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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연의 품격

조폭 코미디 영화의 감초 배우 박상면

“코미디는 감각. 연습만으론 안 돼”

글 : 김태완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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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넘버3〉의 ‘재떨이’ 역에 가장 애착 가
⊙ 어리숙한 순수남 이미지… 화를 내고 누군가를 위협해도 무섭지 않아
⊙ 주당(酒黨) 5걸… 강호동, 김구라, 지상렬, 정준하, 그리고 박상면
⊙ “이 바닥(연예계)에서 끝까지 버티다 보면 반드시 성공해”
  감초. 주연을 빛나게 하는 조연을 의미한다. 재떨이(영화 〈넘버3〉의 배역), 불곰(〈달마야 놀자〉), 망치(〈주유소 습격사건2〉), 대가리(〈상사부일체〉), 하마(MBC 드라마 〈왕초〉)와 같은 그로테스크한 이름으로 분(扮)했던 박상면(朴相勉·52). 맛깔스런 감초연기로 극에 생동감을 불어넣었다. 배우 산실인 서울예대 연극과 87학번인 그의 별명은 한때 ‘박천만’. 2001년 개봉한 〈달마야 놀자〉, 〈조폭 마누라〉에서 각각 500만 관객을 동원, 합이 1000만 관객을 채웠대서 붙여진 이름이다. 유오성·장동건의 영화 〈친구〉가 10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사라진 별명이지만 당시로선 500만 관객도 희귀한 일이었다. 충무로 불문율을 얘기하자면 흥행이 안 되는 배우는 감독이나 제작진이 외면한다. 연기력과 무관하게 재수 없는 놈이라고. 그런 면에서 그는 억세게 운이 좋은 배우다.
 
  세련되고 귀족적인 도회 이미지가 아니다. 덩치에서 유추할 수 있는 우직하고 어리숙한 면이 더 많다. 무시무시할 것 같은 조폭 영화에 긴장을 누그러뜨리는 역할로 출연했다. 정확히 말하면 조폭 코미디 영화. 혹은 한국형 갱스터 코미디 영화라고 할까. 화를 내고 누군가를 위협해도 그 모습이 무섭거나 무겁지 않았다.
 
  시트콤 〈세 친구〉(2000)에서 엉뚱 순진남 이미지, 영화 〈리베라 메〉(2000)에서 책임감 있는 소방관, KBS 드라마 〈꽃보다 아름다워〉(2004)에서 지고지순한 멜로 연기, KBS 드라마 〈서울 1945〉(2006)의 악역 박창주도 기억에 남는다. SBS 〈놀라운 대회 스타킹〉(2009) 같은 예능에서 발군의 입담을 과시한 적도 있다. (예능을 한다는 이유로 드라마, 영화 등의 작품 제의가 전혀 안 들어온 적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아쉽다. 관객에게 한쪽 면만 줄곧 보여준 것 같은, 그의 안에 날것 같은 비기(秘器)가 있을 것만 같다. 지난 1월 초 서울 광화문에서 그를 만났다. 머리가 짧아 보였다. 콧수염을 기르고 남색 아디다스 단체 운동복을 입고 있었다. 상당히 나이 들어 뵈는 연기를 했지만 그의 나이 겨우 쉰 초반이라는 생각이 퍼뜩 지나갔다.
 
 
  학창시절, 오락반장, 응원단장 빼앗겨 본 적 없어
 
2009년 7월 시트콤 〈세 남자〉에 출연한 박상면. 옆으로 같이 출연한 정웅인과 윤다훈.
  — 머리는 항상 짧게 자르나요.
 
  “못 길러요, 답답해서.”
 
  그는 최근 출연하게 된 드라마에 대해 설명했다.
 
  “지금 KBS 주말드라마 준비하는데 2월에 촬영이 들어가요. 제목이 〈같이 살래요〉. 지금 윤창봉 감독을 만나고 왔는데 중요 배역은 아니지만, 중요해질 수 있다고 해서…. ‘양 대표’ 역으로 여우 장미희씨와 같이 나옵니다.”
 
