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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객원연구원

“지금의 대북정책은 공화당 아닌 트럼프의 대북정책… 11월 중간선거 패하면 공화당 주류가 트럼프 내려 앉힐 수도”

글 : 조성호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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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급박하게 대화에 임한 한국, 엉뚱한 유해 송환에 신경 쓰는 미국
⊙ 폼페이오 北에 말려들어… “폼페이오가 만나본 전체주의 지도자가 몇이나 되겠나”
⊙ 레이건이 소련 軍備 확장하게 했듯이 북한이 핵무기 양산하게 내버려 둘 필요도 있어
⊙ 종전선언·평화체제 담보되면 주한미군 지위 변경도 논의 가능
⊙ 이란 핵협상, 쿠바와의 관계 정상화 비판했던 트럼프의 모순

차두현
1962년생,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연세대 정치학 박사 /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청와대 국가위기상황팀장, 한국국제교류재단 교류협력이사, 아산정책연구원 객원연구원
  차두현(車斗鉉·56) 박사(아산정책연구원 객원연구원)는 냉정한 시각으로 국제 정세를 바라보는 몇 안 되는 대미·대북 정책 전문가다. 보수적인 시각을 견지하는 싱크탱크에 몸 담고 있으면서도 이념적 성향에 치우치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7월 2일 서울 광화문 인근 한 음식점에서 그를 만나 남북·미북 정상회담 이후의 한반도 정세와 그에 따른 분석과 전망, 그리고 해법을 들어봤다.
 
  차 박사는 “남북·미북 정상회담은 한반도에서 군사적인 행동이 이뤄질 가능성을 상당 부분 제거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총평했다.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초까지 미북 간에는 ‘코피 작전’, ‘괌 포위사격’ 등 전쟁을 암시하는 듯한 살벌한 얘기들이 오고 갔다. 그러나 일련의 대화들을 통해 한반도 정세가 2017년 11월 이전으로 돌아갔다는 데 방점을 둘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 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너무 급박하게 움직인 측면이 있다며 그에 따른 문제점을 지적했다.
 
 
  “우리 정부, 실제적인 그 무언가를 숨기는 건 아닌지…”
 
지난 3월 5일 수석대북특사로 북한을 방문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앞줄 왼쪽) 등 대북 특별사절 대표단이 평양에서 북한 김정은과 만났다. 이들의 방북에 대해 차두현 박사는 의제 설정이 안 된 상태에서 급하게 만난 것 같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 어디서부터 우리 정부가 급격하게 움직였다는 건가요.
 
  “지난 3월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 5명의 특사가 방북한 게 대표적입니다. 특사가 방북했을 때 우리가 가진 안(案)은 사실 거의 없었어요. 그랬으면서 그후 모든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갔습니다. 급박하게 돌아가다 보니 마치 북한으로부터 비핵화 등 상당한 약속을 받아낸 것으로 비쳐졌습니다. 지금 상황을 보면 그렇지 않은 것 같아요. 뭐 표면적으론 비핵화 약속을 받아냈다고 얘기는 하지만요. 그럼 조금 더 북한의 애를 태웠어야 하지 않을까요. 가끔 의심이 드는 게 우리 정부가 국내 중도표에 대한 집착이나 과거에 대한 트라우마 때문에 실제적인 그 무언가를 숨기는 게 아닌가 싶어요. 그럼 안 됩니다. 드러내 놓고 얘기를 해야죠.”
 
  — 우리 정부의 그 같은 행동을 본 미국의 입장은 어땠을까요.
 
  “그렇다고 미국은 한국만 비난할 순 없을 겁니다. 과거 같았으면 ‘한국이 북한의 의사를 잘못 전달했다’는 식으로 주장했겠지만 지금은 폼페이오가 방북까지 했었잖아요.”
 
  — 문재인 정부외교정책의 가장 큰 맹점이 뭘까요.
 
