林玄鎭
⊙ 62세. 서울대 사회학과 학사·석사, 미국 하버드대 사회학 박사.
⊙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소장, 서울대 사회과학대학장.
⊙ 한국사회학회장, 한국NGO학회장, 국제개발협력학회장 등 역임.
⊙ 저서: 《지구시대 세계의 변화와 한국의 발전》, 《NEW ASIAS》, 《글로벌 NGOs》 등.
孔錫己
⊙ 41세. 서울대 사회학과 학사·석사, 미국 하버드대 사회학 박사.
⊙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연구교수, 경희대 공공정책대학원 겸임교수.
⊙ 저서: 《글로벌 NGOs》, 《인권으로 읽는 동아시아》 등.
⊙ 62세. 서울대 사회학과 학사·석사, 미국 하버드대 사회학 박사.
⊙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소장, 서울대 사회과학대학장.
⊙ 한국사회학회장, 한국NGO학회장, 국제개발협력학회장 등 역임.
⊙ 저서: 《지구시대 세계의 변화와 한국의 발전》, 《NEW ASIAS》, 《글로벌 NGOs》 등.
孔錫己
⊙ 41세. 서울대 사회학과 학사·석사, 미국 하버드대 사회학 박사.
⊙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연구교수, 경희대 공공정책대학원 겸임교수.
⊙ 저서: 《글로벌 NGOs》, 《인권으로 읽는 동아시아》 등.

- 작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원자력 발전의 위험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2100년 5월 4일, 한국은 봄인데도 불구하고 벌써 열대야가 시작되어 밤에도 25도 밑으로 떨어지지 않고 있다. 21세기 초의 평균기온보다 무려 6도나 높아진 온도이다.
오늘 아침에는 중국, 인도, 방글라데시, 베트남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대 폭동이 일어났다는 속보가 전해졌다. 해수면 상승에 가장 취약한 이 국가에서는 벌써 수천만 명의 기후난민이 발생하였고, 이제는 국경을 넘어 새로운 정착지를 찾고 있어 머지않아 국가 간 충돌로까지도 이어질 전망이다. 21세기 초부터 시작된 해수면 상승(매년 18cm씩)으로 어느새 18m나 해수면이 높아져서 그 비옥했던 농지가 다 수장되고 말았다.
과학기술의 발달로 이 문제는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던 학자들도 이제야 기후변화의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가 이미 넘어섰다고 경고한다. 세기 초까지만 해도 그 흔하던 빙하는 북극해, 그린란드, 남극해의 일부에서만 찾아볼 수 있다. 히말라야의 그 거대한 눈과 빙하가 사라진 지 오래되었다. 겨우내 꽁꽁 얼었던 얼음과 산악의 눈이 봄이 되면서 녹아 그것이 대지와 농지에 필요한 물을 공급해야 하는데 그 얼음이 사라져서 대지는 메마르고 건기는 더욱 길어졌다.
한편 가뭄을 벗어나고자 농민들은 농사에 필요한 지하수를 찾아 퍼 올린 나머지 그 물은 더 이상 취수할 수 없을 정도로 대수층이 고갈되고 말았다. 농촌뿐만 아니라 도시 역시 더욱 더 많은 물을 사용하기 때문에 결국에는 도시 거주민이 농사지역의 물을 독점하게 된다. 궁극적으로 물 부족 상황은 우리의 주식인 쌀, 밀, 옥수수 생산의 감소로 이어지고 만다.
기후변화의 끝은 어디인가?
물을 찾아 헤매는 인구 혹은 물을 피해 이주하는 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지만, 국가는 자국의 물 방출을 막고, 농토를 보호하기 위해 국경 벽을 높이고 있다. 이런 전(全) 지구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든 국제기구는 유명무실한 존재가 된 지 오래다. 기후변화로 촉발된 해수면 상승, 가뭄, 그리고 식량부족을 겪고 있는 힘없는 국가는 일촉즉발의 물의 전쟁, 식량전쟁, 기후난민과의 충돌과 마주할 위험에 처해 있다.