  — 장미희씨와 부부 사이 인가요.
 
  “아뇨. 이동근 선배와 ‘러브’가 붙는 것 같던데요? 저는 극중 장미희씨가 신뢰하는 동생? 가족 드라마인데 4부까지 읽어 보니 뭉클하기도 하고 재미있더라고요.”
 
  — 몇 부작인가요.
 
  “50부작입니다. 한 8개월 찍는다고 봐야죠.
 
  — 올해로 데뷔 25년차네요.
 
  “25년은 무슨…. 뭐가 대단하다고. 이덕화씨는 올해 데뷔 50년이래요.”
 
  — 데뷔 25년차쯤 되면 내 모습이 어떨 거라고 데뷔 초에 상상한 적 있나요.
 
  “없어요. 흘러가는 대로 왔는데 그래도 잘 버틴 게 다행인 것 같아요. 없어진(잊힌) 사람, 많거든요.”
 
  박상면은 깡패 영화로 데뷔했다. 유영진 감독의 영화 〈보스〉(1996년작). 박근형·김수미·독고영재·박준규 같은 중견배우들이 간판이었다. 2500대1의 오디션을 뚫고 단역으로 충무로와 연을 맺었다.
 
  “지금 보면 어찌나 촌스러운지…. 1995년에 촬영하고 이듬해 상영됐어요. 1996년 〈넘버3〉를 찍고 이듬해 상영됐고요. 사실 〈넘버3〉가 데뷔작이라 볼 수 있죠.
 
  연극무대에서 무명배우로 10년 보냈는데, 당시만 해도 연극배우들이 (영화계 문을) 두드리지 않았어요.… 겁이 나서. 그런데 제가 뚫었죠. 저랑 안석환 선배랑. 그 후로 (연극)후배들이 영화계에 진출할 수 있었어요.”
 
  이런 말도 했다.
 
  “아무리 공부 잘해도 반장자리를 도맡아 할 순 없잖아요. 전 그랬어요. 초등학교서부터 대학까지 학급 오락반장, 학교 응원단장 자리를 빼앗겨 본 적이 없어요. 물어보세요. (김)건모한테(서울예대 동기).
 
  대학 문을 딱 나서면 무조건 성공할 줄 알았는데 오산이었어요. 처음 배우로 입문할 때는 1년간 연극 포스터를 붙였죠. 포스터를 벽에 붙일 때마다 걸려서 딱지 끊으러 파출소에 가곤 했어요. 꼭 저만 걸리더라고요.”
 
  — 왜 그랬을까요.
 
  “모르죠. 그래서 저는 운전만 했어요. 1989년 군에서 제대하고 연극무대에 섰는데 하도 (배역을) 안 맡겨서 그만두고 회사에 들어갔죠. 2년 만에 그만두고 연극을 하며 집에서 숯불을 피우고 그랬죠.”
 
  그의 부모는 40년째 가업으로 숯불갈비집을 운영하고 있다.
 
  박상면은 “무명시절, 탤런트와 개그맨 공채 시험에서 무진장 떨어졌다”고 했다. SBS에서만 4번이나 탈락했단다.
 
  “비주얼이 안 좋으니까 탤런트 시험엔 서류전형조차 안 됐어요. 그런데 개그맨 시험은 항상 결선까지 갔어요. 개그맨이 됐다면 오히려 더 잘됐을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 그때 개그맨 시험에서 최종 선발된 이는?
 
  “홍기훈(MBC 공채 4기로 박명수와 동기다)이죠. 어린 시절 배삼룡, 이기동, 남철, 남성남의 연기를 동경했거든요. 하지만 꼭 개그맨이나 코미디언이 되겠다는 생각보다 일단 사람들이 알아봐 주는 이가 되고 싶었어요.”
 
