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

기체 수명 연장 못 해 블랙호크는 다운 중?

블랙호크 사업 기밀 빼돌린 주범, KAI 자회사 사장으로 임명

  • 글 : 이경훈 월간조선 기자  libert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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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H-60 블랙호크, 139대 중 36대만 성능 개량 추진… 나머진 도태
⊙ 문재인 정부, UH-60 수명 연장 대신 도태 결정… 당시 청와대 개입
⊙ ‘블랙호크 보고서’ 공개하겠다고 하자 육군 참모차장, “후폭풍 크다”
⊙ 수리온, 설계 구조상 체급의 한계로 UH-60 대비 성능은 70% 수준
⊙ 수리온 기반 해병대 버전 마린온, 기체 결함으로 추락해 해병대 5명 순직
⊙ UH-60 도태 시, 수조원 들여 ‘차세대 기동헬기’ 개발·도입… 성공 보장 못 해
⊙ 서울중앙지검, 사업 기밀 빼돌린 KAI 자회사 KAEMS 대표, 2년째 ‘수사만’
⊙ KAI, “검찰 기소되면 대표에서 해임할 것”… 해임 시에는 회사가 배임
우리 육군 소속 UH-60P 블랙호크 헬기. 사진=조선DB
장군(장성)이 되면 관용차가 배정된다. 소장은 그랜저(배기량 2500cc 이하), 중장은 체어맨(3000cc 이하), 대장은 제네시스 G90급이다. 부대 내에서는 번호판 대신 계급을 상징하는 ‘성판(星板)’을 달고 다닌다.
 
  계급에 따라 호출하는 헬기도 다르다. 기자가 복무했던 2010년대에는 소장이 500MD, 중장은 UH-1, 대장은 UH-60(블랙호크)을 이용했다. UH-60은 1993년 소말리아 내전을 배경으로 한 영화 〈블랙 호크 다운〉(2002)의 영향으로 제식명보다 별칭이 더 널리 알려져 있다. 블랙호크는 미국 방산기업 록히드마틴사의 자회사인 시코르스키사가 개발했다.
 
  미 육군은 세계에서 블랙호크를 가장 많이 운용하는 군대로, 2025년 1월 기준 2298대를 보유하고 있다. 1979년부터 블랙호크 초도형인 UH-60A를 실전 배치했다. 이후 성능을 개선한 UH-60L(1989~2007), 최신 개량형인 UH-60M(2007~)을 운용하고 있다. 현재는 UH-60L 약 760대를 UH-60M급으로 개량하는 사업인 ‘UH-60V(2021~)’ 프로그램이 진행 중이다. 이 사업은 기체 계기판과 비행 제어 체계 등을 디지털화해 운용 효율성과 성능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미 국방부는 블랙호크를 대체할 헬기를 새로 개발해 생산하는 방식보다 기존 기체를 현대화해 활용하는 방안이 예산 절감과 장기 운용성, 유지·관리 효율 측면에서 더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다. 개량된 블랙호크는 2050년대까지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한국군도 블랙호크 개량 사업 추진
 
  1990년대 초 한국군도 블랙호크(UH-60P)를 도입해 현재 약 139대를 보유하고 있다. UH-60P를 두고 우리 군에서는 ‘중형 기동헬기’라고 한다. 1990년부터 대한항공이 생산 면허를 받아 전량 국내에서 제작했다. 이후 한미 양국 군은 대한항공을 통해 블랙호크에 대한 성능 개량, 기골 보강, 창정비 등을 진행해 오고 있다.
 
  우리 군도 2013년부터 ‘중형 기동헬기 성능 개량 사업(이하 개량 사업)’을 추진해 왔으나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며 중단됐다. 2013년 6월 합동참모본부(합참)는 블랙호크 개량 사업을 장기 신규 소요로 결정했고, 2017년 한국국방연구원(KIDA)은 해당 소요를 검증했다. 2018년 10월 방위사업청(방사청)이 개량 사업 추진 전략을 수립하자, 같은 해 12월 당시 청장이던 왕정홍은 다양한 헬기 사업을 하나로 통합하라는 의견을 냈다. 이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대표 강구영)이 제작하는 한국형 기동헬기 ‘수리온(KUH-1)’과 블랙호크 사이에서 ‘수리온으로 노선을 통합하라’는 의미였다. 한 달 뒤인 2019년 1월 당시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방사청장이 만나 블랙호크 성능 개량 사업 추진에 대해 논의했다. 2019년 5월 방사청은 사업조정안을 제시하며, “블랙호크 약 140대 중 30여 대만 특수작전용으로 개량하고, 나머지 100여 대는 수리온으로 대체하는 것이 유리하다(예산 3조원 절감)”는 의견을 냈다. 이에 소요군인 육군은 “수리온과 블랙호크는 완전히 다르다”고 반발했고, 방사청은 “수리온으로 대체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밝혔다. 합참은 “방사청 조정안에 대한 소요 재검증이 필요하다”고 했고, KIDA는 2019년 10월부터 2020년 3월까지 소요를 재검증한 결과 “UH-60 성능 개량이 수리온 성능 개량보다 비용 측면에서 유리하다(1.1조~3조원)”는 결론을 냈다.
 