  “우리 정부는 ‘대북제재가 먹혔다’는 취지로 미국에 얘기했습니다. 심지어 ‘김정은의 결단’ 덕분에 북한이 대화에 나섰다는 식으로도 얘기하더라고요. 그런 식으로 하면 (미북) 양쪽 어디에도 신뢰를 줄 수 없습니다. 우리 정부가 북한의 전략적 결단을 높이 평가한다면 앞으로 더 많은 양보를 해야 합니다. 근데 ‘제재가 먹혔다’는 입장이라면 앞서 말한 대로 북한을 애태우면서 속도 조절을 해야죠. 그런 모순이 존재하는 게 사실입니다.”
 
 
  박근혜, 친중 입장에서 한미동맹에 ‘레버리지’ 갖고 싶어해
 
차두현 박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이른바 ‘전승절 행사’ 참석을 두고 비판적인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사진은 박 대통령(앞줄 왼쪽 다섯번째)이 2015년 9월 3일 톈안먼 망루에서 이른바 ‘전승절 행사’를 참관하고 있는 모습이다.
  — 앞뒤가 다르다는 얘기네요.
 
  “사실 박근혜 정부도 그랬어요. 특히 대(對)중국 정책이 그랬죠. 2015년 이른바 ‘전승절 행사’ 때 박 전 대통령이 톈안먼 광장에 간 게 대표적이죠. 기본적으로 박 전 대통령은 한미동맹이라는 개념을 이해하는 데 문제가 있었다고 봅니다. 보수층의 지지를 받았지만요.”
 
  — 왜 그랬던 걸까요.
 
  “부모의 죽음에 있어 관련되지 않은 국가는 사실 중국밖에 없잖아요. 박정희는 주한미군 문제 때문에 카터 대통령과 각을 세웠죠. 육영수 여사를 저격한 문세광은 일본(조총련)에서 왔잖아요.”
 
  — 그에 비해 중국에 대한 증오감은 상대적으로 덜했겠군요.
 
  “박근혜 정부는 친중(親中)적인 입장에서 한미동맹에 레버리지(leverage·영향력)를 갖고 싶어한 흔적이 많습니다. 그게 사드(THAAD) 국면에서도 드러났죠. 문제는 혼내(ほんね·本音: 본심에서 우러나오는 말)하고 밖으로 표출되는 게 다르면 반드시 정책적인 문제가 생긴다는 거죠. 지금 정부는 그러지 않기를 바라고요.”
 
 
  이스라엘 방식 모방하는 북한
 
  — 대화 국면임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우라늄 농축을 하고 있다는 외신보도가 나왔습니다. 어디까지 사실일까요.
 
  “사실이라고 봐야죠. 비핵화 협상이 시작되기 전에 핵분열 물질(fissile material), 핵탄두 등을 늘려 놔야 협상의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잖아요. 북한이 핵 모라토리엄(Moratorium·유예 및 중단) 약속을 했지, 동결하겠다는 약속은 안 했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북한은 핵탄두나 핵분열 물질을 늘려 놔야 합니다. 한미(韓美) 양국 정부가 그에 대한 요구를 사실상 하지 않았다는 게 저는 이해가 안 갑니다. 프론트 로딩(front-loading·초기 이행조치) 단계에서 ‘북한의 핵무기가 20개면 20개를 다 반출한다’는 얘기가 나왔잖아요. 그럼 상식적으로 북한은 핵무기를 40개 정도 늘려 놔야죠.”
 
  — 당연히 예상할 수 있는 수순이란 거네요.
 
  “그렇죠. 사실상 그렇게 모호하게 빠져나갈 수 있는 길을 북한에 만들어줬잖아요. 언제 북한이 핵탄두 양산을 더 이상 안 하겠다고 했어요? 외부로 확산시키지 않겠다고 했죠. 당연히 양을 늘려 놔야 협상력이 커지고, 설령 밖으로 반출한다고 해도 북한 입장에서는 불리할 게 없죠. 저는 북한이 ‘(강도가) 덜한 이스라엘 방식’(lesser Israeli case)을 추구하는 거 같아요.”
 
