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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 Politainment

정치 전면에 나선 연예인과 代案미디어

  • 글 : 변희재 ‘미디어워치’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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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담론 생산하던 지식인의 견제 기능 사라져
⊙ 김제동·김미화 등 서울 지역 출마설
⊙ 조국 교수 등 ‘지식인의 연예인化’ 현상까지 나타나

邊熙宰
⊙ 38세. 서울대 미학과 졸업.
⊙ 인터넷신문 ‘브레이크뉴스’ 편집국장 역임. 現 인터넷신문 ‘빅뉴스’ 대표, 한국 인터넷미디어협회
    정책위원장, 실크로드 CEO 포럼 회장.
2011년 10·26 재보궐선거 당시 박원순 후보를 지지했던 김제동씨가 다음 날 새벽 서울광장을 찾아 박 후보 지지자들과 함께 당선 축하 발언을 한 후 큰절을 하고 있다.
2012년은 대한민국 건국 이래 대중 연예인과 대안(代案)미디어가 직접적으로 정치권력을 획득하려고 나서는 최초의 해가 될 것이다. 이는 인터넷 방송 ‘나꼼수’와 방송인 김제동으로 상징되는 현상으로, 이미 매우 구체적으로 일이 진행되고 있다.
 
  물론 대중 연예인과 대안미디어가 실제로 정권 창출에 기여를 했던 전례(前例)도 있다. 2002년 대선(大選)에서의 노무현(盧武鉉) 당선이 그것이다. 당시 영화배우 문성근·명계남, 가수 신해철 등은 노무현 당선의 공신이었다. 또한 인터넷신문 오마이뉴스, 정치웹진 서프라이즈 등은 기성 언론의 형식을 파괴하고, 강력한 당파성(黨派性)을 선보이며, 노무현 캠프의 기관지 역할을 했었다.
 
  2002년과 2012년을 비교하면 매우 큰 차이가 존재한다. 2002년에는 전북대 강준만, 고려대 최장집 등등 전통적 지식인들이 대중문화 권력의 정치권력화를 적절히 견제했었다. 즉 담론(談論)은 전문 지식인이 생산하며, 대중 연예인과 대안미디어는 이를 유통시키는 역할에 머물렀던 것이다. 2002년과 2012년을 비교해 보면, 바로 이러한 지식인의 역할이 사라졌다는 특징이 있는 것이다.
 
 
  정치세력화한 연예인들
 
  이명박(李明博) 정권 들어 좌파 진영의 지식인들은 일찌감치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객관적 판단 기준을 제시하는 역할을 스스로 포기했다. 바로 2008년 광우병(狂牛病) 난동 이후부터였다. 좌파 논객 진중권씨부터 직접 마이크를 잡고 집회현장에 나가는 등, 좌파(左派) 지식인들은 이때부터 대중선동의 현장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이 광우병 선동 당시 김민선(김규리로 개명)·김혜수·윤도현 등 연예인들은 인터넷을 통해 검증받지 않은 자의적(恣意的)인 판단을 무차별적으로 대중에 노출시켰다. 연예인이 그릇된 사실로 여론선동에 나설 때 지식인이 할 수 있는 역할은 아무것도 없다는 점을 입증시킨 사건이었다. 이때부터 좌파 지식인은 연예인의 지원부대로 전락하고 만다.
 
  그 이후 김제동, 김미화 등이 이명박 정부로부터 탄압을 받는다는 설을 유포하기 시작한다. 실제 그들이 탄압받았는지 여부는 대중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그들이 어떤 프로그램에서든지 하차(下車)하게 되면 무조건 정권의 탄압으로 인식되었다. 그러면서 이들은 조금씩 조금씩 반(反)정부 투사가 되었다. 마치 과거 민주화운동 시절 탄압받던 지식인들처럼 말이다.
 
  김제동과 김미화가 흥행에 성공하자 김여진이라는 잘 알려지지 않은 배우도 뛰쳐나왔다. 한진중공업 파업현장 등등을 돌아다니며, 투사로 변모한다. 김여진의 마케팅이 성공하자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김꽃비라는 무명의 여배우가 한진중공업 노동복을 입고 나타나기까지 했다. 연예인들의 좌파 투쟁 참여는 그야말로 남는 장사가 되어버린 것이다.
 
  노무현 정권의 일등공신 문성근씨는 통합민주당의 당권(黨權) 주자로 나설 채비를 갖추고 있다. 총선 출마까지 염두에 둔 포석이다. 김제동·김미화 등도 서울지역 출마설이 나도는 등 연예인들은 기존의 동원부대에서 실질적 정치세력화를 도모하고 있다. 이에 불을 지른 것이 바로 ‘나꼼수’의 대박이다.
 