 
  KIDA, “수리온은 과소, 블랙호크는 과다 計上”
 
한국형 기동헬기 수리온이 착륙하고 있다. 사진=조선DB
  KIDA는 방사청 사업조정안에 대해 이렇게 분석했다.
 
  “수리온 비용 과소계상(過少計上). ①물가 상승률 미반영 ②수리온 성능 개발 비용은 고려하지 않음 ③수리온 연구 개발 비용과 초기 운영 유지비 미반영 ④수리온 단가 산정에 업체(KAI 등) 의지 반영.
 
  블랙호크 비용 과다계상(過多計上). ①사업 대상이 아닌 특수작전기 성능 개량 비용까지 반영 ②사업 대상이 아닌 도태 이후 대체 헬기 도입 비용까지 반영.”
 
  2020년 3월 국방부 주관으로 헬기 사업 발전 방향 토론회가 열렸다. 개최 배경은 청와대·방사청·업체의 계획과는 달리 KIDA가 수리온 성능 개량형 개발·생산보다 블랙호크를 개량하는 게 낫다는 입장을 냈기 때문이다. 이에 산업부를 통해 (수리온 개량 및 도입에 따른) 국내 산업 파급 효과까지 포함해 수리온과 블랙호크에 대한 파급 효과를 함께 분석했다.
 
  당시 방사청에서 헬기 사업을 맡았던 A씨는 “블랙호크가 수리온보다 성능이 우수하고, 개량 비용도 더 적다고 판단했다. 수리온에 유리한 결과가 나오도록 분석 항목에 ‘국내 산업 파급 효과 분석’도 포함했지만 그럼에도 ‘UH-60에 대한 성능 개량이 비용 측면에서 7000억~3조원 유리하다’는 분석이 나왔다”고 했다.
 

  수리온은 현재 약 300대(육군 약 220대)가 실전 배치돼 있다. 육군이 운용 중인 노후 헬기 UH-1H와 500MD를 대체하기 위해 개발됐다. 일각에서는 KAI가 ‘수리온 개량형’을 개발해 향후 블랙호크까지 대체하겠다는 의도를 갖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수리온 개발은 2005년 한국형 헬기 개발(KHP) 사업으로 시작됐다. 1970년대에 설계된 에어버스 헬리콥터스의 AS532 쿠거(Cougar) 설계와 기술을 바탕으로, KAI가 개발했다. 국산화율은 약 60%다.
 
  수리온은 2010년부터 양산을 시작해 2012년 12월 우리 육군에 첫 인도됐다. 2017년 5월, 육군이 수리온을 정비하던 중 상부 프레임에서 실금을 발견했다. 당시 운용 중이던 60여 대를 전수 조사하니, 8대에서 같은 부위에 1.2~1.5cm 정도의 실금이 발견됐다. 실금은 엔진 진동이 설계치보다 높아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2018년 7월, 해병대 버전 수리온인 ‘마린온(MUH-1)’이 추락해 해병대원 5명이 순직하고 1명이 중상을 입었다. 헬기 프로펠러를 회전시키는 중심축, 로터 마스터의 결함 때문이었다.
 
 
  마린온 타기 싫어 군 떠난 조종사도 있어
 
수리온을 기반으로 한 해병대 기동헬기 마린온이 2018년 기체 결함으로 훈련 도중 추락했다. 이 사고로 해병대 장병 5명이 순직하고 1명이 중상을 입었다.
  수리온과 블랙호크는 경쟁 관계로 보이지만, 전문가들은 “서로를 비교하려면 비슷해야 하는데 두 헬기는 많이 다르다”고 한다.
 
  UH-60의 장점은 무엇일까. 항공업계 관계자들은 “세계적으로 널리 쓰이는 기종이라 수리 부속 조달과 후속 지원이 용이하다”고 말한다. 현재 32개국에서 약 2600대가 운용되고 있다. 완전 군장 병력 11명이 탑승할 수 있다(수리온 9명). 지난 4월 대만 언론은 대만군이 노후 헬기를 대체하기 위해 블랙호크 60대를 추가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블랙호크의 외부 인양 능력은 약 9000파운드로, 105밀리 곡사포 1문과 포탄 30발을 동시에 옮길 수 있다. 수리온은 외부 인양 능력이 6000파운드다.
 
  육군 항공 장교 출신 예비역 대령 박모씨는 “우리 군이 보유한 수송기로는 수리온을 조립한 채로는 옮길 수 없다”며 “블랙호크는 우리 공군이 보유한 C-130으로 나를 수 있지만, 수리온은 분해하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고 했다.
 
