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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대선 주자 연쇄 인터뷰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大選 승리 전략은 오직 중도 확장뿐, 내가 2030 선호도 1위”

글 : 이경훈  월간조선 기자  libert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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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醫-政 갈등이 총선 패배, 계엄, 탄핵으로 이어져”
⊙ ‘안철수계가 없다’는 지적에 “계파 만들지도, 추구하지도 않는다”
⊙ “윤석열, 장점은 결단력, 단점은 정치 경험 부족”
⊙ 제2의 과학기술 입국, 新산업혁명으로 ‘AI 고속도로’ 만들 것
⊙ “명태균 문제, 100% 자유롭다고 확신”
⊙ “이재명 대표의 강점은 ‘거짓을 진실로 보이게끔 하는 능력’”
⊙ “정치인 안철수의 최대 강점은 ‘소신 정치’”
사진=뉴시스
  
《월간조선》 4월호 마감을 앞둔 3월 17일 현재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헌법재판소가 탄핵을 인용(認容)하여 윤 대통령 파면 결정을 내릴 경우에는 조기(早期) 대선(大選)이 실시될 것입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후보는 이재명 대표로 사실상 결정되었습니다. 국민의힘을 비롯한 여권에서도 이른바 잠룡(潛龍)들이 사실상의 출사표를 던지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헌재가 기각(棄却)이나 각하(却下) 결정을 내릴 가능성도 없지 않습니다. 이 경우 윤 대통령은 직무에 복귀하게 될 것입니다. 윤 대통령은 헌재 최후 진술에서 자신이 직무에 복귀하게 되더라도 임기 단축 개헌을 한 후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따라서 탄핵이 인용될 경우만큼은 아니더라도 다음 대선은 당초 예정되었던 2027년보다는 훨씬 앞당겨질 공산이 큽니다.
 
  대통령 탄핵은 불행한 상황이지만,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들이 현 정국과 대한민국의 장래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를 아는 것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월간조선》은 ‘대선 주자 연쇄 인터뷰’를 마련했습니다. 오세훈 서울특별시장, 홍준표 대구광역시장,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안철수 국민의힘 국회의원, 이준석 개혁신당 국회의원이 인터뷰에 응했습니다.
 
  《월간조선》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 김동연 경기도지사 등에게도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이 책의 발간 시점까지 회신을 받지 못했습니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에게도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헌재 결정 이전에는 어렵다는 뜻을 밝혀왔습니다. 조기 대선이 실시될 경우 《월간조선》이 이번에 싣지 못한 분들과 인터뷰를 계속 추진, 게재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안철수(安哲秀)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022년 20대 대통령 선거에 후보로 출마했으나 윤석열 후보와 단일화를 선언하고 중도하차했다. 그의 결단이 윤석열 대통령 당선과 이재명 후보 낙선을 갈랐다. 이 공(功)을 인정받아 윤석열 정부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그런데 2023년 국민의힘 당대표 경선 출마를 앞두고 안 의원은 ‘윤-안 연대’라는 표현을 썼다가 용산 대통령실로부터 “무례하고 어폐가 있다” “도를 넘은 무례의 극치”라는 말을 들어야 했다. 이후 ‘윤핵관’ 논란 등 안 의원과 대통령실 사이에 찬바람이 불었다. 기자는 지난 3월 1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안 의원을 만났다.
 
 
  “윤석열 정부 실패에 책임 통감”
 
  — 윤석열 정부가 실패했습니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국민 통합과 국가 발전인데 그런 점에서 미흡했습니다. 여기에 탄핵을 계기로 국론은 분열되고 좌우는 대립하고 있습니다. 굉장히 안타깝습니다.”
 
  — 지난 대선에서 후보 단일화에 합의해 윤석열 정권 출범에 기여했습니다. 본인은 책임이 없다고 보십니까?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으로 일하며 국정 전반을 설계했는데 아쉬움이 큽니다. 책임을 통감합니다.”
 
  — 당시 선택을 후회하진 않습니까?
 
  “지금 와서 후회를 논하기보다, 당시에는 ‘범죄 혐의자’와 ‘정치 초보’ 사이에서 결정을 해야만 했습니다. 당연히 범죄 혐의자보다 정치 초보를 돕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습니다. 계엄과 탄핵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습니다.”
 
