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고려대 개교 120주년

인터뷰 / 승명호 제34–35대 고려대학교 교우회장

해외 지부만 70여 곳, 글로벌 교우회로 거듭나는 고려대 교우회

  • 글 : 하주희 월간조선 기자  everhop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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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년 현재 고려대 교우회 회원 37만 명… 국내 사립대 교우회 중 최대, 결속력 최고
⊙ ‘동문’ ‘동창’ 아닌 ‘교우’라 불러… 90대 ’50년대 학번부터 20학번 졸업생까지 세대 초월
⊙ 베트남·인도네시아 등 현지인 고대 졸업생이 교우회 활동… 글로벌 교우회로 전환 中
⊙ 교우회 장학금 마련해 매년 20억원 이상 장학금 전달…1979년부터 올해까지 1만6970명에게 장학금 전달(477억원)
지난 9월 19일과 20일 양일간 열린 2025 정기 고연전에서 고려대가 3승 2패로 종합우승을 거뒀다. 럭비 선수들과 승리의 기쁨을 나누는 승명호 고려대 교우회장(왼쪽 위)과 김동원 고려대 총장(오른쪽 위). 사진=고려대 교우회
승명호(承明鎬·69) 고려대 교우회장(무역 74, 동화그룹·《한국일보》 회장)은 2022년 고려대 교우회장에 취임한 뒤 4년째 교우회를 이끌고 있다. 개교 120주년을 맞은 2025년 현재 고려대 교우회 회원은 37만 명을 넘어섰다. 한국의 사립대 교우회 중 가장 큰 규모다. 규모만 큰 게 아니다. 동문 간 결속력도 한국 대학 중 단연 최고다. 그 중심에 고려대 교우회가 있다. 교우들의 애교심과 교우회의 뒷받침은 ‘고려대’라는 브랜드가 외국으로 뻗어나갈 수 있도록 든든한 받침돌 역할을 하고 있다. 그 비결을 승 회장에게 들어봤다.
 
  ― 고려대 동문들은 다른 대학에 비해 유독 사이가 끈끈하다고 하지요. 이유가 뭘까요.
 
  “설립 당시로 거슬러 가볼까요. 고려대의 전신인 보성전문학교의 설립 과정이 큰 의미를 갖습니다. 1905년 을사늑약으로 나라의 주권을 빼앗긴 상황에서, 고종이 내려준 황실 비자금으로 이용익 선생이 보성전문을 설립했습니다. ‘교육구국(敎育救國)’. 우리 민족이 세운 최초의 근대 고등교육기관이었지요. 보성전문 학생들은 1910년 3·1운동 당시엔 독립선언서를 배포하고 시위를 주도하는 등 항일운동의 중심 역할을 했어요. 재정난으로 폐교 위기에 처했을 때는 전국적인 모금운동을 벌여 학교를 지켜냈습니다. 이때부터 ‘민족 고대’라는 정체성이 자리 잡았다고 봅니다. 일제 강점기 항일운동을 함께하며 학생들 사이에 강한 유대감이 형성됐고, 해방 이후 민주화와 산업화 과정에서 선후배 간 의리와 신뢰가 더욱 두터워졌습니다. 이런 문화가 오늘날까지 선후배 간 강한 유대감과 끈끈한 결속력으로 이어지고 있는 겁니다.”
 
 
  “‘동문’이나 ‘동창’이 아닌 ‘교우’”
 
승명호 고려대 교우회장. 사진=고려대 교우회
  ― 고려대 교우회가 다른 대학 동문회와 다른 점이 있을까요.
 
  “고려대는 설립 초기부터 졸업생을 ‘동문’이나 ‘동창’이 아닌 ‘교우’라 불렀습니다. 나이나 학번, 사회적 지위를 떠나 학교라는 공통분모로 맺어진 친밀한 관계라는 점을 강조하는 표현입니다. 선배가 후배를 이끌고, 후배가 선배를 존경하는 공동체 의식을 반영했지요.”
 
  ― 해외에서도 동문들이 활발히 모이는지요.
 
  “고려대 교우회는 1907년 71명의 졸업생으로 시작했어요. 2025년 현재 37만 명에 이릅니다. 국내 70여 개, 해외 70여 개 지부를 운영하지요. 미주, 유럽, 남미, 동남아, 오세아니아 등 전 세계 곳곳에 지부가 있습니다. 총교우회에 등록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운영되는 모임까지 포함하면 더 많습니다. ‘민족 고대 교우회’를 넘어 명실상부 ‘글로벌 고대 교우회’로 자리매김한 겁니다. 지역 교우회뿐 아니라 학번별, 단과대별, 직능별(법조인, 경제인, 체육인 등) 교우회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어요. 교우회 모임에 가보면 연령대도 다양합니다. 90대가 된 1950년대 학번부터 최근 졸업한 2020학번까지 세대를 초월해 함께 어울립니다.”
 

