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월호 참사에서 드러난 언론사 대형 재난 취재 매뉴얼의 허상
⊙ 방송통신委에 웬 ‘재난상황반’? 세월호 보도 ‘조정·통제용’ 아닌가
임도경
⊙ (사)지역문화소통연구원 원장, 경희대학교 언론정보학과 객원교수.
⊙ 방송통신委에 웬 ‘재난상황반’? 세월호 보도 ‘조정·통제용’ 아닌가
임도경
⊙ (사)지역문화소통연구원 원장, 경희대학교 언론정보학과 객원교수.

- 지난 4월 16일 오후 이경옥 안전행정부 제2차관이 기자들에게 세월호 침몰사고에 관한 설명을 하고 있다.
한국은 2010년 1그룹인 ‘자유’에서 그 이하 그룹인 ‘부분자유’로 떨어진 이래 다시 그 자리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1그룹에 속한 나라는 네덜란드, 노르웨이, 벨기에, 핀란드, 미국, 일본 등 대부분의 선진국이지만, 통가, 사모아, 도미니카, 우루과이 등 이른바 제3세계 국가들도 포진해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한 선진국 중 언론자유도가 이런 순위를 기록한 나라는 없다. 망신이다. 자유민주주의의 꽃이 바로 언론인데, 이런 언론환경에 있는 나라가 자칭 선진국이라니 남 보기 부끄럽다.
한국 언론의 경쟁력은 오래전부터 주요한 화두로 등장했지만 어떤 이유 때문인지 전혀 개선될 기미를 보이고 있지 않다. 나아지기는커녕 점점 더 나빠지고 있다는 게 한국 언론을 보는 외부의 시각이다. 이런 결과가 정부의 잘못인지, 언론 자체의 노력 부족인지, 조사 자체의 신뢰 문제인지 이제는 한 번쯤 곰곰이 생각해 볼 시점이다. 김영삼 정부가 세계화를 내세운 이후 언론사마다 앞다퉈 한국의 국제경쟁력을 화두로 갖가지 기사를 쏟아 낸 지 얼마나 오랜 세월이 흘렀는데, 정작 언론 자신의 경쟁력은 후진국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니 언론산업 종사자들은 자신의 현실을 부끄러워해야 한다.
일단 프리덤하우스의 조사 결과를 그대로 믿는다는 전제 아래, 한국 언론이 왜 후진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지, 당장 온 국민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는 세월호 사건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난 부분이 적지 않다.
세월호 사건 당일인 4월 16일, 재난방송 주관사인 KBS를 포함해 어떤 언론사도 사고 지점에 기자를 급파해 독자적인 취재를 벌인 곳은 없었다. 사고 해역은 머나먼 해외도 아니었고 우리의 남해안이었으며, 사람들이 살고 있는 해안에서 불과 6km밖에 떨어지지 않은 접근 가능 지역이었다. 기자들은 중앙재해대책본부에 모여 앉아 정부가 허둥지둥 발표하는 공식 집계만 앵무새처럼 읊어 대고 있었다. 오보 가능성을 의심하는 언론사는 한 곳도 없었다.
기자들이 급파된 곳은 세월호에 수학여행단을 태운 단원고와 중앙재해대책본부, 그리고 생존자들이 실려 온 병원 응급실이었다. 왜 이 세 곳이 사건 현장이 됐는지 모를 일이다. 정작 조난당한 학생들은 침몰하는 배 안에서 구조되기만 기다리고 있었는데, 기자들은 ‘단원고 학생 전원 구명조끼 착용, 전원구조’라는 황당한 공식논평을 받아서 속보를 날리고 있었으니 답답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사건 현장에서 벌어지는 실제 상황을 두 눈과 귀로 확인하려는 기자가 한 명이라도 있었다면, 상황은 조금이라도 달라졌을 것이다. 그 수많은 언론사에 소속된 엄청난 수의 기자들 중 단 한 명이라도 공식 브리핑 자료가 정확한지 확인해 보는 기자가 없었다는 건 그저 놀라울 뿐이다. 우왕좌왕 정신없는 정부 발표에 발맞춰 부화뇌동하며 언론도 함께 국민을 우롱했다.