 
  지식인의 연예인化
 
배우 김여진씨(맨 왼쪽)가 2011년 11월10일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크레인 위에서 309일째 고공 농성을 벌이다가 내려온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지도위원(가운데)을 환영하고 있다.
  ‘나꼼수’는 딴지일보 김어준 총수, 정봉주(鄭鳳株) 전 국회의원, 김용민 프리랜서 PD, 주진우 《시사in》 기자 등 4인이 참여하는 정치 방송이다. 이 프로그램은 김어준씨가 일찌감치 밝힌 그대로 문재인(文在寅) 전 대통령비서실장을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한 정치 상품으로 기획되었다.
 
  이들은 명백히 특정 대권(大權)주자를 위해 활동하고 있으면서도, 마케팅은 문화적 측면을 강조한다. 이들의 공연현장을 보면 연예인과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이다.
 
  이런 ‘나꼼수’와 김제동 등의 연예인과의 만남은 예사롭지 않다. ‘나꼼수’는 기존의 오마이뉴스나 서프라이즈와 같은 대안미디어와 비교하더라도, 더 격식을 파괴한 기획이다.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직설적으로 유포하며, 최소한의 정화도 없이 노골적으로 특정 대권주자를 밀고 있다. 전통적 지식인이나 언론의 관점에서 볼 때는 그야말로 유해매체이자, 어용매체일 뿐이다.
 
  마치 광우병 파동 당시 연예인 김민선의 ‘청산가리’ 발언과 그 맥을 같이한다. 즉 ‘나꼼수’와 ‘연예인’은 하나의 길에서 만나는 것이다. 이성, 합리, 소통은 간데없고 오직 폭로, 조작, 선동만을 추구한다.
 
  ‘나꼼수’와 김제동 등의 연예인들이 정치권을 쟁취하려 달려들 때, 좌파 지식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뒤에서 이들에게 박수를 보내는 일뿐이다. 때로는 이들보다 더 심한 수준의 거짓선동에 직접 나서기도 한다. 대표적인 인물이 서울대 법대 조국(曺國) 교수이다. 조국 교수 역시 법학자로서의 전문지식이 아닌 오직 선동적 트위터글과 심지어 자신의 외모를 앞세워 연예인식(式) 활동에 주력한다. 즉 ‘지식인의 연예인화(化)’의 선두주자인 셈이다.
 
  소설가 공지영은 한미FTA 통과 이후 민주당의 손학규 대표를 ‘손학새’라 부르며 조롱하기도 했다. 제1야당 민주당은 전전긍긍하며 공지영에 사과를 요청했으나, 오히려 더 큰 역풍(逆風)을 맞았을 뿐이다. 좌파진영에서는 ‘나꼼수’와 연예인의 대중선동을 적절히 제어할 정치 리더십이 존재하지 않는다. 야당 정치인들이 이들의 밑으로 들어간 셈이다.
 
 
  捲土重來, 一場春夢
 
  2012년, 이들은 막강한 인터넷 영향을 바탕으로 총선과 대선에 참여하여 직접 정치권력을 획득하고자 할 것이다. 지금까지 상황만 놓고 보면 거의 손에 다 넣은 듯하다. 가히 폴리테인먼트(Politainment·Politics+Entertainment) 전성시대라고 할 만하다.
 
  정밀한 정세분석도, 실질적인 국민경제 대안도, 통일에 대한 비전도 갖추지 못한 이들이 정치권력을 넘볼 수 있도록 만든 장본인은 바로 이명박 정권이다. 이명박 정권 4년 동안 이들은 닥치는 대로 이명박 욕만 퍼부으면 대중의 환호를 받을 수 있었다. 연예인들의 경우 이명박 정권에 탄압받았다는 설만 흘리면 무조건 뜨기 마련이다.
 
  문제는 올해가 이명박 정권의 실질적인 마지막 해라는 것이다. 2002년 대선 당시, 김대중(金大中) 정권 비판만 하며 반사이익(反射利益)을 누리던 보수우파 진영은 갑자기 나온 노무현 세력에 당황하다가 정권 탈환에 실패하고 말았다. 4년 내내 이명박 정권에 맞춰져 있는 이들의 발언과 활동은 새로운 세력이 등장했을 때는 무용지물(無用之物)이 되어버릴 수 있다.
 
  오직 선동기술 하나만으로 정치권력까지 손에 넣으려는 이들이 권토중래(捲土重來)할 수 있을지, 일장춘몽(一場春夢)이 될지는 이명박 정권이나 보수우파 세력에서 새로운 대안을 내놓을 수 있느냐에 달려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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