  — 그게 뭐죠.
 
  “이스라엘처럼 핵개발을 다 끝내 놓고 더 이상 업그레이드는 하지 않는 거죠. 파키스탄은 대놓고 자신들이 핵국(核國)이라면서 양산도 하는 등 떠벌리고 있죠. 근데 이스라엘은 핵무기에 관해선 NCND(neither confirm nor deny·긍정도 부정도 않는)지만 확보는 하고 있죠. 성능 개량도 하고 있고요. 이미 전세계는 북한이 6번의 핵실험을 한 걸 알고 ICBM에 근접한 걸 다 압니다. 북한 역시 떠벌리지 않으면서 핵보유국의 지위를 인정받는 그 전략으로 가는 게 아닌가 싶어요. 실제로 요즘 《로동신문》을 보면 ‘핵강국’ ‘전략국가’ 이런 표현이 잘 안 나오거든요.”
 
  — 요샌 ‘경제 병진’ 뭐 이런 얘기만 주로 하더라고요.
 
  “네. 그렇다고 자기들이 핵무장을 해제하겠다고는 또 안 해요. 앞으로도 안 할 겁니다. 앞으로 최소 10년 정도는 북한이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남게 될 겁니다. 그 10년간 김정은이 권력 기반을 다지기에 충분하고, 한국을 겨냥한 전략 무기를 고착화하는 데에도 충분합니다.”
 
  — 한국의 보수세력이 ‘우리도 이스라엘식으로 살아야 한다’고 했었는데 오히려 북한이 그걸 벤치마킹한 셈이네요.
 
  “그렇죠. 그게 한국 정부와 미국의 이해에도 들어맞을지 모릅니다. 북한이 핵에 대해 떠벌리지만 않으면요.”
 
 
  북한이 핵무기 양산하게 내버려둘 필요도 있어
 
차두현 박사는 북한이 핵무기를 증강하도록 내버려 두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사진은 1986년 레이건미국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총서기가 정상회담을 갖기 위해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에서 회동하는 모습이다.
  — 지금과 같이 시간만 흐른다면 북한에만 유리한 국면이 전개되겠네요.
 
  “꼭 그렇지만은 않아요. 북한이 모든 게 갑(甲)인 탄탄대로라고 보지는 않습니다. 경제제재가 빨리 풀리지 않으면 인민들에게 약속한 경제발전을 할 수 없잖아요. 그래서 전 개인적으로 북한이 핵무기를 양산하게 내버려두자는 생각도 있어요.”
 
  — 핵무기를 양산하도록 방관하자는 얘긴가요.
 
  “네. 우리가 억지력(deterrence)만 발휘하고요. 그러면 그에 따른 비용을 북한이 조달할 수밖에 없을지도 몰라요.”
 
  — 레이건 대통령이 소련이 군비(軍備)를 증강하도록 방관해 경제를 파탄나게 했던 전략과 같은 거네요.
 
  “비슷한 겁니다. 핵을 양산한다든지 혹은 심화 발전한다든지 하는 모든 게 북한엔 부담으로 작용할 겁니다. 핵무기를 양산하지 않고 현 능력을 유지하기만 한다면 그 전략적 효용성은 날이 갈수록 줄어들거든요. 업그레이드하지 않는 핵무장 국가라는 건 존재하지 않습니다. 북한이 핵을 잘 이용하고 있지만 그들 나름대로 딜레마는 있다는 겁니다. 그 틈새를 노려야 하는데, 그 틈새를 (한미 양국이) 제대로 보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 미국도 나름의 고민이 있겠네요.
 
