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용욱 박사의 건강 칼럼

된장, 고추장, 청국장의 영양학적 가치

  • 글 : 권용욱 AG클리닉 원장·서울의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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權鏞頊
⊙ 50세. 서울대 의대 졸업. 서울대 의대 석·박사. 동국대 의대 재활의학과 교수 역임.
⊙ 現 AG클리닉 원장 겸 서울대 의대 초빙교수.
⊙ 저서: 《나이가 두렵지 않은 웰빙건강법》 《20세의 몸으로 100세까지》
    《99세까지 88하게 사는 법》 등.
간장, 된장, 고추장 등 장류는 우리의 대표 음식이다. 된장은 된장찌개나 된장국 등 그 자체로 요리의 재료가 되기도 하지만, 대체로 장류는 음식을 만들 때 맛과 영양을 좋게 하는 양념 역할을 한다. 흥미로운 점은 장류는 모두 콩을 원료로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콩은 ‘밭에서 나는 쇠고기’라 불릴 정도로 단백질이 많이 함유돼 있고 영양가가 뛰어난 곡물이다. 과거 우리나라 사람들의 식생활에서 가장 비중이 큰 단백질 공급원이었다.
 
  우리나라는 역사적으로 축산이 발달하지 못해 육류와 유제품의 섭취가 늘 부족했는데, 우리의 밥과 채식 위주의 식단에서 가장 큰 문제가 단백질과 지방의 부족이었다. 우리의 주식인 쌀에는 단백질이 8% 정도만 들어 있다. 특히 라이신(lysine)이라고 하는 필수아미노산 함량이 낮다. 이런 영양의 불균형을 해결해 준 것이 콩이다. 콩을 먹음으로써 라이신 성분의 부족분을 메워, 영양면에서 균형을 유지했던 것이다.
 
 
  ‘밭에서 나는 쇠고기’
 
  콩을 ‘밭에서 나는 쇠고기’라고 하는 이유는 단백질 함량이 34~42%로 쇠고기에 못지않게 높기 때문이다. 더구나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의 성분이 다른 곡물에 비해 양질의 아미노산으로 구성돼 있다. 또 콩은 식물 중에서 지질의 함량이 17~20%로 높은 편이다. 대부분이 불포화지방산으로서 혈액 중의 콜레스테롤 저하 작용을 해 혈관을 건강하게 해준다.
 
  콩에는 ‘비타민 E(토코페롤)’가 많이 들어 있는데, 비타민 E는 지방에 녹는 지용성 비타민으로 지방질의 산화를 방지해 동맥경화와 같은 성인병 예방에 관여한다. 피를 맑게 하고(blood thinning) 말초혈관의 혈액순환 촉진효과가 있다. 게다가 콩은 식물성 여성호르몬인 ‘이소플라본’이 풍부하다. 이소플라본은 폐경기 증상의 완화, 골다공증 예방, 유방암 억제 효과 등이 있어 여성들에게 좋고, 혈중 콜레스테롤 저하 효과와 전립선암 예방 효과가 있어 남성들에게도 좋다.
 
  콩에 있는 ‘사포닌’이라는 성분은 우리 몸에서 과산화 지질의 형성을 막는 기능을 갖고 있어 노인성 치매를 예방하며 고지혈증, 고혈압, 동맥경화 예방에 효과적이다.
 
  콩에 함유된 ‘레시틴’이라는 물질은 뇌에서 아세틸콜린(acetylcholine)의 감소를 막아준다. 뇌의 노화방지에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식품의약청인 FDA에서는 최근 콩 단백질을 하루에 25g 이상 섭취하면 심혈관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승인했다. 콩에 들어 있는 단백질이 항산화 효과와 혈액 속의 나쁜 콜레스테롤인 LDL콜레스테롤을 낮추는 작용을 해서다. 콩의 심장병 예방효과가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참고로 현재 우리나라 사람들의 1일 콩 단백질 섭취량은 60~80g으로 충분한 수준이다.
 
  필자는 클리닉을 운영하면서 시간이 날 때마다 회원들에게 콩이나 콩으로 만든 음식을 많이 드시라고 처방(권고가 아니라 처방이다)하는데 뛰어난 영양가 때문만은 아니다. 영양가가 뛰어난 식품은 콩 말고도 많이 있고, 우리는 이미 일부를 제외하고는 영양결핍이 아니라 영양과다가 문제가 되고 있는 사회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검은콩이 으뜸
 
  그렇다면 다른 많은 식품 중에 하필 왜 콩일까? 콩은 노화를 방지하고 정력을 증진시키는 모든 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는 완전식품이다. 즉 콩에 풍부하게 들어 있는 양질의 단백질과 지질은 우리 몸의 세포를 튼튼하게 해주고 스태미나를 강화시키는 효과를 나타내며 비타민, 이소플라본, 사포닌, 레시틴 등은 나쁜 콜레스테롤을 낮추고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하여 발기에 도움을 준다.
 
