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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와의 만남

《불통의 중국몽》 쓴 주재우 경희대 교수

“두 손 모아 ‘셰셰’ 하는 이재명 모습, 이완용이 떠올랐다”

글 : 김광주  월간조선 기자  kj961009@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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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화교가 적은 한국에서는 화교 대신 親中 세력 이용”
⊙ “韓, ‘중국은 어떻게 반응할까’ ‘중국의 보복은 없을까’ 고민하며 길들여져”
⊙ “2016~2020년 중국 군함의 한반도 인근 출현 횟수 900회 이상”
⊙ “국내 ‘홍색귀족’들, 헐값에 나라 팔아먹고 있어”
⊙ “중국 고위 관계자 말이라며 인용하는 언론·학자 믿을 수 없어… 만나주지 않으니까”
⊙ “사드 사태 당시 중국 간 민주당 의원, 중국 인맥 없고 만난 정치인도 없어”

朱宰佑
1967년생. 미국 웨슬리언대 졸업, 중국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국제정치학 박사 / 한국세계지역학회 회장, 한중사회과학회 회장, 한국정치학회 부회장, 미국 조지아공대 방문교수, 싱가포르국립대 동아시아연구원 방문학자, 국가안보정책연구소 연구위원 역임. 現 경희대 중국어학과 교수, 한국국가전략연구원(KRINS) 중국연구센터장 겸 학술지 편집위원장, 한국유엔체제학회 부회장 / 저서 《한국인을 위한 미중관계사-6·25 한국전쟁에서 사드 갈등까지》 《팩트로 읽는 미중의 한반도 전략》 《북미관계: 그 숙명의 역사》 등
사진=조선DB
  “중국 사람들이 한국 싫다고 한국 물건을 사지를 않습니다. 왜 중국을 집적거려요. 그냥 ‘셰셰’ 대만에도 ‘셰셰’ 이러면 되지. 뭐 자꾸 여기저기 집적거리고 무슨 양안 문제, 우리가 왜 개입합니까. 대만해협이 뭘 어떻게 되든 중국과 대만 국내 문제가 어떻게 되든 우리가 뭔 상관있어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3월 22일 충남 유세 현장에서 이같이 발언한 데 대해 주재우(朱宰佑·56) 경희대 중국어학과 교수는 “이완용이 오버랩(겹쳐 보임)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한일합병·남북분단’ 미국 탓, 중국엔?
 
2023년 6월 8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서울 성북구 중국대사관저를 방문해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와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조선DB
  한국국가전략연구원(KRINS) 중국연구센터장을 맡고 있는 주재우 교수는 지난 3월 18일 중국의 ‘영향력 공작’을 분석한 《불통의 중국몽》을 펴냈다. 그에 따르면 중국은 자국의 시장 규모와 군사력, 그리고 타국(他國)의 친중(親中) 세력 등을 바탕으로 ‘차이나 포비아(중국 공포증)’를 퍼트린다. 그리고 이를 영향력 공작에 활용한다. 앞에서 언급한 이재명 대표의 발언 기저에도 ‘차이나 포비아’가 존재한다는 게 주재우 교수의 시각이다. 지난 3월 26일 만난 주 교수는 이 대표의 ‘셰셰 발언’ 얘기가 나오자 목소리가 높아졌다.
 
  “굉장히 위험하고 문제가 있는 발언이죠. 앞서 이재명 대표는 2021년 대선(大選) 후보였을 당시 한국에 온 미국 상원의원에게 ‘한국이 일본에 합병된 이유는 미국이 가쓰라-태프트 협약을 통해 승인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어요. 이번 ‘셰셰 발언’과 ‘가쓰라-태프트 발언’을 비교해보세요. 기껏 방한(訪韓)한 미국 정치인에게 한일(韓日) 합병 책임을 들이밀면서, 중국엔 그들의 입맛에 맞는 말만 하잖아요. 저는 이재명 대표가 두 손 모아 ‘셰셰’라고 하는 모습을 보며 이완용(李完用)이 떠올랐어요. 구한말에도 그랬죠. 고위 관료들은 친일(親日), 친중, 친러, 친미(親美)파 등으로 사분오열돼 각자의 사대국(事大國)에 충성하는 데 혈안이었잖아요. 중국도 이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한국 지도층을 친미 또는 친중으로 갈라 내분을 일으키려 하고 있어요.”
 