남북통일 이후, 한국도 저돌적 개발방식과 도시화 정책으로 농지가 사라지고, 기후변화로 물 부족과 식량위기를 맞게 되었다. 외국에서의 농지(農地)구입이 불가능하게 된 것도 벌써 반(半)세기가 넘어간다. 참으로 암울하다. 이 기후변화의 끝은 어디인가?>
10년 앞으로 다가온 석유시대의 종말
현대문명을 위협하는 또 하나의 위험은 우리 몸의 혈액과 같은 에너지의 고갈이다. 오늘날 우리에게 풍요와 문명을 가져다준 에너지 자원-석유, 가스, 석탄, 우라늄-이 빠른 속도로 고갈되고 있다.
석유가 없는 세상을 상상해 보자. 우리는 석유 속에서 눈을 뜨고 석유를 쓰고, 바르고, 먹고, 마시고, 입고, 석유 속에서 잠든다. 침대·이불·베개·칫솔·비누·샴푸·치약·화장품·화학섬유 의류·자동차·운동화·안경·휴대폰·컴퓨터·연고·볼펜·골프공·전기밥솥·카펫·소파 등 이 모든 것이 석유에서 나온 재료로 만든 것이다.
전 세계 2만 개 이상의 유전 모두를 분석한 결과 매장량은 총 약 3조 배럴이며, 안타깝게도 더 이상의 유전은 발견되지 않고 있다. 석유를 퍼올릴 수 있는 기술과 에너지 비용을 고려할 때 가능 매장량은 2조 배럴에 불과하며, 인류는 지금까지 약 1조 배럴가량을 소비하였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문제는 그 사용 증가속도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석유정점이 2020년 안쪽으로 점차 당겨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정도와 시기 차이는 있을지라도, 전문가들은 다른 에너지 자원-천연가스, 석탄, 우라늄-의 고갈도 그 시기가 점차 당겨지고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인류가 그동안 이뤄왔던 것처럼 나노기술과 같은 첨단 과학기술을 활용한다면 대체에너지는 쉽게 발견할 것으로 막연히 기대한다. 그 기대 속에서 석유 소비에 의존한 ‘석유자본주의’ 삶의 양식을 결코 바꾸려 하지 않는다.
물론 석유시대의 종말을 믿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들이 에너지 위기의 탈출구를 원자력에서 찾고 있다는 점이다.
原電의 한계
그러나 원자력은 기후변화, 에너지 자원, 환경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代案)이 결코 될 수 없다. 우리는 그 이유를 약 1년 전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일부에서는 원자력이 경제적이고, 깨끗하며, 안전하다는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 이 주장의 한계점을 몇 가지로 나누어 살펴보자.
첫째, 원자력 발전이 가장 경제적이라는 주장이 있지만 원자력이 결코 싼 에너지는 아니다. 원전 해체비용과 핵폐기물 처리비용을 고려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 건설비용은 다른 화석연료는 물론 재생가능에너지 건설비용과도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비싸다.
둘째,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서는 2020년까지 약 60% 가량의 이산화탄소를 줄여야 한다. 기후변화를 막는 대안으로서의 원자력 발전은 신규 발전소 건설기간이 너무 길기 때문에 신속한 실천이 필요한 기후변화 위기를 극복하는 대안이 되기 힘들다. 2009년 현재 세계적으로 435개의 원전이 가동 중이며 이들의 평균 가동연수는 25년이다. 지금까지 폐쇄된 123기의 원전 평균 수명이 22년인 것을 감안할 때 가동 중인 435개 중 대부분의 원전이 향후 20년 내에 가동이 중지된다.
원전을 통해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현재 가동 중인 원전보다 훨씬 많은 원전을 2020년까지 건설해야 한다. 우리가 사용하는 에너지 부문이 전체 이산화탄소의 가장 큰 배출원인데 오늘날 원자력은 전 세계 최종 에너지의 2% 정도만을 차지하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원전은 전력 생산의 일부분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줄일 수 있을 뿐 전체 에너지 부문의 이산화탄소 감축에는 큰 역할을 하기 힘들다.
