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묻지 마 칼부림’ 시대

알려지지 않은 통계로 본 한국 사회의 정신질환

某소년원 정신질환자 유병률 92.5%

  • 글 : 김태완 월간조선 기자  kimch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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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년원 내 정신질환 처치 못 받는 환자 많게는 70%… “정신질환 소년원생에 대한 특단의 조치 필요”
⊙ 정신病歷 소년원생 2013년 13.7%→2020년 33.6%
⊙ 신림역·서현역 칼부림 살인 사건… ‘외톨이 테러’ 일상화 우려
⊙ 한국 10~30대에서 사망 원인 1위 자살
⊙ 정신장애인 범죄의 발생, 2014년 6301명→2020년 9058명… 6년간 43.8%p 증가
⊙ 10년(2011~2020) 사이 상급 종합병원 내 정신과 보호병동 18% 줄어
2023년 8월 7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서현역 인근 AK플라자 백화점 앞에 마련된 흉기 난동 사건 피해자를 위한 애도 공간. 시민들이 두고 간 국화꽃과 편지들이 놓여 있다. 사진=조선DB
근래, 치료를 중단한 중증 정신질환자의 ‘묻지 마 범죄[이른바 이상(異常) 동기 범죄]’가 연이어 발생해 지역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7월 21일 서울 신림역 칼부림 살인에 이어 8월 3일 경기도 분당 서현역에서도 칼부림 살인이 발생했다. 가해자는 일면식도 없는 피해자를 살해했다. 하루 뒤 8월 4일에는 대전 대덕구의 한 고교에서 교사(49)의 얼굴과 가슴, 팔 등을 흉기로 수차례 찌르고 도주한 제자(28)가 검거되기도 했다.
 
 
  정신질환 탓에 범행했다?
 
  잇단 칼부림 살인 이후 이를 모방한 ‘살인 예고’ 글이 소셜미디어상에 확산되고 정신질환자들의 ‘액팅 아웃(acting out·행동화)’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우려가 일파만파로 퍼졌다.
 
  8월 7일 경기도 광주에서는 흉기를 소지한 채 도서관을 드나든 50대 남성이 체포됐다. 그는 등산용 손도끼를 허리춤에 맨 채 광주시립중앙도서관 내부를 돌아다녔다고 한다. 이 남성은 과거 정신질환을 겪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심리전문가들은 “사회 내 은둔해 있다가 어떤 계기로 갑자기 나타나 테러를 일으키는 ‘외톨이 테러’가 일상화 단계에 들어간 것이 아니냐”고 우려한다. 잇단 흉기 난동 사건 범인 중 대개가 과거 정신질환 치료를 받았거나 현재 진행 중인 사실도 알려졌다.
 

  분당 서현역에서 차량과 흉기로 무차별 습격 난동을 벌인 최원종(22)은 경찰 조사에서 “사람을 죽여서 경찰의 관심을 끌고 싶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끔찍하게도 최씨는 경차를 몰고 인도로 돌진해 행인 5명을 치었다. 최씨는 전과는 없었지만 2020년 조현병 직전 단계인 ‘조현성 인격장애(분열성 성격장애)’ 판정을 받았고 대인기피증으로 분당구의 한 고교를 1학년 때 자퇴했다고 한다. 또 체포 직후 “경찰이 날 보호해줘야 한다”거나 “특정 집단이 나를 스토킹하며 괴롭히고 죽이려 한다. 내 사생활을 전부 보고 있다”고 횡설수설했다.
 
  앞서 신림동 흉기 난동 사건의 피의자 조선(33)도 사이코패스 진단을 받았다. 조선은 사이코패스 테스트 40점 만점 중 사이코패스 기준인 25점 이상을 받았다고 전한다.
 
  교사를 흉기로 찌른 A씨의 모친은 참고인 조사에서 “아들이 평소 망상 증세를 보여왔다”며 정신질환 탓에 범행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지난 2021~2022년 인근 병원에서 조현병과 우울증 진단을 받고 입원이나 치료를 권유받았으나 거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경찰조사에서 “나는 사이코패스”라고 했다고 한다.
 