 
  “사이코패스 역 맡으면 잘할 자신 있어”
 
박상면은 1997년작 〈넘버 3〉에서 ‘재떨이’역을 맡아 일약 스타반열에 올랐다.
  그가 ‘재떨이’로 유명세를 타게 한 〈넘버3〉 이후 한국 영화계는 조폭 코미디 바람이 몹시 불었다. 〈조폭 마누라〉(2001)와 〈두사부일체〉(2001) 〈가문의 영광〉(2002)이 시리즈로 제작돼 스크린을 달궜다. 여기다 남자들끼리의 거친 우정을 그린 〈친구〉가 1000만 관객을 돌파하면서 개봉되는 영화가 조폭물이었다.
 
  〈조폭 마누라〉가 조폭의 성별(性別) 파괴를 가져왔다면 〈두사부일체〉는 조폭의 학력 파괴를 불러왔다. 〈달마야 놀자〉는 조폭이 절에 들어갔다는 설정이 기발하고, 〈가문의 영광〉은 조폭 가문의 우스꽝스런 아우성이 흥미를 끌었다. 회칼이 등장하고 피가 튀기는 김래원의 〈해바라기〉(2006)나 원빈의 〈아저씨〉(2010) 같은 2000년대 후반의 조폭류와는 전혀 달랐다.
 
  조폭 코미디 덕분에 조폭에 ‘가담한’ 조연들도 주목받기 시작했는데 송강호, 박광정, 정운택 그리고 박상면 등이 대표적이다.
 
  “지금은 스릴러물이 대세지만 당시엔 조폭 코미디물 시대였어요. 많은 배우가 조폭 영화로 발돋움했죠. 〈넘버3〉만 해도 그때 출연한 배우들 요즘 다시 뭉치면 제작비가 어마어마할걸요? 최민식, 한석규, 방은희, 이미연…. 한 명만 빠졌네요. 박광명 선배. 참 나, …술도 안 먹던 사람이….
 
  그때 제 나이 30대 초반이었어요. 2001년 출연한 〈달마야 놀자〉, 〈조폭 마누라〉가 모두 500만 이상 관객이 와서 1000만 관객을 돌파했어요. 당시엔 대단했어요. 그때 거만하게 다녔죠. 하하하. 한 해 영화 두 편으로 1000만을 ‘태우는’ 이가 없었거든요.”
 
  박상면은 “IMF 이후라 너무 살기 힘드니까 재미난 조폭 코미디를 보았다. 우울하고 심각한 영화는 외면했던 시대”로 기억했다.
 
  — 요즘 조폭 영화는 어떻던가요.
 
  작년 추석 무렵 개봉, 680만 관객을 끌어들인 〈범죄도시〉(2017)도 조선족 조폭 얘기다. 요즘 액션 영화는 조직(조폭)을 소재로 하면서도 더 야비해지고 더 대담해지는 추세다. 2000년대 초 어리벙벙한 조폭들과는 하늘과 땅 차이다.
 
  “〈범죄도시〉를 봤느냐”는 질문에 그는 뜻밖에 이렇게 말했다.
 
  “보다가 말았어요.”
 
  — 왜요.
 
  “저랑 코드가 안 맞아서요. 요즘 조폭 영화는 너무 잔인하고, 리얼해지고 있어요. 이제 웃음을 찾을 때가 됐는데…. 영화도 돌거든요. 코미디 영화 때가 다시 오면 제 세상이 또 오겠죠. 하하하.”
 
  — 코믹하고 순진한 극중 이미지가 너무 굳어 버린 게 아닌가요.
 
  “기자님, 제가 원래 그래요. 재미있고, 순진하지는 않지만 제 내면에 순수함이 있죠. 연기변신이란 게 그래요. 연기란 맡은 배역을 잘 소화해 내면 이미지 변신이 자연스레 되는데 제가 변신하려고 노력하다 보면 자꾸만 이상한 쪽으로 그려질 수 있거든요. ‘저 사람, 왜 저러지? 하던 대로 하지…’ 하고요. 그렇게 비칠 수 있어서 무리하게 이미지 변신을 하기보다 맡은 배역, 대본에 충실하면 저절로 이미지가 바뀌지 않을까 생각해요.”
 
