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메인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배진영의 어제오늘내일

元喜龍 제주지사

“나는 低평가되어 있는 優良株… 大選 출마한다”

글 : 배진영  월간조선 기자

  • 트위터
  • 페이스북
  • 기사목록
  • 프린트
  • 스크랩
  • 글자 크게
  • 글자 작게
⊙ “보수 주자들 가운데 가장 상처 안 입었고, 확장성 뛰어나”
⊙ “‘남원정’, 보수 정당 내에서의 건강성, 보수 권력 내에서의 견제와 성찰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역할을 했다”
⊙ “이재명은 포퓰리즘이라는 한계… 사이다만으로 밥상 차릴 수 없다”
⊙ “중산층 지향하는 대다수 국민의 욕망을 탐욕으로 모는 것은, 인간의 기본적인 욕망과 싸우는 것”
⊙ “정치에 편 가르기가 없을 수 있겠나? 다만 적을 찾아 서치라이트를 비춰대고 기관총을 난사하는 장벽이 되어서는 안 돼”
⊙ “광복회장 경축사 들으면서 ‘대한민국에 대한 모독이고 대한민국 역사에 대한 값싼 사기극’이라고 생각”

元喜龍
1964년생. 서울대 법학대학 졸업, 한양대 언론정보대학원 뉴미디어 전공 석사. 제34회 사법고시 합격 / 서울·수원·여주·부산지검 검사, 변호사, 제16~18대 국회의원, 한나라당 최고위원·쇄신특별위원장·사무총장, 한국지식정보산업협회 회장,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장, 미래통합당 최고위원, 제37~38대 제주특별자치도지사
사진=조준우
  지난 8월 15일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조천체육관에서 열린 광복절 기념식에서 김률근 광복회 제주지부장은 김원웅 광복회장의 경축사를 대독(代讀)했다. 이 경축사에는 “이승만은 반민특위를 폭력적으로 해체시키고 친일파와 결탁했다”느니 “대한민국은 민족 반역자를 제대로 청산하지 못한 유일한 나라가 되었고, 청산하지 못한 역사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느니 하는 소리들이 담겨 있었다.
 
  김 지부장의 경축사가 있은 후 단상에 오른 원희룡(元喜龍·56) 제주지사는 이를 정면에서 반박했다. 원 지사는 “경축사에 앞서 분명히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 있다”면서 “김원웅 광복회장, 우리 국민의 대다수와 제주도민들이 결코 동의할 수 없는 매우 치우친 역사관이 들어가 있는 이야기를 기념사라고 광복회 제주지부장(김률근)에게 대독하게 만든 이 처사에 대해 매우 유감이며, 제주도지사로서 내용에 결코 동의할 수 없음을 밝힌다”고 말했다. 원 지사는 “지금 광복 75주년을 맞은 이 때에 역사의 한 시기에 이편저편을 나눠서 하나만이 옳고 나머지는 모두 단죄받아야 한다는 그러한 시각으로, 역사를 조각내고 국민을 다시 편 가르기 하는 데는 결코 동의할 수 없다”고 일갈했다.
 

  원희룡 지사의 이날 즉흥연설은 김원웅 회장의 발언과 함께 언론에 크게 보도됐다. 원 지사 연설 관련 기사에 달린 댓글을 보면, 원 지사에게 박수를 보내는 내용이 꽤 있었다.
 
  “역사를 이해하는 지혜, 그것이 바로 정치 철학이며 국가 지도자의 품격을 방증한다고 할까? 썩어빠진 정치 현실에 한 줄기 소낙비 같은 청량감을 선사한 사이다 발언!!! 한 표 지지!!!”
 
  “그런 반대 견해를 즉석에서 펼칠 수 있는 지적 능력이면 가산점을 꽤 줘야 한다. 일반인 같으면 집에 와서야 내가 왜 그때 이 말을 못했지 하고 후회하는데” 등.
 
  때늦게 ‘반일(反日)민족주의’가 ‘정의(正義)’이자 ‘시대정신(?)’이 되고 있는 시류(時流) 속에서,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정치인이 담대하게 그에 맞섰다는 것, 그리고 그 발언 속에 담겨 있는 역사 인식이 보수(保守) 세력의 그것과 일맥상통한다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大權 행보 시작했다지만…
 
  그런데 원 지사는 이렇게 모처럼 보수 세력에게 점수를 딸 만한 발언을 해놓고도, 채 일주일도 되지 않아 그에 찬물을 끼얹는 발언을 했다. 8월 21일 KBS에 출연해서 보수 세력이 주최한 8·15 광화문 집회에 대해 비판적인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한 것이다.
 
  원 지사는 “미래통합당(이때는 당명을 ‘국민의힘’으로 바꾸기 전임)도 광화문 집회에 책임 있다 없다를 떠나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누구보다 먼저 생각하는 것을 강조하고 모범을 보여야 한다”며 “국민이 든든하게 믿고 따를 수 있는 책임감을 보여줘야 지지율도 올라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원 지사는 광화문 집회에 참석한 미래통합당 전직 의원들도 비판했다.
 
  이 두 사건을 전후해서 원희룡 지사가 대권(大權) 행보를 시작했다는 말이 많이 돌았다. 여의도에 제주도청 서울본부와는 별개의 사무실을 차렸다는 소식도 들렸다. 이에 대해 송재호(宋在祜) 더불어민주당 의원(제주갑)은 지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9월 29일 원 지사를 겨냥해 “두 마리 토끼를 잡지 못한다”면서 “대권 도전을 하려면 풍찬노숙(風餐露宿)하라”고 쏘아붙였다.
 
  하지만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원희룡 지사는 아직 존재감을 거의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여론조사 업체 리얼미터가 9월 29일 공표한 차기 대선(大選)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원 지사는 3.0%의 지지를 얻는 데 그쳤다. 여권 대표 주자인 이낙연(李洛淵)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재명(李在明) 경기도지사는 고사하고 범(汎)야권 주자 중에서도 6위에 불과했다. 4·15총선의 패장(敗將)으로 정치 일선에서 사라진 황교안(黃敎安) 전 미래통합당 대표보다도 뒤지는 순위였다. 이런 저조한 지지도는 정치를 시작한 지 20년, 한때는 한나라당 소장파(少壯派) ‘남원정’(南元鄭: 남경필·원희룡·정병국)의 1인으로 신문 정치 면을 계속해서 장식했고, 보수 정당에는 쉽지 않은 서울에서 국회의원을 세 번 지냈으며 재선(再選) 광역단체장인 그에게는 뼈아픈 일일 것이다.
 