  — 당시 인수위 분위기는 어땠습니까?
 
  “새시대를 준비한다는 설렘에 굉장히 긍정적이었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실정(失政)을 바로잡고 한미 관계를 복원하는 등 다양한 노력이 있었죠. 대통령실에 과학기술수석비서관 직을 설치하고 과학기술부 장관의 부총리급 격상, 과학기술 분야 연구개발(R&D) 투자 확대 등을 제안하기도 했죠.”
 
  — 정작 현 정부는 과학기술 분야 R&D 예산을 대폭 삭감했습니다.
 
  “참 아쉽습니다. 미중 과학기술 패권 경쟁에 뒤처지지 않고 현장 과학기술계의 의견을 반영하는 대책을 세웠어야 하는데 탁상공론에 빠져 큰 그림을 보지 못했습니다. 5세 취학 정책 좌초부터 시작해 정책 헛발질이 쌓이고 쌓여 국정 지지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습니다.”
 
  — 대표적으로 의정(醫政) 갈등이 있습니다.
 
  “2024년 2월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이 발표되자마자 저는 ‘의사 2000명이 늘면 10년 후에는 피부과 2000개가 늘어날 것’이라고까지 말하며 반대했습니다.”
 

  — 정부의 불통과 의료계의 강경 대응으로 국민만 피해를 보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지난해부터 누적된 초과 사망자가 1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의정 갈등이 없었다면 그 1만 명은 목숨을 잃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국고(國庫)도 수조 원을 투입했지만 필수의료, 지방의료는 더 악화일로를 걷고 있죠.”
 
  — 의정 갈등 당시 안 의원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여당에서는 유일하게 저 홀로 정부의 의료 개혁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냈다고 생각합니다. 국회의원 300명 중 가장 치열하게 맞섰죠. 인터뷰만 100번 가까이 하고 기자회견까지 했는데…. 그런 지적은 개인적으로 안타깝습니다.”
 
  — 어떤 노력을 했습니까?
 
  “용산 대통령실과 의료계가 의견을 나누고 소통할 수 있도록 용산 고위직과 의대 비대위원장을 만나게 하는 등 중간에서 가교 역할을 부단히 했습니다. 하지만 끝내 대통령은 2000명을 고집해 협상이 좌초됐고 오늘과 같은 사달이 벌어졌습니다.”
 
 
  “의료계도 인력 부족은 인정”
 
안철수 의원이 지난 2월 21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안랩에서 CEO스쿨 청년들에게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안철수 의원실
  — 대통령은 왜 2000명이라는 숫자에 집착했다고 봅니까?
 
  “그건 알 수 없습니다. 의대 증원 세미나에 여러 번 참석했지만 ‘2000명’은 아무런 근거가 없는 수치였습니다. 하늘에서 뚝 떨어진 숫자라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안철수 의원은 의료 개혁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필수의료 강화 ▲지방의료 정상화 ▲의사과학자 양성이라고 했다.
 
  — 그럼 증원은 몇 명이 적당하다고 봅니까?.
 
  “의료계도 인력 부족은 인정합니다. 필수의료 분야 보강, 지역의료 육성에 집중하고 의사과학자 양성에도 관심을 기울인다면 의료계에서도 연 300~500명 수준의 증원에 대해서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죠.”
 
  — 최근 정부는 의대생이 학교로 돌아오면 2026년 신입생은 증원해 뽑지 않겠다고 합니다.
 
  “의대생은 학교로, 인턴·레지던트들은 병원으로 하루속히 복귀해야 합니다만 요원한 상황입니다. 정부와 의료계, 정치권이 협의체를 만들어 의정 갈등 해결에 힘을 모아야 합니다.”
 
  — 의료계와의 갈등이 총선 패배로 이어졌고 그 여파로 국정 동력이 상실됐습니다. 결국 계엄과 탄핵으로까지 발전했는데요.
 