  ― 이 대표의 발언 취지는 중국의 편을 들겠다는 게 아니라 ‘괜히 중국을 건드리지 말자’는 것 아닌가요.
 
  “그 발언을 하는 것 자체가 ‘차이나 포비아’에 길들여졌다는 의미입니다. 거대한 중국 시장을 의식해 한국 물건이 안 팔린다고 직접 얘기했잖아요. 그리고 한일합병과 한반도 분단의 책임을 미국에 덮어씌우는 것도 중국의 주장과 똑같습니다. 한반도 내 반미(反美) 정서를 고조시켜 미국을 쫓아내는 게 중국의 전략인데, 이재명 대표는 자의든 타의든 그 의도에 놀아나고 있어요. 이 대표는 지난해 6월에도 주한중국대사관을 찾아가 싱하이밍 대사의 훈계를 두 손 모아 경청했잖아요? 자신들의 비위를 거스를까 봐 노심초사하는 우리 정치인의 모습을 보며 중국은 ‘차이나 포비아’ 전략이 먹힌다고 재차 확신했을 겁니다. 이미 우리는 중국의 외교부장, 정부 부처의 수장, 주한대사, 심지어 국가주석까지도 한국의 카운터파트(counter part)와 대통령을 면전에서 압박하는 모습을 심심찮게 보고 있잖습니까.”
 

  인터뷰 도중, 중국 언론들이 일제히 이재명 대표의 해당 발언을 집중 조명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인터넷으로 나왔다. 주 교수에게 이를 보여주자 그는 “거 봐요”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 공연히 중국의 심기를 건드려서 중국 시장을 잃지 말자는 게 아닐까요.
 
  “그게 바로 ‘차이나 포비아’라는 겁니다. 일례로 중국은 한국이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를 결정한 2016년부터 경제 보복을 가했습니다. 파괴력은 상당했죠. 그때부터 우리는 미국의 제안, 또는 한미동맹에 관한 사안을 물을 때마다 ‘중국은 어떻게 반응할까, 중국의 보복은 없을까’를 고민했습니다. 그렇게 중국의 의도대로 길들여진 겁니다.”
 
 
  “영향력 공작의 목적은 ‘영토 주권 무력화’”
 
2022년 12월 21일 중국 해군은 러시아 해군과 함께 동중국해에서 합동해상훈련을 실시했다. 사진=신화/뉴시스
  주재우 교수가 말하는 ‘차이나 포비아’는 ‘영향력 공작’의 일환이다. 영향력 공작은 선전·선동, 여론조작, 매수, 협박, 약점 잡기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적(敵)을 제압하는 전술이다. 역사도 깊다. 중국 공산당의 마오쩌둥(毛澤東)은 국공내전(國共內戰) 당시 ‘통일전선 공작’을 구사해 열세를 극복하고 국민당을 몰아냈다. 통일전선 공작을 21세기에 맞게 다듬은 게 영향력 공작이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점에서 ‘한계를 뛰어넘는 전술’이라는 뜻의 ‘초한전(超限戰)’이라고도 불린다. 중국 공산당은 이 전술을 오랜 기간 연구하고 검증했다. 그렇다면 차이나 포비아의 상위 개념인 영향력 공작은 무엇을 목표로 하는 걸까. 주 교수는 “한국의 영토 주권을 무력화(無力化)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주장했다.
 
  “중국의 영향력 공작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단연코 우리의 영토 주권 무력화입니다. 중국은 우리 영토를 위협하는 행위를 일관되게 반복하며 한국에 불감증(不感症)을 심어주고 있어요.”
 
