張哲均
⊙ 63세.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존스홉킨스대 국제정치학석사.
⊙ 제9회 외무고시. 주 중국 공사·외교부 공보관·주 라오스 대사·주 스위스 대사.
⊙ 現 서희외교포럼 대표.
⊙ 63세.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존스홉킨스대 국제정치학석사.
⊙ 제9회 외무고시. 주 중국 공사·외교부 공보관·주 라오스 대사·주 스위스 대사.
⊙ 現 서희외교포럼 대표.

- 스위스는 노동현장에서의 양성평등과 모성보호를 통해 여성고용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사진은 ‘스위스에서 가장 일하기 좋은 10대 IT기업’으로 꼽히는 맥슨모터의 여성 노동자들.
선진국으로 분류하는 기준은 모호하지만, 일정한 지표를 선정해서 그 잣대로 선후진국을 분류한다. 일반적으로 경제발달 정도로 평가의 기준을 삼고 있는데 주로 개인 소득을 사용한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 등의 소득지표가 높은 국가는 선진국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선진국의 조건이 국민소득에 의해서만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국민소득으로 하면 중동의 석유부국들은 모두 선진국 대우를 받아야 할 것이나 실제 그렇지는 못하다. 한 나라의 소득지표가 높더라도, 산업과 인프라가 부족한 자원부국은 선진국으로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선진국의 조건은 국민소득이 기본적으로 높고, 시장경제제도가 확립되어 있어야 한다. 국민의 수준도 경제수준에 맞게 높고, 생활의 질도 높아야 한다. 그 조사와 평가는 상대적으로 공신력 있는 국제기관이나 연구, 조사기관들이 일정한 기준에 따라 시도하고 있다. 최근에는 전통적인 경제지표 이외에도 인간개발지수 등을 이용하여 삶의 질과 선진의 정도를 측정해서 선진국의 기준으로 삼기도 한다.
이러한 조사를 바탕으로 할 때, 선진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이면서 1인당 GDP와 인간개발지수(HDI・Human Development Index)가 높은 국가로 국제통화기금(IMF)이나 세계은행(World Bank) 등으로부터 인정받는 국가를 의미한다. 소득수준, 산업발달, 민주화, 수명, 교육, 원조, 삶의 질 등 다양한 조건을 조사, 평가한 만큼 신뢰도가 높다고 볼 수 있다.
선진국의 잣대
선진국의 대표적 수준이라고 하면 경제지표에서뿐 아니라 사회, 문화지표에서도 균형 있는 발전을 이룩한 G7 국가를 말하지만, 공식적으로는 세계은행이 발표하는 국민 1인당 GDP 또는 1인당 국민총소득(GNI) 수준을 잣대로 선진국 기준을 가늠한다.
일반적으로 국민소득 2만 달러 이상의 국가들을 선진국이라고 한다. 다만, 통상적으로 IMF 기준과 OECD 회원국이 겹치는 영역인 2만 달러 이상 국가를 선진국으로 인식하고 있다. 2012년 현재, 1인당 소득이 2만 달러 이상인 국가는 40개 정도이다.
우선, IMF의 선진국 분류기준을 보자. IMF는 국가를 선진국과 개도국으로 분류하고 있다. 선진국으로 분류되는 국가는 29개국이며, 아시아에서는 한국과 일본, 대만, 홍콩, 싱가포르 등이 포함된다. IMF는 선진국에 대해 명시적인 기준을 설정하지는 않고 있으나, 1인당 소득이 높아도 경제구조가 원유생산이나 관광 등 특정부문에 지나치게 편중된 경우에는 제외하고 있다.
다음으로 OECD 회원국이다. OECD는 ‘선진국 클럽’으로 불려 왔으며, 경제성장론의 관점에서 선진국가군으로 자주 활용되고 있는데 현재 회원국은 34개국이다. 아시아에서는 한국과 일본 2개국이 포함되어 있다. 헝가리, 슬로바키아, 터키, 멕시코 등 국민소득 2만 달러 이하의 국가도 다수 포함되어 있어 회원국 모두를 선진국으로 보기는 어렵다.
국제연합개발계획(UNDP)에서도 매년 인간개발지수를 조사해 발표한다. 국가의 실질국민소득, 교육수준, 문맹률, 평균수명 등 여러 가지 인간의 삶과 관련된 지표를 조사해 각국의 인간발전 정도와 선진화 정도를 평가한 지수이다. 0.8 이상이면 높고, 0.9 이상이면 매우 높은 수준이다.