  “의정 갈등을 계엄, 탄핵까지 결부시키는 데 개연성이 전혀 없다고 말할 순 없습니다만…. 총선 패배의 가장 큰 원인은 의정 갈등이라고 봅니다. 총선에서 대패하는 바람에 초(超)거대 야당이 탄생했죠. 야당은 국정 발목잡기와 이재명 방탄, 정부 인사에 대한 계속되는 탄핵 등으로 국정을 마비시켰습니다. 민주당은 탄핵으로 가는 길을 닦았고 여기에 윤 대통령이 계엄이라는 돌발 선택을 했죠.”
 
  — 계엄의 원인과 책임이 윤 대통령에게도 있지 않습니까.
 
  “의정 갈등이 없었다면 여당이 총선에서 참패하진 않았을 테고 지금과는 상황이 많이 달랐을 겁니다. 계엄포고문에서 복귀하지 않는 의사들을 ‘처단하겠다’는 표현이 이를 함축적으로 보여 준다고 생각합니다.”
 
 
  “김건희 여사,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지 않아”
 
  — 김건희 여사가 국정에 개입했다는 말도 나옵니다.
 
  “대통령 부인 본연의 역할에 충실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던 듯합니다. 이와 관련해 검찰 수사가 진행 중입니다. 관련 의혹이 해소됐으면 합니다.”
 
  —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는 ‘문재인 정부에서 안 의원 등에게 입각을 제의했다’고 주장합니다.
 
  “사실이 아닙니다. 김 전 지사는 댓글조작범 드루킹을 시켜 저를 모욕하는 데 앞장섰던 사람입니다. 왜 그런 말을 하는지 도통 알 수가 없습니다. 정치 진영을 떠나 이건 인간으로서 도리에 어긋나는 것 아닙니까?”
 
  — 그리고 안 의원이 ‘백지신탁’을 거부하는 바람에 입각하지 못했다는 말도 있습니다.
 
  “저는 당초 그 이전부터 직무 상 필요하다면 백지신탁도 받아들일 의향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김 전 지사는 ‘김영환 전 의원(현 충북도지사)을 통해 입각을 제의했다’고 하는데 김영환 지사에게 그런 연락 받은 적 없습니다. 궁금하면 김영환 지사에게 직접 물어보십시오. 진위를 가릴 수 있을 겁니다.”
 
  — 결과론이지만 윤석열 정부 출범에 기여한 공은 대통령직 인수위원장까지가 다였군요.
 
  “그렇죠.”
 
  — 앞서 대선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공동정부’ 논의도 있지 않았습니까.
 
  “공동정부를 구성하기로 했지만, DJP연합에서 JP처럼 제가 입각할 생각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일부 인사를 추천했음에도 제가 추천한 인사는 다 입각에서 제외됐습니다. 전문성을 가진 분야인 의학, 과학기술, 창업, 경영경제, 교육 영역에서 좋은 사람과 좋은 정책을 추천하고 건의해 윤석열 정부가 성공하길 바랐습니다.”
 
  — 실제 권한은 없었다는 뜻이군요.
 
  “이번 정부 탄생에 기여하고 인수위원장직도 수행했지만, 겉으로 드러난 것과 달리 한계가 있었습니다. 책임은 권한의 크기에 비례하니까, 대통령이 모든 책임을 지겠다는 뜻으로 저는 받아들였습니다.”
 
 
  “이재명 상대하기 위해 분당 출마”
 
안철수 의원이 2022년 6월 1일 치러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당선이 확실시되자 꽃다발을 목에 걸었다. 사진=뉴시스
  안철수 의원은 서울 노원구병에서 국회의원 재선(再選)을 했고, 2022년 6월 재보궐선거에서 경기 성남시분당구갑에 출마해 당선된 뒤 22대 총선에서 4선에 성공했다.
 
  — 원래 지역구가 서울 노원구였는데 2022년 재보궐선거에서 경기 성남 분당으로 옮겼습니다.
 
  “이재명 대표를 잡기 위해서였죠. 당시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다들 성남시장, 경기도지사 출신인 이 대표가 분당에서 출마하리라 예상했습니다. 이에 제가 인수위원장직을 끝내고 분당에서 출마하겠다고 밝히니 이 대표는 다음 날 아무 연고도 없는 인천 계양에서 출마한다고 했습니다.”
 
