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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채와 앨범

윤종호·조영래의 시화(詩畵), EW & F의 《That’s the way of the world》

시(詩)에 따라 변하는 글꼴, 아프리카 전통이 만든 댄스 댄스

글 : 김태완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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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으로 그린 시화(詩畵)는 멋스런 글꼴보다 시의 메시지 전달에 무게
⊙ 어스 윈드 & 파이어의 음악… “아프리카 전통과 팝 신세계의 합창”
윤종호 화백의 시화 〈가을편지(이해인 작)〉.
  그림 같은 글씨. 결국엔 그 글씨도 그림이다. 옛날 시서화(詩書畵)가 하나였던 옛 선비들의 문인화가 연상된다.
 
  현재 널리 쓰이는 캘리그래피(Calli-graphy)는 글씨와 글자를 아름답게 쓰는 테크닉에 불과하다. 그래서 ‘멋 글씨’로 번역된다. 기교적이며 정형화돼 있다. 아무래도 문인들이 갈고 닦았을 ‘서(書)의 정신’과는 다르다.
 
  ‘서의 정신’이란 추사 김정희의 《완당전집(阮堂全集)》의 한 구절을 통해 이해할 수 있다. 인용하자면 이렇다.
 
  〈서법은 사람마다 전수받을 수 있지만, 정신과 흥취는 사람마다 자신이 스스로 이룩하는 것이다. 정신이 없는 글은 그 서법이 아무리 볼 만해도 오래 두고 감상하지 못하며, 흥취가 없는 글은 그 글 자체가 아무리 아름다워도 고작 글씨 잘 쓰는 기술자라는 말밖에 듣지 못한다.(法可以人人傳 精神興會 則人人所自致 無精神者 書法雖可觀 不能耐久索翫 無興會者 字體雖佳 僅稱字匠)〉
 
  글 속에 사람의 마음(정신과 흥취)이 담겨 있다는 의미다.
 
  그런 뜻에서 오늘날 시화(詩畵)는 좀 더 고전적이면서도 캘리그래피의 멋까지 아우른다. 도구(어도비나 매킨토시)의 도움 대신 화가의 손(붓, 펜)을 빌린다. 자유롭고 생명력을 지닌다고 할까.
 
  시(글)의 내용에 따라 배경그림이 달라지고 글씨체, 그러니까 글꼴도 달라진다. 시인 김수영의 〈풀〉처럼, 시가 강렬한 색채를 지녔다면 글꼴도 각을 세워 풀이 쓰러지듯 쓴다. 반면 황동규의 〈즐거운 편지〉 같은 연시(戀詩)라면 모나지 않은 둥근 꼴로 쓴다.
 
서울 지하철 경복궁역 전시관에서 열린 한 시화전 모습.
  대구 중구 대봉동 ‘김광석 거리’에서 활동하고 있는 윤종호(尹鍾皓) 화백은 국내 몇 안 되는 시화 전문 화가다. 그는 40년간 시화만 그려 왔다. 시를 읽고 그 시에 맞는 그림을 그리고 또 시에 맞는 글꼴을 고안한다. 단순해 보이지만 그 속에 자신만의 회화적 상상력이 녹아 있다.
 
  “시라는 정서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작품을 배경그림과 글씨로 다시 표현해 다양한 내러티브와 감성을 전달하려 해요. 컴퓨터로 만들어진 상업적 글꼴과는 차원이 다른 형태죠.”
 
  — 시에 적합한 그림이나 글꼴을 택하는 원칙이 있나요.
 
  “일반인이 느끼지 못하게끔, 시를 돋보이게 하는 그림과 글꼴을 택합니다. 궁서체로 글을 멋지게 쓰거나 빼어난 명화를 배경으로 넣으면 시(의 메시지)가 죽어 버립니다. 글(시)의 의미를 담아 내면서 그림, 글꼴이 서로 균형점을 찾게 하는 게 원칙이죠.”
 
  그림이나 글꼴은 시를 위한 부가적 재료라는 얘기다. 서양화가 조영래(趙永來)씨도 틈틈이 시화를 그린다. 대구 중구 봉산동 문화거리에 있는 그의 화실을 찾았다.
 
  “대체로 글이란 눈으로 보고 입으로 읽는 것보다, 손으로 직접 써 보는 것이 낫다는 말이 있잖아요. 시화의 목적은 배경이 되는 그림과 손 글씨를 통해 시의 메시지를 더 자연스럽게 전달하는 데 있어요.
 
  조 화백은 좀 더 멋스럽게 보이려고 종이보다 나무, 주걱, 기왓장에 시화를 그린다. 독특한 재료의 맛을 살려 한글 글꼴의 아름다움과 시의 의미를 함께 담아 낸다.
 
  “재료에 따라 다르지만 나무에다 쓸 때는 나무의 결을 살려 그립니다. 전통성도 높이고 한글에 대한 새로운 생각도 가지게 돼요.”
 
윤종호 화백, 조영래 화백(오른쪽).
  윤 화백은 자신만의 글꼴을 ‘글꽃’으로 피우는 비밀을 이렇게 설명했다.
 
  “도형에서 사각형보다 더 안정적인 형태가 사다리꼴이라고 하지요. 한 자 한 자를 사다리꼴 형태로 씁니다. 그 사다리꼴에 한글 글꼴의 조화와 균형미를 담지요.”
 
  — 결국, 이 글꼴도 그림이네요.
 
  (조영래) “맞아요. 누구나 배울 수 있어요. 미대생들 같으면 1주일 만에 멋진 글꼴을 익힐 수 있어요. 일반인이라면 한 달?”
 