 
  정신질환 소년원생 연구를 보니…
 
  기자는 법무부(소년과)가 의뢰해 작성된 〈정신질환 소년원생의 효과적 처우방안에 관한 연구〉 보고서를 입수했다. 보고서는 2016년 작성됐으며 서울대병원 김붕년 교수팀(소아청소년 정신과)이 연구를 진행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소년원 입원(入院)자 중 정신질환자 비율이 2010년 15.9%에서 2015년 31.3%로 2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10명 중 3명 이상이 정신질환을 앓고 있을 개연성이 있다는 것이다.
 
  정신질환자에 의한 수용사고(收容事故)가 전체 소년원 사고의 40%를 차지해 정신질환 원생들의 수용 안정에 심각한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이에 법무부가 정신병력 전력이 있거나 정신과 약을 복용 중인 소년원생을 ‘특별지도소년’으로 지정하고, 이 중에서도 집중 의료 처우가 필요한 이들을 구분해 대전소년원 부속의원에서 치료와 특수교육을 실시했다.
 
  그러나 ‘인력과 시설, 치료 프로그램 등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2016년 보고서임을 감안하면 지금은 상황이 더 심각할 수도 있다.
 
  다른 충격적인 자료도 있었다.
 
  국립서울병원(현 국립정신건강센터)이 의뢰해 인제대병원 김봉석 교수 연구팀(소아청소년 정신과)이 2014년 8월부터 11월까지 서울보호관찰소의 모든 보호관찰 대상자 중 자발적 동의를 한 성인 206명과 19세 미만 청소년 120명을 대상으로 정신건강 상태를 조사한 일이 있다.
 
  이 연구에서 보호관찰 대상자의 정신건강 상태는 일반 인구군에 비해서 매우 ‘불량’한 것으로 드러났다. 성인 대상자의 45.63%, 청소년 대상자의 45.00%가 정신질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또 이들 중 정신의료기관 이용실태는 매우 저조해 성인 대상자의 10.76%, 청소년 대상자의 19.40%만이 치료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치료 중인 대상자는 성인 대상자의 8.23%, 청소년 대상자의 7.46%에 불과했다고 한다.
 
  김봉석 연구팀은 2015년 11월~2016년 1월 사이 수도권 모(某)소년원에 있는 10~19세 미만 소년원생 200명(본인과 보호자 모두가 서면조사에 동의한 참여자)을 대상으로 정신질환 유병률(有病率)을 조사했다.
 
  유병률은 특정 시간에 질병의 영향을 받는 특정 개체수의 비율을 말한다. 연구 대상인 총 사람 수와 질환이 있는 것으로 드러난 사람 수를 비교하는데 보통 백분율, 1만 명 또는 10만 명당 사례수 등의 단위를 사용한다. 설문지 연구에 자주 사용된다.
 

 
  소년원 청소년들에 대한 적극적인 치료 개입 필요
 
  임상심리 전공 연구원 3명과 함께 ‘정신질환의 진단 및 통계 편란’(DSM-5) 등을 포함한 여러 면담지로 임상면담을 진행했다. 그 결과, 알코올 사용 장애 58.5%, 품행 장애 55.0%, 반사회성 인격 장애 48.0%, 양극성 정동 장애 47.5%, 적대적 반항 장애 43.5%, 주의력 결핍/과잉행동 장애 34.0%, 틱 장애 29.5%, 인터넷 게임 장애 18.0%, 주요 우울 장애 16.5% 순으로 정신 장애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놀랍게도 전체 정신질환 유병률이 92.5%였다.
 
  대부분이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는 얘기였다. 소년원에 머무르고 있는 청소년 대다수에서 정신질환 진단이 가능하며 대부분이 2개 이상의 공병(共病) 질환을 갖고 있었다.
 
  심지어 중복된 정신질환 공병 개수가 1개인 경우가 11.5%, 2개 13.5%, 3개 12.5%, 4개 15.0%, 5개 13.5%, 6개 이상 26.5%였다. 정신질환 공병 개수가 많아질수록 자살 경향성, 아동기 외상 기왕증(旣往症·과거 경험한 질병), 문제행동 등이 통계적으로 더 높게 나타났다. 소년원 청소년들에 대한 적극적인 치료 개입이 필요하다는 추론이 가능했다.
 