  그의 생각과 향후 행보에 대한 얘기를 들어보기 위해 추석 연휴 직후인 10월 6일 서울 여의도에 있는 제주특별자치도 서울본부 사무실에서 원희룡 지사를 만났다.
 
 
  “보수단체에 코로나 책임 씌우는 건 ‘나쁜 정치’”
 
  ― 얼마 전 개천절 집회를 앞두고 비판적 태도를 보였는데, 이는 지난번 광복절 광화문 집회 때문에 코로나19가 다시 확산됐다는 문재인(文在寅) 정부의 악의적 프레임에 말려든 것 아닌가요.
 
  “저는 지난 5월 연휴 때 발생한 이태원발(發) 코로나 감염이 제주도까지 전파되는 것을 보았습니다. 이 때문에 ‘8월 연휴 휴가철에 보수단체건 진보단체건 막론하고 수도권에서 대규모 집회를 여는 것은 자제해달라’는 메시지를 냈던 것입니다. 저도 이 정부가 민노총 집회에 대해서는 아무 얘기 안 하고 보수단체들에 책임을 뒤집어씌우는 식의 프레임을 걸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매우 불공정하고 정치적이고 국민을 분열시키는 것입니다. 나쁜 정치죠.”
 
  ― 국민의힘 안에서도 광화문 집회와 선을 그어야 한다는 발언을 여러 번 했죠.
 
  “제가 우리 당보고 ‘우리 당원들이 집회에 참석하지 않도록 분명한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한 것은, ‘정권이 프레임을 걸지만, 그 프레임이 먹히도록 하는 것은 우리의 잘못’이라는 의미에서 한 얘기입니다. 그런 프레임에 걸려드는 것은 정치적 판단과 지혜가 부족한 거죠. 제가 왜 정부의 프레임을 편들겠습니까.”
 
  원희룡 지사는 지난 9월 25일 KBS 라디오 〈오태훈의 시사본부〉에 출연해, 정부와 여당이 기업들의 거센 반발을 묵살하면서 추진하고 있는 소위 공정경쟁3법(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에 대해 원칙적인 찬성 입장을 표명했다. 원 지사는 “우리 기업들의 지배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건 오래된 과제고 맞는 방향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김종인(金鍾仁)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9월 20일 “우리도 과거에 하려고 했던 것”이라면서 공정경쟁3법에 대해 찬성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야당은 재벌 편’이라는 프레임 벗어나야”
 
지난 6월 23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사회안전망 4.0 정책토론회’에 참석한 원희룡 지사와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사진=조선DB
  ― 경제·복지정책 면에서 김종인 위원장이 이끄는 국민의힘이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따라가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이런 식의 ‘미투(me too) 전략’으로는 한계가 있지 않겠습니까.
 
  “저쪽이 하는 것을 따라가는 식이어서는 영원히 아류(亞流)가 될 수밖에 없고, 그러다 보면 승리는 영원히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 그럼에도 공정경쟁3법을 지지하는 이유가 뭡니까.
 
  “지금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우리 사회 전체의 생산성과 성장동력을 키울 수 있는 구조적인 개혁, 즉 노동개혁·금융개혁·공공개혁입니다. 이런 부분에 대해 구조개혁을 하면서 복지든 공정거래든 얘기를 해야 합니다. 이런 부분에서 큰 그림의 틀 자체를 (정부·여당과) 다르게 접근해야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공정경쟁 법안에는 반대해야 할 요소들이 많다고 봅니다. 하지만 소수(少數) 지분에 의한 재벌의 사적(私的) 지배 같은 부분에 대해서는 야당도 기득권(旣得權) 옹호가 아니라 경쟁 촉진적이고 생산성에 기여를 더 많이 할 수 있는 방향으로 대안(代案)을 제시해야 한다고 봅니다.”
 
  ― 저는 지배구조를 법으로 규제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각론으로 들어가서는 많은 토론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여당이 제시한 법안을 그대로 찬성해야 개혁이다? 저는 절대로 거기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다만 ‘야당은 늘 재벌 편’이라고 하는 프레임에서 벗어나서 국민의 신뢰를 받기 위한 치열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야당이 갖고 있는 전문성을 바탕으로 정치적 설득력으로 이기든지, 최소한 지지 않으려고 노력해야겠죠.”
 
  ― 지금 국민의힘에 그런 역량이 있다고 생각하세요.
 
  “이름을 말하기는 그렇지만, 추석 연휴 전에 윤희숙(尹喜淑) 의원을 만나 식사하면서 얘기를 나누어 보니 나름대로 맥을 짚으면서 고민을 많이 하고 있더라고요. 당에서 그런 부분들을 충분히 논의하면서 세워나가야겠지요.
 
  물론 의석수 차이 때문에 속수무책인 점이 있겠죠. 하지만 역사에는 기록이 남을 것입니다. 표로 관철하는 것은 그다음 문제고, 국민의 뜻과 우리나라 현실을 우리가 얼마나 제대로 대변했느냐 하는 부분은 평가될 수 있겠지요. 그런 면에서 충분한 논의와 정확한 대변(代辯)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민심 거스르는 큰 실수 줄어들었다”
 
원희룡 지사는 ‘대학생들과 함께하는 호끌락토크’를 통해 젊은이들과 소통하고 있다. 사진=제주도청 제공
  ― 얼마 전 인터뷰한 것을 보니, 김종인 위원장 체제가 들어선 이후 당 지지율이 상승했다고 말씀했더군요. 솔직히 그냥 입조심·몸조심한데다가, 문재인 정권의 실정(失政)과 위선(僞善)에 대한 국민들의 환멸 때문에 반사이익(反射利益)을 얻은 것이지, 야당이 잘해서 올라간 것은 아니잖습니까.
 
