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특집/2011년 大사건 그 이후

오사마 빈 라덴 사후의 국제테러

미국 잘 아는 新세대가 알 카에다의 새로운 중심

  • 글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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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 특수부대와 무인공격기 활용 알 카에다와 연계조직 지도부 제거
⊙ 독극물 든 소포폭탄, 폭발물질 인체삽입 등 테러기법 진화
⊙ ‘외로운 늑대’로 불리는 自生테러리스트 등장

李長勳
⊙ 54세. 서울대 영문과 졸업.
⊙ 공군사관학교 영어교관, 《한국일보》 국제부 차장, 《주간한국》 편집장 역임.
⊙ 저서 : 《홍군 VS 청군-미국과 중국의 21세기 아시아 패권 쟁탈전》
    《네오콘-팍스 아메리카나의 전사들》 《유러화의 출범과 21세기 유럽합중국》
    《유럽의 문화도시》 《러시아 곰은 웅담이 없다》 등.
한 무리의 파키스탄인이 빈 라덴이 사살된 후 그를 ‘순교자’로 추앙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9·11테러 발생 10년 후 미국은 더욱 강해졌고, 알 카에다는 패배의 길에 들어섰다. 우리는 오사마 빈 라덴을 정의(正義)의 이름으로 심판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 9월 10일 주례(週例) 라디오·인터넷 연설에서 9·11테러 10주년을 맞아 밝힌 테러와의 전쟁에 대한 평가이다.
 
  미국은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 내용처럼 지난 10년간 알 카에다를 뿌리 뽑기 위해 테러와의 전쟁에 총력을 다해왔다. 그 결과, 미국은 지난 5월 1일 9·11테러를 지시한 알 카에다의 우두머리 빈 라덴을 제거하는 성과를 올렸다. 빈 라덴은 그동안 전(全) 세계적으로 반미·반서방 테러를 주도해 왔고, 미국을 아프가니스탄전(戰)과 이라크전 등 2개의 전쟁으로 몰아넣었다. 빈 라덴은 미국의 공적(公敵) 제1호였고, 그의 목에는 현상금 5000만 달러가 걸려 있었다.
 
  미군 특수부대인 네이비 실(Navy Seal)의 정예요원으로 구성된 팀 식스(team 6)는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북쪽으로 60km 떨어진 아보타바드의 한 저택에 은신해 있던 빈 라덴을 급습해 사살했다.
 
  때문에 미국의 입장에서 볼 때 빈 라덴 제거는 상징적인 의미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미국의 현대사가 지난 2001년 발생한 9·11테러 전과 후로 나눠진다는 말이 있듯이, 9·11테러는 그동안 미국의 외교·안보 정책은 물론 미국 국민들의 일상사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쳐왔다. 때문에 빈 라덴 제거로 미국이 수행해 온 테러와의 전쟁은 새로운 전환점을 맞게 됐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알 카에다 지도부 차례로 제거
 
빈 라덴 피살 이후 미국의 공격으로 사망한 아티야 알 라흐만(왼쪽)과 안와르 알 올라키(오른쪽).
  미국은 빈 라덴 사살 이후 알 카에다의 지도자급 인물들을 주 타깃으로 삼아 제거작전을 벌이고 있다.
 
  실제로 파키스탄 북서부 와지리스탄주(州)에서 은신해 온 빈 라덴의 작전 참모인 아티야 아브드 알 라흐만이 지난 8월 22일 무인(無人)공격기의 공습으로 사망했다. 리비아 출신인 알 라흐만은 10대 때인 지난 1980년대 알 카에다에 합류했다. 폭발물 전문가이자 알 카에다의 제3인자였던 알 라흐만은 빈 라덴과 함께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 접경 지역으로 도피한 후에는 중동, 북아프리카의 이슬람 무장단체와 알 카에다를 잇는 연결고리 역할을 해왔다. 빈 라덴의 각별한 신임을 받아왔던 알 라흐만은 알카에다의 차기 지도자 중 한 명으로 거론됐던 인물이었다.
 