  블랙호크는 외부 보조 연료 탱크를 장착하면 항속 거리를 늘릴 수 있다. 반면 수리온은 외부 연료 탱크를 장착할 수 없다. 항속 거리를 늘리려면 내부에 보조 탱크를 둘 수밖에 없는데, 이로 인해 병력 탑승 공간은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항공 전문가들은 수리온의 장점에 대해 “계기판 등이 디지털화돼 있다는 점, 비전투적인 측면으로는 고용과 국내 생산에 따른 부가가치 창출이 있다”고 했다.
 
  육군 헬기 조종사 김모씨는 “블랙호크와 수리온은 체급이 다르다. 노후화된 UH-1이나 500MD를 수리온으로 교체하는 데는 긍정적이나 블랙호크까지 대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고 했다.
 
  해병대 헬기 조종사 정모씨는 “2018년 마린온 추락 이후 조종사 일부가 마린온 조종을 꺼리며 전역한 사례도 있다”며 “해병대에서도 마린온에 대한 평가는 좋지 않다. 위에서 몰라고 하니 모는 것일 뿐”이라고 했다.
 
  육군 항공 장교 출신 예비역 대령 박모씨는 “조종사들의 바람과 달리, 군 수뇌부는 ‘국가 경제’를 이유로 수리온 도입의 당위성을 강조한다”고 했다.
 
  군의 전력 업무에 정통한 한 예비역 C씨는 “무기 도입에서 경제적 효과나 부가 창출은 이차적인 부산물일 뿐이다. 국방비의 목적은 전투력 증강이며, 유사시 전투력을 발휘할 수 있는 헬기를 도입·운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블랙호크 사업 기밀 유출 사건
 
미 버지니아주 방위군 소속 제29보병사단 제224항공연대 소속 정비사가 UH-60 블랙호크 헬기의 로터를 정비하고 있다. 사진=미 육군
  KAI는 사업 분야가 크게 고정익(전투기 등)과 회전익(헬기)으로 나뉜다. 수리온이 회전익 분야 매출에서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 때문에 회사 입장에서는 블랙호크가 차지하고 있는 자리를 수리온으로 채워야 수익이 증가한다. 이에 KAI는 군 당국과 방사청이 블랙호크를 어떻게 운용할 계획인지를 파악할 필요가 있었다. 2019년 KAI는 방사청 관계자에게 접근해 사업 관련 군사 기밀을 빼돌렸다. 당시 KAI 측 담당자는 현 한국항공서비스(KAEMS) 대표 배모씨다. KAEMS는 항공기 MRO(유지보수 정비) 업체로 KAI의 자회사다. KAI가 지분 66.4%를 갖고 있다. 국군방첩사령부(방첩사)는 배씨를 기소 의견(군사 기밀 보호법 위반 혐의)으로 검찰에 송치했다(2023년 6월). 현재 서울중앙지검이 관련 사건을 수사 중이다.
 
  군사 기밀 유출에 협조한 방사청 내부자는 한국형 기동헬기사업팀장이었던 P씨다. 당시 현역 육군 대령이었던 P씨는 군사 기밀 유출이 문제 되자 방사청을 퇴직했다. 이후 KAI 자회사에 임원으로 취업했다. 유출된 기밀은 ‘군사 3급 비밀’인 〈UH-60 성능개량 사업조정방안(이하 군사 기밀)〉이었다. 이 군사 기밀에는 ▲5년 단위 헬기 전력 및 전력화 수량 ▲UH-60 성능 개량 장기 신규 소요량 ▲UH-60 성능 개량 전력화 시기 등이 명시됐다.
 
  2022년 12월 22일 군검찰은 P씨를 기소했다. 배씨는 P씨를 어떻게 알게 됐을까. 당시 KAI 회전익사업본부장인 B씨가 배씨와 P씨의 만남을 주선해 헬기 사업 정보를 얻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월간조선》이 입수한 P씨 공소장(군사 기밀 보호법 위반)에 따르면, 2019년 9월 4일경 P씨는 해당 문건이 기밀임을 알고 있음에도 부하 직원에게 군사 기밀을 대출받게 한 뒤 ‘KAI가 이와 관련된 업무를 나중에 준비해야 할 것 같은데 (배 상무에게) 이 문건을 열람하게 해도 되겠느냐’는 취지로 물었다. 그러자 부하 직원은 ‘그 문건은 국방부 장관님한테 보고된 자료이고, 정책 결정과 관련된 민감한 내용일 뿐만 아니라 특정 업체의 이익과 관련된 사항이며 군사 3급 비밀에 비밀 취급 인가가 없는 직원에게 공개해서는 안 된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후 P씨는 10월 8일 자신이 팀장으로 있는 한국형기동헬기사업팀으로 군사 기밀 사본을 배부받아 놓고는 사흘 뒤인 11일경 당시 KAI 상무였던 배씨에게 재차 보여주려 했으나 비밀 관리 담당자인 부하가 휴가 중이어서 보여주지 못했다.
 