  “민심을 거스르는 큰 실수가 줄어들었다는 것 자체도 굉장히 큰 것입니다. 과거에 많이 보았던 막말이라든지, 기득권을 옹호하고 사리사욕(私利私慾)을 추구하는 듯한 이미지를 단절하는 것만 해도 사실은 큰 것이거든요. 국민들의 비호감을 극복하는 게 우리 보수 야당이 극복해야 할 큰 과제인데, 그나마 한 계단 올라온 셈이죠.”
 
  ― 내년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반전(反轉)의 계기를 만들지 못하면 2022년 대선도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지금도 불가능할 정도는 아니지만 굉장히 어려운 상황입니다. 꿈쩍도 안 하는 수도권이나 30~40대, 현 정권이 계속 집권해야 한다고 버티는 여론을 봤을 때에는….
 
  사실 여론이 쉽게 바뀌지 않거든요. 국민들이 나름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형성되는 게 여론입니다. 정말 정치가 잘 움직이든지, 큰 충격적 상황이 오든지 해야 바뀌는 겁니다. 하지만 충격적인 상황 덕분에 오는 반사이익을 기대해선 안 되겠고, 그래도 자력(自力)에 의해서 국민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도록 최대한 다가가야 하겠지요. 그 자력에 의한 노력을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뜻하지 않게 서울시장·부산시장 선거로 온 것입니다.”
 
 
  “저는 大選에 새롭게 上場되는 주식”
 
  ― 대선 출마 의지가 있습니까.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넵! 공식 출마선언은 제대로 국민들에게 울림을 줄 수 있는 준비를 한 후에 하겠지만, 대선 출마를 전제로 치열하게 준비하겠다는 것은 분명히 밝힐 수 있습니다.”
 
  ― 냉정하게 말해서 지지율은 3%, 범(汎)야권 후보 중에서도 6위에 불과합니다. 지역기반도 약하고, 국민의힘의 전통적 지지기반인 보수 세력이 원 지사를 확실하게 믿고 지지하는 것도 아닙니다. 되겠습니까?
 
  “지금 거론되는 소위 보수 대권주자들은 어떻게 보면 이미 상장(上場)되어 있는 주식(株式)들입니다. 지난번 대선에 출마했든지 하는….
 
  저는 대선에 새롭게 상장되는 주식입니다. 사실 아직 상장도 제대로 안 되어 있죠. 어떻게 보면 지금 IPO(기업공개) 과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지금은 3%에 불과하지만 내년 4월 내지 7월까지 5%든 10%든 의미 있는 수준으로 지지율을 끌어올려서 코스피의 주요 주식으로 상장되면, 충분히 경선(競選)·본선(本選) 레이스를 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누가 ‘원희룡’이라는 주식을 사줄 것이라고 생각합니까.
 
  “2022년 대선에서 승리하려면, 보수의 신뢰를 얻고 진보의 어젠다까지도 아우르면서, 젊은 세대의 미래에 대한 희망을 현실화해야 합니다.
 
  우선 첫 단계는 보수에서 원희룡의 재발견입니다. 그동안에는 맨날 소장파고, 당론(黨論)과는 다른 얘기를 하는 정치인이라는 인식이 있었습니다.
 
  건국-산업화-민주화-세계화, 그리고 디지털 대전환으로 가는 현대사의 큰 흐름 속에서 보수는 담대한 도전과 성취를 통해서 대한민국을 여기까지 끌고 왔다고 생각합니다. 그 보수의 담대한 변화의 유전자(遺傳子)를 살려야 합니다. 저는 기득권을 지키는 게 보수가 아니라,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 더 큰 밥상을 차리고, 더 큰 영토를 확장하고, 미래 문제에 대해 미리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 진취적 보수라고 생각합니다.”
 

 
  “保守 주자 중에서 확장성 가장 뛰어나다”
 
  ― 당연하죠.
 
  “저는 대한민국의 성취, 발전을 유지해온 이 부분들을 원희룡의 스토리와 원희룡의 비전으로 제시하겠습니다. 저는 원희룡이 저평가(低評價)되어 있는 우량주(優良株)이고 오히려 보수의 적자(嫡子)라는 것을 증명할 자신이 있습니다.”
 
  ― ‘원희룡’이라는 주식은 어떤 점에서 살 만한 가치가 있습니까.
 
  “우선 보수 주자 중에서 상처를 가장 안 입었습니다. 또 제주지사로서 디지털과 코로나 이후의 미래 사회에 대한 비전을 이미 실험하고 실천해온 실적을 바탕으로 미래의 어젠다를 선점(先占)해나갈 수 있습니다.
 
  거기에다가 일부 진보적 어젠다까지 아우를 수 있는 개혁성과 개방적이고 진취적인 면을 갖고 있기 때문에 확장성이 가장 뛰어나다고 자부합니다.”
 
  ― 우리나라에서 대선은 어차피 지역 구도를 전제로 하는데, 세종시를 제외하면 가장 작은 광역단체인 제주 출신이라는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까요.
 
  “저는 ‘규모의 경제’로 승부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기존의 보수가 갖고 있는 낡고 실패한 이미지를 차별화할 수 있는 참신함과 미래에 대한 유능함을 무기로 도전하려는 것입니다. 이런 부분들에 대해서는 ‘앞으로 과정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저평가된 우량주’라는 것이 정치 전문 애널리스트들의 공통적 평가라고 생각합니다.”
 
 
  “통증을 느낄 수 있는 게 건강한 것”
 
2004년 2월 22일 한나라당 당사에서 최병렬 대표의 기자회견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정병국·원희룡·남경필 의원. 이들은 ‘남원정’으로 불리며 한나라당 소장파를 대표했다. 사진=조선DB
  ― 15년 전 한나라당 내 소장파로 ‘남원정’이 많이 거론됐었죠. 당시 광화문 조선일보사 뒷골목에 남원정이라는 식당이 있었습니다.
 
  “불고깃집이죠? 저도 가보았습니다.”
 