환경不義
셋째, 원자력 발전은 인류에게 무한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는 ‘프로메테우스의 불’로 여겨졌지만, 그 혜택을 누리는 데 치르는 비용, 즉 방사능 누출 위험과 핵무기 확산 공포라는 엄청난 환경적, 사회적 대가를 감수해야 한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바로 인간의 통제를 벗어난 핵분열이라는 기술이 얼마나 큰 재앙을 초래할 수 있는지 여실히 보여줬다.
이러한 거대기술의 오작동은 피해가 공평하게 분담되지 않는 소위 ‘환경불의’(Environmental Injustice)를 안겨준다. 원자력 사고로 인한 원전 근처의 주민들의 피해가 원자력 발전의 수혜자인 도쿄 시민의 피해보다 훨씬 클 수밖에 없다는 것은 이런 거대기술이 가지고 있는 ‘사회불의’(Social Injustice)를 보여주는 것이다.
석유정점의 대안은 무엇인가? 해답은 재생에너지일 것이다. 최근 오염배출국가, 환경파괴국가의 오명을 씻고자 중국이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국제 기후변화협상 테이블에서는 선진국을 지속적으로 비난하면서 기후변화에 대한 국제적 공동대응 전략을 마련하는 데는 미지근한 입장을 보였던 중국이 역설적이게도 재생에너지 개발을 위한 투자 세계 1위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망하는 나라가 기댈 곳
선진국들이 인구를 유지하고, 기후를 안정시키고, 대수층을 통제하고, 토양을 보존하고, 경작지를 보호하고, 그리고 곡물을 이용한 자동차연료 생산을 제한하지 않는다면 식량은 부족해지고 증가하는 인구를 먹여 살릴 수가 없게 된다. 특히 이러한 기후변화, 에너지 고갈의 피해를 가장 먼저 받는 국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여기서는 ‘파탄국가’(Failing State) 개념을 통해 전 지구적 위험에 가장 취약한 국가와 그 여파를 전쟁과 국제테러의 확장이라는 측면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파탄국가는 곧 법치가 와해된 나라이며, 기본서비스-교육, 보건의료, 식량안보 등-를 제공하지 못하는 국가로서 국민으로부터 통치에 대한 정당성을 상실하게 되어 사회는 인종, 지역, 계층, 집단 등으로 분열되어 부족한 재원을 놓고 치열한 내전에 빠질 수 있다.
이 갈등은 쉽게 인접국가로 확산되어 내전의 도미노 현상이 발생한다. 1994년 르완다의 종족 간 대량 학살(약 80만명)이 이웃 콩고 민주공화국으로 확산되어 1998년 이후 지금까지 500만명이 목숨을 잃었다.
파탄국가가 늘어날수록 전 지구적 차원의 위험, 즉 자연생태계의 파괴와 국제테러 위험 수위가 더욱 높아진다. 대표적인 파탄국가로 분류되는 아프가니스탄·이라크·파키스탄은 국제테러 집단들에 훈련소를 제공하여 소위 테러 양성 국가가 되고, 소말리아처럼 해적의 근거지가 되고, 그리고 미얀마(버마)와 아프가니스탄은 2008년에 세계 아편 공급량의 92%를 책임지는 헤로인 천국이 되었다.
4년간 파탄국가 2배 증가
지난 2005년부터 《포린 폴리시》(Foreign Policy)와 미국 싱크탱크 국제평화기금(Fund for Peace)은 공동으로 ‘파탄국가지수’(Failed States Index)를 발표하고 있다. 이 지수(총 120점)는 12개의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지표(지표당 10점 만점)를 합산하여 산출하며, 유엔가입 국가만을 대상으로 한 조사이다.
2011년 분석 결과에 따르면 완전 파탄국가 순위(1~5위)에 소말리아·차드·수단·콩고, 그리고 아이티가 불명예스럽게 올라 있다.
흥미롭게도 파탄국가 상위 20개국은 대부분이 앞서 제시한 다양한 위험요인에 완전 노출되어 있다. 이들은 기후변화 위협, 에너지·자연자원 고갈, 물 부족으로 인한 식량 위기, 그리고 사회안전망 부재로 인한 내전을 겪었다. 그 결과 기후난민과 전쟁난민이 급증하여 통제불능의 완전 실패국가로 전락하였다.