  P씨는 군사 기밀을 배씨에게 제공하기 위해 방문 일정을 재논의했고 10월 14일 자기 사무실을 방문한 배씨와 KAI 직원 D씨에게 군사 기밀을 건네주고는 배씨가 군사 기밀을 읽어볼 수 있게 했다. 또 그 옆에 있는 KAI 직원이 군사 기밀을 메모할 수 있도록 했다.
 
 
  기밀 메모해도 제지 안 해…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
 
  P씨는 재판에서 아래와 같이 주장했다.
 
  “군사 기밀 문건 중 붙임 문서 형태로 첨부돼 평문(平文)에 해당하는 ‘UH-60 성능 개량 사업 대안별 비용 분석 결과’ 부분만을 보여줄 의도로 해당 부분을 펼쳐서 배씨와 D씨에게 보여줬다. D씨가 해당 문건의 군사 기밀 부분을 메모한 것은 자신과 배씨가 대화를 나누는 사이에 자신은 알지 못한 상태에서 이루어진 것이므로 군사 기밀 누설에 대한 고의가 없다.”
 
  군사법원은 P씨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P씨는 KAI 측 직원이) 군사 기밀을 열람하고 메모하는 것을 용인하는 의사가 있었다. (P씨는 KAI 직원인) D씨가 위 문건을 계속 넘기면서 자신의 수첩에 군사 기밀로 표시된 부분을 그대로 옮겨 적고 있었다는 사실을 충분히 알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방사청 보안 담당자 J씨가 D씨의 (군사 기밀) 메모 행위를 발견하고 제지할 때까지 P씨는 D씨의 행동에 별달리 문제 삼은 바 없다. D씨도 법정에서 ‘P씨도 자신이 메모하는 것을 보았을 것임에도 별다른 제지가 없었다’고 증언했다”고 했다.
 
  군사법원은 P씨에게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KAI 출신 E씨는 “P씨가 방사청을 나와 KAI의 자회사에 임원으로 취직했다. 이 때문에 당시 P씨가 취업한 KAI 자회사 대표가 특혜성 취업 여부를 두고 조사를 받기도 했다”고 했다. 이 자회사는 수리온에 장착하는 항공전자 부품을 만드는 에비오시스 테크놀러지스다.
 
  P씨는 지난 5월 12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당시 일은 기억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KAI 자회사 취업이 기밀 유출에 대한 대가인가’인 질문에는 “변호사와 상의한 뒤 의견을 밝힐지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했다. P씨의 변호를 맡았던 변호사는 지난 5월 13일 기자에게 연락해 P씨와 관련된 ‘특혜 취업 의혹’ 등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변호사는 “P씨가 대가를 바라고 군사 기밀을 유출한 사실은 없다. P씨가 KAI 자회사 에비오시스에 취업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군사 기밀 유출에 따른 대가가 아니다. P씨는 이곳에서 헬기 사업과는 무관한 업무를 했다”고 했다. 수사기관도 특혜성 취업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조사에 나섰는데 P씨의 취업이 군사 기밀 유출과는 무관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검찰 송치된 KAI 자회사 대표
 
  군사 기밀 유출 당사자인 배씨는 지난 1월 KAI 자회사인 KAEMS 대표로 임명됐다. 배씨를 대표이사로 임명하자 내부에서는 “군사 기밀 보호법 위반으로 검찰에 송치된 범죄 혐의자를 회사 대표로 임명하는 게 맞느냐”는 의견이 제기됐다.
 
  기자는 배 대표의 입장을 듣기 위해 KAEMS에 연락했다. 기자는 KAEMS에 ▲군사 기밀 유출 관여 혐의자를 대표로 임명하는 것에 대해 이사회에서 부정적인 의견이 있었는데 이에 대한 자신의 입장 ▲KAEMS 대표 임명이 ‘군사 기밀 유출’에 대한 대가인지 ▲군사 기밀 유출 당시 KAI의 지시를 받았는지를 물었다. 하지만 배 대표 측은 이에 대해 회신하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 시절 블랙호크 개량 사업이 중단되면서 가동률도 함께 하락했다. 도태를 앞둔 기체여서 유지·보수 예산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로 헬기를 운용하는 조종사와 실무자들은 여전히 블랙호크를 선호하고 있다.
 
 
  참모차장, ‘보고서 공개하면 후폭풍 크다’
 
문재인 정부에서 KAI 사장과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을 지낸 김조원씨. 사진=KAI
  문재인 정권 시절 육군본부에서 장군을 지낸 M씨는 블랙호크 개량 사업과 관련해 당시 육군 참모차장에게 ‘블랙호크 성능 개량이 (향후 개발될 수리온 개량형보다) 유리하다’는 보고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참모차장은 ‘(보고서를 공개하면) 후폭풍이 클 텐데 어떻게 책임질 것이냐’고 질책했다고 한다. 이 참모차장은 문재인 정부에서 대장으로 진급했다.
 