  따라서 콩은 모든 사람에게 좋지만 특히 중년기 이후의 성인들에게 많이 섭취하도록 권장한다. 나이가 들면 근육량이 부족해지는데 근육량이 줄어드는 것을 억제하려면 충분한 단백질이 공급돼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년기 이후가 되면 대부분의 사람이 콜레스테롤과 혈압 수치가 높아 포화지방산을 섭취하는 것은 좋지 않다. 육류와 유제품이 훌륭한 단백질 공급원이지만, 포화지방산 때문에 좋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때 훌륭한 대안이 되는 것이 콩과 콩 관련 식품이다.
 
  콩 중에서 검은콩은 ‘안토시아닌’이라는 색소가 풍부해 특히 더 좋다. 이 색소는 활성산소의 공격으로부터 우리 몸을 보호하고 콜레스테롤을 낮추며, 시력을 개선시키고, 혈액순환을 돕는다.
 
  한국, 일본, 중국 등에서 즐겨 먹던 콩의 효능을 서양사람들이 인정해서 이제는 다양한 콩 요리를 즐기고 있다. 《TIME》지 등 각종 매체에서 노화방지 수퍼푸드를 선정할 때마다 빠지지 않는 것이 콩이다. 이렇게 몸에 좋은 수퍼푸드 콩을 우리 조상들은 영양학적, 미각적으로 더욱 발전시켰는데 그것이 간장, 된장, 고추장, 청국장 등이다. 콩을 발효시키면 콩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영양에 더해 새로운 성분이 만들어져 맛과 영양이 향상된다.
 
  발효(醱酵·fermentation)란 미생물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효소를 이용해 유기물을 분해시키는 과정을 말한다. 부패도 미생물이 유기물을 분해시키는 비슷한 과정을 거치지만 결과는 천지 차이이다. 미생물이 유기물을 분해시킨 결과, 우리의 생활에 유용하게 사용되는 물질이 만들어지면 발효라 하고 악취가 나거나 유해한 물질이 만들어지면 부패라고 한다.
 
  전문가들은 발효를 ‘요술쟁이’라고 하는데 발효를 통해 식품의 성질이 변하고 완전히 새로운 성분이 만들어져서다. 발효는 인류의 역사와 함께 발달해 왔는데 서양에서 즐겨 먹는 빵, 치즈, 와인, 맥주, 요구르트 등이 모두 발효식품이며 우리가 즐겨 먹는 김치, 젓갈, 막걸리도 발효식품이다.
 
  식품을 발효시켜 새로운 식품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따라서 발효식품이야말로 가장 대표적인 ‘슬로푸드’다. 슬로푸드란 패스트푸드와 반대되는 개념으로 오랜 시간 동안 서서히 조리해서 먹는 음식을 말한다. 바쁘게 생활하는 도시인들이 음식을 조리하고 먹는 시간도 아까워서 개발해 낸 것이 패스트푸드다. 기름에 튀기거나 볶아서 빠르게 조리하는 음식을 총칭하는데 햄버거, 프라이드 치킨 등이 대표적이다. 패스트푸드는 맛도 문제지만 영양학적으로 균형이 부족하고 기름, 설탕, 조미료 등이 많이 들어가 건강에도 좋지 않다. 반면 슬로푸드는 오랜 시간에 걸쳐 정성스럽게 준비하고 발효와 숙성이라는 과정을 거치는 동안 몸에 좋은 성분들이 만들어지므로 맛은 물론이고 건강에도 좋다. 요즘 세계적으로 슬로푸드 운동이 확산되고 있는데 조리법 자체만이 아닌 좀 더 넓은 개념으로 해석되고 있다. 유기농이나 친환경 방식으로 재배하거나 사육한 식재료를 사용하고, 값이 조금 비싸더라도 인근에서 구할 수 있는 신선한 재료(에코푸드)를 사용한다. 조리법은 튀기거나 굽거나 볶는 대신 끓이거나 삶거나 찌는 방식이 슬로푸드 조리법인데, 발효와 숙성 과정을 거친다면 가장 확실한 슬로푸드라고 할 수 있다. 먹는 시간도 중요한데 급하게 입으로 우겨넣기보다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맛을 음미하면서 식사를 즐기는 것이야말로 슬로푸드의 완성이다. 노화방지의학을 전공하는 의사인 필자가 슬로푸드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슬로푸드가 곧 건강 음식이자 안티에이징 푸드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예부터 삶거나 찌는 조리법을 많이 사용했고 김치, 젓갈, 된장, 고추장 등 발효식품이 발달하는 등 슬로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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