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탐사

강원도 ‘초호화 골프장’ 둘러싼 갈등

“주민과의 약속 무시” vs “약속 충실히 이행 중”

  • 글 : 김세윤 월간조선 기자  gasout@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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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을, 2004년부터 골프장 건설 반대하며 농성 벌여
⊙ 2014년 최문순 당시 강원지사, ‘사업 승인 취소’ 처분… 법원 “골프장 사업 합법”
⊙ 마을 주민 “골프장 측, 돈으로 우리 이간질하려고 해”
⊙ “골프장 오폐수로 계곡 오염”… 골프장 측 “재발방지 대책 마련”
⊙ 법정보호식물 사라져… 환경청 “회사에 법적 책임은 없어”
⊙ 인근 사찰 “공사 발파 작업으로 산사태 위험”… 골프장 측 “기준에 따라 발파 작업 진행”
공사가 한창인 카스카디아CC 골프장 입구.
강원도 홍천군에 들어설 ‘초호화 골프장’을 두고 인근 마을과 골프장 건설 시행사가 갈등을 빚고 있다.
 
  해당 골프장은 홍천군 북방면 구만리 1번지에 자리한 ‘카스카디아CC’로 유니골프앤리조트가 시행을 맡았다. 유니골프앤리조트는 2020년 6월 30일 삼승엘앤디로부터 골프장 및 콘도미니엄 사업을 양수해 지난 3년간 약 2200억원을 투입, 27홀 규모의 골프장을 건설해 왔다. 국내 최고가 프리미엄 골프장을 표방하는 이 골프장은 주말 그린피가 51만원으로 강원도 내 평균 주말 그린피의 2배가 넘는 가격이다.
 
  골프장 건설 사업은 지난 2004년부터 추진돼 왔다. 2007년 구만리 주민들은 이곳에 골프장이 들어서는 것을 반대하며 대규모 농성을 벌였다. 환경영향평가와 산림조사 결과 해당 부지에 법정보호 동식물이 대거 서식한다는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당시 농성으로 마을 주민 28명이 업무방해죄 등의 혐의로 전과자 신세가 됐다고 한다.
 
  지난 2011년 6월 최문순 당시 강원지사는 주민들의 민원을 받아들여 공사를 중지시킨 뒤, 2014년 3월 직권으로 ‘사업 승인 취소’ 처분을 내렸다. 최 지사는 후보 시절 ‘강원도 골프장 건설 전면 중단’을 공약으로 내걸어 그해 4월 당선됐다. 강원도의 사업 승인 취소 처분에 시행사 측은 “환경영향평가 부실을 이유로 사업계획 승인 처분을 취소한 것은 부당하다”며 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1심에서 법원은 시행사의 손을 들어줬다. 강원도는 항소했지만 2심에서도 시행사가 승소했다. 강원도는 상고하더라도 법적으로 다퉈볼 만한 여지가 없어 손해 배상 규모만 더 커질 것이라고 판단해 2심 판결에 승복했다.
 

  한편 구만리 주민 106명은 2010년 강원도를 상대로 도시관리계획무효확인 등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대법원까지 간 이 재판은 주민들의 패소로 끝이 났다. 2014년 대법원은 “사전 환경성 검토 절차를 거쳤다면 검토 내용이 다소 부실하더라도 취소 사유는 될 수 있어도 당연 무효 사유는 아니다”라고 판결했다.
 
  2020년부터 골프장 건설은 재개됐고, 현재 완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카스카디아CC는 홈페이지에 ‘그랜드 오픈 전 유료 시범라운드 예약 안내’라는 공지를 올리고 이용객을 모집하고 있다. 8월 말 골프장 내 클럽하우스가 완공되는 대로 본격적인 영업을 시작할 방침이다.
 
 
  시행사-주민, 민원 이행각서 체결
 
  2020년 5월 삼승엘앤디는 유니골프앤리조트의 사업권 인수를 앞두고 구만리 주민들과 ‘이행각서’를 체결했다. 건설 공정률이 20%를 막 넘긴 시점이었다. 삼승엘앤디는 “구만리 주민과 골프장 조성 관련 갈등을 충분히 숙지하고 있으며, 지역 주민과의 원만한 합의를 통해 사업이 추진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며 주민들의 민원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주민들도 대법원의 판결도 났으니 시행사와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뜻을 모았다.
 
  시행사가 구만리 주민들에게 약속한 사안은 ▲구만리 농로와 연계 가능한 진입로(도로 폭 6m) 개설 ▲갈수기 하류 지역에 농업용수 공급 ▲오·폐수의 외부 방출을 막아 주변 수질 오염 방지 ▲콘도 내 마을 기업의 지역특산물 직거래 장터 및 홍보관 설치 ▲골프장·콘도용 식자재로 지역특산물 우선 매입 등이다. 춘천합동법률사무소는 2020년 5월 14일 이 이행각서를 공증했다. 이로부터 약 한 달 뒤 사업권을 넘겨받은 유니골프앤리조트도 이행각서를 지키겠다고 주민들과 약속했다. 그런데 구만리 주민들은 위 사안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한다.
 