  국방부가 2020년 공개한 ‘최근 5년 주요 외국 군함의 한반도 인근 활동 현황’에 따르면 2019년 외국 군함이 우리 배타적 경제수역의 등거리선을 370여 차례 넘어왔다. 이 중 중국 군함이 침범한 횟수는 290여 차례로, 전체의 약 80%를 차지한다. 2016년부터 5년 동안 중국 군함이 배타적 경제수역의 잠정 등거리선을 넘어 한반도 인근에 출현한 횟수는 900회가 넘는다.
 
  주 교수는 “중국을 일반적인 다른 국가들과 동일시하면 안 된다”고 강조한다.
 
  “사람들이 간과하고 있는 게, 2019년부터 중국이 미사일 시험 발사를 1년에 몇 번 하는지 아세요? 150~190번 해요. ICBM(대륙간 탄도미사일) 시험은 50~70번 쏘고요. 지금 이 정도로 미사일 시험 발사하는 나라가 어디 있나요. 중국하고 북한밖에 없어요.”
 
  이어지는 주 교수의 얘기다.
 
  “지난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중국 공군 군용기가 한국 방공식별구역(KADIZ)을 무단 진입한 횟수는 2019년 50여 회, 2020년과 2021년에 각각 70여 회, 2022년 40여 회였어요. 잠수함도 2022년에만 세 차례 들어왔고요. 랴오닝함부터 시작해서 항공모함, 핵잠수함도 우리 바다에 들어올 판이에요. 백령도 앞바다엔 이미 중국 핵잠수함이 진입했고요.”
 
 
  ‘홍색귀족’
 
  ‘영향력 공작’ 속엔 채찍만 있는 게 아니다. 당근도 있다. 중국은 자국에 우호적인 인사들을 대접해 포섭한다. 그 혜택을 받는 이들, 이른바 ‘홍색귀족(紅色貴族)’이다.
 
  중국은 홍색귀족에게 ‘차이나 머니(중국 돈)’를 뿌린다. 그리고 이들을 양성해 자국에 우호적인 여론을 조성한다. 하지만 주 교수에 따르면 우리나라 홍색귀족들은 그다지 윤택한 생활을 누리지 못하는 듯하다. 한국엔 ‘당근’조차 후하게 줄 필요가 없다는 게 중국의 시각인 걸까.
 
  ― 국내에도 ‘홍색귀족’이 있습니까.
 
  “그럼요. 물론이죠. 우리 학계에서도 풍문으로 ‘누구 누구가 중국의 지원을 많이 받는다더라, 중국 측이 이들의 가족들에게까지 호의를 베푼다더라’라는 등의 소문이 돌아요.”
 
  ― 그 ‘누구 누구’는 유명한 인물인가요.
 
  “그렇죠. 이름을 밝힐 순 없지만, 우리나라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사람도 포함돼 있어요. 이름 들으면 알 법한, 지금 대충 들어도 누군지 감이 잡히실 거예요. 2014년 중국에 갔을 때 깜짝 놀랐어요. 중국에 우호적인 한국 학자들이 저보고 ‘왜 뻐꾸기 날리지 않느냐’고 하더라고요. 한국에서 중국에 우호적인 태도로 말하면 홍색귀족이 될 수 있는데 왜 그걸 포기하느냐는 소리죠.”
 
  ― 홍색귀족이 되면 자녀들도 혜택을 받는다고 하던데요.
 
  “네, 맞습니다.”
 
  ― 예우가 극진한 듯한데, 우리나라에 있는 홍색귀족들은 실제로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나요.
 
  “꼭 그렇지도 않아요. 제가 본 홍색귀족들 가운데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는 사람은 한 사람밖에 없고요, 나머지는 전혀 홍색귀족처럼 보이지 않아요.”
 
  ― 홍색귀족이라고 해도 크게 예우하지 않는다는 건가요.
 
