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美의 한반도 전략은 對中봉쇄전략의 일부
⊙ 美의 새 국방전략지침, “미국의 이익은 동아시아에서 결정된다”
⊙ 북한은 중국 견제 위한 최적의 전략적 요충
李春根
⊙ 60세.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美텍사스대 정치학 박사.
⊙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연구실장, 자유기업원 국제문제연구실장, 同 부원장 역임.
⊙ 저서: 《현실주의국제정치학》 등.
⊙ 美의 새 국방전략지침, “미국의 이익은 동아시아에서 결정된다”
⊙ 북한은 중국 견제 위한 최적의 전략적 요충
李春根
⊙ 60세.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美텍사스대 정치학 박사.
⊙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연구실장, 자유기업원 국제문제연구실장, 同 부원장 역임.
⊙ 저서: 《현실주의국제정치학》 등.

- 핵을 가진 북한이 미국과 손잡지 말라는 법도 없다. 사진은 2000년 10월 평양을 방문한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국 국무장관을 맞아 환영만찬에서 건배하고 있는 김정일.
미국이 북한의 체제교체를 목표로 한다는 사실을 아주 쉬운 말로 바꾸어 말한다면 ‘미국은 북한이 미국에 더 이상 골칫거리가 아닌 나라로 바꾸기를 원한다’가 될 것이다.
미국이 북한을 체제교체 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강압적인 방법도 있을 것이며 유화적인 방법도 있을 것이다. 미국이 ‘북한체제를 교체했다’고 말할 수 있는 결과의 모습도 다양하다.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세습정권이 종식되어 완전히 다른 유형의 통치자가 북한의 지도자가 되는 경우도 있을 것이고, 기존 인물들을 그냥 놓아둔 상태에서도 미국이 북한의 체제교체가 이룩되었다고 선언할 수 있는 경우가 가능하다.
북한정권이 민주주의, 자유주의 국가가 되고 미국과 우호적인 나라가 된다면 그것은 미국이 오랫동안 원하던 원대한 목적을 성공적으로 달성하는 일이 된다.
그러나 만약 현존하는 3대(代) 세습 독재체제가 지배하는 북한이 미국과 화해하고, 우호적인 정권이 된다면, 그 경우에도 미국의 대 북한 체제교체 전략은 성공했다고 평가될 수 있을 것이다.
한반도에서 中에 밀리면 美 패권은 붕괴
국제정치의 영역이란 본디 도덕의 영역이 아니다. 이익이 맞아떨어질 경우, 어느 나라가 독재국가냐 민주국가냐의 여부는 그 나라와 거래를 하는 조건에 포함되지 않는다. 미국은 사담 후세인이 이란과 맞서 싸우고 있을 때, 사담 후세인을 적극 지지했었다. 제2차세계대전 중에는 히틀러와 맞서 싸우는 스탈린을 적극 지지했다. 냉전(冷戰)이 한창일 때 미국은 전 세계의 독재자들을 단지 ‘반공(反共)’이라는 이유 때문에 지원했다. 미국은 ‘미국 편’인 나라를 지원한다.
만약 북한이 미국에 ‘우리의 독립과 주권적인 존재를 부정하고 속국(屬國)처럼 업신여기는 중국과 결별할 테니 생존을 보장해 달라’고 조른다면 미국은 어떻게 행동할까? 더 나아가 북한이 “나는 당신(미국) 편이 될 터이니 힘을 합쳐 중국의 패권(覇權) 도전에 대응하자”고 제의한다면 미국은 어떻게 할까? 북한의 이 같은 제의에 대해 미국은 “독재국가인 너희와는 상종도 하기 싫으니 그따위 소리는 집어치우라”고 할까? 만약 북한이 이 같은 제안을 했을 당시 존재하는 대한민국 정부가 미국이 배은망덕(背恩忘德)하다고 느낄 정도의 반미주의(反美主義) 정권이라면 미국은 어떻게 할까?
미국의 대 한반도 정책은 미국의 대 아시아 정책의 맥락에서 결정되며, 미국의 대 아시아 정책은 미국의 세계정책의 맥락에서 결정된다. 최근 미국의 세계정책의 가장 중요한 핵심 포인트는 대 중국 정책으로 바뀌고 있는 중이며, 미국의 대 한반도 정책은 미국의 대중(對中)정책이라는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은 중국이 미국의 패권을 빼앗아가는 일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은 미국의 패권을 유지하는 데 있어 한반도가 전략적(戰略的)으로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알고 있다. 만약 한반도 전체가 중국의 영향권 아래 놓이게 된다면 미국은 아시아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일본은 한반도를 빼앗긴 미국을 믿을 수 없다며 중국에 편승하는 쪽을 택할지도 모른다. 이 경우 미국은 아시아에서 손을 떼야 할지도 모르며 이는 미국의 패권 붕괴를 의미한다.