▶2008년 IMF가 발표한 선진국(35개) 그리스, 독일, 스웨덴, 아일랜드, 한국, 프랑스,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스위스, 영국, 중국, 핀란드, 노르웨이, 몰타, 스페인, 오스트레일리아, 체코, 뉴질랜드, 미국, 슬로베니아, 슬로바키아, 오스트리아, 캐나다, 에스토니아, 일본, 벨기에, 싱가포르, 이스라엘, 키프로스, 덴마크, 산마리노, 아이슬란드, 이탈리아, 포르투갈, 홍콩 ▶2013년 현재 OECD 회원국(34개) 한국, 오스트레일리아, 오스트리아, 벨기에, 캐나다, 칠레, 체코, 덴마크, 핀란드, 프랑스, 독일, 그리스, 헝가리, 아이슬란드, 아일랜드, 이스라엘, 이탈리아, 일본, 룩셈부르크, 멕시코, 네덜란드, 뉴질랜드, 노르웨이, 폴란드, 포르투갈, 슬로바키아, 슬로베니아, 스페인, 스웨덴, 스위스, 터키, 영국, 미국, 에스토니아 ▶OECD 회원국인 동시에 세계은행으로부터 고소득 국가군으로 분류되는 국가 (2010년 기준 31개) 리비아, 독일, 스페인, 영국, 체코,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슬로바키아, 오스트레일리아, 캐나다, 노르웨이, 미국, 슬로베니아, 오스트리아, 포르투갈, 뉴질랜드, 벨기에, 아이슬란드, 이스라엘, 폴란드, 한국, 스웨덴, 아일랜드 , 이탈리아, 프랑스, 덴마크, 스위스, 에스토니아, 일본, 핀란드 ▶국제연합개발계획이 매년 조사해 발표하는 인간개발지수 (Human Development Index) 0.8 이상 국가 1. 노르웨이 (0.955) 2. 오스트레일리아 (0.938) 3. 미국 (0.937) 4. 네덜란드 (0.921) 5. 독일 (0.920) 6. 뉴질랜드 (0.919) 7. 아일랜드 (0.916) 8. 스웨덴 (0.916) 9. 스위스 (0.913) 10. 일본 (0.912) 11. 캐나다 (0.911) 12. 한국 (0.909) 13. 홍콩 (0.906) 14. 아이슬란드 (0.906) 15. 덴마크 (0.901) 16. 이스라엘 (0.900) 17. 벨기에 (0.897) 18. 오스트리아 (0.895) 19. 싱가포르 (0.895) 20. 프랑스 (0.893) 21. 핀란드 (0.892) 22. 슬로베니아 (0.892) 23. 스페인 (0.885) 24. 리히텐슈타인 (0.883) 25. 이탈리아 (0.881) 26. 룩셈부르크 (0.875) 27. 영국 (0.875) 28. 체코 (0.873) 29. 그리스 (0.860) 30. 브루나이 (0.855) 31. 키프로스 (0.848) 32. 몰타 (0.847) 33. 안도라 (0.846) 34. 에스토니아 (0.846) 35. 슬로바키아 (0.840) 36. 카타르 (0.834) 37. 헝가리 (0.831) 38. 바베이도스 (0.825) 39. 폴란드 (0.821) 40. 칠레 (0.819) 41. 리투아니아 (0.818) 42. 아랍에미리트 (0.818) 43. 포르투갈 (0.816) 44. 라트비아 (0.814) 45. 아르헨티나 (0.811) 46. 세이셸 (0.806) 47. 크로아티아 (0.805) |
선진국가群의 경제정책과 한국이 닮지 말아야 할 선진국
물론 상대적으로 더 많은 지표를 만족하는 국가가 그렇지 못한 국가에 비해 무조건 선진도가 높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더 많은 기관 및 지표에서 선진국으로 분류된 나라가 그렇지 못한 나라보다 다양한 선진국의 조건들을 충족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위에 살펴본 OECD, IMF, UNDP, 이코노미스트, 뉴스위크 등 7개의 세계 최고 국가 상위국 중 5기관 이상에 중복되는 국가들을 찾아 보면 27개국으로 다음과 같다.
▲7기관 중복=스웨덴, 아일랜드, 한국,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스위스, 영국, 핀란드, 노르웨이, 스페인,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미국, 오스트리아, 캐나다, 일본, 벨기에, 덴마크, 이탈리아, 포르투갈
▲6기관 중복=그리스, 룩셈부르크, 체코, 이스라엘
▲5기관 중복=슬로베니아
이들 선진국은 선진화 과정과 선진국 진입 후의 경제정책에 있어 차이가 있는데 이들 중에는 한국이 본받아야 할 나라가 있는가 하면, 닮아서는 안되는 나라도 있다. 먼저 미국, 영국, 아일랜드 등 영어 사용 국가들로 아담 스미스형 자유주의를 기반으로 성장에 초점을 맞춘 국가들이다. 분배보다는 성장력 강화와 경쟁력 강화를 통해 국력을 증대시키는 장점이 있는 반면, 빈부격차가 심해져 사회갈등이 높아질 수 있는 단점이 있다.
다음으로, 프랑스, 독일 등 대륙국가들이다. 사회복지 지출의 상당부분을 기업이 감당하게 함으로써 성장과 분배의 균형을 이루는 자유화와 사회화의 절충형으로 볼 수 있다. 사회적 갈등을 약화시키는 장점이 있으나, 경제가 둔화되는 저성장 국면에서는 정부와 민간부문이 모두 어려워져 경쟁력이 약화되는 단점이 있다.