  ― 그런데 남원정 식당은 지금 문을 닫았습니다. 한나라당 ‘남원정’도 원희룡 한 사람만 남고, 남경필·정병국 두 사람은 정치 일선에서 사라졌습니다. ‘남원정’이 한국 보수 정당이나 한국 정치에 의미 있는 유산(遺産)을 남긴 게 있습니까.
 
  “‘남원정’은 노무현(盧武鉉) 정권에서 박근혜(朴槿惠) 정권에 이르는 기간 동안 보수 정당 내에 건강성, 보수 권력 내에 견제와 성찰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국민들에게 가시적으로 보여주고 국민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통로가 되었다는 점에서 역사 속에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 그 부분은 저도 공감합니다. 이명박(李明博)-박근혜 정권을 지나면서 보수 정당 내에서 그런 존재가 사라진 것, 그리고 지금 민주당 내에도 그런 존재가 없는 것이 한국 정치가 망가진 큰 이유라고 봅니다.
 
  “그렇습니다. 아프지 않은 게 건강한 게 아닙니다. 병(病)이 들면 통증(痛症)을 느낄 수 있는 게 건강한 것입니다. 통증을 느낄 때 근원 치료를 하지 않고 통증 자체를 없애려다가 우리가 탄핵을 거치면서 여기까지 온 것입니다. 문재인 정권, 운동권 정권도 지금 그 길을 가고 있다고 봅니다.”
 
  ― 본인의 이념적 정체성(正體性)은 무엇입니까.
 
  “저는 ‘인간으로서의 존엄성’ 자체가 목적인 인간을 집단의 부속품으로 여기는 전체주의(全體主義)를 비롯해 인간을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여기는 일체의 생각을 배격합니다. 운동권 이념 집단은 집권 과정에서는 국민을 선동의 대상으로, 권력을 쥐고 난 후에는 통제의 대상으로 보는데 저는 그런 생각을 근본적으로 배격합니다.”
 
 
  자유-공정-책임
 
  ― 자유나 사유재산권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습니까.
 
  “집단이나 이념으로부터 독립되어서 자유로운, 어떤 것의 수단으로도 전락하지 않는 개인의 존엄성을 바탕으로 생각의 자유와 다양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경제활동의 자유도 보장하고, 그 노력의 결과로 쌓은 부(富)나 자산에 대해서도 긍정하고 인정하고 보호해야 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자유는 이런 것들이 담겨 있는 의미에서의 자유입니다.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는 우리 헌법의 가치입니다.”
 
  ― 맞습니다.
 
  “대신 사회는 수많은 개인끼리 서로 부딪히는 곳이기 때문에 공정한 질서가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아무리 질서가 공정해도 권력이든 부(富)든 지식이든 더 많이 가진 사람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더 많이 가진 것에 대해서는 책임이 따르게끔 하는 것도 보수의 핵심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자유-공정-책임으로 이어지는 것이겠지요.”
 
  ― 평소 ‘합리적 보수’ ‘개혁보수’를 강조하는데, 기존 보수는 합리적이 아니라는 얘기입니까.
 
  “자유·공정·책임에 대한 기준을 똑같이 적용하자는 것이지요. 예를 들어서 지나간 얘기지만 저는 박근혜 정부에서 추진했던 역사 국정(國定)교과서에 반대했습니다. 역사나 이념에 대한 견해는 자유로운 개개인들의 평가기능·자정(自淨)기능에 맡겨야지 특정한 권력이나 권위를 가지고 강제할 일은 아니라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이런 국가주의·통제주의에 맞서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자신들과 다른 의견을 배제하고, 다른 의견들 위에 군림하려는 특정 이념 세력과도 자유의 이름으로 맞서 싸워야 하는 거죠.
 
  물론 저는 해방정국, 6·25전쟁, 그리고 절대빈곤에서 탈출하는 과정에서 있었던 불가피한 일들을 이해하고, 건국 이후의 현대사를 자랑스러운 역사라고 평가합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형성된 기득권을 그냥 대대로 독점하려는 부분에 대해서는 자유를 올바로 적용하고 실천한다는 차원에서 개혁을 얘기해야 합니다.”
 
 
  “文 정부, 인간에 대한 관점 잘못되어 있어”
 

  오늘날 민주적으로 선출된 위정자가 정권을 잡은 후에는 야당을 탄압하고, 언론의 자유와 사법부의 독립을 침해하면서 권위주의화(權威主義化)하는 현상이 전 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공공연히 비자유민주주의(非自由民主主義·illiberal democracy)를 주장하고 있다. 이런 현상에 대한 의견을 물어보았다.
 
  ― 비자유민주주의라고 들어보았습니까.
 
  “민주주의라는 게 원래 ‘군중(群衆)의 지배’ 아닙니까. 그 군중이 자유로운 개개인의 절대적 존엄성을 전제로 한 연대(連帶)라면 그것이 자유민주주의겠죠. 하지만 군중이 착취 계급, 인민의 적(敵), 국민의 적을 배제하면서 특정 이념 아래 정치적으로 조직화된 집단이 지배하는 것이라면, 그것은 말로는 ‘민주’라고 해도 전혀 다른 것이 되겠지요.”
 
  ― 그렇습니다.
 
  “‘민주’라는 말 자체는 절대적인 가치가 아닙니다. 오히려 ‘민주’라는 말을 내세워 개개인을 억압하고, 더 나은 삶을 살고자 하는 현실의 국민들이 갖고 있는 매우 상식적이고 정당한 욕구를 억압할 수도 있습니다.
 
  지금 정부에서도 그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지 않습니까? 내 집을 마련하려는 욕망이나 자녀를 더 잘 교육하려는 욕망은 당연한 것인데, 이런 것을 자기들은 다 누리고 있으면서, 일반 국민들이 그것을 누리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는 탐욕으로, 적폐로 몰아붙이고 있잖아요?”
 
  ― ‘내로남불’이죠.
 
  “중산층이나 중산층을 지향하는 대다수 국민의 욕망을 탐욕으로 모는 것은, 인간의 기본적인 욕망과 싸우는 것이고, 욕망과 싸우는 것은 시장경제와 싸우는 것이고, 결국 인간 본성과 싸우는 것입니다.
 