또 실종자 수색이 한창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일부 언론에서는 한 개인 잠수사가 주장한 ‘다이빙 벨’ 투입이 전가의 보도인 양 집중 보도하며 수색작업에 혼선을 일으켜 실종자 가족들은 물론 전 국민을 다시 분노와 좌절에 빠뜨린 상황도 전개됐다. 정부가 긴급재난 상황에 제대로 대비하고 있지 않았듯, 언론사 역시 이런 대형 재해 상황 취재에 대해 미숙하게 대응한 것이다. 이번 사건으로 정부만큼이나 언론사에도 긴급재난 상황 취재에 대한 매뉴얼이 필요하다는 걸 절감하게 됐다.
언론사 논설위원도 선주협회 돈으로 외유
언론의 얼굴 바꾸기는 또 어떤가. 상황이 진행되면서 정부가 초기 단계부터 제대로 대책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속속 밝혀지니까 그때서야 앞 다퉈 정부(정확히 말하면 해경)의 미숙한 대응에 대한 비난을 경쟁적으로 쏟아붓고 있다. 초기에 확인하지 못한 오보에 대해 사과를 한 언론사는 한 곳도 없었다. 또 하나같이 청해진해운의 실질적 소유주인 유병언씨 일가에 대한 비리 추적으로 관심을 돌려 실제 구조상황에 대한 집중도를 오히려 떨어뜨리는 모습까지 보이고 있다. 언론이 이래도 되는 걸까?
더군다나 세월호 사건이 전개되는 과정에서 밝혀진 낯 뜨거운 사실도 언론의 부끄러운 현실을 보여준다. 그간 언론사 간부들이 한국선주협회의 돈으로 외유성 시찰을 다녔다는 사실이다. 해양수산위 소속 국회의원만 그랬던 것이 아니었다. 한국선주협회 홈페이지에 올라온 2013년 사업보고서에는 ‘해운산업 홍보강화’를 위한 사업들이 열거돼 있다. 그중 하나가 ‘주요 일간지·경제지 논설위원 승선체험’ 행사이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5월 9일부터 11일까지 동아일보, 한국경제, 경향신문, 서울신문, 한국일보 논설위원 5명이 일본 오사카에서 항만 시찰과 승선 체험 등의 행사에 참여했다. 그 후 참여자 중 다수가 실제로 해운산업을 정부가 육성해 줘야 한다는 주제의 칼럼을 게재했다. 혹시라도 그 칼럼을 읽은 고위 정부 관료가 청해진과 같은 부도덕한 기업을 지원해 줘야겠다는 생각을 가졌었다면 누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인가.
사건 이후 밝혀진 바에 따르면, 세월호 사건을 낸 청해진해운에서 지난 1년간 승무원 교육비로 쓴 예산은 총 54만1000원. 이는 같은 해 광고선전비(2억3000만원)나 접대비(6060만원)로 쓰인 금액과 비교해 훨씬 적은 액수다. 침몰하는 배에서 ‘움직이지 말라’며 어린 학생들을 선실에 묶어 놓은 채 속옷 차림으로 줄행랑을 친 파렴치한 이준석 선장과 승무원들이 소속된 이런 악덕 기업이 한국선주협회에 내놓은 홍보비로 언론사 간부들이 외유를 했다는 건 부끄러운 일이다. 언론이 이러니 국회의원들을 비롯한 정치인들의 외유성 시찰을 아무리 비판해도 ‘말발’이 먹히지 않는 것이다.