성장보다 복지에 국가투자의 비중을 두고 있는 북유럽의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등은 평생 사회복지체제이다. 고소득과 완전고용으로 ‘요람에서 무덤까지’로 대변되는 평등주의 모델을 실현했으나 성장욕구가 높지 않다는 단점이 있다.
다음으로, 아시아의 일본이다. 50년대 성장위주로 경쟁력을 강화하여 고소득 선진국에 진입했으나 빈부격차의 심화로 사회갈등이 표출되면서 80년대 들어 기업의 평생고용제, 농촌구제, 사회보장 강화 등 유럽형 평등주의 시스템으로 변환해 평등사회를 구현했다. 그러나 90년대 거품붕괴로 성장동력이 떨어지면서 잃어버린 20년의 경기침체를 겪고 있다.
한국이 어느 방향의 진로를 선택하느냐에 고민하기에 앞서 닮아서는 안 되는 국가모델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한국과 유사한 그리스를 보자. 그리스는 반도국으로 오스만 튀르크의 오랜 식민 지배를 겪었고, 세계 제2차 대전 후에는 공산주의 확산으로 혼란을 겪었으며, 군부독재가 등장해 민주주의는 뒤로하고 성장위주의 산업화를 이루어 80년대에 1만 달러 소득으로 선진국 대열에 진입했다. 한국과 유사한 발전 과정을 거쳤다.
이후 민주화 성취로 보수와 진보정당이 들어서 성장과 분배의 정치적・사회적 갈등이 심화되는 가운데 2004년 108년 만에 올림픽을 치르면서 자긍심이 한껏 높아졌다. 그러나 헬레니즘을 대표하는 찬란한 유적지가 난개발로 인해 함몰된 아테네의 모습은 서울과 유사하다. 인근 터키와의 키프로스 분쟁은 남북한 분단에 비교되곤 한다.
90년대 이후 유럽 사회당의 도약과 함께 그리스 진보정당이 도약하면서 복지를 강화하는 분배정책이 성장을 압도했는데 오늘날 국가부도의 위기에 몰리고 있다. 스페인, 포르투갈 등도 유사한 길을 가고 있다. 한국의 현실에서 선진화가 완성되지 못한 상황에 이러한 나라들이 겪고 있는 ‘중진국의 함정’을 뒤따라가서는 안 될 것이다.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2013년 발표·상위 30위) 1. 스위스 2. 오스트레일리아 3. 노르웨이 4. 스웨덴 5. 덴마크 6. 싱가포르 7. 뉴질랜드 8. 네덜란드 9. 캐나다 10. 홍콩 11. 핀란드 12. 아일랜드 13. 오스트리아 14. 대만 15. 벨기에 16. 독일, 미국 18. U.A.E 19. 한국 20. 이스라엘 21. 이탈리아 22. 쿠웨이트 23. 칠레 24. 키프로스 25. 일본 26. 프랑스 27. 영국 28. 체코, 스페인 30. 코스타리카, 포르투갈 ▶뉴스위크(2010년 발표·상위 30개국) 1. 핀란드 2. 스위스 3. 스웨덴 4. 오스트레일리아 5. 룩셈부르크 6. 노르웨이 7. 캐나다 8. 네덜란드 9. 일본 10. 덴마크 11. 미국 12. 독일 13. 뉴질랜드 14. 영국 15. 한국 16. 프랑스 17. 아일랜드 18. 오스트리아 19. 벨기에 20. 싱가포르 21. 스페인 22. 이스라엘 23. 이탈리아 24. 슬로베니아 25. 체코 26. 그리스 27. 포르투갈 28. 크로아티아 29. 폴란드 30. 칠레 |
한국은 어떤 선진국을 희망하나
유엔개발계획(UNDP)은 소득기준과 함께 건강, 문맹률을 기준에 포함한다. OECD는 소득, 민주화, 시장경제 체제의 3가지 요건을 가입조건으로 한다. 이 조건에 따르면 한국은 1990년대 중반에 이미 선진국 클럽에 가입했다. GDP 중 농업과 도시 비중과 같은 경제구조를 기준으로 선·후진국을 판단하는 경우도 있다. 이 기준에 의하면 선진국의 농업비중은 평균 2%, 한국은 3%, 도시인구 비중은 선진국 평균이 78%인데 한국은 81%이다. 오히려 한국이 높다. 산업력 또는 기술력으로 구분하는 경우도 있으나 한국은 이 영역에서 이미 10위권 안에 있다.
삼성경제연구소(SERI)가 한국인의 선진화에 대한 국민의견을 조사해 보았다. ‘한국이 이미 선진국’이라는 응답은 8.9%에 불과했다. 그리고 응답자의 3분의 2가 한국이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5~10년(평균 7.7년) 정도가 소요될 것이라고 응답했다고 한다. 선진화를 위해 고통분담을 감내할 수 있는 기간에 대한 설문에서는 평균 7.8년으로 예상한 선진화 도달기간과 거의 같게 나타났다. 이러한 조사를 바탕으로 한다면 한국은 적어도 2020년까지는 선진화를 위해 감내할 수 있고 선진국에 진입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한국인은 어떤 나라를 선진국으로 생각하나? 선진국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에 대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33.8%가 경제적 여유, 32%는 쾌적하고 편안한 삶을 선택했다고 한다. 복수응답에서는 쾌적하고 편안한 삶에 대한 선호가 경제적 여유보다 높은 응답률을 보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또한 바람직한 선진화 전략으로 경제성장과 사회통합의 균형을 선택한 응답이 압도적이었다고 한다.