  하지만 그는 이런 말도 했다.
 
  — 그래도 조폭 코미디 이미지는….
 
  “이제 어느 정도 나이를 먹었으니 탈피하겠죠, 자연스럽게. 나이 먹은 조폭, 얼마나 추해 보이겠어요? ‘오야붕’이라면 모를까….”
 
  박상면은 “조폭물이 아니더라도 제대로 된 악역을 하고 싶다”고 했다.
 
  “지금까지 잔인한 악역은 안 해 봤어요. 조그마한 악역은 해 봤지만. 사이코패스 같은 역을 한번 해 보고 싶어요. 정말 순진하게 있다가 뒤돌아서 사람을 죽이고…. 제가 하면 잘할 수 있을 것 같지 않나요? 선한 이미지니까 오히려 뒤통수를 칠 수 있으니….”
 
 
  코믹 연기는 매우 힘든 연기
 
2000년대 중반 박상면의 코믹 연기가 한창 물 올랐을 때의 모습이다.
그는 “코미디는 감각이다. 연습만으로 안 된다”고 했다.
  영화평론가들은 코믹 연기가 매우 힘든 연기에 속한다고 말한다. 나름 치밀한 계산과 전체적 극의 맥락을 장악하고 있어야 웃음보를 터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저는 본능으로 합니다. 연습은 하죠. 대사가 입에 착 달라붙게 달달 외우죠. 거기서부터 본능대로 하죠. 그런데 계산된 연기를 하면 재미가 없어요. 코미디는 1초 차이거든요. 아니 0.5초 차이예요. 상대배우의 액션이 있고 0.5초 전에, 동시에, 0.5초 후에 리액션하는 것에 웃음 강도 차이가 어마어마해요.”
 
  — 리액션을 0.5초 빨리 하나요, 아니면 늦게 하나요. 어느 쪽인가요.
 
  “그건 상황에 따라 다 달라요. 코미디는 감각이거든요. 연습만으론 안 돼요. 어렸을 때부터 오락반장을 하며 교탁 앞에서 직접 리허설을 하며 제 안에 자리 잡은 노하우죠.”
 
  — 연극무대도 도움이 됐겠네요.
 
  “50석도 안 되는 소극장에서 제 대사 한마디 한마디에 객석이 함께 들숨날숨 쉬던 경험이 있잖아요. 거기서 자신감이 붙으면 드라마 연기나 영화 연기를 해도 밀리지 않죠.”
 
  그러나 연극배우 출신이 모두 영화나 드라마에서 성공하란 법은 없다. 마찬가지로 영화배우가 드라마나 연극에서 잘하리란 법도 없다.
 
  “연극 연기만 하다가 갑자기 드라마 연기를 하면 부대껴요. 적응이 안 돼요. 대사가 매번 바뀌니까요. 연극은 똑같은 대사만 외는데, 드라마는 매번 대사가 다르고 감정이 틀리잖아요. 움직임도 연극 무대에선 자유롭지만 카메라 안에서 해야 되니까 어색하죠.
 
  그런데 경험의 차이예요. 드라마에서도 콘티를 생각하고 움직이면 되거든요. 하지만 못 움직이니까 스스로 어색해져요.”
 
  박상면은 조심스레 이런 말도 했다.
 
  “연극무대에서 엄청난 카리스마를 지니셨던 전무송·김학철 선생님의 경우가 그래요. (TV 드라마에서) 학철이 형은 한번 NG가 나기 시작하면 옆 사람이 (형의) 눈을 못 마주쳐요. 또 NG 날까 봐. 전무송 선생님도 (드라마에) 적응이 안 되셔서…. (각 장르의 차이를) 딛고 일어서면 ‘판’이 오는데 그걸 못 딛고 선 거예요.
 
  영화 〈리베라 메〉(2000)에서 이호재 선생님과 연기한 적이 있는데 연극하실 때의 그 카리스마는 왜 안 나오죠? 그런 배역을 못 받으셔서 그런가?”
 