美, 6자회담 통해 北과 거래
반면 미국이 한반도를 확실하게 미국의 영향권 아래 두는 경우, 미국은 중국의 패권 도전을 쉽게 억지할 수 있다. 그래서 한반도를 미국 세력권 아래 들어가는 통일국가로 만드는 것은 미국의 대 중국, 대 아시아 전략의 완결판이 된다.
여기서 우리가 필히 염두에 두어야 할 사실은, 미국은 통일된 한반도를 지배할 정부가 반드시 대한민국 정부여야 한다고 생각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미국은 통일된 한반도를 지배해야 할 정부는 남한, 혹은 북한 정부가 아니라, 미국이 보기에 미국에 우호적인 정부(親美정부)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1990년대 중반 이전까지 남한은 친미, 북한은 반미라는 등식이 성립되었었다.
그러나 이제 그 같은 등식은 끝났다. 이 같은 사실에 바탕을 두고 미북(美北) 관계의 복잡한 방정식이 전개될 것이다.
미국 CIA(중앙정보국)는 2009년 김정일이 앞으로 5년 동안 살아 있을 확률은 29%, 죽을 확률은 71%라는, 정상적인 국제관계에서는 불가능한 정보자료를 공개하기도 했었다. 이는 김정일에 대한 미국의 적대감을 공개적으로 드러낸 것이며 김정일의 몰락을 기다리고 있다는 뜻이었다. 미국의 학자 및 관리들은 김정일의 죽음은 곧 북한 급변사태의 시작일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김정일 정권을 의도적으로 종식시키기 위한 행동은 하지 않았다. 미국은 성공할 가능성이 전혀 없음을 잘 알고 있는 6자회담이라는 허상을 포기하지 않았다. 6자회담을 통해서 북한의 핵을 제거하겠다는 의미에서보다는 6자회담을 통해 북한과 거래를 지속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6자회담 개최국 중국이 특별히 배려해 준 북한 대표 바로 옆자리에 앉아 미국은 북한과 모종(某種)의 거래를 할 수 있었다. 사실 북한의 핵을 제거해 버리는 것이 미국이 바라는 최후의 목적도 아니다.
核무장한 북한이 미국 편에 선다면?
미국은 ‘핵을 보유하지 않았지만 말 안 듣는 북한’과 ‘핵을 보유했지만 미국에 우호적이고 미국 편인 북한’ 중 어느 쪽을 선호할까? 미국은 당연히 후자(後者)를 선호할 것이다. 그러나 ‘미국에 우호적인 북한’을 만들기 위해서는 북한을 우선 레짐 체인지(Regime Change)해야만 한다.
미국이 말하는 북한의 ‘레짐 체인지’란 북한의 핵 보유 여부와 상관없이 북한이 미국 말을 잘 듣는, 미국 편인 나라로 만든다는 것임을 이미 말했다. 북한이 미국 편이 되어 준다면 핵을 보유한 북한이 차라리 더 좋다. 중국을 벌벌 떨게 할 수 있을 테니까.
베이징(北京)대학의 차오위즈(喬禹智) 교수는 이미 “북한의 핵 보유를 막지 못한 중국은 핵을 보유한 북한이 미국과 거래하는 것을 막지 못하고 있으며, 그 결과 앞으로 동북(東北) 3성(省)에 사는 3억명의 중국 인민이 북한의 핵위협에 떨게 될지도 모른다”고 탄식한 바 있었다. 핵을 보유한 북한이 미국 편이 되는 것, 미국에 있어 중국을 봉쇄하는 데 더 이상 환상적인 일은 있을 수 없다.
김정일이 사망한 후의 북한 정권이 미국을 가지고 놀 수 있을 만큼 전략적인 정권일지는 알 수 없다. 아마도 그러지 못할 것이다. 현재 김정은은 북한의 권력을 확실하게 장악하지도 못했으며 열악한 경제 상황은 김정은의 권력 장악에 결정적인 장애요인이 될 것이다. 그래서 상황은 미국에 유리하다. 미국은 북한을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몰아갈 수 있는 호기를 맞은 것인지도 모른다.
미국은 김정일이 죽기 직전인 12월 15~16일, 베이징에서 북한과 접촉하고 유아와 고령자를 대상으로 분유, 비스킷 등 영양 보조 식품을 매월 2만 톤씩 연간 24만 톤 제공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었다. 북한에 대한 식량 지원이 군용(軍用)으로 전용되지 않도록 하는 조치였다. 물론 북한의 핵 활동 동결을 조건으로 제시했지만 거래가 성사된 것은 사실이었다. 그러다가 김정일이 죽었고 장례를 치르는 동안 미·북 거래는 지연되었다.
