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도경의 컬처토크 ⑱ 미국에서 시작된 ‘구석기 시대 다이어트’

  • 글 : 임도경 (사)지역문화소통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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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곯는 배를 움켜쥐고 김치 하나를 날로 먹고 볶아 먹고 끓여 먹던 시절과 요즘은 엄청난 차이
⊙ 사냥해서 잡은 고기를 주로 먹었던 구석기 시대 사람처럼 살 수 있을까?

임도경
⊙ (사)지역문화소통연구원 원장, 경희대학교 언론정보학과 객원교수.
스페인 알타미라 동굴 벽화에 그려진 구석기 시대의 사냥하는 모습. 석기 시대 사람들처럼 식사를 해서 건강을 유지하는 ‘석기 시대 다이어트’가 유행하고 있다.
요즘 자고 일어나면 비명횡사한 사람들 이야기가 튀어나와 마음이 어지럽다. 얼마 전 가수 신해철씨의 급작스런 사망도 결국은 위밴드 수술이라는 체중감량을 위한 극약처방적 조치에서 시작됐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수술의 후유증으로 받았던 2차 수술이 제대로 마무리되지 않아(누구의 과실이든) 결국 목숨까지 잃는 비극적 상황으로 끝이 나 버렸다.
 
  체중과의 전쟁은 이제 우리의 일상이 돼 버렸다. 거의 모든 집안에 체중계가 들어와 있고, 사먹는 음식 포장에서 칼로리를 체크하며 고심 끝에 구매 여부를 결정하는 그런 시대에 와 있다. 내가 어렸을 땐 상상도 못 할 광경이다. 난 오래전 구석기 시대 사람이 아닌데 말이다. 세상이 엄청난 속도로 변했다.
 
  이때만 해도 배가 좀 나와야 사장님 소리를 들을 만큼 기름진 뱃살은 풍요의 상징이었다. 지금 기준으로 보면, 그 당시 사람들은 제대로 못 먹어서 살이 찌지 않았던 것 같다. 당시 내 기억으로 김장은 한 집마다 배추 100포기는 해야 한겨울을 날 수 있었다. 각종 김치를 날로 먹고 볶아 먹고 끓여 먹고 하면서 겨울을 났기 때문이다. 식단은 온통 나물과 두부 등 농산물 일색이었고, 명절 때나 돼야 고기 구경을 했다. 고기 구경이라고 해봐야 지금처럼 통째로 불에 지글지글 구워 먹는 게 아니라 고기 한 덩어리를 식구가 다 나눠 먹기 위해 대부분 국으로 끓여서 분배했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아버지가 술 한잔 얼큰하게 취했을 때 사오시던 전기구이 통닭은 별미 중의 별미였다.
 
  그때는 한 번도 체중 걱정을 한 적이 없었다. 오히려 너무 마르면 병에 걸린 건 아닌지 전전긍긍했던 기억도 있다. 지금 내 나이보다 어린 47세의 어머니 몸무게가 47kg이어서 50대가 되면 50kg대로 가느냐고 장난처럼 물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지금 팔순을 넘긴 어머니의 키는 당시 같은 또래 여자들에 비해서 훨씬 큰 164cm이다. 아이 셋을 낳고 40대에 그런 몸무게를 유지하는 건 요즘 관리 잘하는 여자 연예인들이나 가능한 ‘기록’이다.
 
  나의 모친과는 달리 늘 과체중 문제로 고민해 온 난 요즘 들어 그때 내가 무엇을 먹고 살았었는지 기억을 되살리고 있다. 지금 내가 먹는 건 확실히 그때와 다르다. 아주 많이 다르다. 그때 구경도 하지 못했던 스파게티를 출출할 때 끓이던 라면처럼 쉽게 먹고 있고, 피자 한 판 정도는 어린 시절 구멍가게에서 사먹던 동그란 버터크림빵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사고 있다. 고기 역시 한 2주 안 먹으면 허전하다며 전문식당을 찾아다니면서 등심, 안심, 안창살, 갈매기살 골라가며 배부르게 구워 먹고 있다. 고기를 먹다 보면 술 한 잔은 필수코스가 돼 있고.
 