  이를 계기로 법무부가 소년원 내 정신질환자를 자체 조사했더니 2016년 5월 기준 소년원생 1068명 중 정신병력자가 275명(25.7%)으로 파악되었다. 이 수치는 김봉석 연구팀이 정신질환자 유병률을 92.5%라고 보고하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었다.
 
  서울대병원 김붕년 교수는 “서울보호관찰소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정신질환 청소년 비율이 45.00%라는 점을 고려하면 소년원 내에 실제 정신질환이 있음에도 적절한 처치를 받지 못하고 있는 환자가 적어도 25%, 많게는 약 70% 정도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정신질환자의 수용은 국내외 성인 교정시설은 물론 소년 구금시설에서도 가장 큰 어려움 중의 하나다.
 
  2013년부터 2020년까지 소년원에 수용된 인원 가운데 정신병력을 지닌 소년원생들은 2013년 13.7%에서 2020년 33.6%까지 증가하였다. 이들의 주된 진단명은 주의력 결핍과 과잉행동 장애, 적대적 반항 장애, 주요 우울 장애, 간헐적 폭발성 장애 등으로 전체의 70%가량을 차지했다.
 
  이러한 정신병력은 사회와 격리된 공동생활을 하는 시설에서는 더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공동생활을 하는 시설에서 정신질환자가 함께 있다는 것은 본인도 힘들지만 동료, 직원들 모두에게 힘든 상황을 초래한다.
 
  이를 증명하듯 소년원 내 전체 징계자 중에서 정신질환 소년원생이 반수를 넘었다. 소년원 내 정신질환 징계자 현황(2016~2020년)에 따르면 2016년 전체 징계자 1001명 가운데 정신질환 징계자가 606명(60.6%)이다가 2018년 1272명 가운데 840명(66.0%), 2020년 926명 가운데 543명(58.6%)이었다.
 
  소년원 내에서 소동을 일으켜 징계받은 이들 가운데 반 이상이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는 얘기다. 정신질환 소년원생에 대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함을 시사한다. 전문가 자문단들도 의료소년원 증설과 전문 상담사 상주를 통한 치료와 교육을 강조하고 있다.[법무부 범죄예방정책국 소년보호과가 의뢰해 작성한 〈소년원생 재범 방지를 위한 소년원 교육과정 개선연구〉(2021) 인용]
 
심각한 청년 자살률
  “자살은 10~30대 사망 원인 1위”

 
  한국은 2003년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를 차지한 이래 2017년을 제외하고 안타까운 1위를 계속 이어가고 있다. 2020년 자살 사망자 수는 1만3195명으로 전체 사망자 30만4948명의 4.3%다.
 
  전 세계 주요 사망 원인 상위 10위 안에 자살은 포함되지 않으나 한국에서 자살은 다섯 번째다. 자살 과정에서도 치명적 수단[목맴(51.6%)]을 선택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가 의뢰해 작성한 용역 보고서 〈한국 절망사(絶望死) 연구〉 (2022년)에 따르면 우리나라 자살의 특성으로 청년은 정신과적 문제, 중장년은 경제적 문제, 노인은 신체질병 문제로 인한 자살이 타 연령보다 높다.
 
  연구 보고서를 작성한 한국방송통신대 강상준 교수(사회복지 전공)는 “자살은 10~30대의 사망 원인 1순위, 40~50대에서는 사망 원인 2순위”라며 “사망 원인에서 자살이 차지하는 비율은 10대 41.1%, 20대 54.4%, 30대 39.4%, 40대 20.8%, 60대 4.7%”라고 했다.
 
  전 세계 15~29세 청년층의 사망 원인 중 자살은 네 번째 주요 원인이나 한국에서는 첫 번째가 자살이다. 다시 말해 우리나라 청소년과 청년들의 정신건강 혹은 심리적 문제가 심각하고 위태롭다는 이야기다.
 
  다른 통계에서도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통계청의 2020년 사망 원인 통계에 따른 동기별 자살 현황을 살펴보았다. 안타깝게도 정신과적 문제로 인한 자살자가 4905명(38.4%)이었다. 경제생활 문제 3249명(25.4%), 육체적 질병 문제 2172명(17%), 가정 문제 891명(7%) 순이었다.
 