지난 1월 8일, 북한 정권 최고의 지위에 오른 후 최초로 김정은이 미국에 대해 재미있는 제스처를 보였다. “저장이 쉽고, 광범위한 주민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지원을 원한다”는 명분으로 미국이 주겠다고 약속했던 분유, 비스킷 대신 쌀과 옥수수 등 곡물 위주의 지원을 해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김정은의 첫 번째 대미(對美) 외교 행각은 구걸이었다. 미국은 일단 이 요구를 거부했다. 물론 다음 협상이 있을 수 있다는 여지는 남겨두었다.
미국의 새 국방전략지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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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존 미어셰이머 교수. |
앞으로 미국은 북한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행동을 보일 것이다. 미국은 지난 1월 5일 새로운 국방전략지침을 발표했는데 전략지침의 내용을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미국의 이익은 동아시아에서 결정된다. 앞으로 미국 군사력과 군사전략은 동아시아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고 말할 수 있다.
새로운 국방전략지침은 미국의 국가안보에 해로운 세 나라 중국, 북한, 이란을 공개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이 세 나라는 지역적으로 아시아와 중동(中東)으로 떨어져 있지만 이란은 중국과 북한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이 세 나라는 미국의 보기에 하나의 축이다.
미국은 특히 중국의 군사력이 불투명하게 증강되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중국의 전략인 A2/AD 전략을 노골적으로 거부하겠다고 천명한다. A2/AD란 Anti-Access/Area Denial 즉 반(反)접근-지역거부라는 중국의 군사전략을 지칭하는 것이다. 중국은 1980년대 중반 이래 미국의 세력(특히 해군력)이 중국 가까이 접근하는 것을 막아내고, 거부한다는 전략을 수립해 놓았다.
중국과 이란은 미국이 봉쇄해야 할 대상이다. 반면 북한은 미국이 제3국의 축에서 떼어내야 할 대상이다. 미국이 북한을 이 3국의 축에서 떼어내는 데 성공한다면 중국과 이란은 전략적으로 대(大)손실, 아마도 전략적 파탄 상태에 이르게 될 것이다.
미국의 대표적인 현실주의 국제정치 이론가인 미어셰이머(John J. Mearsheimer) 교수는 그의 저서에서 “미국은 바다 건너편에 있는 강대국과 전쟁할 수 있을 정도로 막강하지 않기 때문에 단지 서반구(西半球)의 패권국(覇權國)이지 세계의 패권국은 못 된다”고 했다. 전쟁의 최종 승패를 가르는 결정적인 병종(兵種)을 육군이라고 판단하는 미어셰이머 교수는 미국의 지상군이 바다 건너편 강대국과 싸우는 것이 가능하지 못하다고 보았다. 그러나 그는 “바다 건너 있는 강대국을 제압하기 위해서 그 강대국과 육지로 연결된 곳에 미국이 지상군의 기지를 얻을 수 있다면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미국이 앞으로 군사전략의 표적으로 삼는 중국은 바다 건너에 있는 강대국이다. 현 상황에서 도저히 미국의 지상군이 전개할 수 없는 대상이다. 이 같은 미국의 전략적 문제를 일거에 해결해 줄 지역은 북한이다.
미국은 21세기에 들어오면서 바다 건너 강대국인 중국과 육지로 연결된 나라들인 베트남·인도·아프가니스탄·키르기스스탄·카자흐스탄 등 중국과 국경을 접한 나라들과 양호한 관계를 맺어왔다. 결국 작년 12월 미국은 미얀마와도 관계를 개선하기에 이르렀다. 중국과 국경을 접한 주요한 나라들 중에서 미국이 아직 관계를 개선하지 못한 나라는 북한뿐이다.
누가 통일의 주역이 될 것인가
미국의 대(大)전략은 간단하다. 중국의 도전을 물리쳐서 세계 패권국의 지위를 오래 향유하는 것이다. 이미 미국은 노골적으로 “21세기의 지정학은 아시아에서 결정된다. 아프가니스탄이나 이라크에서가 아니다”고 선언하고 아시아로 달려오고 있다. 미국의 대 북한 정책은 미국의 대 중국 전략에서 나오는 것이며 미국은 북한을 중국 견제를 위한 최고의 전략적 요충(要衝)으로 보고 있다.
미국이 원하는 바가 이뤄진다면 이는 한반도의 통일이라는 숙원이 이루어질 수 있는 국제상황으로 직결된다. 그러나 통일된 한반도의 주역이 누구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북한에 훌륭한 전략가들이 있다면 그들은 미국이 북한을 전략적으로 대단히 중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100% 활용, 미국으로부터 자신들의 생존을 보장받고, 궁극적으로 한반도 통일의 주역이 되고자 노력할 것이 분명하다. 우리나라의 안보·통일·외교 전략 역시 이 같은 전략적 사고에 입각해서 수립되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