  육군 항공 작전을 책임지는 항공작전사령관도 UH-60P에 대한 성능 개량을 요청했으나 문재인 정권 후반기가 되자 입장을 번복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 당시 육군 소장으로 예편 후 두 달 뒤에 국방기술품질원장으로 임명됐다.
 
  방위사업청과 군 수뇌부는 왜 특정 업체에 유리한 결정을 내렸을까. 군 전력 증강 분야에서 일했던 인사들은 청와대, 그중에서도 민정수석을 지낸 김조원씨를 지목한다. 감사원 사무총장을 지낸 김씨는 문재인 정권 출범 후인 2017년 10월부터 2019년 7월까지 KAI 사장을 지냈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 친분이 있는 그는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자리를 옮겼다. 김씨가 민정수석으로 임명된다는 보도가 나오자 2018년 마린온 추락 사고 유가족들은 김씨의 임명을 반대했다. 당시 정치권과 군, 방산업계에서는 KAI 사장 출신인 김씨가 청와대에서 근무하며 KAI에 유리한 정책 결정을 내렸다고 지적한다. 민정수석 시절 김씨는 서울 강남에 아파트 두 채를 보유하고 있었다. 문재인 정부가 다주택자에 대해 주택 매각을 권고하자 민정수석을 그만뒀다.
 
  공군참모총장을 지낸 정경두 전 국방부 장관, 육군참모총장을 지낸 서욱 전 국방장관, 남영신 전 육군참모총장, 박한기 전 합참의장 등 군 수뇌부도 UH-60 개량의 필요성을 알면서도 묵인하거나 외면, 방조했다. UH-60 조기(早期) 도태에 기여한 이들은 항공작전사령관으로 영전하기도 했다. 남 전 총장은 국회에 출석해 UH-60에 대해 질의하는 국민의힘 한기호 의원에게 ‘(국산 헬기를 도입해) 국가 경제 발전도 검토해야 한다’는 취지로 답했다.
 
  C씨는 “기존 UH-60을 개량하는 대신 수리온 개량형을 새로 개발해 도입하자는 주장은 결국 돈 때문이다. 앞으로도 별탈 없이 쓸 수 있는 헬기가 있음에도 세금으로 특정 기업의 이익을 보장해 주는 꼴”이라고 했다.
 
 
  블랙호크 도태 결정한 방추위
 
미군이 도입할 예정인 차세대 미래 장거리 강습헬기(FLRAA·Future Long Range Assault Aircraft) V-280 밸러. 벨사와 록히드마틴사가 공동 개발했다. 2017년 초도 비행했으며 이륙은 헬기처럼, 비행은 고정익 항공기처럼 할 수 있다. 최고 속도는 시속 565km, 승무원 4명과 무장 병력 14명이 탑승한다. 사진=벨(Bell)사
  ‘블랙호크를 도태시키고 수리온을 개량하자’는 논거는 2020년 12월 15일 열린 ‘제132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방추위)’에서 구체화됐다.
 
  “군사적 운용을 중심으로 국내 헬기 산업 발전 측면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수립했다. UH-60P(기본기)는 수명 주기 도래 시 추후 차세대 기동헬기로 전환, UH-60 특작기는 별도 성능 개량, 수리온은 양산 완료 후 성능 개량을 추진한다.”
 
  ‘UH-60P 기본기’는 우리 군이 운용하는 기존 블랙호크를, ‘UH-60 특작기’는 기존 블랙호크 중 일부[36대(육군 24대, 공군 12대)]를 ‘김정은 참수 작전’ 등에 투입하기 위해 특수부대용으로 개량하는 것을 뜻한다. 방추위 결정 중 주목할 대목은 ‘차세대 기동헬기’라는 용어다. 이 차세대 기동헬기는 아직 한국군에는 존재하지 않는 개념이다. 한국형 차세대 기동헬기 선행 연구에서 고려된 개발 목표는 미국의 미래 장거리 강습 헬기 V-280이다. 미군이 제시한 차세대 기동헬기의 최소 충족 조건은 무장 탑승 12명, 순항 속도 시속 460km, 항속 거리 최장 3195km, 외부 화물 1.5t 수송이다. 현재 우리나라 기술력으로는 불가능한 수준이며 한국은 차세대 기동헬기에 대한 기준[ROC(Required Operational Capability)·작전운용성능]조차 없다.
 
  수리온 개량에 비판적인 이들은 “차세대 기동헬기는 UH-60P를 일찍 도태시키고 그 자리를 ‘수리온 개량형’으로 채우려는 계획의 밑그림”이라고 주장한다. 우리 군이 요구하는 차세대 기동헬기는 그 성능이 UH-60보다 뛰어나야 하는데,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며 차세대 기동헬기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결국 특정 업체가 이익을 보장받는 구조가 될 것이라는 의미다. 이들 비판론자는 “설령 수조원을 투자하더라도 KAI가 차세대 기동헬기 개발에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다”면서 “UH-60을 개량하는 게 가장 현실적이며 경제적”이라고 말한다.
 
