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 권의 책

이어령, 우리 시대 비평의 이정표 (홍래성 지음 | 파람북 펴냄)

이어령 연구의 초석을 세우다

  • 글 : 김태완 월간조선 기자  kimch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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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립대 의사소통교실 홍래성 객원교수의 논문 <이어령 문학비평 연구>는 고인의 비평과 학문을 체계 있게 다룬 최초의 박사 학위 논문이었다. 이어령 연구의 초석을 세운 이 논문과 이어령의 문화 비평을 다룬 학술 논문 4편을 묶은 《이어령, 우리 시대 비평의 이정표》(파람북)가 나왔다.
 
  이 책의 추천사를 쓴 강인숙 영인문학관장은 “자료 조사와 분류 작업만 해도 엄청나며 논리의 가닥을 잡아 체계를 만드는 일도 지난한 작업이었다”고 평했다. “이어령 선생의 평생 업적을 문학 비평과 문화 비평으로 양분하고, 각 분야를 다시 쟁점별로 세분하여, 한 문인의 세계에 처음으로 체계를 세우는 작업”이었다.
 
  세상에는 외곬으로 좁은 범위를 심층 탐색하는 우물형의 학자도 있고, 우물을 파면 떠나 또 새 우물을 파는 형의 전진형 학자도 있다. 이어령 선생은 후자의 유형에 속해서 연구 범위가 넓으니 처음 가닥을 잡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홍래성 교수는 이어령 선생을 생전에 뵙고 관점을 수정하는 등 오랜 시간 공을 들여 이어령 연구의 초석을 이루었다. 선생은 평소 자신의 궤적을 ▲프로메테우스의 언어 ▲헤르메스의 언어 ▲오르페우스의 피리로 삼분했었는데 홍 교수의 논문은 초기의 ‘프로메테우스의 언어’를 다룬 셈이다. 이어령 선생이 쓴 《나를 찾는 술래잡기》(1994)의 일부를 부분 인용한다.
 

  “내 존재의 갈증을 채워준 최초의 언어들은 프로메테우스와 같은 불의 언어였다. 그 언어는 가차 없이 모든 것을 태우고 준엄하게 분리해서 대립해놓는 일이었다. 삼십대에 이르러서는 헤르메스의 언어를 발견했다. 서양을 동양에, 동양을 서양에, 그리고 시를 산문에, 산문을 시에…. 분할의 땅을 넘나들었다. 이제 내가 원하는 것은 세 번째 언어, 오르페우스의 피리다. 대립에서 교통으로 교통에서 화합으로. 이러한 전신(轉身)과 언어의 성장이, 내가 사막을 건너는 낙타의 혹이 될 것이며 선인장의 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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