  “근데 미국은 엉뚱한 유해 송환 이런 데에 신경을 쓰고 있어요. 북한 비핵화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데 그거에 대해선 원론적인 입장만 고수하는 듯합니다. 싱가포르 정상회담 합의문 3조가 비핵화잖아요. 북한은 합의문을 다 이행하려 한다기보다는 철저히 ‘원 오브 뎀(one of them)’ 전략으로 가고 있어요. 북한은 북미관계 개선의 한 부분으로 비핵화를 말하고 있는 거죠. 반면 미국은 비핵화를 함에 있어 유해 송환도 가능하다고 보는 거죠. 실질적으로 지금 진행되는 걸 보면 북한 쪽 논리에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폼페이오 北에 말려들어… 매티스가 방북하면 장관직 그만둘지도
 
차두현 박사는 만약 매티스 국방장관(사진)이 방북했다면 매티스가 장관직을 사임할지 모른다는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 북한이 최근 들어 한미 연합훈련은 물론 림팩(RIM of the PACific·환태평양 훈련)까지 겨냥해 비난하고 있습니다. 미국 국방부는 림팩은 취소 사안이 아니라고 합니다. 우리 입장은 뭔가요.
 
  “림팩은 다자(多者)훈련입니다. 림팩 훈련의 성격, 주제가 뭐냐에 따라 북한이 꺼려야 부분도 있죠. 우리 입장에선 림팩 훈련 자체를 반대하기 힘들죠. 문제는 트럼프가 한미 연합훈련을 얘기하며 쓴 표현, 즉 ‘도발적인(provocative)’이라는 표현이 문제입니다. 한미 연합훈련을 언급하며 트럼프가 ‘돈’ 운운한 건 그가 어떤 사람인지를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에 별 문제가 안 됩니다. 그러나 ‘한미 연합훈련이 도발적’이라는 뉘앙스는 다르죠. 그렇다면 한미 연합훈련이 북침용(北侵用)이란 논리를 강화시켜 주는 거 아닌가요.”
 
  — 미국 얘기를 좀 더 해 보겠습니다. 북한 비핵화를 둘러싼 매티스 국방장관과 폼페이오 국무장관 간의 입장차가 제법 커 보입니다.
 
  “입장차가 크다기 보다는 매티스나 존 볼튼(미 백악관 안보보좌관) 같은 경우는 지금 빨리 비핵화 일정을 확인하지 않으면 결과적으로 과거의 재판(再版)이 된다는 입장입니다. 미국이 북한이 내세우는 단계적·동시적 비핵화에 의구심을 표하는 이유는, 과거 6자회담 때에도 단계적·동시적이란 조건에 막혀 2005년 9·19공동성명 이후로 미북 관계가 사실상 멈췄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반면 폼페이오는 트럼프에게 맞춰 주려는 입장이죠. 폼페이오는 분위기 자체가 좋은데 ‘뭘 그렇게 빡빡하게 북한에 받아내려고 하느냐’는 거죠. 쉽게 얘기하면 ‘초짜’이기 때문에 그러는 거 같아요. 저는 개인적으로 (북한을 왕래한) 폼페이오가 북한에 말려들었을 가능성이 굉장히 크다고 봅니다. 폼페이오가 나름 워싱턴 정가(政街)에 오래 있었지만, 그 사람이 대외 정책을 전담할 수 있다고 보긴 힘들어요. 폼페이오가 대외 정책을 맡으면서 만나 본 전체주의 지도자가 몇이나 되겠습니까.”
 
  — 폼페이오가 대외 정책에 문외한이란 거네요.
 
  “폼페이오가 북한에 말려든 거죠. 그리고 지금 CIA에 있는 한국팀이라는 건 정보 분석관들이지 협상가는 아니에요. 북한의 통일전선부는 협상도 하고, 정보도 하잖아요. 사실상 통전부가 CIA를 갖고 노는 거예요. CIA 국장을 역임했던 폼페이오가 국무부 라인들을 내세워 협상을 하려니까 잘 안 될 수밖에요.”
 