  지난 9월 30일엔 예멘 수도 사나에서 동쪽으로 140km 떨어진 알 자우프주의 카셰프 마을에서 알 카에다 아라비아반도지부(AQAP)의 정신적 지도자인 예멘계(系) 미국인이자 이슬람 성직자인 안와르 알 올라키가 무인공격기의 폭격으로 숨졌다. 알 올라키는 지난 2009년 11월 텍사스 포트 후드 미군기지 총격 사건과 같은 해 크리스마스 미국행 여객기 폭파 기도 사건, 지난해 5월 미국 뉴욕 타임스 스퀘어 차량 폭탄 테러 기도 사건과 같은 해 10월 예멘발(發) 미국행 화물기 폭탄 소포 미수 사건의 핵심 배후로 지목돼 왔다.
 
 
  로렌스 프로젝트
 
미국의 對테러특수부대를 총괄하는 윌리엄 맥레이븐 대장.
  미국은 무인공격기와 특수부대를 동원한 작전이 성과를 올리자 테러와의 전쟁 전략을 수정했다. 오바마 정부의 대(對)테러 정책을 총괄하고 있는 존 브레넌 백악관 대테러담당 보좌관이 밝힌 전략은 크게 두 가지이다.
 
  첫 번째 전략은 빈 라덴을 사살한 것처럼 알 카에다와 추종세력의 지도자들을 집중적으로 제거한다는 것이다. 오바마 정부로선 경제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에서 과거처럼 대규모 병력을 파병해 테러와의 전쟁을 벌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때문에 오바마 정부는 네이비 실 등의 특수부대를 동원, 외과 수술처럼 정교하게 알 카에다와 추종세력의 지도부를 소탕하는 작전을 벌이겠다는 것이다.
 
  이 전략을 수행할 핵심부대는 특수작전사령부(U.S.SOCOM) 예하 합동특수전사령부(JSOC)이다.
 
  JSOC는 테러리스트 추적과 사살을 기본 임무로 하는 부대이다. JSOC에는 육군 델타포스, 해군 네이비 실, 공군 24 특수전술비행단, 정보지원대 등이 있다. 노스캐롤라이나주 포트브랙에 본부를 두고 있으며 병력 규모는 4000여 명 정도다.
 
  이 부대에는 특수 헬리콥터 부대와 보트 부대, 민정담당 전문가, 구조 전문가, 심지어 기상 전문가들도 배속돼 있다. 사령관이었던 윌리엄 맥레이븐 해군 부제독(중장)은 지난 8월 대장으로 진급해 모든 특수부대를 총괄하는 특수작전사령관에 취임했다.
 
  미군 특수부대는 지난해 4월부터 지난 4월까지 1년간 무려 1만1500회의 공격 작전을 벌여 알 카에다와 탈레반 대원 3200명을 사살하고 8000명을 생포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보도한 바 있다(5월 6일자).
 
  특히 미군 특수부대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작전 지역인 타국의 언어와 역사, 관습에 대한 문화적 이해를 높이는 ‘로렌스 프로젝트’도 진행해 왔다. 이 프로젝트는 제1차 세계대전 기간 중 중동에서 아랍인 전사들과 팀을 이뤄 게릴라전을 전개해 ‘아라비아 로렌스’로 널리 알려진 영국군 장교 토머스 에드워드 로렌스의 이름을 딴 것이다.
 
 
  에티오피아 등에 無人항공기 기지 건설
 
미국은 프레데터(사진) 등 무인항공기를 이용한 대테러작전에 주력하고 있다.
  오바마 정부는 또 CIA도 준(準)군사조직으로 역할과 기능을 바꾸고 있다. 준군사조직이란 아프간, 파키스탄 등 현장에서 군사작전을 직접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조직을 말한다.
 
  CIA는 현재 아프간, 예멘 등과 같은 분쟁 현장에서 미군 특수부대와 나란히 군사작전을 펼치고 있다. CIA가 파키스탄 접경지대에서 알 카에다와 탈레반에 대해 무인항공기를 이용한 공습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5월 20일 버지니아주 랭글리 소재 CIA 본부를 방문해 “파키스탄에 있던 빈 라덴의 은신처를 찾아낸 첩보작전은 후대(後代)에도 학습 대상이 될 것”이라고 치하하기도 했다.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전(前) 아프간 주둔 사령관이 CIA 국장이 된 만큼 정보조직인 CIA의 군사적 기능이 더욱 강화될 것이 틀림없다.
 
  미국은 또 예멘과 소말리아에서 활동하는 테러 조직에 대응하기 위해 아프리카와 아라비아 반도에 무인항공기 기지를 새로 건설, 운영 중이다(《워싱턴 포스트》 10월 28일자 보도).
 