세월호 사건으로 이런 언론사 간부 접대성 외유의 실상이 밝혀지긴 했지만, 사회 곳곳에서 언론과 공생관계를 노리는 이런 유의 집단들이 언론사를 향해 던지는 달콤한 유혹이 관행처럼 뿌리박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떳떳하게 할 말 다 하는 언론으로 다시 서고 싶다면, 기자들은 언론사를 향해 베푸는 독버섯 같은 이익집단들의 선심으로부터 방어막을 철저하게 쳐야 한다. 수퍼마켓에서 주는 시식용 음식 한 조각을 얻어먹고도 뒷덜미가 간지러워 물건을 사게 되는 것이 인간의 심리인데, 이런 호화판 선심용 외유길에 동행한 후 어떻게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 것인가 말이다. 해외 취재가 필요하면, 언론사에서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그게 자존심이다.
정부도 마찬가지다. 한국 언론의 후진성에 대한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언론의 독립성에 심대한 훼손을 여전히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습에 젖어 여전히 언론을 조정과 통제의 대상으로 여기는 태도에서 벗어나야 한다. 세월호 사건으로 황망한 와중에도 정부는 언론보도를 통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미디어오늘》이 입수한 방통위 자료에 따르면, 세월호 보도와 관련해 4월 22일부터 상황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재난상황반을 설치해 방송사를 ‘조정·통제’한다는 계획을 세웠다고 한다. 방송 분야의 위기 대응 상황을 방통위가 총괄하고 방송 오보에 대해서는 적시적으로 대응한다는 것이 주요 업무 내용이다. 방통위가 수사를 의뢰하면 경찰은 철저히 수사하기로 했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또 최성준 방통위원장은 4월 23일 방송사 사장간담회를 갖고 “세월호 보도에 신중을 기해 달라”는 주문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런 방통위의 움직임이 방송사 보도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면 누가 믿을 수 있을까. 이 문건 속에는 ‘대학생 및 일반인 대상 사회적 여론 환기는 방통위와 문화부가 맡는다’는 등의 업무 연락 내용도 포함돼 있어 문화체육관광부 역시 방통위와 마찬가지로 특정 역할을 분담했을 것 같다. 곧 다가오는 지방선거도 있으니 가능한 빨리 세월호 사건의 악몽으로부터 벗어나고픈 정부의 심정은 알겠으나 이런 구태의연한 발상은 정말 그만했으면 좋겠다.
기자들의 부족한 소명의식
한국 언론의 역사를 보면, 자의든 타의든 한시도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웠던 적이 없는 것 같다. 1883년에 한국 최초의 근대신문인 《한성순보》가 나오고, 1896년 4월 7일 《독립신문》이 창간되는 등 한국 언론이 꽃봉오리를 맺던 시절, 이어진 일제의 침탈로 한국 언론은 암흑기에 들어섰다. 1907(광무 11)년 7월 24일, 이완용 친일 내각이 언론을 탄압하기 위하여 제정한 언론 관계 법률 ‘광무신문지법’에 따라 신문 발행이 허가제로 바뀌었으며, 이 법은 일제하는 물론 그 이후인 1952년 폐지되기까지 오랜 세월 언론악법의 모태가 됐다.
그 후 언론은 오랜 군사정권기에 ‘언론기본법’이라는 사슬에 묶여 있었다. 노태우 대통령 당선으로 언론기본법이 폐지되고, 김영삼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본격적인 민주화의 시동이 걸렸지만 언론은 스스로 권력기구화하면서 제 자리를 찾아가지 못하고 있다. 언론을 정권 홍보의 수단으로 장악하고 싶어하는 권력의 속성과 이런 현실과 적절히 타협하며 사세를 키우고 싶어하는 기존 언론사의 욕구가 적절히 맞아떨어지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얼마전까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득세하는 언론사가 달라지는 건 바로 이런 분위기를 보여주는 단적이 예가 아닐까 한다.