차두현 박사는 세 차례 방북한 마이크 폼페이오(앞줄 왼쪽) 미 국무장관이 “북한에 말려들었다”는 주장을 했다.
  — 트럼프는 왜 자꾸 폼페이오만 북한에 보내는 거죠. 얼마 전에 매티스는 중국을 갔던데, 매티스와 교차로 방북할 수도 있는 거 아닌가요.
 
  “매티스를 북한에 보내 봤자 미국이 얻을 메시지가 없습니다. 아마 매티스가 북한에 갔다 오면 국방장관직을 그만둘 겁니다. 지금은 ‘우리 보스(boss)하고 폼페이오하고 무슨 생각이 있겠지’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만약 그런 상태에서 매티스가 북한에 가서 돌아가는 상황을 직접 보면 아마 ‘내가 이걸 어떻게 감당해’라고 하면서 그만둘 겁니다.”
 
  — 폼페이오 한 사람만 북한을 전담 마크하는 게 자칫 위험한 거 아닐까요.
 
  “만약 고위급 대표단이 구성되면 존 볼튼도 북한에 갈 수 있다는 거 같아요. 그게 바람직하죠. 그래야 견제가 되겠죠.”
 
 
  몇 가지 조건만 충족된다면 주한미군 지위 변경도 가능
 
  — 주한미군을 바라보는 트럼프의 시각은 뭘까요.
 
  “트럼프 말처럼 주한미군은 못 뺀다고 봐요. 2000년 한미동맹 재조정 논의(공식명칭은 ‘한미동맹 미래발전 공동협의’) 당시 BRAC(Base Realignment and Closure)가 논의됐었습니다. 이를 통해 미국은 본토의 기지를 꽤 많이 폐쇄했습니다. 지금 주한미군을 철수하면 미국은 그 미군을 어디에 갖다놓겠습니까.”
 
  — 전략상 갖다놓을 데가 없다는 건가요.
 
  “전략상 어떤 분쟁이 생기지 않으면 미군을 임의대로 배치할 수 없어요. 사실상 해체를 해야 해요. 저는 주한미군 규모에 그렇게 목을 매지 않습니다. 2000년대 이후에는 ‘규모’ 중심에서 ‘기지’ 중심으로 바뀌었어요. 주한미군은 지금 전부 순환 근무를 하고 있어 붙박이가 없어요. 철수에 따른 큰 의미가 없죠. 또 하나 가장 큰 이유는 주한미군이 철수하면 트럼프는 재선할 수 없어요. 만약에 트럼프가 주한미군을 철수할 수 있다면 그건 자기 임기 내 북한의 비핵화가 성공했을 경우입니다.”
 
  — 북한이 주한미군의 지위 변경을 주장할 수도 있지 않나요.
 
  “사실 못 받아들일 이유가 없죠. 지역 평화유지군 개념으로 간다는 건 사실 미국이 바라는 거거든요. 제가 항상 얘기하는 건데요. 미래 한미동맹이 지역 안보동맹으로 간다고 하면 꼭 거품 물고 반대할 이유는 없습니다. 단 전제조건이 있습니다. 종전선언이나 평화체제가 구축되었을 때입니다. 그런 전제하에서 주한미군의 지위 변경도 논의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동맹이 변할 땐 몇 가지 조건이 수반됩니다. 전시작전통제권 전환도 같은 맥락입니다. 어떤 조건들이 충족될 때에만 변할 수 있는 겁니다. 주한미군도 마찬가지죠”
 
  — 통일 단계에 접어들었을 때 주한미군은 어떻게 변경될 것으로 보십니까.
 
  “지금의 추세가 이어진다면 주한미군의 역할 변경은 빨리 이뤄지는 게 좋다고 봅니다. 북한이란 위협이 없어졌을 때 ‘한미동맹과 주한미군을 어떻게 할 것이냐’란 얘기가 과거부터 있었거든요. 지역 안보동맹을 ‘어느 선으로 할 것이냐’는 것 때문에 미뤄져 왔어요. 사실 귀찮으니까 미룬 거기도 하고, 상대국의 반발도 있었고요. 그게 30여 년 걸렸습니다. 언젠가 그런 상황이 올 수밖에 없어요.”
 