  “빙고. 바로 그거예요. 그래서 제가 속이 터지는 거예요. 고작 그거 받으려고 그런다는 게 어이가 없죠. 눈 딱 감고, 중국에 이용당하는 거 좋다 칩시다. 그럼 뭐 제대로 받는 거라도 있던지. 제가 자존심이 상하는 게 이거예요. 엄청난 돈을 받는 것도 아니면서 헐값에 나라를 팔아먹고 있으니까요. 중국은 현재 비자를 단수 비자 1년짜리만 발급하고 있는데, 제가 아는 홍색귀족 중에 어떤 분은 자기가 중국대사관과 친해서 5년짜리 복수 비자를 받았다고 저한테 자랑하더라고요. 거기에 ‘해피 해피’ 하고 있는 게 참….”
 
 
  “차이나 머니에 오염되기 취약한 환경”
 
2022년 8월 24일 열린 한중수교 30주년 기념 리셉션에 참석한 한중 관계자들. 왼쪽부터 김한규 21세기 한중교류협회장, 박진 당시 외교부 장관,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 임채정 한중관계 미래발전위원회 위원장. 사진=조선DB
  ― 참담하네요.
 
  “마지막 자존심이 거기서 무너지는 거죠. 중국이 우리를 어떻게 보겠어요. ‘빵가루 뿌리면 잉어떼 몰려드는구나’ 하겠죠. 우리나라 사람들이 중국에 기술 유출하는 사건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술 가치에 비해 헐값 수준의 대우를 받고 단물만 쪽쪽 뽑아 먹히고 돌아오잖아요. 중국의 입장에선 한국을 제3세계 나라 정도로, 마치 ‘쟤네는 조금만 해줘도 돼, 그러면 넘어와’ 이렇게 보이겠죠.”
 
  ― 정치인 중에도 홍색귀족이 있나요.
 
  “그럼요. 빌 클린턴(Bill Clinton· 77) 전 미국 대통령도 대선을 앞두고 화교(華僑) 재벌 등으로부터 거액의 후원금을 받아 의심을 샀어요. 중국 자금을 세탁해 들여온 건데, 우리나라는 특히 정치인들의 후원금 내역을 공개하지 않잖아요. 미국은 다 공개하거든요. 차이나 머니에 오염되기가 더 취약한 환경이죠. 또 우리나라는 국회의원 같은 고위 정치인들은 세관 통과도 안 해요. 저도 그들과 함께 다녀봤지만 ‘무조건 통과’입니다. X선 검사기도 거치지 않아요.”
 
  ― 국내 홍색귀족 학자들은 주로 어떤 활동을 하나요.
 
  “일방적으로 중국을 옹호하는 발언들을 일삼습니다. 칼럼도 쓰고요. 중국에 대한 비판이 나오면 ‘중국은 그렇지 않다’며 에둘러 감싸고 나섭니다. 이들의 특징은, 마치 자기들이 중국을 잘 안다는 식으로 얘기를 한다는 겁니다.”
 
  ― 국내 중국 관련 학자들 가운데 중국 눈치 보지 않고 할 말 다하는 이들은 몇 퍼센트나 된다고 보시나요.
 
  “0.3%입니다.”
 
  주재우 교수는 “중국의 영향력 공작에 이용당하는 학자들이 중국 공산당 간부 등의 말을 전하며 ‘중국통’ 행세를 하지만 막상 중국 고위층 또는 의사 결정권자를 만나보지도 못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중국 공산당 간부나 정·관계 고위 인사들이 우리나라 학자들을 만나주지도 않을뿐더러, 우리나라 학자들의 네트워크도 거기까지 미치지 못한다”고 주 교수는 지적한다.
 
 
  ‘대화 창구’와 ‘대답’ 정해놓는 중국
 
  ― 한국에 ‘가짜 중국 전문가’들이 많다고요?
 
