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프리카 토착민들만이 원시 인류와 혼혈 유전자 갖고 있지 않아
⊙ 사하라 사막이 커지면서 다른 지역으로 나가지 못해 토종 아프리카인이 보존된 듯
임도경
⊙ (사)지역문화소통연구원 원장, 경희대학교 언론정보학과 객원교수.
⊙ 사하라 사막이 커지면서 다른 지역으로 나가지 못해 토종 아프리카인이 보존된 듯
임도경
⊙ (사)지역문화소통연구원 원장, 경희대학교 언론정보학과 객원교수.

- 케냐의 마사이족. 사하라 사막 때문에 다른 대륙과 고립된 아프리카인들은 순혈의 현생 인류 유전자를 간직하게 되었다.
제노그래픽 프로젝트와 관련한 대화를 하면서 발견한 재미있는 사실은 여자들보다는 남자들이 자신의 조상에 대한 뿌리 찾기에 훨씬 더 높은 관심을 보인다는 점이었다. 유전적 관점에서 해석한다면, 농경문화를 이끌어온 여자들의 관심이 대체로 ‘현생의 안전한 삶’에 맞춰져 있는 반면, 자신처럼 수렵에 나설 자손의 번식을 생의 중요한 업으로 삼아온 남자들은 생래적으로 보다 더 ‘혈통’에 깊은 애착을 갖게 됐을 듯하다. 이런 차이는 아마 한국에 국한되지 않을 것이다.
칼럼을 쓰고 난 이후 주변에서 이런 뜨거운 반응을 보였던 것이 처음이라 어리둥절하기만 했다. 아마 국적과 인종을 불문하고 자신들의 정체성에 대한 의문은 세계인의 공통 관심사가 아닐까 싶다. 자신이 어떤 조상으로부터 나와서 현재의 모습으로 등장해 있고, 또 자손들은 어떤 존재들인지 모두 한번쯤은 스쳐 지나가듯 생각해 본 문제일 것이다.
사람들을 만나서 내가 알고 있는 이야기를 자세히 설명해 주면서 깨닫게 된 건, 단지 내 주변 사람들뿐만 아니라 나와 만나지 못하는 많은 독자 역시 이들과 마찬가지로 지난 호 칼럼에 다 담지 못한 더 많은 이야기에 대해 궁금함을 갖고 있으리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들이 내게 던졌던 공통적인 질문들을 모아 함께 답을 찾아보는 두 번째 이야기를 쓰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하게 됐다. 이 두 번째 이야기는 지난 호에 실린 이야기를 읽은 사람들에게는 좀 더 깊은 이해를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며, 이 얘기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는 제노그래픽 프로젝트를 이해하기 위한 기초적인 지식이 될 듯하다.
인류의 조상에 대해 궁금해하는 세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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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안데르탈인들의 생활상을 그린 상상도(모리스 윌슨, 영국자연사박물관). |
첫 번째 질문은 현재 살고 있는 모든 인류의 유전자에 원시 인류인 네안데르탈인과 데미소바인이 나타나느냐는 것이었다. 답은 ‘아니다’이다. 최초의 인류는 아프리카에서 시작했지만, 아프리카를 떠난 한 그룹(당시 지구 총 인구 2000명 추산)이 중동을 거쳐 유럽과 아시아로 진출하는 과정에서 이미 그곳에 존재하고 있던 원시 인류인 네안데르탈인과 데미소바인을 만나면서 혼혈이 이뤄진 결과 현재의 비(非) 아프리카 인종을 이루게 됐다. 비아프리카인들 사이에서는 평균 2%의 네안데르탈인과 데미소바인 유전자가 나온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해 유전자 검사를 받은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반면, 아프리카 토착민들에게서는 이런 원시 인류와 혼혈의 유전자가 나타나질 않는다. 순혈(純血)의 현생 인류 유전자를 보존하고 있는 사람들이란 이야기이다. 역으로 놓고 보면, 이런 결과가 결국 유전적으로 아프리카인이 모든 인류의 조상이라는 결론을 이끌어낼 수 있는 근거가 되는 것이다.