  강력범죄 범죄자의 2.1%가 정신장애
 
  기자는 2020년 범죄 발생 현황 자료인 〈대검찰청 범죄분석 2021〉을 입수해 분석했다. 한 해 동안 발생한 범행 161만2424건 중 범죄자에게 정신장애가 있는 경우가 0.6%, 건수로 9058건이나 됐다. 이 가운데 강도, 방화, 살인 등 강력범죄(흉악)인 경우 범죄자의 2.1%가 정신장애를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범죄자의 정신상태를 성별로 나누면, 정신장애가 있는 남성(67.8%)이 여성(32.2%)보다 두 배 이상 많았다.
 
  정신장애인 범죄의 발생 추이를 살펴보면 2014년 6301명에서 2016년 8343명→2019년 7818명→2020년 9058명 등으로 6년간 43.8%p가 늘었다. 같은 기간 정신장애인의 범죄 비율 역시 0.3%에서 0.6%로 두 배 증가했다.
 
  그렇다면 정신장애인의 재범(再犯) 가능성은 어떨까.
 
  정신장애인 재범자는 2014년 4142 명에서 2020년 6137명으로 꾸준히 상승하고 있었다. 6년간 48.2%p나 증가했다. 정신장애 재범자 비율도 2014년 64.7%에서 2020년 67.8%로 늘었다. 정신장애를 지닌 범죄자 3명 중 2명이 재범을 저지르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기자는 법무부의 〈2021 범죄예방정책 통계분석〉 자료를 입수해 정신건강 상담·치료를 조건부로 범죄자를 처벌하지 않고 기소유예한 사례가 있는지를 알아보았다. 놀랍게도 2016년과 2017년 사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구체적으로는 2016년 11명에서 2017명 184명으로 늘어났다. 또 2018년 121명, 2019년 160명, 2020년 99명 등으로 2010년대 초반에 비해 처벌 대신 상담·치료를 권유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었다. 이를 문제유형별을 살펴보면, 정신질환이 96건(97.0%), 알코올 중독이 3건(3%) 등으로 대부분 정신질환인 것으로 확인됐다. 2020년 정신건강 상담·치료 조건부 기소유예 접수 사건을 사범에 따라 구분하면, 폭력사범이 35건(35.4%)으로 기타사범 39건(39.4%)에 이어 가장 많았다.
 

 
  조현병 감호자 증가… 2014년 509명→2020년 575명
 
  2020년 12월 31일 기준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어 치료감호소에 수용 중인 감호자(監護者)를 병명(病名)에 따라 구분한 결과, 조현병이 575명(56.6%)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지적장애 84명(8.3%), 조울증 79명(7.8%) 순이었다.
 
  최근 7년간(2014~2020년)의 병명별 수용 현황을 살펴보면, 조현병이 가장 많은 인원수와 비율을 차지할 뿐 아니라 매년 인원과 비율이 증가하고 있었다. 2014년 44.3%(509명)→2019년 53.7%(543명)→2020년 56.6%(575명)로 나타났다.
 
  또 지적장애는 매년 7~9%, 조울증은 6~7%, 기타는 5~7%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고, 망상 장애는 2014년 4.5%에서 2019년 8.4%로 증가했다가 2020년에는 5%대로 줄었다. 알코올 사용 장애는 2014년 9.9%에서 점차 감소하는 추세로 2019년과 2020년에 6% 수준을 보였다.
 
  이와 함께 2014년부터 2021년까지 8년간 정신질환을 가진 교정시설 수형자 수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인 것으로 확인됐다. 2021년 교정시설 수형자를 병명에 따라 구분한 결과 정신질환이 있는 경우는 4869명(22.0%)으로 고혈압 7949명(35.9%)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당뇨(20.4%)보다 정신질환이 많다는 사실이 놀랍고 충격적이다.
 
  2021년 정신질환 수용자를 병명에 따라 나누어 살펴보면 전체 정신질환 수용자 4869명 가운데 비기질적 수면 장애(25.9%, 1265명)를 가진 정신질환 수용자가 가장 많았으며, 우울병 에피소드, 정동 장애 등을 포함한 기타 장애가 19.6%(954명), 양극성 정동 장애(14.2%, 693명), 조현병(8.5%, 413명) 순으로 확인되었다.
 