  “네. 언론에 등장하는 우리나라 학자들을 보면 ‘중국 고위 관계자에 의하면’이라며 교수가 중국 공산당 간부의 말을 전하고 있어요. 그런데 우리나라 학자들이 그럴 만한 네트워크도 없고, 거기서 만나주지도 않아요. 언론에 등장하는 학자들이 아는 (중국 정·관계) 사람들이나, 제가 아는 사람들이나 다 똑같아요. 왜냐하면 중국 공산당의 대화 창구는 항상 정해져 있거든요. 그런 학자들의 말을 받아 적는 우리 언론도 참 답답해요. 솔직히 천안함 피격 이후 우리나라 주중대사도 중국 외교부 고위 관계자를 못 만나고 있어요. 하물며 학자나 대학교수가 누구를 만나고, 이건 말이 안 되는 거죠.”
 
  ― 그렇다면 중국 고위 관계자의 이름으로 포장된 인용문의 출처는 어딘가요.
 
  “중국 학자들의 말이죠. 그들이 자기 생각을 ‘중국 공산당 간부’ 또는 ‘중국 고위급 인사’의 전언으로 포장해요. 우리나라 중국 전문가라는 사람들은 이걸 또 한국으로 열심히 실어 나르고 있습니다. 언제 한 번 중국인 학자 친구랑 담배를 피우면서 ‘뻥 좀 치지 마라. 당 간부는 무슨, 네 학자적 견해를 고위 관계자의 말로 둔갑시키는 거 아니냐’고 했더니 자기가 직접 들은 게 맞다고 우기더라고요. 그래서 ‘선수들끼리 왜 그러냐’고 한마디 했죠.”
 
  ― 중국의 다른 정부 부처들도 마찬가지인가요.
 
  “그럼요. 외교부도, 국방부도 다 똑같고요, 당 간부는 말할 것도 없죠. 우리나라 중국 전문가들이 언급하는 한반도 관련 중국의 군사 전문가도 보면 《환구시보》(중국 언론)에 나오는 사람들이 다예요. 한국과 회의할 때 매번 나오는 지명 타자들이거든요. 그리고 그 사람들, 다 현역이 아닙니다. 예편한 사람들이에요.”
 
  ― 취재를 하다 보면 중국 측은 간단한 질문도 매뉴얼이 있는 듯 즉답을 해주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럼요. 중국 외교부 대변인과 질의응답을 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중국은 공산당 최고 지도부가 결정을 해요. 담당자라고 해도 함부로 얘기를 못 해요. 매뉴얼에 따른 답변이 다일 수밖에 없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나 중국 대사관이나 중국인 특파원이나 하는 얘기들이 다 똑같잖아요.”
 
  ― 중국의 회유 내지 압박을 받아본 적이 있나요.
 
  “저는 없었어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중국에서 모르는 연락들이 오지만 받지 않았죠. 그리고 저는 2016년쯤 한반도 안보 문제에 대해 중국 외교부 산하 중국국제문제연구원과 회의를 한 적이 있었는데 이때 중국 측 심기를 제대로 거스른 적이 있기 때문에 회유의 대상은 아닐 겁니다. 당시에도 북한은 미사일 시험 발사를 자주 했었는데, 중국이 이를 사실상 묵인하고 있어서 저는 이 부분에 대한 문제의식이 있었어요. 중국의 미사일 시험 발사 시기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시기가 비슷하더라고요. 양국이 서로 묻어가는 거죠. 그래서 두 나라의 미사일 발사 시기를 표로 만들어서 거기서 발표했어요. 중국 측 인사들 표정이 많이 안 좋았어요. 그다음부터 저를 부르지 않더라고요(웃음).”
 