파탄국가(총 120점에서 100점 이상 국가)는 최초로 조사한 2005년부터 2008년 사이에 7개국에서 14개국으로 그 수가 두 배나 늘었으며, 증가추세는 더욱 확대되고 있다.
안타깝게도 파탄국가들은 외부의 도움 없이 자력으로 인구증가, 식량위기, 기후 및 전쟁난민의 악순환 고리를 끊을 수 없는 현실에 놓여 있다. 산발적인 원조 프로젝트로는 그 효과를 얻을 수 없기 때문에 보다 체계적인 재건 지원이 필요하다.
나아가 파탄국가들이 많아지면 글로벌 경제에도 큰 부담이 된다. 악성부채가 더 많이 생기게 되고, 정부는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불법적인 활동을 눈감아 주게 된다. 그 결과 국제적인 테러 양성소가 자리 잡게 되며, 불법 무기거래와 마약밀수가 판을 치게 된다. 생명과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는 국가에 생태계 보전과 기후변화 방지를 위한 참여를 주문하는 것은 사치스럽기까지 한 것이다. 파탄국가의 증가를 막기 위해서 국제적인 협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한국적 위험사회의 특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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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수대교 붕괴는 한국이 얼마나 많은 위험을 안고 있는 위험사회인가를 보여주었다. |
서구에서 근대성이 만들어낸 위험이 그 사회의 특성을 반영하고 있듯이, 압축적이고도 돌진적인 근대화를 경험한 한국사회의 위험은 한국적인 근대화 특성을 잘 반영하고 있다. 한국사회가 경험한 위험은 종류도 다양할 뿐 아니라, 매우 압축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오존층의 파괴나 중국의 사막화에 따른 황사현상, 기상이변 등 지구적 차원의 생태적 위험이 있는가 하면, 유조선의 침몰과 낙동강 페놀사건 등과 같은 지역적인 환경파괴 위험도 있으며, 그리고 성수대교 붕괴, 삼풍백화점 붕괴, 대구지하철 화재 등 대규모 인명피해를 낸 사고도 있다. 아울러 매년 태풍, 폭설, 산불 등으로 많은 피해를 경험하고 있다.
또한 한국전쟁 이후, 냉전체제 아래에서 군사정권의 정치적 억압을 경험하기도 했으며, 고도성장의 과정에서는 산업재해와 교통사고 등으로 고통을 겪었다. 특히 1997년 말 IMF 구제금융을 계기로 몰아닥친 신자유주의 세계화는 극심한 경제난, 가정의 해체, 그리고 자살증가를 불러왔고, 이 고통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최근에 급증하는 학교폭력과 왕따현상은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의 확산에 따른 개인정보 유출 문제와 더불어 정보화가 야기한 심각한 위험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서구학자들이 제기한 전 지구적 차원의 위험사회론을 한국사회에 무비판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대신에 한국사회의 독특한 위험의 구조적 특성을 구체적으로 발견하는 동시에 이것을 한국사회의 발전경로가 가진 특성과 연결시킬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서구식 위험사회론은 오랜 기간의 산업화와 도시화의 단계를 지나 나타난 문제로서 근대성 자체를 극복하고자 하는 탈(脫)근대적 노력의 일환으로 형성된 과거 청산적 접근이다.
반면에 한국의 위험사회 경험은 압축적·돌진적 근대화의 과정에서 사회적 조정의 실패, 무모한 정책집행 경향, 그리고 전 사회적으로 배태된 부패행태 등이 결합되어 나타난 위험현상이다. 이러한 여건 아래에서 전 지구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지식정보화와 생태적 환경오염이 이중 삼중으로 결합되어 복합적인 위험사회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요컨대, 한국 위험사회의 특징은 소위 ‘이중적 복합위험사회’이며 이것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그 특징을 몇 가지로 정리해 보자.
이중복합위험의 특징
첫째, 이중복합위험은 공간적 경계의 소멸로 강화, 확산되고 있다.