  문재인 정부가 빠지고 있는 잘못 중 하나가 보통 국민들의 매우 상식적인 욕망에 대한 태도입니다. 그러다 보니 위선이 나오는 것입니다. 자기들이 탐욕이라고 비판한 것들을 자기들은 다 누리고 싶고, 소득주도성장이나 대북(對北)정책이 뜻대로 안 되니까 일반 국민들의 욕망을 누르는 정책을 펴고… 인간과 인간의 욕구에 대한 관점이 잘못되어 있는 거죠.”
 
  ― 언제부터 그런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까. 원래 좌파운동권 출신이잖습니까.
 
  “저는 사시(司試) 합격 후인 1991년에 한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사회주의가 아니라 자유주의를 바탕으로 지속적·점진적인 개혁을 통해서 우리가 바라는 더 잘사는 나라, 더 자유로운 나라로 가야 한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세탁도, 전향도 아니다”
 
  ― 학생운동할 때에는 NL(민족해방), PL(민중해방) 중 어느 계열에 속했습니까.
 
  “굳이 따지면 민족주의면서도 주체사상은 거부하는 쪽이었습니다.”
 
  ― 비주사(非主思) NL이었군요. 어떤 서클이었습니까.
 
  “특정한 상급단체에 소속되지 않은 독립적인 무명(無名) 서클이었습니다.”
 
  ― 사시 합격 후 3년쯤 검사 생활한 것을 두고 ‘운동권 경력을 세탁하러 검찰에 들어왔던 것’이라고 말하는 분이 있더군요.
 
  “스스로 운동권 출신이라는 것을 공개하고 검찰에 들어가겠다고 한 게 제가 처음이어서 당시에 상당한 이슈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세탁을 한 것도, 전향(轉向)을 한 것도 아닙니다. 저는 검찰 면접 때 ‘제가 생각하는 대한민국 헌법의 가치를 실행하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진보라고 생각한다. 검찰에서 사회의 부조리(不條理)와 거대한 악(惡)을 척결해나가면서 대한민국 헌법 체계를 지키는 것이 충분히 청춘을 걸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대답해서 합격한 것입니다.”
 
  ― 검사 출신으로서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소위 검찰개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
 
  “시민단체에서 논의하던 수준의 내용들을 가지고 검찰개혁의 바이블인 것처럼 끝까지 밀어붙이는 것들, 예를 들어 검찰·경찰·공수처의 상호관계 등에 관한 내용들이 너무 조잡하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도 ‘살아 있는 권력을 수사하라’고 그렇게 부추기다가 막상 검찰이 자기들의 불법과 기득권을 겨냥해오자 그것을 적폐로 몰아서 무력화(無力化)시키고 목 졸라 죽이려 드는 것은 너무나 이중적이고 비민주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롤모델은 케네디”
 
작년 9월 태풍 타파로 인한 피해 현장을 점검하는 원희룡 지사. 사진=제주도청 제공
  ― 2022년 대선 때 민주당 후보로는 누가 나올 것 같습니까.
 
  “현재로선 이낙연 대표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이재명 경기도지사 아닐까요.
 
  “이 지사도 가능성이 있겠지요.”
 
  ― 이낙연 대표를 먼저 꼽은 이유가 있습니까.
 
  “친문(親文) 세력들이 이재명 지사에 대해서 너무 불안해하지 않을까요. 그런 불안감을 토로하는 걸 직간접으로 접하기도 했습니다. 정치의 본능은 자기가 생존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어마어마하게 강한 본능이죠.”
 
  ― 이재명 지사에게 열광하는 대중을 보면 무서울 정도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점은 있는데 이재명 지사에게는 기본적으로 포퓰리즘이란 한계가 있습니다. 앞으로 진실의 순간들이 많이 올 것입니다. 국민들도 많이 주겠다거나 시원한 것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사이다만 가지고 밥상 차릴 수 없다는 것도 잘 압니다.”
 
  ― 코로나19 사태가 계속 악화되고 경제가 완전히 망가지면, 이재명 지사 같은 사람에게 기회가 가지 않겠습니까.
 
  “그럴 가능성도 많죠. 당장 산업이 무너지고, 일자리가 사라지고, 소득이 없게 되면, 국가 부채(負債)를 내서라도 일단 연명(延命)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질 테니까요. 이런 종류의 긴급구제는 보수·진보를 떠나서 해야 되는 일입니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긴급구제에만 의지할 수는 없잖아요. 그런 식의 재정은 산업과 일자리를 살릴 수 있는 시간을 벌어줄 뿐입니다. ‘어떻게 해야 경제 위기에서 벗어나고 경제 전체를 살릴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국가적 토론을 하는 과정이 대선이라고 생각합니다.”
 
  ― 롤모델로 생각하는 외국 정치인이 있습니까.
 
  “(생각을 좀 해보더니) 외국에서 굳이 찾으면 존 F. 케네디?”
 
  ― 케네디요?
 
  “뉴프런티어(New Frontier)를 내걸고, 달나라에 간다든지 하는 식으로 새로운 영역을 제시하면서 미국에 젊은 활력을 넣었잖아요. 국가에 새로운 활력을 제시하고 바꾸었다는 면에서 케네디가 던지는 의미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또 무엇보다도 쿠바 미사일 위기로 국민들이 두려워할 때, 용기 있는 리더십으로 사태를 해결했습니다. 지금 북핵위기 속에서 우리에게도 케네디 같은 담대한 비전과 용기를 가진 리더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으로서의 無限 책임 앞에서 진지했다”
 
원희룡 지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한미FTA를 추진한 것을 높이 평가했다. 사진=조선DB
  ― 세종(世宗)이나 정조(正祖) 같은 왕조(王朝)시대 인물 말고, 대한민국 건국 이후 우리나라 정치인 가운데 롤모델로 생각하는 정치인은?
 
  “우리 현대사에서 누굴 얘기하기엔 너무 명암(明暗)이 갈려서…. 저는 나름대로 (인물들의) 공과(功過)에 대해 깊이 있는 시각을 유지하려는 생각은 갖고 있지만 누구 하나를 집어서 얘기하기에는… 조심스럽네요.”
 