  미국은 현재 동맹국인 에티오피아에 무인항공기 기지를 건설하고 있다.
 
  미국이 에티오피아에 기지를 건설하는 것은 알카에다 연계조직인 알 샤바브가 활동하고 있는 소말리아와 가깝고 알 샤바브의 이메일과 전화 통화 내용을 번역할 수 있는 현지 정보원들을 쉽게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알 샤바브는 조직원 1만4000여 명을 가진 이슬람 무장단체로 현재 소말리아 남부 대부분 지역을 장악하고 있다.
 
  알 샤바브를 타격하기 위한 다른 기지는 인도양의 섬나라 세이셸 공화국에도 있다. 세이셸은 소말리아 수도 모가디슈에서 남동쪽으로 1340km 떨어져 있다. 미국은 이미 2009년부터 이곳 기지를 활용해 무인항공기를 투입해 왔다.
 
  미국은 지부티에서도 비밀리에 무인항공기 기지를 운영하고 있다. 미국은 예멘의 AQAP를 소탕하기 위해 아라비아 반도에도 무인항공기 기지를 건설하고 있다. 예멘에도 CIA가 운영하는 비밀기지가 있다. 미국이 각국에 배치된 무인항공기를 통제하는 곳은 네바다주의 사막지대에 있는 크리치 공군기지와 버지니아주 랭글리 CIA 본부이다.
 
 
  사우디·파키스탄과 협력 강화
 
  오바마 정부의 두 번째 전략은 관련국들과의 협력을 더욱 강화하는 것이다. 오바마 정부는 그동안 사우디를 비롯해 아랍 국가들과 테러 관련 정보의 교환과 대테러 작전을 비롯해 각종 협력 체제를 구축해 왔다.
 
  이런 협력 체제 덕분에 지난해 10월 시카고행(行) 항공화물 폭탄 소포 테러를 사전 봉쇄할 수 있었다. 당시 사우디 정보기관은 알 카에다가 항공화물을 이용해 테러를 기도하고 있다는 정보를 최초로 입수해 미국에 긴급 전달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압둘라 사우디 국왕에게 전화를 걸어 “사우디의 협력으로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구했다”면서 감사 인사를 했다. 사우디의 대테러 작전 협력은 미국이 그동안 상당히 공을 들여왔기 때문이다.
 
  오바마 정부는 현재 파키스탄 정부와의 협력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파키스탄에는 알 카에다를 비롯해 탈레반 등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대거 은신해 있다. 파키스탄 정부가 미국의 대테러 작전에 적극 협력할 경우, 상당한 성과를 올릴 수 있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지난 10월 20일 퍼트레이어스 CIA 국장, 마틴 뎀프시 합참의장 등과 함께 이슬라마바드를 방문, 파키스탄 정부에 미국과 함께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과 싸울 것인지, 아니면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의 편에 설 것인지 양자택일(兩者擇一)하라고 압박하기도 했다.
 
  빈 라덴 제거 이후 미국과 파키스탄 간 갈등의 중심에는 파키스탄 정보부(ISI)가 있다. 미국은 ISI가 빈 라덴을 비호해 왔다고 의심하고 있다. ISI는 지난 2008년 11월 인도 뭄바이 테러, 2005년 7월 영국 런던 지하철 테러 등의 배후로도 지목돼 왔다.
 
  ISI가 9·11테러 이전까지 탈레반을 지원해 온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ISI가 탈레반과의 관계를 끊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숙적’ 인도 때문이다. 이런 과거의 관계를 볼 때 ISI 내의 일부 세력이 지금까지도 알 카에다나 탈레반의 활동을 일정 부분 눈감아주고 있거나 지원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세계 5위의 핵보유국인 파키스탄은 핵폭탄을 110여 기나 보유하고 있다. 때문에 미국은 전략적으로 볼 때 파키스탄과의 관계를 단절할 수 없는 입장이다.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을지는 파키스탄과의 동맹관계를 얼마나 원활하게 유지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진화하는 알 카에다의 전략
 
알 카에다의 새 지도자 아이만 알 자와히리.
  빈 라덴 제거 이후 미국이 테러와의 전략을 수정한 것처럼 알 카에다도 지하드(聖戰)의 의지를 다시 한 번 다짐하면서 새로운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알 카에다는 지난 6월 16일 빈 라덴이 사망한 지 46일 만에 제2인자였던 아이만 알 자와히리(59)를 새로운 지도자로 선출했다.
 