  (윤종호) “하지만 궁극적으론 글꼴이 메시지를 전달하는 도구라고 봐야 해요. 글이 너무 튀면 메시지를 죽여 버리니까요.”
 
  이들은 컴퓨터로 쓴 캘리그래피보다 손글씨가 좋은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컴퓨터로 쓴 캘리그래피의 글씨는 (눈으로) 보기에는 좋아도 막상 글을 읽으려고 하면 안 읽혀요. 손으로, 붓으로 쓴 시화는 (컴퓨터보다) 섬세함이 떨어질지 몰라도 시를 읽는 데 적합하죠.”
 
 
  아프리카적 전통과 팝 신세계의 합창
 
1975년 앨범 《That’s the way of the world》.
  미국의 유서 깊은 음악잡지 《롤링스톤》지가 이런 평가를 내렸다.
 
  ‘활기 넘치면서도 컴퓨터처럼 정확하고, 관능적이면서도 혁신적인 밴드.’
 
  9인조 흑인 보컬그룹 어스 윈드 & 파이어(Earth, Wind & Fire)를 두고 하는 말이다. 이들은 대개 1941~55년생들로 지금은 ‘호호 할아버지’가 됐지만 당대엔 최첨단 펑키 댄스의 선두주자였다. 시대를 앞서간 혁신적인 밴드라는 칭호는 빈말이 아니다.
 
  어스 윈드 & 파이어는 1960년대와 1970년대 사이 록(로큰롤·이 장르 역시 흑인 음악에서 영향받았다)이 인기를 끌자 흑인들의 소울 음악이 ‘펑크’라는 용어로 대체되던 시절 등장했다.
 
  펑크(Funk)는 ‘주변인’, 혹은 너무 순진하여 어른들의 세계에 적응 못하는 ‘숙맥’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1967년 프랑크 자파라는 뮤지션이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히피를 지칭하기 위해 이 말을 사용했다고 한다. 어쨌든 일종의 B급 그룹들의 음악을 ‘펑크 록’이라는 말로 지칭했다(팝이나 재즈 같은 대중음악에 비해 펑크는 B급일지 모른다).
 
  어스 윈드 & 파이어는 타악기의 2중 사용, 리듬 파트가 강조된 박력 있는 관악 편성, 부드러운 합창 보컬을 무기로 리듬 앤 블루스와 재즈를 융합한 신나는 댄스곡을 창조했다. 펑크의 전성시대를 이끈 흑인그룹으로 슬라이 & 더 패밀리 스톤(Sly & The Family Stone)과 함께 양대 산맥이었다.
 
  몇 해 전 삼성 갤럭시 노트 광고의 배경음악으로 쓰여 인기를 끌었던 〈셉템버(September)〉는 어스 윈드 & 파이어의 노래다. 39년 전인 1978년도에 나왔다.
 
  이들의 현재까지 총 앨범 판매고는 9000만장. 10개의 그래미 트로피, 로큰롤 명예의 전당과 보컬그룹 명예의 전당(Vocal Group Hall of Fame) 등의 기록을 가지고 있지만, 드러난 영예보다도 대중음악사에 미친 영향이 더 크다. 이들 이후 음악의 화려함과 경쾌함에서 이들보다 더 뛰어난 음악성을 지닌 밴드는 드물다.
 
흑인 보컬그룹 어스 윈드 & 파이어(Earth, Wind & Fire).
1970년대 펑크 댄스 음악의 시대를 열었던 밴드다.
  어스 윈드 & 파이어는 1969년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결성됐다. 모리스 화이트와 버딘 화이트 형제가 밴드의 주축이다. 모리스 화이트(Maurice White)는 리드 보컬과 퍼커션을, 버딘 화이트(Verdine White)는 베이스와 퍼커션을 쳤다. 두 사람 나이는 열 살 차이. 모리스 화이트는 작년 2월 사망했다.
 
  이들이 성공의 발판을 마련한 것은 1975년 앨범 《That’s the way of the world》부터다. 이 앨범은 그해 빌보드 앨범차트 1위에 올랐고 단숨에 흑인 펑크필드의 대표주자가 됐다. 싱글 〈샤이닝 스타(Shining star)〉가 빌보드 싱글차트 1위를 차지했다. 그들의 첫 번째 대형 히트곡인 이 노래는 펑키 사운드에다 팝 싱글 못지않은 선율감을 입혔다는 평가를 받았다.
 
  앨범 타이틀과 동명인 〈댓츠 더 웨이 오브 더 월드(That’s the way of the world)〉는 보컬보다는 재즈연주에 비중을 둔 곡 같은 느낌. 어떻게 1975년의 감각이 오늘날 들어도 참신하다는 생각이 드는지 신기하다. 멤버들이 떼거리로 나와 마당극처럼 노래하고 춤추며 결국엔 전체적으로 조화를 이뤄 낸다. 9인조 밴드인데도 ‘원 맨 밴드’라는 느낌이다.
 
  이들의 강점은 아무래도 아프리카 리듬에 기반을 둔 펑키 사운드다. 여기에 흑인이 직접 연주까지 해낸다는 공동체적 개념과 다채로운 혼 섹션, 4옥타브를 자랑하는 필립 베일리(Phillip Bailey)의 팔세토(가성) 창법이 더해지면서 독창적인 브랜드가 형성될 수 있었다.
 
  그러나 차분한 발라드를 좋아하는 한국인의 심성에 비춰 보면… “시끄럽다”고 투덜대는 이가 있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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