  ― 대선에 나가려는 분이 조심만 해서는 안 되지 않겠습니까.
 
  “물론이죠.”
 
  ― 이런 질문이 날아왔을 때 누구라고 바로 얘기할 수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저쪽 사람이기는 하지만 나는 노무현이 멋있다’라는 식으로….
 
  “저는 문재인 대통령과 비교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멋있다고 생각합니다. 안 좋아하는 점도 많지만…”.
 
  ― 어떤 점에서 노 전 대통령을 긍정적으로 평가합니까.
 
  “두 가지 점에서 좋아합니다. 하나는 이회창(李會昌)씨 같은 기득권 엘리트가 아니면서 서민을 대변하겠다면서 국가경영에 도전하고 나선 서민성과 도전정신입니다.
 
  다른 하나는 ‘노사모’라는 ‘팬덤’ 집단을 갖고 있었음에도, 국가를 위해서 지지자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한미(韓美) FTA 체결, 강정해군기지 건설, 이라크 파병 등을 결행한 점입니다. 국가 앞에서, 또 대통령으로서 무한(無限)책임 앞에서 진지했다는 점에서는 평가할 게 많다고 생각합니다.”
 
  ― 문재인 정권을 겪으면서 보니, 노무현 전 대통령은 그래도 정치인·대통령으로서 자신이 뭘 해야 한다는 책임의식이 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 유시민(柳時敏)씨한테 ‘정치하지 말라’고 했다잖아요. ‘국민을 편 가르기 해서 우리 편이 이길 수 있으면 나머지는 다 필요 없다’는 것이 문재인 정부의 가장 근본원칙·행동원칙이 되고 있는데, 노무현 전 대통령이 살아 있었으면 그 부분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편 가르기, 자기 편만 보는 장벽 정치, 이 부분이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 그리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유시민씨가 결정적으로 다른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 노무현 전 대통령도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지만, 편 가르기가 아주 없진 않았죠.
 
  “정치에 어떻게 편 가르기가 없을 수 있겠습니까? 우리 편을 더 많이 얻기 위해 싸우는 게 정치인데… 다만 그게 장벽, 그것도 적을 찾아 서치라이트를 비춰대고 기관총을 난사하는 장벽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편 가르기가 장벽이 되고, 배제와 공격으로 가는 것이 바로 통제주의로 가는 것이죠.”
 
 
  대한민국 역사에 대한 값싼 사기극
 
원희룡 지사는 지난 8월 15일 광복절 기념식장에서 김원웅 광복회장의 경축사 내용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사진=제주도청 제공
  ― 광복절에 김원웅 광복회장 경축사의 문제점을 그 자리에서 바로, 정확하게 지적한 것을 보고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때 그 얘길 들으면서 ‘저건 대한민국에 대한 모독이고 대한민국 역사에 대한 값싼 사기극’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원웅 회장의 부모가 얼마나 항일독립운동을 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힘이 없어서 국권(國權)을 일본에 빼앗겼고, 수많은 선열(先烈)이 독립운동을 했지만 미국과 소련의 제2차 세계대전 종전(終戰) 처리 과정에서 남북으로 갈라지지 않았습니까? 그런 역사 속에 수많은 한계와 비극이 있고, 사람들의 삶이 걸려 있는 건데….
 
  그리고 우리 대한민국은 한국전쟁 속에서 정의(定義)된 나라 아닙니까? 이 나라를 피로 지킨 분의 묘(墓)를 파내라고 하지 않나, 애국가까지 논란의 대상으로 삼고…. ‘이건 대한민국 역사와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한 예의를 완전히 무시한 광기(狂氣)의 배설’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 그래도 그 자리에서 바로 반박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요.
 
  “나중에 인터뷰 같은 것을 통해 반박할 수도 있겠죠. 그런데 마침 그 자리에서 제가 발언할 기회가 있었던 것입니다. 광복회장이 전 도민(道民)과 전 국민 앞에서 발언한 것에 대해서 맞대응을 해줘야만 역사가 살아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한민국 역사를 지켜온 사람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책임이 제게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현장에 없었다면 몰라도 제 눈앞에서 그런 일이 벌어졌고, 제가 발언할 기회가 있었기 때문에 그 자리에서 이를 바로잡아야겠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역사왜곡금지법, 기가 막혀”
 
  대한민국 건국과 현대사 인식 문제와 관련해 제주도가 안고 있는 숙제가 있다. 4·3사태가 바로 그것이다.
 
  ― 당초 4·3사태 진압 과정에서 억울하게 희생된 이들을 신원(伸寃)한다는 차원에서 시작됐던 4·3 진상규명 및 명예회복 문제가 어느 사이엔가 남로당이 자행한 공산폭동이라는 본질은 사라지고 군경(軍警)에 의한 학살만 강조되고 있는 것은 본말(本末)이 전도된 것 아닙니까.
 
  “4·3이라는 날짜 자체가 경찰서를 습격한 날짜잖아요. 과거에는 ‘폭도에 대한 진압’이라는 측면을 강조했고, 북한과 좌파는 민중항쟁과 그에 대한 탄압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저는 4·3은 기본적으로 ‘폭도에 대한 진압’으로 시작된 것이지만, 5·10선거를 거치고, 6·25를 전후해서 남북이 급속히 전쟁 체제로 들어가는 과정에서 초토화(焦土化) 작전 등을 펼치면서 비무장 민간인들까지 희생되는 비극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계엄령하라고 해도 비무장 민간인은 죽이면 안 되는 것이죠. 그런 불법적인 학살에 대해서는 대한민국이 문명국가·인권국가로서 깔끔하게 사과하고 정리하고 넘어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다만 이를 기화로 해서 진영 논리에 따라 역사적 색칠을 하는 것은 4·3사태 진실에 대해 의구심을 갖게 하는 부작용이 일부 있다고 생각합니다.”
 
  ― 민주당이 내놓은 역사왜곡금지법의 대상 중에는 4·3사태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역사왜곡금지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
 
  “역사왜곡금지법은 민주주의의 근본 가치, 그리고 대한민국의 헌법 가치와 맞지 않습니다. 소위 민주화운동 세력이 그런 법을 제안한다는 것 자체가 기가 막힐 노릇이죠. 굳이 그런 법을 만들지 않아도 명예훼손, 특히 허위 사실을 바탕으로 한 명예훼손에 대해서는 이미 처벌 체계가 있습니다.
 