  이집트 출신인 알 자와히리는 그동안 알 카에다의 모든 작전을 총괄해 왔다. 빈 라덴보다 더욱 강경한 인물인 알 자와히리는 뛰어난 전략가이자 이론가이다. 빈 라덴과 함께 알 카에다를 만들었던 알 자와히리는 최소한의 희생으로 최대의 타격을 입힐 수 있는 자살공격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과격한 투쟁을 선호해 왔다. 외과 의사였던 알 자와히리는 지난 1998년부터 아프간에서 빈 라덴과 함께 투쟁해 왔다. 그의 목에는 현상금 2500만 달러가 걸려 있으며, 이집트에서 각종 테러 관련 혐의로 결석재판을 통해 사형(死刑)을 선고받은 상태이다.
 
  알 카에다는 성명을 통해 “알 자와히리는 침략자인 미국과 이스라엘, 그들을 지지하는 모든 세력에 대해 성전을 수행할 것”이라면서 “알 자와히리의 지도력으로 새 시대가 열리길 기도한다”고 밝혔다. 알 자와히리는 “미국에 대한 지하드는 지도자(빈 라덴)의 죽음과 함께 멈추지 않는다”면서 앞으로 투쟁을 계속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알 카에다는 알 자와히리의 말처럼 ‘제2의 9·11테러’를 모의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미국 대테러 기관들은 알 카에다가 상당히 약화되기는 했지만 새로운 테러 수법과 무기를 개발하고 있기 때문에 여전히 가공할 테러를 자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최악의 경우, 알 카에다가 항공기와 열차를 이용해 핵을 비롯해 대량살상무기를 폭파시킬 수도 있다. 오바마 대통령도 “알 카에다가 핵무기를 획득한다면, 이를 사용하는 데 아무런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미국이 그동안 파키스탄 정부에 핵무기에 대한 철저한 관리를 요청해 온 것도 만에 하나의 가능성을 막기 위한 것이다.
 
  실제로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지난해 10월 시카고행 항공화물에서 ‘폭탄 소포’를 적발한 바 있다. 이 소포에는 강력한 폭탄이 장착된 프린터용 토너 카트리지와 함께 리신(ricin)이 들어 있었다. 리신은 피마자씨 속에 들어 있는 독성물질로, 호흡을 통해 몸속으로 들어가거나 혈류에 흡수되면 순식간에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알 카에다는 또 폭발물질을 인체에 이식, 여객기에 탑승한 뒤 이를 폭파하는 방식으로 테러를 감행하는 방법도 모색하고 있다. 사람의 몸속에 폭발물을 집어넣을 경우 공항 검색 과정에서 쉽게 발각되지 않는다. 검색대는 의류까지는 투시할 수 있지만, 몸속 폭발물은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知美세대 테러리스트의 등장
 
AQAP의 지도자 나세르 알 와하이시(왼쪽)와 미국 출신의 알 카에다 해외작전총사령관 아드난 슈크리주마(오른쪽).
  알 카에다가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강력한 소탕작전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버틸 수 있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알 카에다는 태생부터 점조직 형태로 만들어진데다 강력한 정치·종교적 이념으로 뭉쳐 있기 때문에 핵심 지도자들이 제거되더라도 조직 기반을 완전히 뿌리 뽑기 어렵다.
 
  알카에다는 그동안 중동·아프리카 등 각 지역별 연계조직을 대폭 강화해 왔다. 연계조직들은 알 카에다 지도부와 별개로 독립적인 테러를 자행하고 있다. 이들을 지역별로 보면 예멘의 AQAP, 북아프리카의 이슬람 마그레브 알카에다(AQIM), 소말리아의 알 샤바브 등이 있다.
 
  이 중에서 가장 위협적인 조직은 AQAP이다. AQAP는 지난 2009년 1월 알 카에다 사우디아라비아 지부와 예멘 지부를 통합해 출범한 조직이다. AQAP는 지난 2009년 성탄절 미국행 여객기 테러 미수사건, 지난해 4월 예멘 주재 영국대사 공격 등을 주도했다. AQAP의 최고지도자는 빈 라덴의 비서였던 예멘 출신의 나세르 알 와하이시이다.
 