 
  이란 핵협상, 쿠바와의 관계 정상화 당시 민주당 공격했던 트럼프, 지금은?
 
차두현 박사는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이 오바마 행정부의 이란 핵협상 등을 비판했지만, 트럼프 행정부 역시 이란보다 더한 북한과 협상을 하려 든다고 지적했다. 사진은 2015년 7월 1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이란 핵협상 관련 기자회견에서 기자단의 질문에 답하는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
  —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변할 것 같습니까. 당장 11월엔 미국에선 중간선거가 있는데요.
 
  “그렇죠. 결국 급한 건 미국과 한국이 된 셈이죠. 우리도 싱가포르 회담 직전에 지방선거가 있었잖아요 양국 입장에선 정상회담이 파투나선 안 됐었죠. 만약 미국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이기면 트럼프는 재선(再選) 생각을 갖겠죠. 지면 어떻게 될까요. 공화당 내 주류 세력이 트럼프를 내려앉히겠다고 할 겁니다. 그동안 중간선거 때문에 트럼프 정책에 고개를 갸우뚱하면서도 참고 있었던 공화당 주류들이 트럼프의 대외 정책을 그냥 보고만 있지 않을 거예요.”
 
  — 북한에 상대적으로 유화적인 민주당도 트럼프의 대북정책에 비판적이던데요.
 
  “과거 민주당 정권이 공격받았던 것에 대한 트라우마죠. 과거 트럼프는 오바마 대통령의 이란 핵협상(2015년)을 많이 공격했었죠. 지금 나오는 걸 보면 트럼프는 북한에 대해 이란보다 훨씬 더 관대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 같아요. 공화당과 트럼프는 오바마가 미국-쿠바 관계 정상화(2014년)에 나서자 민주당을 공격했었습니다. ‘저런 전체주의 국가하고 왜 관계개선을 하냐’는 것이었어요. 근데 트럼프는 그보다 더한 북한 김정은과 갑자기 웃으면서…. 북한에 대한 정치적인 유화나 온건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그 논리적인 모순을 민주당이 받아들일 수 없는 겁니다.”
 
  — 재밌네요.
 
  “엄밀히 말하면 지금의 대북정책은 트럼프의 대북정책이지 공화당의 대북정책도 아닙니다. 민주당의 미국-이란 핵협상과 미국-쿠바 관계 정상화를 비판했던 공화당입니다. 그 논리대로라면 트럼프는 북한의 인권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해서 압박하고, 북한이 완전히 비핵화할 수 있는 정책을 써야 하는데 그게 아니잖아요. 민주당의 정책을 비판하면서 민주당과 보다 더 타협하는 정책을 쓰고 있으니까 민주당 내부에선 트럼프에 대해 ‘사기꾼’이라는 비난 여론이 나올 수밖에 없죠. 공화당도 자당(自黨)의 대통령이니까 일단은 따라가지만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죠.”
 
  — 결국 김정은·트럼프·문재인 중 가장 큰 수혜자는 김정은이네요.
 
  “지금으로선 그렇다고 봐야죠. 그다음은 트럼프라고 할 수 있는데 사실 실속은 문재인 대통령이 더 챙겼다고 봐야죠. 왜냐하면 과거 10·4선언의 의제를 회복했잖아요. 트럼프는 일종의 복권(福券)을 가지고 있는 거예요. 만약 정말로 북한이 비핵화되면 트럼프는 노벨상도 탈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북한의 비핵화 협상이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드러나면 트럼프는 미국의 비확산 체제를 무너뜨린 원흉이 될지 모릅니다. 미국의 대외 정책을 망가뜨렸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습니다. 아까 이란에 대해 말했는데, 아마 이란은 다시 핵개발에 들어갈 것으로 보여요. 그럼 중동의 비확산 체제 하나가 무너지게 되죠. 북한이 사실상 핵보유국이 되면 여기도 하나 무너지는 거예요. 트럼프가 그 원흉이 되는 겁니다.”
 