  특정한 역사적 사건에 대해 나름대로 견해와 감정을 갖고 얘기하는 것들을 법으로 틀어막겠다는 것은 국정교과서를 만들려고 했던 것과 같은 흐름입니다. 저는 합리적인 보수라면 역사왜곡금지법이라는 전체주의적 법안에도, 국정교과서에도 반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합리성과 공정함이 있어야 보수·진보를 넘어 헌법적 가치를 지킬 수 있습니다.”
 
 
  “北의 우리 국민 살상 용납하지 말아야”
 
  ― 최근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연평도 앞바다에서 북한군에게 사살된 사건과 관련해, 페이스북 등을 통해 강하게 비판했더군요. ‘원희룡표(標) 대북(對北)정책’을 만든다면 어떤 내용들을 담겠습니까.
 
  “‘원희룡표 대북정책’ 이전에 근본 원칙이 있어야 합니다. 국가가 왜 존재하는 것입니까?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 아닙니까? 그게 북한이든 중국이든 일본이든 군사독재든, 우리 국민의 생명을 건드리는 것은 용납하면 안 됩니다. 북한이 대한민국 국민을 살상하거나 우리 군인에게 도발하거나 핵(核)무장을 하는 것을 용납하면 안 된다는 것이 첫 번째 원칙입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고난의 행군’을 하든 독재를 하든, 북한이 현실적으로 실재(實在)하고 있는데 하루아침에 북한이 붕괴한다든지, 아니면 하루아침에 문명국가·정상(正常)국가가 될 것이라는 환상과 조급함도 버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우리를 건드리고 위협하는 것은 허용하지 않는다는 확고한 원칙 위에서, 북한과 끊임없이 협상과 대화를 하면서 북한이 정상국가로 전환하는 것을 촉진하기 위한 대북정책을 펴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한국에 중국은 어떤 존재라고 생각합니까.
 
  “한중(韓中) 수교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까지 중국은 경제협력을 통해 한국에 도움이 되는 존재였습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특히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중화부활(中華復活)’ 노선을 명확히 한 이후에는 우리가 중국의 속국(屬國)이 될 위험에 처하게 됐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강대국에 인접해 있는 나라의 지정학적(地政學的) 숙명입니다. 이 때문에 냉철한 생존전략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미국이냐, 중국이냐
 
  ― 미중(美中) 경제전쟁이 격화되고 있습니다.
 
  “미중 경제전쟁 속에서 한국은 계속 어느 모델을 선택할 것인지를 강요받게 될 것입니다. 우리를 제치고 소외시킬 수 없는 우리만의 존재 이유, 그리고 특별한 분야에서만이라도 우리가 1등을 하는 경제적인 우위를 갖고 있지 않으면 순식간에 동북(東北) 제5성(省)으로 취급당하게 될 것입니다. 결국 우리의 실력만큼 존중받게 될 것입니다.”
 
  원희룡 지사는 “한중 관계에 있어서 데이터 문제가 안보 및 우리 헌법 가치와 관련해서 민감한 문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은 공산당 일당독재 통제사회입니다. 따라서 앞으로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 실시간 5G 통신을 통한 개인 감시 등 개인 정보기술을 활용한 국가 통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갈 것입니다. 대한민국 국민이나 기업도 중국 내에서 활동할 때에는 중국 공산당의 데이터 통제하에 들어가게 됩니다. 개인정보와 데이터 주권 등의 문제와 관련해서 중국 공산당 정권과의 사이에서 국가전략 차원, 헌법의 근본가치 차원에서 여러 문제가 발생하게 될 것입니다. 경제 면에서 실력 양성, 개인정보와 데이터 주권과 안보 등 이런 문제들이 앞으로 한중 관계에서 우리 국가 지도자들이 최우선시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 중국이나 미국이 ‘군소리할 것 없이 누구 편에 붙을래’ 하고 선택을 강요해오면, 우리 대한민국은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할까요.
 
  “한미동맹 위에서 한중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추구해야 합니다. 무슨 얘기인가 하면, 한미는 동맹이고 한중은 동맹까지는 아니라는 것이죠.
 
  이러한 큰 원칙 아래서 작은 매는 맞을 건 맞으면서도 일관되게 가야 합니다. 때리면 그쪽으로 붙는 식으로 가다가는 계속 매를 벌게 됩니다. 작은 매를 피하겠다고 이리 붙었다 저리 붙었다 하면 안 됩니다. 3년 내지 5년 정도 중국과 미국 양쪽에서 매를 다 맞다가는 대한민국은 흔적도 없이 추락할 수 있습니다. 특히 한미동맹을 근본적으로 흔들어서 미국으로부터 매를 맞는 것은 절대로 안 됩니다. 물론 중국으로부터도 치명적인 매를 맞는 일이 없도록 국가 생존전략 차원에서 최대한 주의를 해야겠지요.”
 
 
  경제의 政治化
 
  ― 문재인 정부가 그동안 한 일 가운데 잘한 게 있다면.
 
  “(한참을 생각하다가) 꾸준히 복지지출 늘린 것.”
 
  ― 문재인 정부가 잘못한 것은 무엇이 있을까요.
 
  “우선 소득주도성장이라는 완전히 길이 아닌 경제정책을 길이라고 우긴 것을 꼽아야겠지요. 혁신성장이라는 건 말뿐이었습니다. 선거에서 표를 얻기 위해서는 재정이든 성장동력이든 규제든 다 무시하고, 경제를 편 가르기, 대중 선동정치의 희생양으로 삼으면서 경제를 정치화했습니다.
 
  대북·안보정책에서는 미국·일본·중국과의 관계에서 우리의 냉엄한 지정학적 현실과 국제적 흐름에서 동떨어진 채 민족 이념, 그것도 특히 북한이 주장하는 ‘우리민족끼리’라는 민족 이념에 경도(傾倒)되어서 매우 성급하고 환상적인 대북정책을 펴왔다는 점을 들 수 있겠습니다.”
 