  알리 압둘라 살레 예멘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반(反)정부 시위가 지난 2월부터 계속되면서 예멘 정부의 AQAP에 대한 소탕작전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퍼트레이어스 CIA 국장은 상·하원 정보위원회 합동회의(9월 13일)에서 “AQAP가 가장 위험한 테러조직으로 떠올랐다”고 밝혔다.
 
  특히 무인공격기의 폭격으로 사망한 알 올라키처럼 미국을 잘 아는 새로운 세대가 앞으로 알 카에다를 이끌어갈 가능성이 높다. 제임스 클래퍼 미국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미국에서 자란 극단주의자들이 알 카에다에서 핵심적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에릭 올슨 전 미국 특전사령관도 “빈 라덴이 주도한 알 카에다 1.0의 시대는 갔다”면서 “올라키로 상징되는 알 카에다 2.0시대가 시작됐다”고 지적했다. 올슨 전 사령관은 알 카에다 2.0시대를 주도할 세대는 동굴 같은 은신처에 숨어 활동하던 세대와는 달리 ‘분산’, ‘복수(複數) 국적’, ‘서구화(西歐化)’ 등을 특징으로 하며, 좀 더 정제된 메시지로 대중에게 다가가려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알 카에다에서 미국 출신으로 가장 대표적인 인물은 해외 작전 총사령관을 맡고 있는 사우디 아라비아계 미국인 아드난 슈크리주마(36)이다. 슈크리주마는 지난 1980년대 이슬람 성직자인 아버지와 함께 사우디에서 플로리다주 미라마시로 이민, 지역대학에서 컴퓨터와 화학을 공부했으며 교사로 일하기도 했다.
 
  지난 2001년 아프간으로 건너가 알 카에다에 가담한 그는 지난 2009년 뉴욕시 지하철 폭탄테러 기도 사건을 비롯해 각종 테러를 기획하고 지휘해 왔다. 그의 목에는 500만 달러의 현상금이 걸려 있다. 알 카에다의 대변인을 맡고 있는 애덤 가단(33)도 요주의 인물이다. 유대인 집안 출신의 가단은 17세이던 지난 1995년 이슬람으로 개종했고 지난 1998년 파키스탄으로 건너갔다. 아프간 난민 출신 여인과 결혼한 그는 지난 2004년부터 알카에다 대변인 역할을 맡고 있다.
 
 
  이라크의 알 카에다, 사담 후세인 잔당 포섭
 
포트 후드 기지에서 총기를 난사해 미군 병사들을 숨지게 한 니달 하산 소령.
  올 연말 미군이 완전 철수할 이라크에서도 알 카에다가 다시 준동할 가능성이 높다. 이라크 정부군의 능력으론 치안 유지가 어려운 만큼 알 카에다는 이를 이용해 세(勢)를 규합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왔다.
 
  이라크의 알 카에다 조직인 메소포타미아 알 카에다는 실제로 과거 사담 후세인 정권의 추종세력인 바트당 당원들을 포섭하고 있다. 시아파가 주도하는 이라크 정부는 그동안 수니파인 바트당 당원들을 탄압해 왔다.
 
  미국이 지난 10월 4일 메소포타미아 알 카에다 지도자 이브라힘 아와드 이브라힘 알리 알 바드리를 국제 테러리스트 명단에 올리고 1000만 달러를 현상금으로 내건 이유도 이라크에서 알 카에다 조직이 ‘부활’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알 바드리는 올해 이라크에서 발생한 각종 테러사건을 지휘해 왔다.
 
  오는 2014년까지 미군 병력이 단계적으로 철수할 아프간에서도 알 카에다가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다.
 
  특히 아프간과 파키스탄 국경지대에서 활동하는 테러조직 하카니 그룹이 가장 위협적인 세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하카니는 지난 9월 아프간 수도 카불 주재 미국 대사관 공격, 탈레반과 평화협상을 진행하던 부르하누딘 라바니 전 아프간 대통령 암살 등 잇단 테러 공격을 주도해 왔다.
 
  지난 1980년대 대소(對蘇) 항전 영웅인 아프간 출신 잘랄루딘 하카니가 2003년 만든 이 조직의 조직원들은 1만5000여 명으로 추정되며, 자살폭탄대원 500여 명도 보유하고 있다. 70대 후반의 잘랄루딘을 대신해 그의 아들 시라주딘이 조직을 이끌고 있으며, 파키스탄 북(北)와지리스탄에 본부를 두고 있다.
 