삼성연구소가 선진국 클럽인 OECD 30개국과 한국의 선진화 지표를 비교해 본 결과, 한국의 선진화 수준은 선진국에 비해 13.3년이 뒤처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선진화 점수는 65.5점으로 OECD 평균 74점보다 8.5점 낮았고 비교 대상 30국 중 24위로 한국의 경제규모 제15위보다 9단계 낮았다. 선진화의 요건을 역동성, 자부심, 자율성, 창의성, 호혜성, 다양성, 행복감의 7가지로 하여 조사한 결과이다.
한국사회의 취약한 부분
경제적 규모와 구조상의 기준으로만 보면 한국은 이미 선진국이지만 한국사회는 아직 불안정한 요인이 산재해 있다. 한국이 선진국에 미달하는 사회지표를 보면, 우선 복지 분야 재정지출이 전체 재정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선진국의 절반수준에 불과하다. OECD 평균 54.7%에 비해 한국은 25.2%에 불과하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는 지속가능한 성장 자체가 불가능하다. 국가가 국민의 기본적 수요를 충족시키기 어렵고 양극화가 심화될 수 있으며, 저출산, 고령화 시대를 맞아 인적자본의 부족을 초래할 수 있다.
다음으로, 사회적 자본의 성숙도 측면에서 여전히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IMD 조사에 의하면 한국의 사회응집력은 최하위 수준이고, 법, 질서 준수지수는 OECD 30개국 중 27위이며, 국제투명성기구가 발표한 부패인식지수는 163개국 중 42위에 위치해 있다. 세계 경영경제학회에 의하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사회적 토양으로 신뢰(trust), 원칙(integrity), 통합(solidarity), 개방(openness)을 예시하고 있다.
여성인력 활용도도 떨어진다. 출산·육아기의 경력단절, 낮은 직업상 지위, 여성 친화적 일자리 부족 등으로 인해 여성 고용률이 저조한 것이다. OECD평균의 절반에 불과하다. 여성인력의 활용도 제고는 저출산, 고령화에 대응하여 노동공급의 양과 질, 양 측면에서 경제활력과 성장잠재력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요한다.
또한 한국 고령자들의 절반이 빈곤층으로 상대적 소득수준이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근로자들이 나이가 들면 쉽게 직장에서 밀려나는 데다 노인을 위한 복지제도가 선진국에 비해 잘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노인들의 상대적 빈곤율도 회원국 중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 고령자들이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는 것은 공적연금제도가 충분하지 않은 데다 이들을 위한 좋은 일자리도 극히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어린이와 청소년이 느끼는 주관적 행복지수도 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세대학교 사회발전연구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12년 주관적 행복지수는 72.54점으로 OECD 23개국 중 최하위다. 또 초등학생 집단에서도 가출충동과 자살충동이 매우 높다. 초등학생 7명 중 1명이 가출 및 자살충동을 느낀 적이 있으며 이 비율은 중학생, 고등학생으로 갈수록 더 높게 나타났다.
한편, 국제노동기구(ILO)가 우리나라 청년 5명 중 1명이 일하지 않고, 일할 의지도 없는 무직자인 ‘니트족’이라고 밝혔다. 이는 OECD 회원국 중에서 일곱 번째로 높은 비중이다. 니트족이란 학교에 다니지도, 취업이나 직업 훈련을 받지도 않는(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 무직자들을 의미한다. 한국의 청년층 니트족 비율이 OECD 평균 청년층 니트족 비율인 15.8%보다도 3.4%포인트 높았다고 한다.
종합적으로 볼 때, 한국은 이미 IMF 선진국 분류, OECD 회원국, HDI 0.9 이상 등 네 가지 기준을 이미 충족해 세계 24번째로 4가지 기준을 모두 충족하는 국가가 되어 명실상부한 선진국이 되었으나, 선진화의 정도, 즉 선진도에 있어서는 선진국가군 중 중하위권에 위치해 복지 및 사회투자 수준, 사회적 자본 성숙도, 여성인력 활용도 등 취약한 사회지표를 극복해 나가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고 하겠다.
세계화와 兩極化 문제
압축성장으로 양적 따라잡기에 성공한 한국은 국민의식을 높여 선진화해 나가면 10년 이내에 선진국에 진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노력만으로는 성취하기 어려운 국내외적 요인이 있음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우선 한국은 대외의존도가 90% 이상이고 자원의 97%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국제사회의 환경이 변화할 경우, 한국경제는 치명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항시 유념해야 한다.