  참고로 양극성 정동 장애는 ‘양극성 장애’라고 불리는데 일종의 조울증, 조울병으로 불린다. 기분이 들뜨는 조증(躁症)이 나타나기도 하고 기분이 가라앉는 우울증이 나타나기도 한다는 의미에서 양극성 장애로 불린다. 법무부에 따르면 특히 우울증과 불안 장애를 가진 수용자가 2017년 이후 꾸준히 증가하고 있었다.
 

 
  ‘정신응급’ 신고 건수 2만6000여 건(2021)… 출동은 1268건
 

  자살, 폭력, 기타 정신과적 응급이 필요하고 급성 정신병 범주 등을 포함한, 자신 또는 타인을 해칠 우려가 있는 상황에서 정신과적 접근을 긴급히 필요로 하는 경우를 ‘정신응급’이라고 부른다.
 
  자살 시도로 외상을 입어 수술이 필요한 양극성 장애 환자, 뇌전증 발작이 조절되지 않는 조현병 환자, 의식불명의 주취 환자 등이 그 대상이다.
 
  이와 관련해 ‘정신응급’과 관련한 정신 이상을 신고한 사례는 얼마나 될까.
 
  서울시 정신응급 통계(서울시 정신건강복지센터, 2021)에 따르면 정신 이상 관련 신고 건수는 연간 2만6000여 건에 달했다.
 
  평일 주간에 신고하는 경우는 25%에 불과하고 대개는 주말과 휴일 및 야간에 신고하는 경우가 75%나 됐다. 또 2021년 정신응급 대응 모니터링 결과, 연간 1268건(2020년 1038건)의 출동이 이뤄졌는데 이 중 경찰이 직접 요청한 사례가 74.6%(946건)로 대부분이었다. 경찰은 사건 현장 상황을 보고 대개의 경우를 ‘정신응급’으로 판단한 것이다.
 
  정신응급 발생 환자 수도 증가하고 있다. 2014년 1만2994명에서 2019년 1만5439명으로 5년 사이에 19%나 늘어났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2015년 서울 지역 종합병원 응급실 이용자 수 172만여 명 중 응급진료를 목적으로 정신건강의학과에 내원해 접수한 이는 7422명(전체 0.4%)이었다.
 
  5년 후인 2019년 응급실 이용환자 178만여 명 중 응급진료를 목적으로 정신건강의학과에 내원한 이는 8219명(0.5%)이었다. 10.7%가 증가한 셈이다.
 
  서울 지역 종합병원에 자해나 자살과 관련해 응급실을 이용한 환자 수가 2015년 5572명에서 2016년 5627명→2017년 5902명→2018년 6938명→2019년 7220명으로 계속 느는 추세다.
 
  서울대병원 공공보건의료사업단 손지훈 교수는 “급성기 정신건강의학 병상이 절대 부족하고 입원 가능한 종합병원도 부족하다”며 “응급실을 운영하지 않는 일반 정신병원은 사실상 24시간 대응이 불가능한 곳”이라고 했다.
 
  지난 4월 19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 세미나 〈중증 응급 정신의료 무엇이 문제인가〉에서 손지훈 교수와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이병철 이사는 “만성적인 ‘초(超)저수가(低酬價)’와 인력, 시설, 서비스 부족으로 정신건강의학 입원 치료의 질적 저하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예컨대 조현병의 경우 급성기 치료에 많은 자원(3~5배)이 소모된다. 자원 소모에 따른 의료 수가 구분이 없으면 가장 힘든 환자를 가장 취약한 영역에서 감당할 수밖에 없다. 진료비 증가 억제 방향은 중증 응급환자 기피를 유도하는 악순환을 부를 수 있다.
 
급증하는 은둔형 외톨이
  코로나19 이후 전 연령에서 고립·은둔 증가

 
  ‘은둔형 외톨이’ 인구도 늘고 있다. 행정안전부의 주민등록 인구 통계(2021년 6월 기준)를 활용해 추정해 보니 전국 은둔형 외톨이는 23만4788명, 비율로는 2.15%였다. 이를 성별로 나눠 추정하면 남성은 2.05%(11만7119명), 여성은 2.28%(11만8715명)였다.
 