 
  “중국 간 민주당 의원들 일정표 ‘깨끗’”
 
2017년 1월 4일 사드 문제를 논의하겠다고 중국을 방문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왕이 외교부장 등 중국측 관계자들을 만났다. 왼쪽에서 둘째부터 박찬대·유은혜·유동수·송영길 의원, 왕이 부장, 박정·신동근·정재호 의원, 박선원 전 청와대 비서관. 맨 왼쪽 여성은 통역. 사진=연합뉴스
  중국은 모든 정부 부처가 하나의 유기체처럼 움직인다. 주재우 교수는 1999년 중국의 WTO(세계무역기구) 가입 과정에서 있었던 일화를 꺼냈다. 당시 주룽지(朱鎔基) 중국 총리는 WTO 가입을 위해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미국에 도착해서 조인식에 서명만 하면 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그때 미국 측은 한 가지 요구 조건을 추가했다. 주룽지를 태운 비행기는 이미 날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장쩌민(江澤民) 당시 중국 주석은 주룽지 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돌아오라고 했다. 그만큼 중국에선 고위 관료들조차도 단독으로 처리할 수 있는 재량이 거의 없다는 얘기다.
 
  주재우 교수는 “중국에서 외부인이 정부 관계자를 만나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며 “바로 이 점 때문에 중국과의 핫라인(hot line·긴급 직통 연락)이 가동되기 어렵다”고도 지적했다.
 
  주 교수가 웃으며 말했다.
 
  “우리나라에 중국 정부 관계자, 또는 의사 결정자에 상응하는 고위 인사의 말을 전하는 언론과 학자들이 많은데 솔직히 묻고 싶어요. 정말 만나봤습니까?”
 
  ― 2016년 사드 사태 당시 민주당 국회의원들이 중국에 갔는데, 그들은 중국 정부 관계자들을 만났을까요.
 
  “원래 그 부분도 제 책에 다 썼는데 삭제했어요. 제가 강조했다시피 중국 공산당의 의사 결정자를 만난다는 건 하늘의 별 따기예요. 공식 초청이 있지 않는 한 굉장히 어렵습니다. 그때 중국에 간 민주당의 A의원은 저와 잘 아는 사이입니다. 중국에서 함께 공부한 사이니까요. A의원은 중국에 네트워크도 거의 없어요. 그래서 중국에 간다는 얘길 들었을 때 ‘이거 쇼(show)구나’라는 생각이 바로 들더라고요. 그때 중국에 간 민주당 의원들이 언론사 특파원들에게 자기들 일정을 보냈어요. 저도 그걸 받아 봤는데, 아니나 다를까 만나는 사람이 없어요. (일정표가) 깨끗해요. 일정 가운데 베이징(北京)대 방문이 있더라고요? 저도 베이징대에서 공부했는데, 민주당 의원이 거기서 만난 사람은 30대 교수와 그에게 박사 과정을 받고 있는 제자 한 명이었어요.”
 
  ― 중국 정치인은 결국 한 명도 못 만났네요.
 
  “그렇죠. 아무도 못 만났죠. 만나주질 않으니까. 중국 정치인들도 공산당의 허가가 필요하고 명분이 확실해야 하잖아요.”
 
 
  “관영 언론사는 사실상 정보기관”
 
  앞서 언급했듯 중국의 모든 정부 기관은 똑같은 대답, 정해진 말만 한다. 언론도 마찬가지다. 더 나아가 관영 언론은 정보기관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게 주 교수의 경험담이다. 그는 2010년 봄, 중국 베이징에 있는 신화통신사(新華通訊社) 본사에 방문했을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국가정보원을 보는 것 같았다”며 혀를 내둘렀다.
 
  “신화사 기자들은 특파원 중심으로 이뤄져 있는데, 거의 정보요원이라고 보면 됩니다. 거기서 북한 문제만 30~40년 다룬 원로 기자를 만났어요. 신화사는 우리나라 국가정보원처럼 함부로 출입할 수 없는 곳이에요. 아무나 못 들어가고 거기 사람들도 아무나 안 만나줘요. 저도 지인을 통해 신화사 입구 문턱만 넘었지 내부까지는 못 들어갔어요. 게이트(입구) 밖에 접견실이 따로 있어요.”
 
  ― 일반적인 언론사 건물은 그렇지 않을 텐데요.
 
  “네, 입구엔 경찰들이 서 있었어요. 인터뷰도 게이트 밖 접견실에서 한다고 하더라고요. 신화사 재직자들에게 접근할 수도 없고, 그들과 만나려면 명분과 중국 공산당의 허가가 필요하다고 하더군요.”
 