 
  200만 년 전, 인간의 뇌가 유인원의 뇌보다 커진 이유
 
진화영양학자 로렌 코데인 박사.
  이런 식생활 결과 내 몸에 좋지 않은 징후들이 계속 나타나고 있다. 콜레스테롤과 당수치가 매해 야금야금 상승해 이 상태로 가면 곧 약을 먹어야 할 상황이 될지도 모른다. 체중을 줄이면 다 해결된다고 의사들이 격려하는데, 이 풍요로운 식단 속에서 먹는 것을 조절하는 일은 도를 닦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다.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이 한두 명은 아닐 것이다.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인들이 비만과 전쟁을 벌이고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인지 어느 나라에서 체중조절 비방이 나오면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전파돼 실시간 동시상영식으로 순식간에 선풍을 일으키곤 한다.
 
  미국에서 시작된 ‘구석기 시대 다이어트법’도 이 중 한 가지다. 사냥한 고기만 먹는 북극의 이누이트(Inuit)족, 텃밭 작물과 근처 숲 속 사냥감을 먹고사는 볼리비아의 트시마네(Tsimane)족, 모든 식량을 수렵과 채집에만 의존하는 탄자니아의 하드자(Hadza)족 등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방식대로 사는 민족들에겐 동맥경화나 고혈압, 심혈관 질환 등이 없다는 사실을 과학자들이 밝혀내면서 시작된 것이다.
 
  콜로라도 주립대 진화영양학자인 로렌 코데인(Loren Cordain)도 이들 중 한 명이다. 코데인은 《구석기 다이어트: 배불리 먹고도 살 빠지는 다이어트 건강법》이라는 책을 쓴 학자이다. 다이어트에 관심이 많은 나 역시 이 책을 읽었다. 이 책의 핵심은 지금까지 선조의 생활방식대로 수렵과 채집에 의존해서 먹고사는 부족들의 식습관을 분석한 결과 74%가 열량의 절반 이상을 육류에서 얻고 있는 데서 시작한다. 그는 이런 논리를 바탕으로 건강식으로 ‘구석기 다이어트’라는 처방을 내놓았다.
 
  이 구석기 다이어트의 핵심은 우리가 수렵을 포기하고 한 곳에 정착해 농사로써 얻은 작물을 섭취하면서 병이 생기기 시작했으므로 농사나 목축을 통해 얻게 된 콩이나 우유 등을 이용한 음식을 끊으라는 처방이다. 대신 살코기와 생선을 충분히 먹으면 된다는 이야기다.
 
  코데인과 같은 사람들의 생각은 이렇다. 200만 년 전 인간의 뇌가 유인원보다 커지게 된 이유가 식량밀도가 높은 육식 때문이었다는 게 핵심이다. 그러다 정착 생활이 가능한 농업으로 인해 수렵·채집 시에는 없었던 충치가 생기고, 가축에서 고기를 얻으며 기생충으로 인한 질병이 생기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농업이 발달하면서 주식으로 이용되는 쌀, 보리나 밀 같은 곡물이 등장해 식량 조달이 쉬워졌고, 이에 따라 여자들의 임신 간격이 평균 3.5년에서 2.5년으로 줄어들면서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게 되었지만 반드시 이것이 건강의 지표가 될 수는 없다는 이야기이다. 질병에 걸린 사람도 얼마든지 아이는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원시 시대에 가깝게 살고 있는 부족들의 식생활
 
  하지만 구석기 다이어트는 미국 내에서도 논쟁거리가 되고 있다. 현존하는 전 세계 수렵·채집인들이 현재 먹고 있는 음식을 조사해 본 결과 육식은 전체 열량에서 30%를 채 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렵을 통해 얻는 고기는 아주 적기 때문에 구석기 사람들의 식사가 육식이어서 유인원보다 진화했다는 이야기는 이들의 주장처럼 증명되지 않는다.
 