기후변화, 대기오염, 오존층 파괴 등에서 보듯이 일국의 경계를 넘어선 위험이 생겨났다. 이제는 개별국가의 정책이나 노력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들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의 위험이 더 이상 한국만의 문제가 아닌 동아시아, 아시아, 그리고 세계의 위험으로 연결된다.
둘째, 이중복합위험은 시간적 경계를 무너뜨리고 있다. 이제 위험은 항상 즉각적인 결과를 불러오는 것이 아니다. 오랜 기간의 잠복기를 걸쳐 일정 수준에 도달하게 되면 장기적인 효과나 영향을 줄 수 있는 더 큰 위험으로 발전한다. 특히 세대를 넘어 영향을 미치는 위험들을 주목해야 한다. 방사능 폐기물이나 유전자 변형식품 등의 효과는 전통적인 산업폐기물 처리과정의 시간적 범위를 훨씬 넘어선다.
지속가능발전 개념도 이러한 세대 간 위험 전가의 문제를 반영한 것이다. 이러한 견지에서 진정 우리는 미래세대의 자원을 훔쳐 쓰고 있지는 않은가에 대한 성찰적 자세로 위험문제에 접근해야 한다.
셋째, 이중복합위험은 사회적 경계도 무너뜨리고 있다.
환경오염이나 경제위기처럼 잠재적 위험 원인을 야기한 주체가 누구이며, 그것에 대해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매우 어려운 복잡한 인과관계가 존재한다. 따라서 경우에 따라서는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고 싸잡아 비판하면서 개인적으로 책임지지 않는 문제도 나올 수 있다.
그러므로 공공재의 비극(Tragedy of the commons)으로 치닫기 전에 국가, 기업, 시민사회 모두 책임성을 갖고 위험요인 제거를 위해 협력해야 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국가는 정당성의 위기, 기업은 사회적 책임을 회피하는 국적 없는 기업으로 낙인찍히며, 그리고 시민사회는 공공선을 무시함으로써 사적 이익을 둘러싼 집단갈등에서 헤어나지 못할 수 있다.
밀어붙이기는 사회 위험 요인 늘려
그동안 한국사회는 ‘돌진적 근대화’(Rush-to modernization)를 추구한 나머지 짧은 기간 동안에 정해진 목표를 달성하고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압축적인 근대화를 통해 달성한 성장의 빛만큼이나 고통의 그림자도 존재한다. 고속성장은 생활수준의 향상과 질병으로부터의 해방, 여유로운 소비사회를 가져왔지만, 동시에 빈번한 산업재해와 환경파괴를, 그리고 연이은 대형 참사를 낳고 말았다. 성장지상주의 가치는 졸속과 외형팽창, 그리고 그에 따른 사회체계의 부실화를 낳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왜곡된 가치와 정책 지향에 대한 성찰적 접근, 즉 한국적 근대화에 대한 자기반성이 절실히 요구된다. 이러한 성찰적 자세가 전제되지 않을 경우, 전 지구적 차원에서 마주하고 있는 장기비상시대에 대한 한국사회의 준비는 계속적으로 뒤처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러한 도전은 그동안 한국사회에 붙여진 불명예스러운 딱지들-사고사회, 토건국가, 투기사회, 학벌사회, 무한 경쟁사회, 초고속 사회-을 떼면서 동시에 새로운 정책 대안을 준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
글로벌 위험사회에 대한 성찰적 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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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스터 브라운과 그의 신작 《Plan B 4.0》. |
첫째, 202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80% 줄여야 한다.
둘째, 세계 인구를 80억명 이하로 안정화시켜야 한다.
셋째, 빈곤을 퇴치해야 한다.
넷째, 토양, 대수층, 숲, 녹초지, 어장을 포함한 지구의 자연생태계를 회복시켜야 한다.