  ― 교우회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나요.
 
  “크게 세 가지 역할을 합니다. 첫째, 재정적 기여입니다. 최근 3년간 고대가 달성한 기부금 약정액이 3000억원을 돌파했어요. 국내 대학 중 압도적인 1위입니다. 고대 동문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했지요. 둘째, 대학이 명성을 유지하고 인재를 확보하는 걸 돕습니다. 우리 교우들은 정부, 학계, 산업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국내를 넘어 글로벌 무대에서 활약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성공은 곧 고대의 브랜드 가치와 명성 강화로 이어집니다. 셋째, 후배들의 사회 진출을 돕습니다. 재학생들에게 멘토링을 제공하고, 기업 인턴십 및 취업 기회를 연결해 주며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교우들의 장학금 릴레이 자랑스러워”
 
지난 9월 8일 고려대 교우회관에서 2학기 장학금 전달식이 열렸다. 가운데가 승명호 고려대 교우회장. 사진=고려대 교우회
  ― 외국인 재학생 비율이 늘고 있는데 교우회에 외국인 동문들도 참여하나요.
 
  “평소 미국 하버드대 동문회(HAA· Harvard Alumni Association)를 관심 깊게 봤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지역 클럽(Alumni Clubs)이 운영되며 하버드의 글로벌 인지도를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고대 교우회도 최근 외국인 교우들의 참여가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베트남·인도네시아 등 고려대를 다닌 현지인 교우들이 교우회 활동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2024년 기준 외국인 재학생 수는 재학생 대비 22.8%에 달합니다.
 
  이에 발맞춰 고대 교우회도 하버드 동문회처럼 각국 현지 교우들이 주도하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 저의 목표입니다.”
 
  ― 교우회장으로서 가장 뿌듯했던 순간은 언제였는지요.
 
  “교우들의 장학금 릴레이가 무척 자랑스럽습니다. 매년 20억원 이상의 장학금이 후배들에게 전달됩니다. 1979년부터 올해까지 1만6970명에게 약 477억원의 장학금이 전달됐습니다. 재학 시절 장학금을 받은 졸업생이 사회에 자리 잡은 뒤 다시 후배들에게 장학금을 돌려주는 선순환 구조입니다. 세계 대학평가에서 고려대의 순위가 올라가는 등 발전하는 모습을 보는 것 역시 큰 보람이자, 교우 모두의 자랑입니다. 국내외 교우회를 방문할 때면, 현지 교우들이 공항이나 역까지 나와 따뜻하게 반겨주시곤 합니다. ‘고대 가족’이라는 말을 즐겨 쓰는데, 그럴 때면 공동체 의식을 더욱 느끼지요. 올해는 영원한 맞수인 연세대와의 정기 고연전이 시작된 지 60주년 되는 해입니다. 그간 양교가 20승 20패 11무로 종합 전적에서 팽팽한 균형을 이루었는데, 금년 고연전에서 고대가 승리, 종합 전적에서 앞서가기 시작해서 뿌듯하네요. 해외에서도 골프, 축구 고연전이 열립니다. 양교의 친선을 강화하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습니다.”
 

  ― 한국 사회에는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까요.
 
  “고려대는 국민들에게 국내 최고 명문 사립대, ‘민족 대학’, 진취적 기질, 강한 네트워크와 자부심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과도한 집단주의와 배타성에 대한 비판도 존재합니다. 교우회는 이러한 시각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조국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해 온 대학 출신답게 국가와 사회에 대한 책임과 공헌을 더욱 확대해 나가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습니다. 내년 초 국내 대학 동창회 최초로 교우회 산하 공익법인인 ‘고려대학교 교우 사회공헌봉사회’가 출범할 예정입니다.”
 
  ― 어떤 모임인가요.
 
  “각 교우회에서 개별적으로 진행하던 봉사활동을 총교우회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확대해 사회취약계층, 다문화 가정, 미혼모 가정 등을 지원할 계획입니다. ‘고려대 교우회는 국가와 사회를 위해 애쓰는 모임’이라는 걸 국민들께 보여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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