1990년 초 소련이 몰락하고 신자유주의가 세계화하면서 금융자본이 동반 세계화했는데 이때 한국은 금융세계화에 편승하다가 역풍을 맞아 1998년 외환위기를 맞은 적이 있다. 이때 한국은 금모으기 운동과 같은 범국민적 단결을 보여주면서 경제재활에 성공했으나, 급격한 중산층 몰락의 후유증이 오늘날 양극화의 주범이 되고 있다.
탈냉전 이후 냉전체제에서 경험하지 못했던 여러 문제가 수면위로 부상했다. 특히 심각한 문제는 전 지구적 양극화 현상이다. 1996년 미국의 벤저민 바버 교수는 《지하드와 멕월드》라는 그의 저서에서 멕도날드로 상징되는 부자 미국이 독주할 경우 빈자로 대변되는 이슬람 무장단체 지하드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경고했는데, 불과 수년 후 9·11 테러가 발생하면서 더욱 유명해진 책이다.
미국은 현재 세계화의 역풍을 극복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20%의 부자가 80%의 부를 소유하고 있는 현상은 전 지구적 현상임과 동시에 미국의 국내적 현상이기도 하다. 소위 ‘페레토 법칙’으로 불린다. 19세기 영국에서 상위 20%가 전체 부의 80%를 차지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에서 비롯되었다.
2008년 뉴욕발 금융위기가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탈냉전 이후 미국주도의 정치경제 패권질서가 동요되고 워싱턴 컨센서스의 신자유주의는 설 자리가 없게 되었다. 부상하는 중국의 영향력이 증대되고 베이징 컨센서스가 부상하고 있다. G7은 더 이상 클럽 거버넌스의 역할을 할 수 없게 되고 G20 이라는 기존 강대국과 신흥국 간의 다자협력체제가 등장했다.
OECD와 IMF도 부의 양극화 심화로 인한 경제침체를 경고하고 있다. OECD는 34개 회원국의 상위 10% 부자 소득이 빈곤층의 9.5배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미국, 멕시코, 터키 및 칠레의 빈부차가 심각한 것으로 지적됐다. IMF도 미국을 예로 들면서 상위 1%가 세전 수입의 18%를 차지하고 있음을 상기시켰다. 그 비율은 25년 전만 해도 8%에 불과했다고 하면서 소득 불균형 확대가 전 세계 정책 당국에 갈수록 큰 걱정거리가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양극화를 극복하는 스위스의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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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업 임원들의 연봉을 제한하는 법안을 추진, 통과시킨 토머스 마인더 의원. |
한국이 당면한 제반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데 있어 스위스의 선진화 사례는 시사해 주는 바가 크다. 세계적 양극화로 인한 외부적 충격과 국내적 양극화의 사회적 충격을 완화하고 창조경제로 완전고용을 구현하면서 노사분규와 복지병이 없는 스위스는 우리가 배워야 할 모범적 국가임이 분명하다.
한 예를 들어 보자. 미국의 금융위기 이후 금융자본과 회사임원에 대한 고액연봉이 문제가 되어 뉴욕에서 엄청난 시위가 있었다. 유럽에서도 고소득층의 수입을 억제하려는 움직임이 거세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스위스는 2013년 3월 기업임원의 연봉을 주주들이 결정하자는 마인더 국회의원의 제안을 국민투표에 부쳐 약 68%의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자본가를 의미하는 이른바 ‘살찐 고양이(fat cat)법’이라는 경제민주화 법안이다. 이 법안에 따르면, 새로 영입한 경영진이나 회사를 떠나는 임원에게 지급되는 상여금에 대해 주주가 반대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는 기업 인수·합병 과정에서 임원에게 거액의 보너스를 지급하는 관행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다.
스위스 기업들은 임원연봉과 보너스를 제한하면 해외에서 우수한 인재를 영입할 수 없어 기업의 경쟁력이 저하된다는 주장으로 반대운동을 펼친 바 있으나 ‘경영진의 탐욕과 도덕적 해이가 기업과 사회에 해악이 되고 있다’는 사회적 주장이 관철된 결과이다. 직접민주주의가 작동하여 양극화라는 국내외적 갈등에 개입한 것이다. 유럽의 봉급 순위 20위 가운데는 크레디 스위스, ABB, 노바티스, 로슈홀딩, 네슬레 등의 최고경영자(CEO) 5명이 포함돼 있다. 이는 2011년도 스위스 국민 평균임금의 1만 배에 달한다고 한다.
이 법안을 추진한 마인더 의원의 회사는 2001년 스위스에어(Swiss Air)로부터 50만 달러 정도의 계약을 취소당해 부도위기에 몰렸다. 당시 스위스에어는 과도한 부채 때문에 이틀이나 운항이 중단되는 등 경영위기를 맞고 있었다. 경영이 어렵다던 스위스에어가 퇴임하는 CEO 마리오 코르티에게 1340만 달러(146억원)의 보너스를 지급한 것이다. 이를 계기로 마인더 의원은 법안을 공론화하고 2008년 본격적인 청원 서명운동에 돌입했다고 한다.