  오늘날 각 전통부족들의 식단을 살펴보면, 인도의 자이나교도(Jains)는 채소류, 이누이트족은 고기류, 말레이시아의 바자우(Bajau)족은 생선류가 주요 식사거리이다. 또 인도 연안의 니코바르제도에 사는 한 부족은 특이하게도 곤충에서 단백질을 얻는다. 이를 종합해 보면, 인간은 고기로 살아왔다기보다는 현지 환경에 적응해서 살 수 있도록 진화됐다는 편이 더 정확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구석기 다이어트에 의구심을 가진 학자들이 일 년 내내 수렵·채집으로 사는 부족들을 관찰해 본 결과에 따르면 이들이 사냥에 성공을 하는 경우는 50% 미만이었다. 이런 확률로 필요한 식사량의 70%를 육식으로 채운다는 건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실제 그들의 식사 중 육류의 비율은 평균 30%에 지나지 않았다. 북극 지방을 빼고는 어느 부족도 고기에서 열량의 거의 대부분을 얻는 경우는 없었다는 것이다.
 
  물론 구석기식 다이어트에 의구심을 가진 학자들도 ‘조상처럼 먹어야 한다’는 데는 이의가 없다. 단, 조상처럼 먹는다는 데는 식량의 종류는 물론 그 밖에 간과하기 쉬운 아주 중요한 두 가지 단서가 붙는다.
 
  첫째로는 매끼 식사를 해결하기 위해 엄청나게 움직여왔다는 사실이다.
 
  수렵·채집을 하면서 살고 있는 종족들은 하나같이 ‘잉여의 살’, 즉 체지방이 별로 없다. 음식을 얻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에서 생긴 결과이다. 식량을 쉽게 얻으면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는 몇몇 종족이 아주 쉽게 보여주고 있다.
 
  시베리아에서 순록을 키우며 사는 유목민인 에벤크(Evenk)족과 야쿠트(Yakut)족의 식량은 주로 고기일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장병에 걸려 죽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90년대 초 소련이 무너지고 난 뒤 유목 생활을 청산하고 시장에서 파는 식품(먹던 습관대로 고기 위주의 식사)을 사다 먹는 도시인이 된 뒤로 심장병 환자가 속출하는 결과가 나오고 있다. 도시에 사는 야쿠트족의 절반이 과체중이고, 30%가 고혈압 환자가 돼 있다. 고기를 많이 먹으면 심장병이나 암에 걸릴 가능성이 높은 것은 조상들이나 우리나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소화 체계가 같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장 속에 있는 박테리아는 고기에 함유된 엘 카르니틴(L-Carnitine)이라는 영양소를 소화시키는데, 그 과정에서 동맥에 혈전이 생긴다. 또 우리의 면역 체계가 붉은 살코기 속의 글리콜뉴라민산(Neu5Gc)이라는 당분을 공격해 염증을 유발하기 때문에 암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건 소위 말하는 ‘팩트’다. 조상이든, 우리든 누구나 피해갈 수 없는 사실이라는 말이다.
 
 
  결국 먹는 만큼 에너지 소모를 많이 해야 하지 아닐까
 
  이런 위험성을 조상들은 수렵을 하는 과정에서 에너지를 소모하는 것은 물론 사냥거리가 풍족하지 않은 시기에 결핍을 견디는 과정에서 체질적으로 방어하고 살아온 것이다. 한 발 나가면 수퍼에서 어떤 음식이든 살 수 있는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에너지 소모가 극심한 생존적 차원의 환경이었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또 한 가지는 음식을 섭취하는 방법이 달랐다는 점이다. 인간이 음식을 익혀 먹기 시작한 시기는 180만 년 전에서 40만 년 전쯤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익힌 음식은 날음식보다 소화율이 높아 에너지가 풍부해진다. 하버드대학교의 랭엄(Wrangham) 연구실에서 똑같은 식재료를 두 그룹의 쥐에게 먹인 결과, 익힌 음식을 먹인 쥐의 체중이 15~40%까지 더 나갔다는 사실은 잘 알려진 실험 결과이다.
 