한국은 반만 년 역사를 가졌지만, 민주주의 역사는 100년도 채 되지 않았다. 왕조를 포기하고 우여곡절 끝에 민주주의를 도입한 것도 외세에 의해서였다. 국민 중 아직까지도 왕조와 일제를 경험한 세대가 생존해 있는 그런 나라다. 그렇다 보니 사회 전체가 민주주의적 사고방식에는 미숙한 것이 사실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한국 언론 역시 반듯하게 성장하지 못했다. 스스로 민주주의를 채택하고 오랜 세월 시행착오를 통해 뿌리를 내린 선진국 사회에서의 언론은 누구에게도 인정받을 만한 성장의 큰 궤적을 갖고 있다. 그래서 떳떳하며 사회적 영향력도 대단하다.
한국 언론이 197개국 중 68위를 한 결과를 놓고 언론통제에 대한 유혹을 벗어나지 못한 정권의 탓만 할 것인지, 한국 언론사는 자문해 볼 문제다. 전직 언론인으로서 내 생각은, 한국 언론이 사회 타 분야에 비해 국제경쟁력이 뒤처지는 건 사회적 소명의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다. 언론사가 기자들을 어떤 관점에서 뽑고 키워 내고 있는지 스스로 돌아봐야 한다.
선박업자 비호하는 국회의원까지 조사하려면 특검밖에 없어
세월호 참사 엉터리 보도로 국민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준 기존 언론사들이 상처 입은 국민들의 마음을 진심으로 달래 주고 싶다면, 지금부터라도 제 역할을 다해 주길 바란다. 일단 언론은 무엇보다 국민들의 ‘알 권리’를 우선시해야 한다. 국민들의 알 권리는 언론사가 소송에 걸렸을 때 방패막이로 써먹으라고 만든 조항이 아니다. 지금, 국민들은 이 사건의 총체적 진실을 명백히 알 권리가 있고, 이 목표가 달성될 수 있도록 언론은 최선을 다해서 도와야 한다. 이를 위해서 유족들이 원하는 특검을 수용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으므로, 특검 수용에 대한 언론의 분명한 입장을 내놓길 바란다.
정부는 사건이 수습도 되기 전에 국가안전처를 만든다며 행정성 사후대책부터 내놓았다. 곧 지방자치 선거가 있으니 하루빨리 수습책을 내놓고 사태를 마무리지어야 한다는 심정은 알겠으나 이 문제는 그런 식으로 넘어갈 사안이 아니다. 장례비 전액 지원 등 돈으로 선심 써서 서둘러 덮고, 조삼모사(朝三暮四)식 조직개편안부터 내놓는 것으로는 성난 국민들을 가라앉힐 수 없다는 얘기다.
국민이 원하는 건 진실이다. 그 진실을 다 털어내 문제점을 찾아내고, 그 안에서 총체적인 난국을 해결할 대안을 마련하며, 이를 실행에 옮길 전문가가 등장해 이 모든 결정 사항을 순차적으로 집행하는 것이 사고 수습의 제대로 된 순서이다. 그래야 또 다시 세월호 사건과 같은 미개한 안전사고가 나지 않을 것이다. 언론은 정부가 이런 수순을 밟아 가도록 사건 수습의 절차와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
세월호 사건 이후 제기된 수많은 의혹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는 사실 특검밖에는 길이 없는 것 같다.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뭇매를 맞고 있는 해경뿐만 아니라 안전 대책에 관련된 모든 부처와 선박업자를 비호한 국회의원들까지 조사 대상이 돼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국회의원이 중심이 되는 국정조사로는 진실의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국회의원들이 선박업자의 돈으로 외유를 하는 관계인데, 어떻게 진실을 찾으리라는 믿음을 가질 수 있을까.
한국 언론이 하루빨리 언론 본연의 기능인 ‘감시견(watch dog)’으로 제 역할을 다해서 시민의식을 이끌어 가는 존재가 되었으면 한다. 한국 언론도 대기업이나 스포츠 스타들처럼 세계적 수준을 놓고 경쟁하는 그런 자랑스러운 존재가 되는 날이 오리라는 기대를 갖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