  연령으로 보면 18~24세가 1.97%(8만2785명), 25~34세가 2.25%(15만1156명)로 20~30대에 은둔형 외톨이 비율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G’L 학교밖청소년연구소 관계자는 “18~24세 연령에서 코로나19 이후 은둔형 외톨이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또 2019년 이후 여성 청년의 발생률도 급증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음은 은둔형 외톨이의 대략적인 정의다.
 
[문제1] 귀하는 평소 얼마나 외출하십니까?
  ① 직장이나 학교로 평일은 매일 외출한다
  ② 직장이나 학교로 일주일에 3~4일 외출한다
  ③ 여가생활을 위해 자주 외출한다
  ④ 사람을 만나기 위해 가끔 외출한다
  ⑤ 보통은 집에 있고, 자신의 취미생활만을 위해 외출한다
  ⑥ 보통은 집에 있고, 인근 편의점 등에 외출한다
  ⑦ 자기 방에서 나오지만, 집 밖으로는 나가지 않는다
  ⑧ 자기 방에서 거의 나오지 않는다
 
[문제2] (문1에서 ⑤, ⑥, ⑦, ⑧ 응답자만) 현재의 상태가 얼마나 지속되었습니까?
  ① 6개월 미만
  ② 6개월 이상~1년 미만
  ③ 1년 이상~3년 미만
  ④ 3년 이상~5년 미만
  ⑤ 5년 이상~7년 미만
  ⑥ 7년 이상
 
[문제3] (문1에서 ⑤, ⑥, ⑦, ⑧ 응답자만) 현재의 상태가 된 계기는 무엇입니까?
  ① 학업 중단이나 대학 진학 실패로
  ② 취업이 잘 되지 않아서
  ③ 인간관계가 잘 되지 않아서
  ④ 장애가 있거나 몸이 불편해서
  ⑤ 임신이나 출산 때문에
  ⑥ 기타
 
  이상의 문항에 대한 응답 중 [문제1]에서는 ⑤, ⑥, ⑦, ⑧ 응답자, [문제2]에서는 은둔기간이 6개월 이상자, [문제3]에서는 은둔 계기가 ④, ⑤가 아닌 경우를 ‘은둔형 외톨이’로 개념화하고 있다.
 
  정부 ‘사법입원제’ 도입 추진 검토
 
  손지훈 교수는 “퇴원 환자의 지역사회 출구 전략도 부재하다”며 “10년(2011~2020년) 사이 상급 종합병원 내 정신과 보호병동의 18%가 줄어들었다. 광주세브란스병원은 2014년, 청량리정신병원은 2018년, 성안드레아병원은 2022년 폐쇄되었고 경기도립정신병원과 용인정신병원은 보호병동이 축소되었다”고 말했다.
 
  신림동·서현역 흉기 난동 등 흉악범죄가 잇따르자 법무부는 중증 정신질환자의 입원 여부를 법원이 결정하는 ‘사법입원제’ 도입 추진을 검토하기로 했다.
 
  사법입원제는 법원이 강제적으로 정신질환자의 입원 여부를 결정하는 제도를 말한다. 미국의 대부분 주와 독일, 프랑스 등은 법원 심사를 거쳐 강제 입원 여부를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고 한다.
 
  현재 정부는 ‘치료명령제’를 운영하고 있다. 치료명령제는 주취, 마약, 정신질환 상태에서 금고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범죄를 저지른 자를 법원이 형의 선고나 집행을 유예하면서 지역사회 내에서 치료받을 것을 명령하는 제도다. 지난 2016년 시행 첫해 16명으로 시작해 2021년 2월 현재 4824명에게 치료명령제가 집행되었다. 다만 치료명령 비용은 원칙적으로 환자(범죄자)가 부담하는 것으로 돼 있다. 비용을 못 내면 치료가 불가능하다.
 
  김동욱 대한정신건강의사회 회장은 “정신질환 환자와 가족들이 느끼는 경제적 부담, 편견 등을 개인에게만 부담시켜선 곤란하다”며 긍정적인 입장이다.
 
  그러나 사법입원제가 본질과 먼 땜질 처방이란 지적이 나온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법입원제가 정신질환자를 집단혐오 하는 것과 다름없다. 이미 강제입원 대상이 될 만한 사람들은 대부분 입원해 치료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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