  — 연극이 천직이어서 그럴까요.
 
  “하하하.”
 
  — 본인의 경험을 얘기해 주세요.
 
  “일단 편하지 않으면 연기가 어색해요. 요새는 디지털이라 필름을 안 쓰지만 제가 데뷔할 때만해도 ‘액션!’ 소리에 필름이 ‘드르르륵…’ 하고 돌아가요. 그래서 그땐 리허설을 많이 했어요. 필름 아끼려고. (손으로 가슴을 대며) 여기서 쿵쿵 뛰는 긴장감이란….”
 
  그런 긴장감을 이겨내고 코믹연기에 이를 수 있었다는 것이었다.
 
 
  연기 잘하는 비법은…
 
2008년 8월 19일 드라마 ‘연애결혼’ 제작 발표회 모습이다. 왼쪽부터 배우 김지훈,김민희,박기웅,윤세아,옥지영,박상면.
  박상면은 큰 덩치답게 “컨디션이 좋을 때는 기분좋게 소주 다섯 병을 비운다”고 했다. 그가 꼽은 주당(酒黨)은 개그맨 강호동, 김구라, 지상렬, 정준하다. 거기서 박상면을 끼워 넣으면 5대 주당이 된다. 최고의 술꾼은 누굴까?
 
  “다 한 번씩 취한 모습을 봤는데 개중에서도 지상렬이 좀 먹어요. 오히려 강호동은 술을 덜 먹죠. 못 먹더라고요.”
 
  — 5대 주당이 회합을 가진 적은 없죠?
 
  “네. 없어요.”
 
  — ‘박상면이 지구전에서 제일 강하다’고 하던데요.
 
  “에이~ 지구전이 어디 있어. 많이 먹으면 가는 거지. 요새는 소주 2병 정도 먹으면 딱 좋아요.”
 
  — 다섯 분 중에 누구와 제일 친하세요.
 
  “다 친해요. 연말에 다 문자 오고. 제가 제일 큰형이잖아요.”
 
  — 다섯 분이 뭉쳐서 예능(프로를) 하면?
 
  “재밌겠죠.”
 
  — 출연료가 엄청나겠네요. 참, 학교 다닐 때 누구와 술을 많이 했나요.
 
  “가수 김건모랑 친했어요. 같은 학번인데 매일 만나 술 마시곤 했어요. 그런데 술은 덩치에 비례하니까 건모는 술을 잘 못 먹죠. 학교 다닐 때 술 먹고 우리집에 왔다가 혼이 난 적이 있어요. 그때 건모는 공항 근처에 살았는데 우리집이 명동에 있었어요. 새벽 1시쯤 됐나?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는데 아버지가 별안간 제 따귀를 때리며 ‘지금 몇 시인데, 지금 오느냐’고 하셨어요. 건모가 그 광경을 보고 어쩔 줄 몰라 하더군요. 옆집이 누나 집이어서 둘이서 누나 집에 가서 잤죠.
 
  대학교 때 건모는 피아노를 치고 노래하는 아르바이트를 많이 했어요. 저는 건모가 일하는 술집에 가서 맥주를 시켜 먹고 건모 ‘알바비’에서 까곤 했죠.”
 
  — 멜로물을 하게 된다면 어떤 여배우랑 연기하고 싶어요.
 
  “아무나 그냥…. 되는대로 하는 거죠. 제가 옛날 좋아했던 배우들은 이제 다 늙었으니…, 날개도 다 떨어져서…. 그런데 저랑 하면 (여배우가) 좋아하겠죠. 제가 그래도 어려 보이니까.”
 
  — 배우의 매력은?
 
  “남들이 살지 않은 삶을 배우는 다 살아 봅니다. 의사도 해 보고 조폭도 국회의원도 해 보고…. 간접경험을 하거든요. 저는 다큐나 뉴스를 많이 봐요. 그게 연기에 도움이 돼요. 다큐에선 가식적인 눈물이 없어요.”
 