 
  남북을 파트너로 묶으려는 트럼프의 구상, 그걸 이용하는 북한
 
  — 북한은 중국을 체제 유지의 동반자로 볼까요, 아니면 떼어 놓을 대상으로 볼까요.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이죠. 미중(美中) 전략 구도를 이용하려면 미국에 접근해 중국이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해야 하죠. 당장 그런 구도를 만들 수 없다면 중국 카드를 쥐고 있어야 북한은 제재 국면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죠. 만약 미국이 다시 압박 정책을 쓸 때 중국을 이용해야 북한도 안전판을 확보할 수 있게 되고요.”
 
  — 보수 일각에선 미북 정상회담이 일종의 북한과 중국을 떼어 놓으려는 미국의 전략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고, 아예 미국이 친북(親北)으로 선회했다고 보는 입장도 있던데 어떤 시각이 정확하다고 보십니까.
 
  “트럼프가 북한 쪽에 특별히 붙을 이유가 없어요. 엄밀하게 얘기하면 트럼프가 북한에 부러움을 느낄 유일한 부분은 ‘스트롱맨’을 좋아한다는 거 외에는 없을 거예요. 미국이 친북이 돼 트럼프가 좋을 게 뭐가 있겠어요. 트럼프는 ‘북한이 한국보다 우리 쪽에 더 관심이 큰 것 같으니 한국은 그저 동맹으로 묶어 놓고 북한을 새로운 파트너로 묶으면 남북한 카드를 모두 쥔 뒤 중국을 압박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구상하는 거 같아요. 문제는 북한이 그 구상대로 가느냐죠. 오히려 그런 트럼프의 입장을 이용해 거꾸로 중국을 애타게 만들자는 게 북한의 계산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 미북 대화 전면에 나서고 있는 앤드루 킴(CIA 코리아임무센터 센터장)은 어떤 인물인가요.
 
  “잘은 모릅니다. 재미교포 2세고 정의용 실장과 인척 관계라고 하더라고요. 비교적 중립적인 사람이라고 짐작해요. 과거 미국 교포사회에서 기업한다는 사람 중에 북한에 동정적인 사람들이 있어요. 앤드루 킴도 그런 부류의 사람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북한에서 대화 상대로 끌어들인 것 같아요. 만약 앤드루 킴이 빅터 차와 같이 대북 강경파였다면 북한이 쉽사리 대화 파트너로 받아들이지 않았을 겁니다. 그 이상은 잘 모르겠습니다.”
 
  — 워싱턴 외교가에서도 이 사람의 정체는 잘 파악이 안 됐나 보죠.
 
  “그렇죠. 조셉 윤처럼 전문 외교관도 아니고요.”
 
 
  “트럼프 같은 지도자와 쉽게 일을 할 사람이 있을까요”
 
  — 빅터 차와 조셉 윤은 왜 낙마했을까요.
 
  “작년 말 빅터 차를 주한 미국 대사에 임명하겠다는 얘기가 나올 때 트럼프는 대북 강경책을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북한과 대화를 한다는 얘기가 언론에 나오자 트럼프가 몹시 분노했던 적이 있습니다. 사실 분노한 게 아니라 ‘지금은 강경하게 나가야 하는데 왜 쓸데없이 그런 얘기가 나오냐’고 한 거거든요. 그에 대해 빅터 차가 제대로 된 논리나 대응을 만들지 못해 미국이 불만을 가졌을 수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동심원에 가장 가까운 인물이 누군가를 강력히 추천해 빅터 차가 낙마했다는 얘기들이 올해 1~2월에 설득력 있게 나왔습니다. 그게 해리 해리스(현 주한 미국 대사)가 아니었나 추측해 봅니다.”
 