  — 안 의원 자신은 분당과 연고가 있습니까?
 
  “분당에 판교 테크노밸리가 있지요. 판교 테크노밸리가 생길 때 가장 먼저 입주한 회사 중 하나가 제가 창업한 안랩입니다. 이곳은 미래산업과 먹거리 창출의 전진기지로서 역할을 충실히 하리라 확신합니다.”
 
  — 재보선과 출마 과정에서 대통령실이나 당 차원의 도움을 받았나요?
 
  “전혀요. 저는 단지 이재명 대표를 상대하기 위해 분당으로 간 겁니다. 당을 위해 희생한 거죠. 이 점을 당원과 국민 여러분이 잘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 윤석열 대통령의 장점을 꼽아 주십시오.
 
  “결단력이 있습니다. 민노총 문제도 강단 있게 해결했습니다. 추진력도 강했기에 한미동맹이라든지 한미일 협력도 복원했습니다.”
 
  — 단점은 무엇입니까?
 
  “정치 경험이 부족하다 보니 각종 실책을 연발했죠. 정책을 실시하거나 개혁을 할 때는 먼저 우군을 확보하는 게 중요한데 그리하지 못했습니다.”
 
 
  “헌법과 민심에 따라 탄핵소추안 찬성”
 
2024년 12월 6일 안철수 의원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두고 의원총회 도중 나와 취재진을 만나고 있다. 사진=뉴시스
  안철수 의원은 “국회 개원식에는 대통령이 참석하는 게 관례인데, 민주당이 야유한다는 이유로 불참했다”며 “야당도 포용하는 자세가 국정 최고책임자로서의 자세다. 이 단점이 결국 12·3 비상계엄으로 표출됐다. 유연치 못하고 지나치게 강직한 성향이 결국 정국을 반으로 갈라 놓고 국론을 분열시켰다”고 했다.
 
  안 의원은 계엄 선포 당일 밤 경찰이 국회를 봉쇄하자 국회 담장을 넘어 경내로 들어갔다. 이튿날인 12월 4일, 안 의원은 윤 대통령에게 ‘질서 있는 퇴진’을 요구했다. 이 요구가 수용되지 않으면 탄핵에 찬성할 수밖에 없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표결 당시 앞장서서 탄핵 찬성 의사를 밝혔습니다. 이 때문에 여권 지지층에게 비판도 많이 받았습니다.
 
  “‘앞장섰다’기보단, 평소의 제 소신을 밝히고 이를 행동으로 옮겼을 뿐입니다.”
 
  — 당내에선 비판이 없었습니까?
 
  “탄핵소추안에 대한 표결을 하기 전에 당 의원총회에 참석해 동료 의원들 앞에서 제 뜻을 밝혔습니다. 이를 두고 지지하고 격려해 주신 분도 있었죠. 저는 헌법과 민심에 따라 탄핵소추안에 찬성했을 뿐입니다.”
 
  — 당내 입지는 어떻습니까? ‘안철수계’라고 할 만한 의원이 있습니까?
 
  “가까운 의원은 많지만 계파를 만들지도 않았고, 계파 정치를 추구하지도 않습니다.”
 
  — 이른바 ‘큰 정치’를 하려면 계파나 조직이 필요하지 않습니까.
 
  “윤석열 대통령도 처음에는 계파가 없었습니다. 공정과 상식을 바라는 국민적 요구가 우리 당 대부분 의원들을 친윤으로 만들었고 그 덕분에 대통령이 될 수 있었죠. 저도 국민만 바라보며 민심을 받들다 보면 기회가 오고, 주변에서 기꺼이 도와주리라고 믿습니다.”
 
 
  “사진 한번 같이 찍었다고 이름 다 기억하는 건 무리”
 
  — 조기(早期) 대선으로 국민의힘 후보 경선에 나선다면, 당내 경쟁자는 누구라고 봅니까?
 
  “직접적으로 출마 의사를 밝힌 분은 아직까진 유승민 전 의원과 홍준표 대구시장 정도입니다. 동료이기도 한데 ‘경쟁자’라고 표현하는 건 지양하고 싶군요.”
 
