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을 나서는 그에게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한숨을 크게 쉰 정 전 비서관은 이렇게 말했다.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모시는 막중한 책무를 맡아 좀 더 잘해야 했는데 여러 가지로 부족했다. 죄송하다. 뒤돌아보면 여러 가지로 가슴 아픈 점이 많다. 지금 나오지만 감옥이 저(구치소) 안인지 밖인지 모르겠다.”
차에 타려는 그에게 박 전 대통령 1심 결과에 대한 견해나 면회 계획 등을 물었다. 그는 아무 말 없이 차에 탔다. 정 전 비서관의 측근은 “아직 특수활동비 상납 혐의로 재판이 남아 있다”며 “다시 구속될지도 모르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수 있는 만큼 말을 아끼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정 전 비서관은 밤새워 일만 했던 사람이다. (다시 구속될지도 모르는 상황이)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했다.
그는 이 사건과 별도로 지난 1월 박 전 대통령이 국정원에서 특수활동비를 상납받는 데 관여한 혐의로 추가 기소돼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남은 재판은 불구속 상태에서 받게 된다.
나흘 뒤 정 전 비서관은 서울중앙지법 형사32부(재판장 성창호) 심리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수수 혐의 재판에 모습을 드러냈다. 증인 신분으로 출석한 그는 “이번 사건이 벌어지고 나서 정말 너무나 마음이 아프고 충격적(이었다)”며 “박 전 대통령이 (특활비 수수 과정에서) 주도적으로 역할을 했다는 의혹에 대해 전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대통령께서는 제가 사전에 돈(2억원)을 받아 올려 드린 것을 전혀 모르셨다”면서 “그분이 평생 사신 것과 너무나 다르게 비치고 있어 안타깝다”고 했다. 그는 박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재판 1심 때도 증인으로 나와 “(대통령은) 사심 없이 24시간 국정에만 몰두하신 분”이라며 법정에서 눈물을 보였었다. 그가 문고리 3인방 중 유일하게 박 전 대통령 곁을 지킨 ‘의리남’이라는 평가를 받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실제 이재만·안봉근 전 비서관은 청문회, 탄핵 재판 때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을 당해 청와대를 떠날 때, 구속영장이 발부돼 수감될 때도 나타나지 않았다.
정 전 비서관은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의원 시절 비서관을 지냈다. 고려대 노문학과(1988년 입학)를 졸업한 뒤 정치외교학과에 진학해 석사 학위를 마친 그는 외무고시를 꿈꾸고 있었다. 학교를 통해 비서관 제안을 받았을 때 진로를 놓고 고민하다가 ‘잠시 그런 경험도 괜찮겠다’는 친구들의 의견에 의원실에서 일하게 됐다. 정 전 비서관은 박 전 대통령의 1998년 국회의원 당선 이후 연설문 작성과 정무기획을 일임해 왔다. 2007년 대선 후보 경선과 2012년 대선에서는 박 전 대통령이 외부로 보내는 메시지를 맡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대통령의 외부와 소통하는 핵심 창구 역할을 하면서 박 전 대통령의 속내를 누구보다 정확히 알고 있을 것이란 평가를 받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