그러나 이 같은 목표는 일부 국가의 정치적 의지만으로는 결코 달성할 수 없는 실로 엄청난 것이다. 전 지구적 규모로 국가·기업·시민사회 모두가 과학적 진실 위에서 상호협력하는 진실한 태도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네 가지 목표 모두가 상호 긴밀히 연결되어 있기에 3자가 공통으로 참여하는 통합적 프로그램이 아니고서는 그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정부, 기업, 시민사회가 공동으로 모색해야 할 과제를 제시하고자 한다.
국가적 위험관리 시스템 구축해야
첫째, 재생에너지 개발과 그것의 상용화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성장과 공급 중심의 에너지 정책의 구조적 변화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사실 재생가능에너지 개발 역시 또 다른 무한 에너지에 대한 환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재생가능에너지 개발이라 할지라도 환경적 피해, 사회적 갈등, 지역의 소외 등의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이제는 성장과 이윤을 목표로 한 에너지의 생산과 소비방식에서 벗어나 에너지의 절약과 필요를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그 유인체계를 바꾸어야 한다. 이를 위해 에너지 문제를 국가와 시장에만 맡기기보다는 지역과 시민이 에너지 문제를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새로운 에너지 거버넌스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둘째, 국가적 차원에서 위험을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선진국의 경우, 2000년대 들어서 국가위기 관리체제를 통합관리 시스템으로 정비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해안경비대·이민귀화국·연방비상관리청(FEMA) 등 22개의 연방기관을 흡수 및 통합하여 직원 17만명의 거대 조직, ‘국토안전부’(DHS)를 가동하였다.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러시아는 민방위, 재난, 방사능오염, 테러, 비상사태 등을 총괄하는 ‘비상사태부’(EMERCOM)를 설립하였으며, 영국도 ‘비상대비청’(CCS)을, 그리고 캐나다는 ‘기반시설보호비상대비청’(OCIPEP)을 설립하였다.
한국의 경우, 위험 통합관리체계는 1970년대 민방위기본법이 사회적 재난 관련 법령으로 처음 등장한 이후 1990년까지 자연재난과 인위재난이라는 개별법이 분리 존재했다. 그 후 자연재해대책법, 재난관리법으로 통합되었다가 2000년대 들어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으로 체계화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천안함 폭침사건, 연평도 포격사건, 그리고 전국 정전(Black out) 등의 위기가 터졌을 때 기민한 위험 대응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실제 이러한 위기관리 시스템은 여전히 자연재난과 전쟁 등의 위협만을 고려하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
보다 큰 차원의 위험과 위기, 즉 기후변화로 인한 위험, 식량위기, 에너지위기, 그리고 전쟁위기 등에 통합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위험관리 매뉴얼과 대응책이 필요하다.
이러한 통합위기관리는 국가만의 영역이 아니며 기업, 시민사회 모두가 참여하는 위기관리 거버넌스 위에서 대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개개인이 삶의 방식 바꾸어야
셋째, 위험의 문제는 지역에서 세계로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는 위험의 연결고리로 접근해야 한다.
해수면 상승으로 농지가 사라지자 기후난민이 발생하고, 심각한 경우 국경을 넘어 이웃국가에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부담을 주는 경제적 난민이 될 수 있다. 또한 현지주민과 이주민 사이의 갈등이 증폭될 경우 폭동으로까지 전개될 수 있다.
이처럼 기후변화의 문제는 식량위기 및 빈곤의 문제로 이어지고 급기야 파탄국가의 도미노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위험을 미시적 차원에서부터 예방할 수 있도록 우리의 삶의 방식을 철저히 바꾸어야 한다. 거대한 위험들의 쓰나미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개인들의 단순한 학습-인지적 과정이나 지식습득-만으로는 불가능하다. 개인 스스로 글로벌 위험사회와 장기비상시대를 유발한 사회시스템에 대한 성찰적 태도를 키워나가며, 동시에 다양한 실천 프로그램에도 참여해야 한다. 자신의 물질적 욕구와 자국의 경제적 성장만을 추구하려는 사고체계에서 벗어나 공동체와 삶의 질을 먼저 생각하는 지구시민으로 굳건히 서야 한다. 이것을 추동하고 견인해야 할 영역은 바로 시민사회단체이고, 기업과 국가는 이를 지원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