  — 유승민 전 의원에 대해 어떻게 평가합니까?
 
  “경제 전문가로서 뛰어난 역량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중도 확장성도 큰 분이죠. 다만, 여권 지지층에선 ‘배신자’라는 프레임이 너무 깊게 박혀 있습니다. 이를 우선 극복해야 된다고 봅니다.”
 
  — 홍준표 대구시장은?
 
  “윤 대통령과 닮은 점이 많다고 봐요. 그분도 추진력이 강하고 강직하다는 점이 많은 분들에게 호감을 얻을 수 있잖아요. 별명이 ‘홍카콜라’ 아닙니까.”
 
  — 최근 여권에서 ‘명태균씨와의 관계’로 인해 정치인들이 곤혹을 치르고 있습니다.
 
  “검찰 수사를 통해 명씨와 관련된 이들의 의혹이 하루빨리 해소되길 바랍니다. 명씨 때문에 우리 당이 조기 대선에서 부정적 영향을 받으면 안 됩니다. 관련 당사자들이 수사에 적극 협조하기 바랍니다.”
 
  — 안 의원 본인은 명씨로부터 자유롭다고 생각합니까? 같이 찍은 사진도 있는데.
 
  “100% 자유롭다고 확신합니다. 제가 수많은 국민과 사진을 찍습니다. 어제도 시민들과 사진 수백 장을 찍었을 겁니다. 죄송합니다만 사진 한번 찍었다고 이름까지 다 기억하는 건 무리지요.”
 
 
  “지금 우리 당에 가장 필요한 건 중도 확장”
 
안철수 의원이 2022년 6월 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백서》를 전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안철수 의원실
  —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과도 단일화할 생각이 있습니까?
 
  “조기 대선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단일화를 이야기할 때가 아니라고 봅니다.”
 
  — 최근 국민의힘 소속 의원 다수가 중도 확장성이 없는, 이른바 강경 발언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 당에 가장 필요한 전략은 중도 확장입니다. 지금 좌우가 꽉 뭉쳐 있어 누가 후보가 되든 고정 지지층은 확보돼 있습니다. 중도 표를 한 표라도 더 가져올 수 있는 후보만이 승리할 수 있습니다. 10개 중 9개가 달라도 나머지 하나만 공통점이 있다면, 이를 활용해 우리 편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서 유권자 50% 이상이 국민의힘을 지지해야만 선거에서 이길 수 있습니다. 좌우가 나뉘어 대립하는 지금 상황에서 민주당 대선 후보 이재명을 이기기 위한 방법은 오직 하나, 중도층 확보뿐입니다.”
 
  — 왜 강경 발언이 계속되고 있다고 보십니까?
 
  “그분들도 이재명 대표가 대통령이 되는 건 막아야 한다고 생각할 겁니다. 이를 위해 지지층 결집이 필요한데, 조기 대선에서도 이런 모습이 계속되면 이 대표를 대통령 만드는 데 도움만 될 뿐이라는 점을 알아야 합니다. 지금은 전략적 사고가 필요한 때입니다.”
 
  — 중도 확장에는 전혀 도움이 안 되는 행동 아닙니까.
 
  “생각의 차이겠죠. 어쨌든 이번 대선의 승패는 중도층을 끌어오느냐 그러지 못하느냐에 따라 갈릴 겁니다.”
 
  — 대선 출마 성격의 기자회견에서 ‘플랜 B’를 언급했습니다. 어떤 취지입니까?
 
  “수권(受權) 정당으로서 ‘만약의 경우’를 대비하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라고 생각해 플랜 B를 이야기했어요. 조그만 자영업장을 운영하는 사람도 만약에 일이 풀리지 않을 때를 대비한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수권 정당도 늘 플랜 B가 필요하죠.”
 
  — 구체적인 내용이 있습니까?
 
  “제가 맡은 역할에 충실히 임하는 것을 기초로 해 과학기술 개혁, 의료 개혁, 교육 개혁 분야의 미래 대안을 제시하는 것입니다. 제가 지금 당내 ‘AI 3대강국 도약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하고 있는데 미래 먹거리, 청년 일자리, AI 신산업 발전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 방안도 포함됩니다. 외교와 관련해서는 트럼프 2기 행정부에 어떻게 대비할 것인지에 대한 계획도 담겨 있습니다.”
 