  합참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C씨는 이렇게 말했다.
 
  “수리온의 성능을 개량한다고 UH-60과 동급 성능을 보장할 수 없다. 수리온은 엔진 출력, 기어박스, 탑승 공간, 외부 인양 능력, 항전·생존 장비 등이 대대적으로 개량돼야 한다. 이 정도 성능 개량은 내부 부품만이 아니라 형상, 동체 골격 등도 바뀌어야 한다. 사실상 새로운 헬기 개발이다. 기존 UH-60P가 도태되는 시기를 고려한다면 새로운 차세대 기동헬기 개발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가능한 방법은 수리온 개량형 이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을 것이다. UH-60P 성능 개량을 중단하고 차세대 기동헬기를 꺼낸 것은 의도적으로 이런 구도를 만들기 위함으로 짐작된다.”
 
 
  블랙호크는 대당 100억, 수리온은 350억
 
  블랙호크 성능 개량과 수리온 개량형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블랙호크 성능 개량은 우리 군이 보유한 블랙호크(UH-60P) 139대 중 36대(특작기용)를 제외한 103대를, 미군이 운용하는 UH-60M급 또는 UH-60V급으로 개량하는 것이다. UH-60M급을 기준으로 총사업비는 약 1조8000억원(설계 개발 비용 등 포함)이 예상된다. 기존 기체를 보강해 활용하므로 추가 생산 비용이 들지 않는다.
 
  반면 수리온 개량형은 ‘기존 수리온(약 250억원) 220대’와는 별개로, 도태된 UH-60P 103대를 대체해야 하므로 추가 생산이 필요하다. UH-60 103대를 대체하려면 수리온 개량형 130대가 필요하다. 이는 수리온(무장 병력 9명)의 수송 능력이 블랙호크(무장 병력 11명)에 비해 떨어지기 때문이다. 기존 수리온을 개선한 수리온 개량형의 성능은 ‘UH-60P’ 수준으로 예상된다. 연구개발비는 약 4000억원, 개발 기간은 7년 이상이 소요되며, 총사업비는 최소 4조5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수리온이 블랙호크에 비해 유리한 점이 있다면, 국내 업체에서 생산되어 경제적 파급 효과가 있고, 운용 유지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정도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한국 지형을 고려할 때, 차세대 기동헬기가 한국군에 불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우리 군이 차세대 기동헬기를 도입하려는 배경에는 미군의 영향도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미군과 한국군은 전장 환경이 다르다. 미군은 원정군으로서 같은 규모의 지상군이라도 더 넓은 작전 지역에서 운용되기에 고기동·고성능 헬기가 필요하다. 미 육군 101공수여단이 평양에 침투하려면 고속 비행과 장거리 운항이 가능한 헬기가 요구된다.
 
 
  한국군 戰場 환경, 고기동헬기 불필요
 
  반면, 한국군의 기동헬기는 주로 휴전선 이남이나 적 접촉선 아래, 즉 제공권이 확보된 지역에서 운용되기 때문에 기존 UH-60P의 성능을 개량한 기종으로도 충분하다는 지적이다. 실전에서는 적 화포 사거리로 인해 헬기 이착륙 지점에도 제약이 있다. 우리 지상군이 평양까지 진격하더라도 헬기는 평양 후방 50~60km 떨어진 곳에서 기동한다. 필요에 따라 특수작전용과 일반용으로 구분하고, 일반용 헬기도 접적 지역 운용부대, 후방 지역, 2작전사 예하 항공대는 임무와 위험도가 다르므로 성능 개량 옵션도 달라야 한다. 대량의 물자는 주로 선박이나 철도를 통해 수송되므로 헬기의 역할 자체가 제한적이기도 하다.
 
  헬기의 최고 속도를 비교할 때도, 예컨대 경기도 이천에서 포천까지 직선거리 약 90km 구간에서 시속 400km인 헬기는 약 13분, 280km인 헬기는 약 19분이 소요된다. 하지만 실제 작전 환경에서 이 6분의 차이는 크게 유의미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이 때문에 숫자나 스펙(spec)을 강조하며 대중을 현혹하는 것은 업체의 눈속임이라는 비판도 있다.
 