아프리카에서 현생 인류의 유전자가 그대로 보존될 수 있었던 것은 사하라 사막의 기후 변동 때문이었다. 과거 사하라 사막은 여의도만 한 크기였기 때문에 일부 현생 인류가 걸어서 이 지역을 탈출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후, 기후의 변화로 사막이 현재처럼 커지면서 현재의 토종 아프리카인들은 출구가 막혀 그대로 남아 살 수밖에 없었다. 이들은 아프리카에 고립된 상태로 유전자 변이를 겪으면서 유전적으로 지구상에서 가장 다양한 사람들이 등장하게 되었다. 서아프리카의 반투족, 동아프리카의 마사이족, 남아프리카의 부시맨, 중앙아프리카의 피그미족은 피부만 검을 뿐이지 한눈에 알아볼 정도로 다른 외형을 지니고 있다.
두 번째 질문은 사람들이 인종을 떠나 유전적으로 상당히 유사한 구조를 갖고 있다면, 어떻게 피부색도 다양하고 같은 인종 내에서도 모습이 제각각일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답은 ‘돌연변이’에 있다. 모든 사람은 DNA를 복제해 자손에게 넘겨주게 돼 있다. 이 과정이 있기 때문에 내 자손은 다른 사람보다 더 나를 닮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단지 닮을 뿐 나를 완전히 똑같이 복제하지는 못하는 것이 유전의 신비이다. 돌연변이가 반드시 일어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 대해 제노그래픽 프로젝트의 리더인 스펜서 웰스 박사는 “전 세계 수도원의 수도사들에게 각각 세계에서 가장 긴 책 복사본의 한 페이지를 맡아서 사본을 만들라고 시킬 경우 어느 한 페이지에서는 반드시 C를 G로 오기하는 실수가 발생하는 것과 같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것을 유전학에서는 돌연변이라고 하는데, 확률은 인간 게놈을 구성하는 뉴클레오티드 수십억 개 중 약 50개에 변화가 생기는 정도이다. 이런 돌연변이가 진화의 기초 형성 요소가 된다. 돌연변이는 인간이 자연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긴 세월 동안 꾸준하게 일어났고, 그것이 결과적으로 인종의 차이처럼 인식될 정도로 외형에 큰 변화를 일으킨 것이다.
이런 유전 변이의 85%는 모든 인종이 공유하고 있었다. 그중 8%는 한 인종 사이에서 일어나 여기에 속한 다른 집단들(예를 들면 한국인과 일본인)을 구분하는 역할을 했다. 서양인-동양인-흑인 등 인종을 구분하는 역할을 하는 유전 변이는 10% 미만이었다. 내일 지구에 핵폭탄이 떨어져서 아프리카 숲 속의 한 원주민 집단만 살아남아도 이들이 가진 유전자를 기반으로 다시 시간이 흐르면 현재의 인구 분포와 똑같은 구도가 재현될 수 있다는 얘기다.
염색체와 DNA 역추적으로 인류 이동경로 파악
세 번째 질문은 어떻게 남자의 Y염색체와 여자의 mtDNA(미토콘드리아 DNA)를 통해 최초의 선조는 물론 이동경로까지 알아내는 일이 가능하냐는 것이었다. 한마디로 Y염색체와 mtDNA는 집안에서 대대로 내려오는 오래된 가보(家寶)처럼 그냥 대물림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 흔적을 공유하는 집단을 역추적하면 이동경로가 나온다. 그 흔적을 공유하는 집단을 하플로그룹(haplogroup)이라고 하는데, 이 그룹은 특정 한 사람을 선조로 하는 집단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 하플로그룹을 통해 이동경로를 파악할 수 있는 것은 오랜 세월 전통적인 유전자를 보존하며 한 지역에 살아온 토착민들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현재의 나와 같은 하플로그룹에 속하는 토착민들이 중국 대륙에 다수 살고 있기 때문에 나의 모친의 모친들이 오랜 옛날 아프리카를 떠나 중동을 거쳐 중국 대륙으로부터 넘어와 한반도에 살게 됐다는 이동경로가 드러나는 것이다.
그럼 Y염색체의 전달 과정에 대해 알아보자. 우선, DNA는 60억 개의 짧은 조각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를 염색체라고 한다. 염색체는 그 길이가 2억5천만 뉴클레오티드에서부터 약 5천만 뉴클레오티드까지 매우 다양한데, Y염색체는 그중 가장 짧은 염색체에 속한다. 이 염색체는 다른 염색체와는 달리 역할도 제한돼 있고, 기능적인 유전자도 거의 갖고 있지 않다. 그래서 여성들은 Y염색체 없이도 살아가는 데 전혀 문제가 없는 것이다. 이 단역배우가 바로 남자의 진화 과정을 설명하는 단초가 된다.