  — 위와 같은 내용은 대선과 별개로 평소에도 신경 쓰고 실천해야 하는 일 아닙니까.
 
  “맞습니다. 평소 맡은 역할에 충실할 때 비상 상황에서도 빛을 발할 수 있습니다. 저는 지난 세 번의 대선을 거치며 늘 준비된 상태로 선거에 임했습니다. 지금 제가 맡은 역할에 충실하는 게 플랜 B의 본질입니다. 더구나 여당 후보군 중 유일한 현역 의원으로서 늘 책임을 다하고 있습니다.”
 
 
  “탄핵 인용되면 후보 지지율 요동칠 것”
 
안철수 의원이 지난 3월 7일 해병 2사단을 방문해 해병대를 체험하고 장병들을 격려했다. 사진=안철수 의원실
  — 현재 당 후보군 지지율은 열세입니다.
 
  “불행한 일이지만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헌재에서 인용되면 여당 대선 후보들에 대한 지지율은 요동을 칠 겁니다. 지금 1등 하는 후보가 끝까지 1등을 장담할 수 없죠. 이길 수 있는 후보 순으로 재편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 결국 안 의원이 1위가 된다?
 
  “제가 평소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주장을 하고 민심을 받드는 소신 정치를 해왔기에 국민 여러분이 이를 알아주시고 평가해 주실 때가 오리라 생각합니다. 더 많은 국민이 저에 대한 지지를 표명해 주시고 이를 반영해 지지율도 상승하리라 봅니다.”
 
  — 만약 집권한다면 5년 후 대한민국은 어떻게 달라져 있을까요?
 
  “일부 대기업에만 혜택이 돌아가는 과거 방식과는 다른 방식으로 산업 구조를 개혁해 제2의 과학기술 입국, 신(新)산업혁명을 이룰 겁니다. ‘신경제개발 5개년계획’을 바탕으로 ‘AI 고속도로’를 만들겠습니다.”
 
  — 고속도로를 또 만들 필요가 있습니까?
 
  “하드웨어만이 아니고요. AI 신산업에 필요한 ‘AI 산업대동맥’을 부산에서 시작해 대구, 대전, 서울까지 이을 겁니다. 부산에는 물류, 대구에는 로봇산업, 대전에는 연구, 서울에는 적용과 소비를 통해 대한민국이 과학기술 패권 전쟁에서 살아남고 AI산업 3대 강국이 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 우리나라가 직면한 저출산·고령화 문제 해법은 무엇입니까?
 
  “매우 심각하다고 생각해요. 대한민국이 가진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봅니다. 결국 신성장 동력을 바탕으로 연착륙하는 길밖에 없다고 봅니다.”
 
  — 안 의원도 한 자녀 아닙니까.
 
  “저희 때는 ‘하나만 낳아 알뜰살뜰 잘 키우자’는 산아(産兒) 제한 정책이 있었죠. 지금은 많이 후회하고 있습니다. 손주라도 여럿 있으면 좋겠습니다.”
 
 
  “스웨덴식 연금 개혁 추진해야”
 
  — 연금 개혁 같은, 우리 사회가 반드시 선결(先決)해야 할 구조적인 문제들에 대안이 있습니까?
 
  “유럽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어요. 스웨덴식 연금 개혁을 목표로 해야 합니다. 현재 국회에서 보험료율을 13%까지 올린다는 계획이 있습니다. 진전된 수치이지만 아직 멀었다고 생각해요.”
 
  — 소득대체율도 문제 되지 않습니까.
 
  “여야는 42~45% 수준까지 생각합니다. 하지만 너무 높아요. 연금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죠. 다른 대부분의 선진국처럼 38~40% 선이 적정하다고 봅니다.”
 
  — 곧장 스웨덴 방식을 도입하려면 저항도 만만치 않겠습니다.
 