 
  수리온, 300대 수출하겠다더니 2대 수출
 

  블랙호크가 도태된 후 이 자리를 수리온 개량형이 채운다면 늘어나는 수리온(블랙호크 대비 30대↑) 때문에 병역 자원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부대를 증편(약 2개 대대)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
 
  블랙호크 개량과 수리온 개량에 필요한 총사업 비용은 얼마나 될까. 성능 개량의 범위, 부대별 적용 옵션이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총사업비 산출은 의미가 없다. 블랙호크 개량 사업을 담당할 대한항공이나 수리온 개량 사업을 맡을 KAI 모두 경쟁적으로 유리한 수치를 일방적으로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량 사업을 마친 후 헬기가 도태될 때까지 소요되는 운용 유지 비용과 부품 수급은 어떻게 될까. 정확한 운용유지비와 헬기 가동률을 산출하는 것은 제한되나 수리온이 블랙호크보다는 유리하다. 단 블랙호크 역시 미군의 UH-60 운용 계획을 고려할 때 2050년 말까지는 부품 공급에 문제가 없을 전망이다.
 
  무기 도입을 두고는 ‘산업 파급 효과(생산·유발 효과)’라는 말이 따라붙는다. 2020년 산업연구원은 ‘UH-60P 성능 개량’과 ‘수리온 성능 개량’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밝히며 수리온의 경우 생산 유발 효과 9조2000억원, 고용 창출은 3만3000명을 명시했다. 반면 UH-60은 2조4000억원에 5800명이었다. 이러한 분석에 비판적인 시각도 있다. 산업 파급 효과는 추정치이며 일정한 목적에 맞춰 과장되게 분석하는 경향이 많다는 이유다.
 
  2012년 KAI는 “2023년까지 수리온 300대를 수출하겠다”고 밝혔지만 2025년 4월을 기준으로 이라크에 소방용 헬기 2대에 대한 수출 계약이 전부다. 수리온에 유리한 산업 파급 효과 결과를 내놓은 산업연구원 소속 L박사는 앞서 KAI와 자문 계약을 맺고 자문료를 수수한 이력이 있다.
 
  수출 실적 저조에 대해 KAI는 “한국에서 개발한 첫 헬기인 만큼 성능 및 신뢰성 확보를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 이라크 수출을 계기로 잠재 고객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 수출 확대가 기대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블랙호크 개량 사업은 대한항공으로
 
우리 육군이 운용하는 블랙호크 헬기. 사진=조선DB
  블랙호크 139대 중 36대(육군 특수작전용 24대, 공군 전투탐색구조용 12대)는 우선 개량될 전망이다. 9613억원을 들여 블랙호크를 특작기로 성능 개량하는 사업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25일 이 성능 개량 사업에 KAI와 대한항공이 입찰했다. 기존 블랙호크의 기체 구조를 개량하고, 아날로그 방식인 기존 항공전자 시스템을 디지털화하며, 독자 공중침투 작전 능력까지 확보하는 사업이다. 사업 기간은 계약 체결일로부터 7년이다.
 
  대한항공은 1990년부터 국내에서 처음으로 블랙호크를 조립 생산한 경험이 있고, 이후에도 성능 개량과 창정비를 수행하며 전문성을 쌓아온 점을 내세웠다. KAI는 블랙호크 원제작사인 시코르스키사와의 협력을 강점으로 제시했다. 지난 4월 23일 방사청은 제안사 실사 등을 통해 우선협상대상자로 대한항공을 선정했다.
 
  방사청은 성능 개량 대상이 아닌 블랙호크(103대)는 운용 수명이 다할 때까지만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블랙호크 기체 설계 수명은 8000시간(운용 시간 기준)인데 성능 개량 대상 블랙호크의 운용 시간은 5000~7500시간으로 기체 수명 한도에 근접한 헬기가 많아 감항 인증 통과를 위해서는 수명 연장이 필요하다.
 
  UH-60 성능 개량과 관련해 정치권에서는 국민의힘 한기호 의원이 이 문제에 대해 가장 큰 관심을 두고 있다. 항공작전사령관 출신 국민의힘 강선영 의원에게 항공 전력, UH-60 수명 연장과 LAH(국산 소형무장헬기) 도입에 관해 문의했으나 강 의원은 “관련 내용에 대해 좀 더 알아보겠다”고만 한 뒤 답을 피했다.
 
 
  KAI, 배씨의 법률 리스크 사전 認知
 
  기자는 지난 5월 12일 KAI에 ‘KAEMS 대표 임명 배경’과 ‘군사 기밀 유출에 따른 대가 여부’에 대해 문의했다. KAI는 “검찰(군사 기밀 보호법 위반) 송치를 사유로 해당 직위에 전문 인력을 보임하지 않는 것은 아직 기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배씨를) 범죄자로 취급하는 것에 해당해 무죄추정 원칙에 반한다”며 “임원 선임 지침에 의거, 절차를 준수해 KAEMS 대표로 배씨를 임명했다”고 밝혔다. KAI 출신 한 인사는 “강구영 사장의 전임자인 안현호 사장 시절 KAI는 배씨가 군사 기밀 유출 혐의로 조사받자 해임했다가 이제 와선 자회사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말이 안 되는 상황”이라고 했다.
 
