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 권의 책

슈만의 문장으로 오는 달밤 (김종희 지음 | 작가마을 펴냄)

‘윤슬’처럼 오묘한 문장들…

  • 글 : 김태완 월간조선 기자  kimch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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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실린 문장들이 독자의 머릿속에서 둥둥 떠다니는 구름 같거나 물결 같거나 고요 같거나 숲 같거나 나무 같거나 깃든 바람 같거나 명상 같거나 일렁이는 밀밭 같거나….
 
  에세이를 읽자면 미끌거리고 미끄덩대는 활어 같은 문장들이 출렁인다.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흘러가는 경험을 하게 된다.
 
  〈어떤 언어는 비늘처럼 감성을 일으키고 어떤 언어는 물오른 어린 가지 봉곳한 눈처럼 옵니다. 또 어떤 언어는 해거름 산란하는 빛으로 흔들리고 어떤 언어는 윤슬처럼 떠있습니다. 언어는 그 언어를 품은 사람의 온기와 정감을 담아 드러나기 때문입니다.〉(70쪽)
 
  〈나는 빗소리를 들으며 비의 한가운데 서있습니다. (중략) 활어처럼 퍼득이는 심장으로 비의 뒷풍경을 봅니다. 때로 벼리 된 날보다 뭉텅한 것이 예리한 법이라며 틈이 된 비, 낮은 파문을 남깁니다.〉(101~102쪽)

 
  저자의 문장이야말로 ‘비늘’처럼 반짝이고 ‘봉곳한 눈’처럼 빛나며 ‘해거름’처럼 어둑어둑하고 ‘산란하는 빛’처럼 주름지며 ‘윤슬’처럼 오묘하고, 무엇보다 문장이 따뜻한 방석처럼 온기가 있고 훈훈하다. 그의 표현대로라면 “오래 못 본 사람이 새벽꿈에 설핏 다녀”가듯 단어와 문장, 문단에서 슈만의 음악이 흘러나올 것만 같다.
 

  일부러 블라디미르 호르비츠의 피아노 연주로 슈만의 ‘트로이메라이(Träumerei)’를 들어보고, 백건우의 손가락으로 슈만을 느껴보았다.
 
  책을 읽는 내내 슈만의 가락이 느껴지는 체험을 한다. 멀리서 “포실하게 틈을 만들어 일어서는 봄빛”이 다가옴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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