  박상면은 “남의 연기를 잘 받쳐 주는 배우가 좋은 배우”라고 했다.
 
  “드라마나 영화에 성공하려면 자기가 연기를 잘해서 (극이) 성공하는 게 아니라 잘하는 연기를 제가 받아먹어서 (상대가) 더 잘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해요. ‘똥배우’들은 상대배우의 연기에 리액션을 하지 않고 자기 연기만 해요.”
 
  — 리액션엔 애드리브가 포함되나요.
 
  “상대배우가 액션을 하는데 약속되지 않은 대사를 툭 치고 나가면 상대가 얼마나 당황스럽겠어요. 대사의 리액션이 아니라 감정의 리액션이 중요한데, 감정으로 대사를 받아 주면 상대는 더 신이 나서 연기할 수 있게 돼요. 그럼 제가 대사할 때 같이 묻어 올라가면서 서로 툭 치고 올라가고, 툭 치고 올라가서 땅! 하고 때려 버리니까.”
 
  그는 “주연도, 조연도 해 봤지만 어떤 위치에 서든 다 가치가 있다. 작품에 꼭 필요한 연기자가 되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했다.
 
  — (배우들이) 무명을 견디는 힘은 어디서 오나요.
 
  “사람이 살다 보면, 정말 때가 옵니다. 그 분야에 있으면 꼭 와요. 그건 진리예요. 전 그 말을 믿어요. 대신 이 바닥에 있어야 해요. 힘들다고 무대(스크린) 밖으로 나가면 그 사람에게 기회가 안 와요. 바닥부터 시작해 버티면 정말 와요. 그것은 제가 책임질 수 있어요.”
 
  — 대개의 배우가 무명으로 끝나는 것은 아닌가요.
 
  “자기가 놓친 것이죠. 찬스가 왔을 때 단칼에 베야 하는데, 연기연습도 안 하고 신세한탄만 하며 ‘나는 언제 되지, 되지?’ 하고 있다가 막상 부딪쳤을 때 연기를 못하면 그냥 가는 거예요. 인생에 찬스가 3번 온대요. 저는 두 번째 잡은 것 같아요.”
 
  — 첫 번째는 언제 왔나요.
 
  “첫 번째는 오다가다 흘러간 것 같아요, 제 느낌상. 생각해 보니, 서울예대에 입학할 때인 1987년에 데뷔할 기회가 있었는데 너무 자만했어요.”
 
  — 두 번째 기회는 영화 〈넘버3〉인가요.
 
  “두 번째는 오디션 본 것이죠. 2500대1의 경쟁률을 뚫은 영화 〈보스〉죠.”
 
  — 세 번째 기회가 한 번 더 올까요.
 
  “저는 믿어요. 〈주유소 습격사건2〉(2010)를 연출한 김상진 감독도 그런 말을 해요. ‘기다리면 온다’고. 대신 이 바닥에 배고파도 버텨야 해요. 힘들다고 딴것 하면 절대 기회가 안 와요.”
 
  — 지금 딴것 하고 계신 게 있나요. 장사나….
 
  “장사 같은 것은 안 하는데 누가 홈쇼핑 (호스트를) 하라고 꼬셔(꾀어)요. 그것도 너무 하면 정신이 산만해져요. 돈도 안 되고….”
 
 
  연기는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2015년 KBS 드라마 〈장사의 신-객주〉에서 박상면이 ‘송만치’ 역으로 나왔다. ‘송만치’는 과격하고 불같은 성격의 힘 좋은 장사다.
  — 대사는 어떻게 외워요.
 
  “대본에 색연필로 밑줄 긋고 끊어서 또박또박 읽어요. 그리고 대본을 덮어요. 제가 암기력이 좀 빨라요. 8장짜리 쪽대본을 받아도 10분 만에 다 외워요.”
 
  — 어떻게요. 저는 시 한 편도 제대로 못 외는데.
 