  ― 혼자 갔나요.
 
  “네, 혼자 갔어요. 신화사 기자 한 명을 게이트 밖 접견실에서 만났죠. 특파원들도 거기까진 못 가봤을 거예요. 신화사 기자들이 우리 특파원을 만나주지도 않을 거고요.”
 
  한편 주재우 교수는 실제 중국 정보기관을 방문한 적이 있어 두 기관의 분위기를 경험할 수 있었다고 한다. 1999년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INSS) 재직 당시 베이징에 있는 중국 국가안전부 산하 기관에 갔을 때였다. 이때는 아예 머그샷(mug shot·피의자 식별 사진)을 촬영해야 했다. 사방이 하얀 벽으로 둘러싸인 방에서 좌우로 돌며 상반신의 정면, 측면 모습이 찍혔다.
 
 
  “화교 대신 친중 세력 활용”
 
  이처럼 중국은 정부 부처와 관영 언론까지 하나로 뭉쳐 철저한 대내 방첩을 유지하는 한편 대외 공작까지 전방위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에 주 교수는 중국의 영향력 공작에 대비한 여덟 가지 대비책을 제시했다. ▲외국인 간첩 방지법 제정 ▲이적 행위 개념의 재정립 ▲사이버 안보법 제정 ▲대(對)중국 원칙 마련 ▲중국과의 레드라인 설정 ▲방첩 기능 법제화 ▲중국인의 국내 활동 모니터링 ▲국내 주류 세력의 중국 인식 개선 등이다.
 
  ― 영향력 공작을 펴는 중국 입장에서, 다른 나라와 달리 한국만이 갖는 특징이 있나요.
 
  “서구 등 다른 나라들과 다르게 화교를 이용하지 못하죠. 우리나라에 화교가 별로 없으니까요. 우리나라 주류 사회에 진출한 화교가 누가 있나요. 기업가, 정치인으로 큰 화교가 없죠. 외국에선 화교 사회가 발달했고 인구도 많아요. 이들이 주류 사회에서 엘리트로 활동하는 경우가 많아서 중국도 그들을 이용해요. 그런데 우리나라에선 그럴 수 없으니 친중 세력을 이용해요. 그들을 통해서 정치인들을 소개하고 연결하는 식이죠.”
 
  주재우 교수는 중국을 혐오하거나 폄훼하고 싶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 주 교수는 “나는 중국을 좋아한다. 중국의 문화, 역사, 전통, 음식 등을 좋아한다”며 “중국에 20년 지기, 30년 지기 친구들도 많다. 지도교수님 댁과는 한 식구처럼 지내고 중국을 30년 넘게 오가면서 제2의 고향으로 여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오늘날의 중국은 내가 좋아하던 중국이 아니다. 미쳐가고 있다”고 토로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이후부터 중국에 아는 학자들, 지인들, 심지어 중국인 친구들까지 한국을 소국(小國)이라고 부르기 시작했어요. 어느 날 술자리에서 제가 ‘다시는 그런 소리 하지 마라’고 하니 미안하다고 사과하더라고요.”
 
  ― 그 전에는 달랐습니까.
 
  “제가 중국에 처음 간 게 1990년이에요. 그때 중국의 논문을 보면 ‘배울 건 배우자’는 생각이 느껴졌어요. 서구의 것도 실용적이면 받아들이고 개방적이고 유연한 접근 방식을 택했죠. 1990년대, 21세기 초만 하더라도 중국은 주변국과의 관계를 굉장히 중요시했어요. 한중(韓中) 관계에 관한 회의도 많았는데 2010년 중국이 경제 규모에서 일본을 제치고 2위에 오르자 분위기가 바뀌었어요. 외교도 대외 공세 기조인 전랑(戰狼) 외교를 채택했죠. 전랑 외교의 전술 속엔 고압적이고 비상식적인 외교, 위압적인 태도, ‘무시’도 포함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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