  “중간 과정으로 핀란드 식 ‘소득 비례 연금’이라는 걸 참고해야 합니다. ‘기대여명(餘命)계수’를 적용하는 방식으로, 일종의 안전장치입니다. 여기에 중간 이하 저소득층에게는 국민연금보험료를 지원하고, 성실 가입자에게는 더 높은 소득대체율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접근한다면 궁극적으로 스웨덴 식으로 연착륙할 수 있다고 봐요. 이게 국민연금을 지속할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 노동 개혁은요?
 
  “대표적으로 ‘반도체 특별법’(특정 직역에 대한 근로시간 유연화)이 통과돼야 합니다. R&D 분야 직종에 꼭 필요해요. 저 같은 개발자는 무언가에 꽂히면 일주일, 한 달은 밤 새우며 연구하고 프로그램도 만듭니다. 이때 업무 효율, 성과가 극대화됩니다. 주당 근로시간을 6개월 단위, 1년 단위로 연평균 주52시간을 반영하는 방식을 도입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 우리보다 앞선 선진국은 우리보다 근로시간도 적지만 더 높은 업무 효율을 내고 있습니다.
 
  “단순히 근로시간을 늘려 생산성을 높이자는 취지가 아닙니다. 가장 중요한 건 기업이 개인에게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문화라고 생각합니다. 제도뿐만 아니라 개개인이 일하는 환경도 중요하죠. 이 환경 변화까지 국가가 개입하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기업 차원에서 강력한 보상책을 펴는 등 생산성을 높이려는 추가적인 노력이 필요하죠.”
 
 
  “개헌은 대통령·국회 권한 축소한 4년 중임제로”
 
  — 개헌에 대한 입장이 궁금합니다.
 
  “이전부터 헌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늘 말해 왔습니다. 우리나라는 대통령제가 아니라 ‘5년제 왕정 국가’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대통령과 국회의 권한 축소를 전제로 ‘분권형 4년 중임 대통령제’를 주장합니다. 우리나라는 대통령이 가진 입법, 사법, 행정, 감사, 예산 등 권한이 너무 강력합니다.”
 
  — 대선 출마 의사를 밝힌 일부 후보는 ‘이번에 당선되면 임기를 단축하고 중임제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주장합니다.
 
  “개헌 시기는 내년 지방선거와 함께 국민투표로 하되, 대통령 임기 단축도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본인이라면 임기 단축을 얼마나 할 용의가 있습니까?
 
  “다음 총선과 맞추는 방식으로 3년 정도 임기를 치르는 게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 3년만 하면 아쉽지 않을까요?
 
  “국민을 위해 희생하는 게 지도자의 도리 아니겠습니까.”
 

  — 안 의원은 보수·진보 정당을 모두 경험했습니다. 개인에겐 큰 자산이자 경험이지만 당파적인 한국 정치 특성 상 약점이 될 수도 있는데.
 
  “스펙트럼이 넓다는 점은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고, 민주당의 허상과 허구성을 잘 알기에 이재명 대표에 대항할 수 있는 정치인이라고 생각합니다.”
 
  — 2030세대에서는 대선 후보 적합도에서 1위권입니다.
 
  “감사할 따름입니다. 젊은 층에선 저를 중도 확장성이 가장 큰 후보라고 여기는 듯해요. 미래 세대가 원하는 합리적인 의제와 상식적인 의견을 제시하기 때문이라고 봐요. 젊은 세대가 행복한 나라에서 살 수 있도록 계속해서 대안을 제시하는 게 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재명, 카멜레온처럼 임기응변 능해”
 
  — 안 의원의 장점이 미래 의제를 제시하는 역량이라지만 한국 정치, 한국 사회는 ‘미래’보다는 갈등 지향적입니다.
 
  “근본적인 이유는 남북 대치 때문이죠. 한반도가 반으로 갈리고 또 남쪽에선 좌우가 서로 싸우고 있습니다. 이러한 갈등 지향적 문화를 극복하기 위해선 공동체를 중시하고 통일을 지향하는 화합 정신이 필요합니다.”
 
  — 2011년 박원순 후보에게 서울시장 출마를 양보하는 바람에 정치적 커리어가 꼬인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습니다.
 
  “박원순 시장이 당선될 때만 해도 저는 정치 참여 의사를 밝히지 않았기에, 양보를 한 것도 아니죠.”
 