시간제 근무로 여성 고용률을 높이는 스위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한국의 여성 경제활동참가율은 선진국에 비해 낮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여성 경제활동참가율이 OECD 선진국과 비교해 낮은 수준이고,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특히 30대의 경제활동참가율이 매우 저조한 수준이라고 한다. 또한 고학력 여성 고용률이 OECD 선진국 중 가장 낮고 출산, 육아기 여성의 경력 단절이 두드러져 인적자본 투자의 낭비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 경제활동참가율이 높아지면, 출산율 제고로 이어져 초고령 사회 진입을 늦추는 효과가 있고 출산율이 높아지는 것으로 상관관계가 있다고 한다. 또한 노동인구 감소 문제의 해결책으로 작용하고 더 나아가 잠재성장률을 상승시키는 효과를 나타낸다. 출산율을 높여 고령화 속도를 낮추고, 저성장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을 높이는 등 여성 인력의 효과적 활용이 필수적이다.
스위스는 여성 고용 문제를 어떻게 극복했을까? 1990년대 초까지 스위스의 남성 고용률은 약 80%인데 비해 여성 고용률은 50% 수준으로 사회적 문제가 제기되었다. 이유는 15~24세 사이의 남녀 고용률은 거의 같으나 25세 이상의 경우 여성의 비율이 낮아지는데 이는 육아로 인해 많은 여성이 고용을 일시적으로 또는 장기적으로 포기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었다.
스위스는 1970년까지도 여성의 투표권이 허용되지 않은 보수성향의 국가였다. 그러나 사회적 변화를 뒤늦게 수용하면서 1971년에 처음으로 국민투표가 통과되어 각주에서 부분적으로 시행되어 오다가 아펜젤 주가 마지막으로 여성투표권을 허용한 1989년에 가서야 비로소 전국적으로 여성의 참정권이 허용되었다.
1996년에 들어 스위스는 양성평등법을 시행하고 직장 내 성차별 해소 노력을 전개했다. 모성보호 휴가, 부성 휴가, 부모 휴가시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급여의 재원은 고용주가 모성보험에 가입하고 지방정부가 지급을 담당하도록 했다. 2003년에는 가족육아에 대한 재정지원법이 시행되어 육아시설을 보강하고 정부가 지원하는 출산·육아 부담 등 사회화 수준을 높였다. 2005년에는 휴가에 관한 입법을 통해 모든 근로여성이 특정 조건하에서 유급 모성보호휴가를 가질 수 있도록 했다.
스위스는 직장인에게 시간제 근무를 허용한다. 그래서 부부 직장인도 서로 시간을 조정하여 근무가 가능하기 때문에 완전고용을 실현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주중 낮 시간에도 젊은 아빠가 유모차에 아기를 태우고 수퍼에서 장보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노사평화협정과 생산적 복지
스위스의 산업화는 부의 양극화를 가져오면서 새로운 정치·사회적 문제를 만들어 냈다. 20세기 들어 유럽 국제사회의 자본주의 병폐에 대한 논란과 러시아 공산주의 혁명 여파로 노동자와 자본가의 갈등은 확산되었는데 스위스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 와중에 정치적으로 급부상한 노동자와 노조세력의 임금인상 투쟁이 격렬해졌다. 스위스의 경제가 총체적 위기를 맞게 되었다. 노사협상이 결렬되자 정부가 조정하는 강제적 제도를 도입하려 했으나 노동조합뿐 아니라 경영자 측에서도 이를 반대했다. 자유경제체제하에서 국가권력의 개입을 배격해 온 스위스 국민의 일관된 입장 때문이었다. 스위스의 대표산업인 철강, 기계, 시계산업 노사대표가 공동전선을 형성했다. 그리고 1937년 노사평화협정을 체결했다.
노조 측에서는 파업을 불만해결의 수단으로 이용하지 않고, 사용자 측에서는 임금인상 요구에 대한 중재를 받아들이기로 합의한 것이 그 내용이다. 모든 근로자는 노조 가입권이 있으며, 노조는 회원의 회비로 재정을 조달한다. 각 노조의 회비는 업계마다 큰 차이를 보인다. 근로자는 연간 약 200프랑에서 600프랑의 회비를 낸다. 스위스의 2개 노조총연맹도 같은 방식으로 운영되는데, 각 노조의 회비 중 일부 고정금액이 노조연맹에 지급된다. 스위스 연방정부는 노조의 자원과 시설, 임금에 전혀 기여하지 않는다.
스위스의 노조는 상대적으로 약한 편인데, 이는 조직률이 낮고 구조가 흩어져 있기 때문이다. 스위스 노조들은 약세에도 불구하고, 질병, 사고, 실업보험 등 현재 스위스 사회보장제도를 확립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스위스 노조가 스위스 정치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이유는, 다른 나라와 달리 스위스의 직접민주주의 제도 덕분에 노조가 정치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위스의 정치 제도 내에서는 노조 등 다양한 이해집단이 새로운 정책을 제안, 토론하는 과정에 참여해 각자의 전문지식을 활용할 수 있다. 또 이들 이해집단은 스위스 국민이 투표할 수 있는 정책을 제안할 수도 있다.