  ― 최근 인상 깊게 읽은 책은 어떤 책입니까.
 
  “《일의 기쁨과 슬픔》이라는 장류진의 단편소설을 읽고 있습니다. 30대 여성들의 생활과 생각을 소설을 통해서라도 접할 수 있어서 추석 내내 재밌게 읽었습니다.”
 
  ― 역사와 관련된 책은 없습니까.
 
  “그런 책으로는 박보균 《중앙일보》 대기자의 《결정적 순간들》을 읽었습니다. 평소에도 역사책은 많이 읽는데, 특히 F.A. 매켄지가 지은 《대한제국의 비극》을 지금의 현실을 대입(代入)하면서 늘 옆에 두고 읽고 있습니다.”
 
  ― 국가경영과 관련된 책으로 근래 읽은 책은요.
 
  “권오현 전 삼성전자 사장의 《초격차: 리더의 질문》을 인상 깊게 읽었습니다. 특히 이 책에 나오는 ‘질문’ 부분은 아주 정독(精讀)하고 있습니다. 최진석 전 서강대 교수의 《인간이 그리는 무늬》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집단과 개념과 이념을 깨라’고 강조하는 내용이 자유민주주의 인간관과 철학에 닿아 있다는 생각이 들어 공감이 많이 갔습니다.”
 
  ― 한 해 책을 몇 권이나 읽습니까.
 
  “요즘은 인터넷으로 읽는 게 많은데, 한 100여 권 정도…. 물론 모두 정독하는 것은 아니고 발췌독(拔萃讀)을 하거나 한번 슥 보고 지나가는 책도 있습니다.”
 
 
  “포퓰리즘의 핵심은 反知性”
 
원희룡 지사는 제주지사로서 디지털과 코로나19 이후의 미래사회에 대한 비전을 실험하고 실천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사진=제주도청 제공
  ― 제가 질문하고 싶었던 것은 다 한 것 같습니다. 혹시 좀 더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까.
 
  “흔히 시대정신이니 하는 얘기를 많이 하는데, 그와 관련해서 세 가지를 덧붙이고 싶습니다.
 
  첫째는 불확실성과의 싸움입니다. 금융위기 이후 사회적 격차, 그리고 코로나19 사태 같은 걸로 국민들이 너무나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국민들은 이런 불확실성 속에서의 앞날에 대한 해답들을 필요로 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오히려 불확실성을 더 부추기는 무책임한 세력이 있습니다. 거기에 맞서 싸워야 합니다. 두 번째는 편 가르기입니다.”
 
  ― 편 가르기, 심각하지요.
 
  “진영 논리와 상식을 파괴하는 포퓰리즘의 핵심은 반지성(反知性)입니다. 문화대혁명 당시 홍위병(紅衛兵)의 광란과 ‘문빠’ ‘대깨문’들의 행태는 다르지 않습니다. 반지성을 가지고 대중에게 먹이를 던지면서 더 큰 반지성으로 몰고 가는 이런 흐름은 전 세계에서 목도되고 있습니다. 반지성주의에 맞서서 어떻게 우리의 집단적 지혜, 대한민국 국민의 위대함을 세울 것인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세 번째는 성장의 사다리, 기회의 사다리를 놓는 문제입니다. 경쟁의 결과가 장벽이 되어버리는 상황에서 어떻게 장벽을 부수고 더 많은 사람을 위한 사다리를 놓을 것인지, 성장과 기회의 사다리를 어떻게 회복할 건지를 생각해야 할 때입니다.
 
  이상의 과제들을 풀어나가는 것이 정치와 지도자의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발언은 기록으로 남는다”
 
  이쯤해서 인터뷰를 마치려다가 문득 코로나19 사태의 와중에 남편이 요트를 구입하겠다면서 미국 여행을 떠나는 바람에 여론의 지탄을 받고 있는 강경화(康京和) 외교부 장관이 생각났다.
 
  ― 혹시 앞으로 대권에 도전하는 과정에서 부인이나 자녀들이 걸림돌이 될 만한 일은 없겠습니까.
 
  “완전하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국민들에게 특별한 충격을 줄 만한 하자(瑕疵)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 자녀분들이 어떻게 되지요.
 
  “딸만 둘입니다.”
 
  ― 우선 병역 시비는 피할 수 있겠군요.
 
  “하하하. 아직 취직도 안 했고, 특정 자격을 받은 것도 아니니 특혜 문제 같은 건 없습니다. 다만 요즘 젊은 세대들이 그렇듯이 딸들도 정치하는 저 때문에 자신의 프라이버시가 침해당하는 것에 대해서는 민감해하고 있습니다. 그런 부분들을 지켜줘야 하는데….”
 
  ― 최근 얼굴이 달라졌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던데, 성형수술을 했습니까.
 
  “성형은 아니고, 눈 아래가 처진 것을 좀 손댔습니다. 하하하.”
 
  ― 서울에서 했습니까, 제주에서 했습니까.
 
  “비밀입니다.”
 
  ― 긴 시간 동안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그런데 ‘원희룡은 매체에 따라 그 입맛에 맞춰 이야기한다’고 하는 사람도 있더군요.
 
  “보기 나름이겠지만, 저는 모든 발언은 기록으로 남고 비밀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부분에서, 저는 진실의 순간 앞에서 진지합니다.”⊙
Copyright ⓒ 조선뉴스프레스 - 월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NewsRoom 인기기사
Magazine 인기기사
댓글달기 1건
댓글달기는 로그인 하신 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익선    (2020-10-24) 찬성 : 2   반대 : 1
원희룡!제주 4/3사태를 추인하여,역사 왜곡을 하였으며, 이에 용공 좌파 친북 세력들과 동조를 하였기에 이에 그대를 용공 좌파라 하겠으니,조용히 입 다물라!

202012

지난호
전자북
별책부록
프리미엄결제
2020년4월부록
정기구독 이벤트
  • 지난호
  • 전자북
  • 별책부록
  • 정기구독
  • 월간조선 2018년 4월호 부록
신협중앙회 여성조선 공동 주최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