  — 최근 K-엔비디아 육성과 관련한 이재명 대표의 발언을 어떻게 봅니까?
 
  “엔비디아는 붕어빵 찍듯 만들 수 있는 회사가 아닙니다. 국부 펀드를 조성한다? 이 대표에게 ‘엔비디아가 어떤 환경에서 성장했는지부터 파악해 보시라’고 말하고 싶어요. 우리나라는 산업 구조부터 개편해야 합니다. 스타트업이 유니콘이 될 수 있고, 중소기업이 실력만 있으면 대기업을 이길 수 있는 풍토로요. 기업 하기 좋은 토양이 먼저입니다. 민주당처럼 규제를 앞세우고 분배부터 할 생각만 가진 정당이 ‘K-엔비디아’를 꺼낸다니 헛웃음이 나옵니다. 국민 여러분도 이 대표의 발언이 얼마나 비현실적인지 곧 알게 될 겁니다.”
 
  — 이재명 대표의 강점과 약점은?
 
  “이재명 대표의 강점은 ‘거짓을 진실로 보이게끔 하는 능력’입니다. 카멜레온처럼 임기응변에 능하며 자기 이익을 좇는 데 특출나죠. 약점은 ‘범죄 혐의자’라는 점입니다.”
 
 
  트럼프, 머스크, 안철수의 공통점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2023 서울마라톤대회에서 달리고 있다.
  — 대통령이 되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상대해야 합니다. 감당할 자신이 있습니까?
 
  “우선 트럼프와 일론 머스크, 저와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세 명 모두 펜실베이니아 대학 와튼스쿨 졸업생이라는 점입니다. 학맥을 중시하는 미국 사회에서 저는 부담 없이 트럼프와 소통할 수 있는 창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트럼프 대통령을 실제 만나본 적이 있습니까?
 
  “네. 제가 트럼프 대통령한테 ‘나도 와튼스쿨 졸업생이다’ 했더니 트럼프가 제게 ‘와튼스쿨 출신은 모두 천재’라며 파안대소를 했어요. 사실인즉 트럼프 본인이 천재라는 말인데, 이런 동질감을 바탕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서도 잘 대처할 자신이 있습니다.”
 
  — 주변 참모가 적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자기 사람을 잘 챙기지 않는다’는 지적인데, 무(無)계파를 지향해서 벌어진 일 아닙니까?
 
  “사실과 다릅니다. 제 주변에 있는 분들, 특히 이번 정부에서 대통령직 인수위에 참여했던 분들이 대통령실에도 많이 들어갔어요. 지방선거에도 많이들 당선돼 전국에서 활동하고 있고요. 저를 지지하고 도와주신 분께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이분들을 소중하게 생각합니다.”
 
  — 요새도 마라톤을 합니까?
 
  “딸이 뛰는 걸 좋아해요. 어린 딸이 혼자 뛰는 게 위험해 보여 함께 달리다 보니 마라톤으로 발전했죠. 달리면 행복해요. 오직 두 다리만 아플 뿐 생각이 없어져요. 생각을 비워 내야 또 생산적인 내용을 담을 수 있거든요.”
 
 
  “미래 세대가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대한민국”
 
2022년 3월 3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왼쪽)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국회 소통관에서 단일화 및 합당 관련 공동기자회견을 했다. 사진=뉴시스
  — 정치를 시작한 것을 후회한 적은 없습니까?
 
  “후회하지 않습니다. 제 삶의 모토가 봉사하는 삶, ‘노블레스 오블리주’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열심히 노력만 한다면 정직하게 사는 사람이 피해 보지 않는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잖아요. 정치라는 소중한 업을 감사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안 의원은 “재산 절반(1500억원)을 기부했다. 코로나19 창궐 당시에는 대구 동산병원에서 국민을 위해 목숨 걸고 봉사활동을 했다”며 “언제든 국민을 위해 봉사할 준비가 돼있다”고 했다.
 
  — 정치인으로서 안철수의 강점은?
 
  “소신 정치.”
 
  — ‘인간 안철수’의 최종적인 목표는 무엇입니까?
 
  “‘미래 세대가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대한민국’을 만드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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