않도록, 주인 외에 다른 사람이 주는 음식을 거부하는 拒食(거식)훈련을 받는다. 銃聲(총성)에 대한 공포심을 없애는 훈련도 받는다. 강아지 시절에는 사격장 멀리에서 들리는 총소리에 적응시키고, 좀더 크면 바로 옆에서의 사격을 견디게 한다.
 
  적을 발견했을 때에는 과감하게 공격하고 적이 달리는 속도 이상으로 추격하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간첩이 달리는 평균 속도가 시속 8km라고 하므로 軍犬의 달리기 속도는 그 이상이다. 강아지 때는 멀미도 심한 편이다. 그러나 직무 성격상 차량이나 헬기를 이용하는 일이 많으므로 搭乘(탑승)훈련을 통해 멀미를 극복시킨다.
 
 
  『사병들보다 더 믿음직하다』
 
  『군견이 말은 못하지만 책임자 입장에서 볼 때는 곱게 자라서 대학을 다니다 입대한 사병들보다 더 믿음직한 데가 있습니다』
 
  제10전투비행단 대대장 金載勳(김재훈·43) 중령은 軍犬들이 軍人들보다 더 국방의 의무를 훌륭히 수행한다고 했다. 그러나 개들이 수행하는 양적, 질적 성과에 비하면 아직도 「개 취급」을 받고 있다고 말하며 웃었다. 軍犬들은 아무리 잘해도 하루 1천3백원어치의 견사료를 먹는 것 외에는 달리 보상을 받지 못한다. 국가 위기시에 방위병들보다 軍犬들을 먼저 공수한다는 소문이 사실이냐고 물어보았더니, 그렇지는 않다고 했다. 청각과 후각이 사람보다 월등히 뛰어나 사람보다 근무능력이 뛰어나지만 그래도 사람이 우선이라는 얘기다.
 
  필자가 보기에 軍犬들이 가장 軍犬다운 점은, 사적인 감정에 오래 연연하지 않는 점인 것 같았다. 아무리 옛주인과 정이 들었어도, 새 주인이 오면 밥을 주는 손길에 1∼2주일이면 적응하고 옛주인에 대한 추억이나 그리움은 깨끗이 잊는다고 하니 말이다.
 
  軍犬兵들은 제대 후에도 자신의 軍犬을 못잊어 다시 찾아오곤 하지만, 軍犬이 자신을 못 알아봐 섭섭함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하지만 영리한 軍犬이 정든 주인을 정말 잊었을 리는 없다. 못 알아보는 것이 아니라 단지 못 알아보는 척을 하는 것이다.
 
  滅私奉公(멸사봉공). 그것이야말로 대한민국 軍犬들이 나라를 위하는 한결같은 자세가 아니겠는가.●
Copyright ⓒ 조선뉴스프레스 - 월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NewsRoom 인기기사
Magazine 인기기사
댓글달기 0건
댓글달기는 로그인 하신 후 남기실 수 있습니다.

202007

지난호
전자북
별책부록
프리미엄결제
2020년4월부록
정기구독 이벤트
  • 지난호
  • 전자북
  • 별책부록
  • 정기구독
도서출간 배너
  • 월간조선 2018년 4월호 부록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