  “시 암송은 혼자 하는 독백이잖아요. 주고받는 대사는 할 수 있다니까요. 물론 혼자서 길게 말하는 대사는 정말 준비를 많이 해야 해요. 촬영장에서 저는 분위기 메이커라서 막 떠들고 웃는데, 그런 제가 NG를 내고 질퍽대면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겠어요. 스태프들이 ‘쟤는 연기준비는 안 하고 논다’고 하지 않겠어요? 저는 그런 말 들을까 봐 1주일 전부터 달달 외워서 (대사를) 입에 붙여요. 그 다음, 감정을 실어요. 그러면 사람들 입이 딱 벌어지죠. 그게 배우의 쾌감이거든요.”
 
  박상면은 “배우가 카리스마도 있어야 하지만 베풀 수 있는 연기자가 돼야 한다. 남 연기를 받쳐 주는 연기자가 성공한 연기자”라고 했다.
 
  “그런 사람과 연기를 하면 상대방이 ‘이 사람과는 편하게 연기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그런 연기를 하기가 힘들어요. 배려하는 연기가….”
 
  — 인생이란 게 배려하는 사람을 기억해 주진 안잖아요.
 
  “하지만 상대 배우는 기억해요.”
 
  — 무대 감독이나 연출가도 기억할까요.
 
  “그렇게 하면 연기가, 극이 빛나니까 감독들도 좋아하겠죠.”
 
  — 오디션 프로도 많고 연예인을 꿈꾸는 이가 많아요. 그런 이에게 하고 싶은 말은?
 
  “정신 차려야지요. 다 성공할 줄 알아요. 이 바닥에서 노력 안 하고 자기 재능만 믿는 이가 제 주위에 너무 많아요. 기본이 안 된 거죠. 이게 제일 빠른 성공가도라고 생각하나 봐요. 그런데 솔직히 제일 빠른 길은 공부 열심히 하는 길이라 생각돼요. 저도 연예계가 이렇게 힘든 줄 알았다면 공부를 했을 거예요. 이 정도 힘든 줄 그때 알았으면…. 이 바닥이 이렇게 치열하고… 감독, 작가, 이 배우, 저 배우 눈치 봐야 하고…. 이런 치열한 세계를 미리 알았더라면….”
 
  박상면은 이 대목에서 흥분한 빛이 역력했다.
 
  — 지금까지 걸어온 길이 쉽지 않았나 봐요.
 
  “네. 그냥 공부했을 거예요. 다시 한다면….”
 
  기자의 귀엔 “다시 한다면”이란 말이 “다시 산다면”으로 들렸다.
 
  — 공부한다면 어떤 직업을 갖고 싶나요.
 
  “… 검사를 하고 싶어요. 피의자 앞에서 위압적으로 대하지 않고 다독여 가며 잘할 것 같아요.”
 
  — 후배 배우들에게 무얼 강조하나요. 능력, 자질, 끼, 성격?
 
  “저는 성격을 많이 봐요. 남을 배려할 수 있는 성격. 고집스럽지 않고 착한 친구를 좋아하죠.”
 
  — 고집스러워야 하는 것 아닌가요.
 
  “긍정적인 의미의 고집과는 다른 거죠. 까탈스럽게 대화하고 자기 위주로 연기하는 배우는 오래 남지 못해요.
 
  저는 남의 연기를 평가하지 않아요. 인간성을 보고 평가하지. 언젠가 후배들이 대본 가지고 와서 연기를 가르쳐 달라기에 이런 말을 했어요. ‘야! 나도 내 앞가림 못하는데 연기를 어떻게 가르쳐. 연기는 이걸로(머리에 손을 대며) 하는 게 아니라 이걸로(가슴에 손을 대며) 해. 그것만 알아둬’라고 얘기해 줬죠.”
 
  — 성공한 배우들은 다 인품이 훌륭한가요.
 
  “아뇨. (인품이 좋지 않은 성공한 배우가) 많아요. …무서운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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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혜연    (2018-02-12)     수정   삭제 찬성 : 53   반대 : 38
이렇게 좋은기사도 많은데....!!!!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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