  KAI는 배씨를 KAEMS 대표로 임명하는 과정에서 외부 법무법인에 검토를 받은 결과 배씨를 대표로 선임하는 것이 법이나 내부 기준상 문제가 없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기자가 확보한 KAI 문건에 따르면 KAI는 ‘심사위원회 검증 시 법무 리스크가 잠재되어 있으나 KAEMS 사업의 기술 전문성과 영업 역량, 인적 네트워킹을 겸비해 배씨의 적임자로 추천했다’고 했다. 또 배씨를 ‘법무 리스크’를 이사회에 사전에 통보했으므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배씨가 KAI 사측의 지시를 받고 방사청에서 군사 기밀을 획득했다는 주장이 있다’고 묻자 KAI는 “현재 수사 중인 사항으로 답변이 제한된다”고 했다. ‘배씨를 KAEMS 대표로 임명한 사유가 군사 기밀 획득에 대한 대가는 아닌가’라는 물음에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했다. ‘배씨가 검찰에 기소 또는 유죄 선고를 받으면 KAI는 어떤 조처를 할 계획인가’라는 질의에는 “기소 또는 유죄 선고될 경우, 경영에 전념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므로 해임 조처 예정”이라고 했다.
 
  이를 두고 KAI 내부에서는 “배씨에게 사법 리스크가 있음을 알고도 대표로 임명해 기소되는 일이 벌어지면 이사회는 대표를 다시 선임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이는 배임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지난 4월 17일 강구영 사장을 명예훼손죄, 업무방해죄, 위증교사죄, 업무상 배임죄 혐의로 고발했다.
 
  지난 3월 서울중앙지검은 배씨 사건(방첩사 2023년 6월 검찰 송치)에 대해 “수사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검찰이 배씨를 기소할까? 국방부 관계자 F씨는 이렇게 말했다. “통상 방첩사에서 군사 기밀 보호법 위반(군기법 위반)을 검찰에 송치하면 재판에서 대부분 유죄(집행유예 포함) 선고를 받습니다. 10건 중 9건 이상요. 애초에 수사를 시작했다는 건 범죄가 성립한다는 근거를 파악했다는 의미고, 송치까지 했다는 건 유죄 입증에 대한 확신이 있다는 의미입니다. 특히 군사 기밀 보호법 위반은 그 특징이 누군가는 기밀을 ‘누설’하고, 누군가는 ‘탐지·습득’을 해 성립합니다. ‘누설자(P씨)’가 처벌을 받았다면 ‘탐지·수집자(배씨)’도 처벌받을 가능성이 매우 높죠.” 국방부 관계자 G씨는 “방첩사가 수사한 뒤 검찰에 송치하는 경우 최소 집행유예”라며 “유죄를 이끌어내지 못할 거 같으면 (대체로) 송치를 안 한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군법무관 출신 변호사 N씨는 “누설한 자만 처벌하고 탐지·수집한 자는 처벌하지 않는다는 게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다”고 했다.
 
 
  군 당국·KAI, 차세대 기동헬기 개념도 없어
 
  KAI가 개발을 목표로 하는 ‘차세대 기동헬기’에 대한 현재 진행 상황을 묻자, KAI는 “당사는 고속 중형기동헬기(차세대 기동헬기) 국내 개발을 목표로 핵심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다만 아직 고속 중형기동헬기 타입(동축반전형, 틸트로터형, 복합형)에 대한 소요군 결정을 기다리고 있는 등 사업화 추진 초기 단계로 개발 완료 시점, 개발 비용, 양산 시점, 양산 단가를 언급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고 했다.
 
  이는 2030년대 초반부터 도입해야 할 차세대 기동헬기를 어떻게 마련해야 할지에 대한 기본 개념조차 군 당국과 KAI는 갖고 있지 않다는 의미다. 결국 차세대 기동헬기 개발이 실패하면 블랙호크를 능가하는 헬기를 도입하겠다는 당초 사업 취지에서 벗어나 블랙호크 대비 70% 성능에 불과한 수리온을 추가 도입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KAI 측은 ‘수리온의 성능이 블랙호크의 70% 수준’이라는 지적에 대해 “전혀 근거 없는 내용”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수리온의 전체적인 성능은 1990년대 생산된 UH-60P(블랙호크)와 비교할 때 대부분의 성능이 우월하다”고 했다. 다만 “최대 이륙 중량 측면에서 UH-60P가 2만3500lbs, 수리온이 1만9200lbs로 체급 차이는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항공 장교 출신 예비역 대령 박모씨는 “수리온은 2000년대 중반에 개발돼 2010년대 생산을 시작했다. 1990년대에 ‘생산된’ 블랙호크보다 성능이 좋아야 하는 건 당연하다”면서도 “체급의 한계로 인해 수리온이 블랙호크를 능가하는 성능을 갖는 게 어렵다는 점이 문제다. 권투로 치면 라이트급과 미들급의 차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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