  구석기 시대부터 인간이 음식을 익혀 먹은 흔적은 있지만, 지금처럼 완전 가공한 상태로 먹진 않았다. 불을 이용했다지만 지금 관점에서 보면 아주 간단한 조리 과정이 있었을 뿐이다. 벌집이나 야생 상태의 열매, 간단히 가공한 곡물 등이 이들이 주로 먹는 식사였다. 이런 식사에 비해 냉장고에 서구화된 가공냉동음식을 비축해 두고 언제든 전자레인지만 돌리면 입에 딱 맞는 음식을 먹을 수 있는 현재의 식량과 ‘익힌 상태’를 비교할 수 없을 것이다.
 
  ‘조상처럼 먹어야 장수한다’는 말은 많은 과학자가 지구촌 여러 부족을 연구해서 내린 결론이므로 근거가 있는 학설로 믿어도 될 것이다. 물론 학자마다 어떻게 먹어야 조상처럼 먹느냐는 방법론적 해석은 지금까지 분분하지만, 이들의 갑론을박 속에 담긴 핵심적인 화두는 다음 몇 가지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첫째는 자신이 대대로 살고 있는 땅의 주변에서 얻을 수 있는 식재료를 써서, 둘째는 육식에 치우치지 말고 채식과 조화로운 식단을 구성하고, 셋째로는 최소화된 조리방법으로 거친 음식을 즐기고, 넷째로 가공식품에 의존하지 말고 식사를 준비해서 먹는 번거로움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습관만이 몸을 살릴 수 있는 지름길이라는 것이다.
 
  《내셔널지오그래픽》 9월호를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식단이 얼마나 빠른 속도로 서구화되었는지 알 수 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이런 식생활의 변화가 우리에게 무엇을 남겼는지 한 번 생각해 볼 일이다. 김치밖에 몰랐던 우리 입맛대로라면 길거리에서 예전에 보기 힘들었던 초고도 비만 환자들을 쉽게 볼 수 있는 이런 환경이 오지 않았을 것이다. 가끔은 내가 하와이에 와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슬로 푸드’에 관심을
 
  지금 한국에선 헬스클럽이 우후죽순처럼 늘어나고, 살 빼는 성형외과 수술 광고를 달고 다니는 버스도 언제든 볼 수 있다. 그만큼 온 국민의 살이 늘어났다는 이야기다. 이런 상황에서 평균수명이 늘어났다고는 하지만, 통계적으로 죽기 전 10년은 병상에서 남은 재산 다 쓰거나 그나마 치료비가 없어 비참하게 연명하다 가는 사람이 많다 하니 삶의 질은 더 좋아진 것이 아니다. 과체중으로 인한 대사증후군에서 시작되는 성인병인 심장병, 당뇨병, 고혈압 등 질환자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고, 세 집에 한 집은 암환자가 있는 상황이라고 하니 정말 뭔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되고 있는 상황인 것 같다.
 
  우리 몸은 정직하다. 미국 말에 ‘You are what you eat’라는 말이 있는데, 좀 더 정확히 이야기하면 ‘You are what your ancestors ate’이다. 조상들의 식사 결과가 바로 지금의 ‘나’라는 말이다.
 
  그래서 우리의 조상이 무엇을 먹고 살아왔는지 우리도 한 번 곰곰이 되새겨 봐야 한다. 그 음식의 영양분으로 만들어진 세포에서 우리의 몸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우리 세포는 그런 음식에 적응하고 있는데, 소화가 힘든 낯선 음식이 공급되면 몸속에서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동의보감》에 나오는 ‘신토불이’를 생각하며 식재료를 챙겨야 하고, 오래전부터 관심을 끌고 있는 ‘슬로 푸드 운동’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내 땅에서 조상부터 대대로 먹어오던 식재료를 찾아서 장을 보고, 밥상을 차리는 데 필요한 수고로움을 귀찮게 여기지 않아야 다시 건강해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절기가 되면 된장, 고추장, 간장을 담그고, 스스로 김장을 하며, 마른 나물로 비빔밥을 즐겨 해먹던 시절로 돌아가야 가공음식에 찌든 우리 몸도 살아난다. 그래야 근심 어린 눈으로 우리를 지켜보고 계실 조상님들도 모처럼 시름을 놓으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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