또한 스위스는 법적으로 제정된 국가적 차원의 최저임금이 없고, 최저임금률은 단체협약 또는 표준계약을 통해 정해진다. 단체협약과 표준계약은 전국 또는 특정 지역에 적용될 수 있다. 최저임금은 지역마다 다르다. 섬유 등 다른 산업에서는 평화협정이 없지만 1937년 이래 스위스에는 모든 업종에서 총파업이나 노사분규가 거의 없다. 대외적으로 전화를 입지 않고 내부적으로 노동쟁의가 없다는 것이 오늘날 스위스의 경제적 번영과 지속적 성장의 주요한 원인임을 알 수 있다.
스위스에는 국가가 운영하는 의료보험도 없고, 전 국민에게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하는 시스템조차 없다. 그런데 다른 선진 복지국가들이 가지고 있는 ‘복지병’ 문제가 없으면서도 가난의 대물림이 어느 나라보다도 적다. 스위스의 복지는 첫째, 복지를 필요한 사람에게 일시적으로만 제공해야지 복지 혜택에만 의존하는 사람을 만들어선 안 된다는 것이고, 둘째는 혜택을 받는 사람 또한 최선을 다해 다음 세대로까지 가난을 세습하지 않도록 노력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 이 원칙의 결과로 다른 유럽 선진국에서 흔히 보게 되는 국가재정 파탄 사태는 적어도 스위스에서는 볼 수 없다. 복지에도 생산성 개념을 도입한 것이다.
스위스의 복지 시스템을 보면 세금 비중이 높을 것 같지만, 실상은 세계적으로도 개인 및 법인 소득세, 그리고 각종 재산세가 가장 싼 나라다. 어떤 주에서는 소득세를 전혀 부과하지 않는다. 직접민주주의를 표방하는 나라답게 거의 모든 세금은 지자체 단위로 주민들의 의견이 반영되어 정해진다. 당연히 단지 복지라는 이름으로 예산이 낭비되거나 비생산적으로 쓰이지 못하게 주민들이 감시하고, 그 세금을 모아 복지혜택을 주는 만큼 수혜를 하는 사람들에게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묻는 것이다.
스위스는 자신들만의 방법으로 복지를 실현해 가고 있다. 스위스는 세계에서 1인당 GDP는 7만5835달러로 가장 높고, 인플레가 역사적으로 가장 낮으며, OECD 국가 중에서 완전고용에 가까운 가장 낮은 실업률을 보이고 있다.
스위스가 한국의 선진화에 주는 시사점
스위스의 국가건설은 오늘날 모든 나라의 이상적 모델이 되고 있다. 유럽의 선진국에서도 스위스는 연구대상이 되고 있다. 최고의 삶의 질과 높은 행복지수에, 양극화가 없고 복지병도 없는 나라, 고도의 산업화와 친환경국가, 노사분규 없이 지속성장이 가능한 스위스 성공의 원동력은 무엇인가?
우선, 정치적 안정성이다. 타협에 의한 정치적 합의는 국내적으로는 다민족 복합문화의 상충하는 이해를 조정해 주고, 대외적으로는 국제정세 변화와 위기상황에서 초당적 외교를 구사하는 순기능을 하고 있다. 또한 스위스는 여야가 없는 정치와 직접민주주의를 통해 사회의 심각한 갈등을 타협으로 조정하는 상생의 정치를 구현하고 있다. 정치가 경제, 사회 갈등을 조정하는 순기능의 해결사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둘째, ‘나라는 내손으로 지킨다’는 결연한 안보의식이다. 스위스 국민들은 중립이 스위스와 자신의 안전을 지켜 준다고 믿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 오늘날 탈냉전 시대에도 스위스의 징병제와 민방위제에 대한 국민적 지지는 변함이 없다. 모든 건물과 집에는 방공호가 있다. 자신의 집에 총기와 군 장비를 각자 비치하고 관리한다. 이러한 무장중립의 확고한 안보태세로 지난 200여 년 동안 전화를 입지 않고 오늘날의 선진국이 되었다.
셋째, 교육과 인적자산을 중시했다. 자원이라곤 인적자원밖에 없는 스위스는 교육을 통해 인적자산을 극대화했다. 스위스는 농경사회로부터 산업사회로, 그리고 오늘날의 지식기반 사회로 전환하면서 각 시대에 부응하는 교육개혁을 통해 인적자원을 효율화하고 인재를 양성하여 국가 경쟁력을 강화했다.
넷째, 근검절약과 함께 ‘필요가 미덕이다’라는 스위스의 실용정신이다. 척박한 환경에서 주변 강대국에 종속되어 가난이 대물림되었던 농경사회의 역사 속에서 잉태된 근면하고 검소한 생활은 스위스인의 공통적인 덕목이다. 더 나아가 ‘필요하면 한다. 그리고 중단하지 않는다’는 정신이다. 도전적인 기업가 정신과 그들의 창의적인 기술개발도 한몫했다.