  — 조셉 윤은 표면적으론 은퇴한다고 했는데요.
 
  “조셉 윤은 트럼프하곤 기본적으로 안 맞는 사람입니다. (은퇴 이유가) 트럼프에 대한 거부감 때문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 거부감이요?
 
  “한반도 문제를 조금이라도 아는 한국계 미국인들은 아시아와 한반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아는데, 거기에 대해서 트럼프는 돈 얘기만 하고 있습니다. 그런 지도자하고 쉽게 일을 할 사람이 있을까요. 견디기 힘들 거예요. 조셉 윤이 폼페이오 같은 사람과 일을 하려면 아마 기존의 협상 스타일을 다 바꿔야 할 거예요. 우리나라에선 그런 거에 기쁨을 느낄 사람도 있지만 미국에서 그러는 건 자기 크레딧(credit·신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일종의 변절이거든요.”
 
 
  韓美가 희생양을 필요로 할 때 가장 자유롭지 못한 사람은?
 
차두현 박사는 한미 양국이 북한과의 협상과 실패해 희생양을 필요로 할 경우, 그 대상이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가 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사진은 지난 6월 27일 제주 서귀포시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13회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 ‘정상회담 이후: 한반도 비핵화’ 세션에 참석해 발언하는 문정인 특보.
  — 그래서 조셉 윤이 은퇴라는 표현을 쓴 거군요.
 
  “그렇죠. 폼페이오같이 트럼프 성격에 잘 맞는 사람들이 북한에 가서 얘기를 들어왔는데, 그걸 실질적으로 합의문 형식으로 내자니까 말을 잘 안 듣는 거예요. 뒤로 슬슬 빼고요. 그러니까 결국 성김 주필리핀 미국 대사까지 불러온 거죠. 그게 현실입니다.”
 
  — 그만큼 트럼프의 인재풀도 협소하다는 거네요.
 
  “사실 한반도 전문가란 게 별로 없어요. 워싱턴에서 한반도 전문가라고 하면 대부분 동아시아 전문가고, 주(主) 전공은 일본이나 중국인 경우죠. 그런 사람들이 곁다리로 한국을 공부한 겁니다. 진짜 한국만 전공한 사람을 찾기 힘듭니다.”
 
  — 문정인 특보는 어떻게 보십니까.
 
  “개인적으로는 존경하는 분인데…. 그분은 그분이 속한 서클의 색깔엔 나름 충실한 분입니다. 하지만 언젠가 미국이 책임 회피를 위해 희생양을 원하고, 한국 정부도 그걸 원한다고 했을 때 문정인 특보는 가장 자유롭지 못할 겁니다. 중요한 건 문정인 특보의 예언이 맞다 틀리다가 아닙니다. 문 특보의 주장을 바탕으로 미국이 계속 새로운 대안을 만들어 내고 있다는 거예요.”
 
  이 밖에도 차두현 박사는 자위적 핵무장에 대해선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차 박사는 “핵무장을 할 시 중국의 사드 보복보다 훨씬 더 강력한 경제제재가 돌아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원자력 발전소에서 고준위 폐기물이 나오게 되는데, 이를 보관할 장소 또한 마땅치 않다고 했다. 그는 “기술적으로 가능하다고 해도 사회적 합의가 안 돼 있기 때문에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했다. 끝으로 그는 외교·안보 문제를 대하는 보수 세력에 대해 다음과 같은 요지의 조언을 했다.
 
  〈상대방(진보좌파세력)에 호의를 갖고 경계를 해야 한다. 즉 현실적인 접근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건 진보도 마찬가지다. ‘쟤넨 망해야 해’ 하고 ‘쟤네가 기본적으로 잘돼야 하는데 이건 조심해야 해’ 하는 건 엄청난 차이가 있다. 국민들이 어떤 걸 바라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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