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의 마지막 길 배웅하는 어르신들

  • 글·사진 : 서경리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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곱게 장식한 분골함.
“사랑하는 아롱아. 다시는 너를 볼 수 없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아프고 후회가 많구나. 그동안 우리에게 기쁨과 행복을 주었던 너를 우린 오래오래 기억할 거야.”
 
  장례 의식을 치르고 작별을 고하는 한귀자(63)씨의 목소리가 떨려 온다. 엄숙한 분위기 속 치르는 장례의 주인공은 반려견 아롱이. 염을 마친 주검은 분쇄해서 분골(粉骨)함에 넣은 상태로 주인에게 돌려준다. 이 모든 절차를 맡아 하는 이는 모두 60세 이상의 어르신들이다. 경험과 연륜이 우러나는 진심 어린 예우에 고객들이 만족스러워한다.
 
인천 계양구 서운동의 한 반려동물 장례 서비스 업체에서 근무하는 어르신들이 반려동물의 주검을 실은 운구대를 옮기고 있다.
  2007년 동물보호법 개정으로 동물장묘업 등록이 가능해지면서 애완동물 장례 서비스가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더불어 애완동물 서비스업이 노인 일자리 창출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노인들이 동물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반려동물 장례를 비롯한 돌봄 서비스에 적합하다는 이유에서다.
 
  평생교육평가원에서 10여 년 근무하고 정년퇴직한 남순균(67) 할아버지는 작년부터 장례대행 서비스업에서 근무하고 있다.
 
한귀자 할머니가 합장하고 반려견 아롱이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고객의 종교에 맞춰 장례의식을 치른다.
  “퇴직 후에 사회에 봉사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 찾던 중에 이 일을 시작하게 됐다”며 “보호자들이 반려동물을 아끼는 마음이 대단하다. 그들과 대화를 나누고 위로해 주고 나면 편안한 표정으로 돌아가니까 나도 마음에 위로가 된다”며 일에 대한 자부심을 나타냈다.
 
  인천에서 반려동물 장례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김형주씨는 “어르신들이 고객의 집으로 직접 찾아가 염을 하고 주검을 받아 오면 고객들이 대체로 안심을 한다”며 “반려동물을 잃고 상처가 깊은 고객에게 연륜 있는 어르신들의 말 한마디가 큰 위로가 된다”고 말했다.⊙
 
반려견을 위해 조의문을 읽는 한귀자 할머니. 반려동물 상조업에 종사한 지 1년이 넘었지만 조의문을 읽을 때마다 코끝이 찡해져 온단다.

반려견의 주검은 염을 한 뒤 꽃으로 치장하고 장례 의식을 거쳐 분골의 순서로 넘겨진다.

분골을 담당하는 김준옥(66) 할아버지. 분골 직전 반려견의 보호자가 남긴 편지와 목걸이 등을 올려놓고 조용히 기도를 올린다.

수분을 제거하고 가루 상태로 만든 분골은 작은 함에 담아 고객에게 전달한다. 반려동물 장례는 고객의 집으로 가서 동물 주검을 받고 돌아와 염을 하고 장례를 거친 뒤 분쇄하는 순서로 진행한다. 동물의 몸무게에 따라 가격이 다른데, 5kg을 기준으로 20만원 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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