한국이 아시아의 스위스가 되는 길
한국이 스위스와 같이 아름답고 삶의 질이 높은 ‘작지만 강한’ 나라가 될 수 있을까? 스위스와 유사한 환경과 조건을 갖고 있는 한국이 아시아의 스위스가 되는 길은 무엇인가?
우선, 정치적 안정성을 정착시켜야 한다. 우리의 선진국 문턱에서 방황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사회적 갈등을 조정하는 정치적 기능이 실종됨으로써 정치적 불안감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승자독식의 다수결 민주주의와 한국적 붕당정치의 만남은 정치가 사회적 갈등을 조정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증폭시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대권주의 정치적 양극화가 선진화의 발목을 잡고 있다. 정치에 집중된 권력구조를 개편해야 한다. 대통령, 국회의원 등 정치인에게 주어진 과잉권력은 ‘권력의 사유화’를 낳게 마련이다. 주권재민의 민주주의 원칙대로 스위스와 같이 권력이 분산되고 권력의 무게중심이 아래로 내려와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다음 개헌에서는 스위스형 거국내각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일정한 지지율을 확보한 수 개의 정당이 지지율에 따라 내각의 각료수를 정하고, 정당은 각료를 추천하고 국회가 인준한다. 한반도의 분단 현실과 동북아정세의 불확실성을 감안해 대통령은 스위스와는 달리 의회가 별도로 선출하되 외교와 안보기능만을 수행한다. 구성된 내각은 헌법에 따라 국정 전반을 운영하고 의사를 조정, 합의, 결정해야 한다. 이러한 책임과 의무를 감당하지 못하면 국가기능이 마비되고 정치권 전체가 국민과 국가에 공동의 책임을 지는 것이다.
둘째, 유비무환의 안보태세가 강화되어야 한다. 국가의 안보는 국익 중에서도 최우선의 과제이다. 정쟁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나라는 내 손으로 지킨다’는 자주적 안보정신을 생활화해야 한다. 우리는 유사시에 강했다. 그러나 평소에는 국론분열과 안보불감증이 자리 잡고 있다. 위기를 미리 막고 대비하는 일에는 소홀하다. 한국의 산업화, 민주화, 국제화의 성공을 사상의 누각으로 만들 수도 있다. 스위스는 평화 시에도, 위기 시에도 모두 강했다. 그래서 오늘날 모두의 선망이 되는 선진국이 되었다.
셋째로, 남북분단을 극복하고 평화통일을 추진해야 한다. ‘네 마리 코끼리’에 둘러싸인 한국은 역사반복의 위험이 상존하고 있다. 한국이 종속변수로부터 진정으로 독립된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분단을 극복하여 통일을 이루어야 한다. 통일을 이루어 30-80 클럽(8000만 인구와 3만 달러 소득)에 가입할 때 우리는 비로소 스위스와 같이 독립된 자유와 평화의 나라를 건설할 수 있다.
넷째로, 교육개혁을 통해 인적자원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초·중등 9년간을 의무교육으로 전환하고, 교육내용도 인성교육이 중심이 되도록 바꿔야 한다. 대학이 취업을 준비하는 직업훈련학교 수준으로 하향 평준화되고 우수한 인력자산들이 취업을 기다리며 방황하는 장소가 되었다. 대학은 학문연구의 상아탑으로 복원돼야 한다.
초·중등 교육과정을 이수한 후 학문을 계속할 학생과 취업을 선택할 학생을 구분 짓는 스위스의 교육제도를 대안으로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직업훈련학교는 학비가 적고 졸업 후 취업이 보장된다. 희망하면 전문대학으로의 진학도 가능하다. 장기적인 선진화 관점에서 국민투표를 통해서라도 교육개혁을 실현해야 한다.
다음으로, 국민의식을 개선하여 국격을 높여야 한다. 먼저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를 극복해야 한다. 한국사회의 전투적인 시위문화와 국회에서의 난동정치를 청산해야 한다. 해외에서의 ‘추한 한국인’, ‘졸부 한국인’의 관광추태를 개선해야 한다. 한 해에도 2000여 명의 입양아가 미국에 송출되고, 국제결혼 중개업체가 ‘사기결혼’이라는 비인륜적 이미지를 해외에 수출하고 있다. 다음 세대로 대물림해서는 안 된다. 이 시점에서 정리해야 한다.
특히 부정·부패·비리 문제는 심각하다. 압축성장의 부작용으로 금전만능주의는 확산된 반면, 신용·원칙·법치·책임과 같은 사회적 가치는 뒷전으로 밀려났다. 정부차원에서는 공공부문의 신뢰도를 높이고, 민간차원에서는 도덕재무장과 같은 범국민적 의식개혁 운동을 전개해 볼 필요가 있다.
세계화시대에 살고 있다. 국내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비인간적 태도는 한국사회의 차별적 인종주의와 배타적 민족주의로 인식될 수 있다. 열린 민족주의로 전 세계인과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 의식과 경제 강국에 걸맞은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글로벌 시민의식을 강화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