  미국은 파키스탄 ISI가 사실상 하카니를 지원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하카니는 알 카에다와도 밀접한 관계를 맺어왔다. 미국은 하카니가 알 카에다에 유럽에서 모집한 조직원들을 위한 훈련 기지를 제공해 왔다고 보고 있다. 미군 무인공격기의 공습으로 지도자를 상당히 잃은 알 카에다는 하카니의 보호를 받으며 북와지리스탄에서 약화된 힘을 다시 키우고 있다.
 
 
  지하드 제인
 
‘지하드 제인’이라는 별명을 가진 테러리스트 콜린 라로즈.
  더욱 우려되는 점은 알 카에다에 경도된 자생(自生·home grown) 테러리스트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자생 테러리스트들은 이른바 ‘외로운 늑대(lone wolf)’라고 불린다.
 
  9·11테러처럼 조직형 테러는 적발이 쉽고 실행에 어려움이 많은 반면, 외로운 늑대형 돌출테러는 쉽게 포착이 힘들다는 점에서 상당한 위협이 될 수 있다. 그 이유는 ‘증오의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힌 한 사람이 더 큰 피해를 주면서도 추적하기는 더 힘들기 때문이다.
 
  자생 테러리스트들이 자행한 사건 중 대표적인 사례는 지난 2009년 11월 텍사스주 포트 후드 기지에서 미국에서 태어난 팔레스타인계 니달 말리크 하산 육군 소령이 신병들에게 총기를 난사, 13명이 숨진 사건이다.
 
  하산 소령은 알 올라키와 이메일을 주고받으면서 이슬람 극단주의에 빠져들었다. 하산 소령은 평소 인터넷을 통해 자살폭탄 테러를 예찬해 온 것으로 밝혀져 미국 사회를 큰 충격에 빠뜨렸다.
 
  FBI는 지난해 필라델피아에 사는 콜린 라로즈(46)라는 여성을 테러기도 혐의로 기소했다. ‘지하드 제인’이라는 온라인 아이디를 쓰는 라로즈는 인터넷으로 유럽과 동남아시아에서 무장요원을 모집하고 테러 자금을 마련해 이슬람 창시자인 무함마드(영어로는 마호멧)를 풍자한 스웨덴 만화가를 살해할 음모를 꾸몄다.
 
  ‘지하드 제인’이란 아이디는 미 여군 특수부대원의 활약상을 그린 영화 에 성전을 뜻하는 ‘지하드’를 붙인 것이다. 라로즈는 미국에서 태어나 자란 평범한 금발의 백인 여성이다. 라로즈도 인터넷을 통해 이슬람 극단주의에 물들었다.
 
  FBI는 지난 18개월 동안 자생 테러리스트 60~70명을 체포했다면서 미국 국적의 자생 테러리스트가 알 카에다만큼 위험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경고했다. 재닛 나폴리타노 국토안보부 장관은 “미국에 살고 있거나 미국 국적을 가진 급진주의자들의 테러기도가 새로운 위협으로 등장했다”면서 “인터넷 등을 통해 알카에다의 영향을 받은 자생 테러리스트가 기도하는 테러는 사전 징후를 포착하기 어렵다”고 실토했다.
 
 
  少數에 의한 대량 살상 테러 우려
 
  자생 테러리스트들처럼 최근 들어 국제사회에서 테러 양상은 목적과 형태가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소수(少數)의 테러리스트가 순식간에 수많은 사람의 생명과 재산을 앗아가는 사태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7월 22일 노르웨이에서 발생한 테러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당시 극우주의자인 안데르스 브레이비크(32)는 유럽을 이슬람 지배로부터 구한다는 명목으로 수도 오슬로 정부청사를 차량폭탄으로 폭파한 데 이어 노동당 청년 정치캠프가 열린 우퇴이아섬에서 총기를 난사해 77명을 잔혹하게 살해했다.
 
  노르웨이 테러처럼 개인의 불만이나 증오가 테러의 동기가 되는 현상도 나오고 있다. 대규모 살상극을 개인이 벌이는 시대가 된 셈이다. 때문에 앞으로 외국인 이민자에 대한 혐오나 경제위기 심화에 따른 불만 등에 의한 자생 테러리스들이 준동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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