모든 염색체는 쌍으로 존재하는데 누구나 한 짝은 어머니에게서, 또 한 짝은 아버지에게서 받는다. 이렇게 짝을 이루는 과정에서 염색체들이 뒤섞여 새로운 조합을 이루며 진화의 과정을 밟는다. 하지만 Y염색체는 유전적 특질로 인해 쌍을 이루지 않고 늘 혼자 남는다. 아들은 X염색체와 잘못 짝지어진 Y의 존재로 인해 만들어지고, 딸은 X가 X를 만나 완벽하게 짝을 이루게 된다.
웰스 박사는 어머니의 자궁 속에서 X와 만난 Y를 두고 “디킨스 소설에서처럼 거친 거리의 부랑아와 늘씬하고 우아한 빅토리아조의 귀부인의 결합”이라면서 “재조합의 가능성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들 둘은 서로 믿지 못하며 상관하고 싶어 하지도 않는 존재라 재조합은 일어나지 않고 Y가 홀로 남아 대물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Y에는 집안의 문장과도 같은 일련의 표지들이 있는데, 같은 표지를 지니고 있는 사람들이 바로 하플로그룹이 된다.
앞으로 인간의 근원 찾기 더 어려워질 듯
다음은 어머니에게서 mtDNA가 자손에게 전달되는 과정이다. mtDNA는 인간 게놈이 발견되는 핵의 바깥에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DNA이다. mtDNA는 미토콘드리아라는 기관 내에서 발견되는데, 미토콘드리아는 자체적인 세포막과 DNA를 갖고 있다. 이 DNA는 선형인 핵 DNA와 달리 원형이다. 인간의 몸에 남아 있는 미토콘드리아는 원래는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박테리아였는데, 10억 년 이상의 세월에 인간의 몸속 세포에 흡수되면서 서서히 세포 조직의 일부가 된 것으로 밝혀졌다.
mtDNA는 어머니와 아버지의 염색체 혼합물과는 다른 존재이다. 남성들도 어머니에게서 받은 mtDNA를 갖고 있지만 생식이 일어나는 방식 때문에 자식에게 이 존재를 전할 수 없다. 정자는 난자와 만나는 순간 세포핵을 향해 달려가서 자신의 머릿속에 담긴 게놈 성분들만 제공하고는 사라진다. 세포핵과는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미토콘드리아의 유전자에는 어떤 영향도 미치지 못한다. 그래서 mtDNA는 여자에게서만 전달되는 것이다.
이 세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이 이 제노그래픽 프로젝트의 근간을 이해하고 더 나아가서는 인류의 조상을 찾는 작업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이 되었으면 한다. 최근 들어 인류의 조상을 찾는 일에 과학자들이 열을 올리고 있는 이유가 있다. 아이로니컬하게도 인간의 환경이 첨단 과학화될수록 인간의 근원을 찾는 일이 더 힘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인류의 조상과 이동경로를 찾아내는 일이 가능했던 것은 지구상에 아직도 토착민들이 남아 있기 때문이었다. 이들의 몸속에 남은 DNA 정보를 근간으로 해서 역추적을 통해 수수께끼를 풀어내는 단초로 삼았기 때문에 모든 작업이 가능할 수 있었다.
하지만 토착민들이 문명과 접한 후 고향에서는 사회적으로 성공할 기회가 없다는 생각, 혹은 이주를 강요당하면서 거처를 떠나 뿔뿔이 흩어지고 있다. 아쉽게도 이들이 전 세계의 빈곤 지역에 분포하고 있기 때문에 전통적인 생활양식을 지키면서 살아가라고 강제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이들은 기회의 땅이라고 생각하는 대도시로 떠나고 있다. 한국만 해도 다문화사회로 진입해 과거에는 흔치 않았던 혼혈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또 우리는 문화적으로 대규모의 멸종시대를 거치고 있는 중이다. 언어학자들은 유럽의 탐험시대가 시작된 1500년대에 약 1만5000가지 언어가 지구상에 존재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현재까지 남아 있는 언어는 6000가지로 세계의 유전적 혈통을 뒤섞는 이주 과정을 통해 우리는 2주마다 한 가지 언어를 잃고 있는 셈이다. 세월이 더 흐르면 몇 개의 언어만 남을지 궁금해질 정도다. 이런 현실에서 본다면, 문명화가 과연 인류를 행복하게 이끌고 있는 것인지 의구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가 제노그래픽 프로젝트에 나름 의미를 부여하고 관심을 갖는 것은 추적 자체가 불가능한 시대가 오기 전에 우리의 존재에 대해 한 가지라도 더 알고 싶은 욕구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