 
  “길 확장 공사 약속 어겨” vs “길 소유주 협조 안 해”
 
  구만리 주민 A씨는 “마을 진입로 너비는 지금 3m 정도”라며 “골프장 측이 진입로를 확장하는 공사를 약속했지만, 여전히 감감무소식이다”라고 말했다. 다른 주민 B씨도 “차 1대 오가는 것도 힘든 상황인데 골프장이 완공되면 마을 바로 앞으로 매일 차 700~800대가 지나갈 것”이라며 “길은 그대로인데 골프장은 곧 오픈한다고 하니 이해가 안 된다”고 하소연했다. 주민들은 또 “진입로 확장 공사 대신 골프장 측이 마을 발전기금 형식으로 돈을 지불해 이 상황을 해결하려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면서 “주민들을 ‘진입로 건설파’와 ‘발전기금파’로 나눠 이간질하려는 속셈”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이 마을 주민들은 진입로 확장 공사 대신 이에 해당하는 대금을 발전기금으로 받느냐, 받지 않느냐를 두고 찬반양론(贊反兩論)이 한창이라고 한다.
 
  반면, 골프장 측은 “공사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동성 유니골프앤리조트 전무는 “진입로 토지를 소유한 주민 3명이 우리에게 토지를 팔아야 착공할 수 있다”면서 “이분들과 접촉을 시도해도 반응이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그사이 진입로 폭도 기존 6m에서 10m로 확장하기로 했다”며 “시공사에 공사 계약금까지 지급한 상태”라고 반박했다. 김 전무는 “지방토지수용위원회에 감정평가를 공탁해 토지 소유권을 강제로 얻어 착공하는 방법도 있다”면서도 “이 방법은 법적으로 문제는 없지만, 이렇게 되면 구만리 주민들과 신뢰는 완전히 깨지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 또 발전기금을 지불해 마을 주민들을 이간질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사실 주민들이 요구하는 진입로는 마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진입로 확장에 사용될 돈이 보다 발전적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마을 발전기금을 제안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공사 이후 계곡에 가재 사라져”
 
홍천군청 환경과가 작성한 수질 검사 결과표. 골프장 측은 대부분의 검사 항목에서 ‘매우 좋음’ 등급을 받았다.
  구만리 주민들은 골프장 건설 현장에서 흘러나오는 오·폐수로 마을 계곡이 오염됐다고 하소연했다. 주민 C씨는 “예전에는 우리 계곡에 가재가 넘쳐났다”면서 “그런데 공사가 시작된 이후엔 한 마리도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주민들이 찍은 사진 속 계곡은 오·폐수가 섞여 탁한 모습이었다. C씨는 “‘이행각서’에는 분명히 사업지 내에서 사용하는 물은 재활용될 것이기 때문에 오·폐수는 발생하지 않고, 주변 수질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돼 있다”면서 “그런데 특히 비 오는 날이면 유독 오염 정도가 심했다. 명백한 약속 위반”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김동성 전무는 “그 부분은 우리도 인정한다”며 “저류지에 가둬둔 물이 넘쳤기 때문인데 이 문제로 회사도 내부 회의를 거쳐 재발방지 대책을 세웠다”고 말했다. 이어 “주민들이 민원을 제기해 홍천군청 환경과에서 구만리 일대 계곡 수질 검사를 진행했다”면서 “검사에서 오염 물질은 검출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실제 지난해 11월 홍천군청 환경과가 작성한 구만리 ‘수질 분석 결과’를 보면 ‘생물화학적 산소요구량(BOD)’은 0.3mg/L, ‘총 유기탄소(TOC)’는 1.5mg/L, ‘총 질소(T-N)’는 0.844mg/L, ‘총 인(T-P)’은 0.0105mg/L, ‘생태독성’은 0.5mg/L로 나와 있다. 국내 수질환경기준상 ‘총 질소’를 제외한 나머지 항목은 모두 ‘매우 좋음’ 등급에 해당하며, ‘총 질소’는 ‘보통’ 등급에 속한다.
 

  그러나 주민들의 불만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환경영향평가를 했을 당시 골프장 부지에 서식 개체가 확인된 법정보호식물이 관리 소홀로 죽어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유니골프앤리조트가 이식 작업을 한 뒤 식물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정식물 이식 및 모니터링 현황표’에는 2011년부터 2015년 그리고 공사가 재개된 이후인 2020년 1/4분기부터 2023년 1/4분기까지의 특정식물 이식 조사 결과가 나와 있다. 특정식물이란 개체군이 극히 적거나 감소하여 보전이 필요한 식물을 뜻한다. 이 문서엔 법정보호식물 2종(백부자·한국사철란)이 2020년 이후 고사(枯死)한 것으로 나와 있다. 2011년 첫 조사 당시 ‘양호’ 등급을 받았던 삼지구엽초, 세입승마의 개체수도 2022년 4/4분기 기준 각각 ‘25주(株)’ ‘13주’로 줄었다.
 
  이에 대해 김 전무는 “특정식물 이식 작업은 우리도 용역을 줘서 진행하고 있다”며 “어떤 개체를 얼마나 이식했는지 등을 정리해 주무관청인 원주지방환경청에 성실히 보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주지방환경청 관계자는 “이식 식물이 고사하더라도 회사가 법적 책임을 지지는 않는다”면서 “회사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식 작업을 진행해 왔다”고 설명했다.
 
 
  “산사태 무서워 잠도 못 자”
 
자명사 측은 산사태 위험 탓에 사리탑이 있는 산신각 출입을 막아놨다.
  마을에서 가장 높은 산인 구만산(331m)엔 자명사(慈明寺)라는 사찰 하나가 있다. 골프장과 고개 하나를 사이에 둔 이 사찰은 골프장 건설로 큰 피해를 겪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대규모 공사 현장에서는 폭약을 사용해 암반을 깨뜨리는 ‘발파 작업’을 진행한다. 사찰 측은 골프장 발파 작업으로 발생한 충격이 산을 타고 넘어와 사찰 바로 뒤편의 절벽이 조금씩 무너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자명사 관계자는 “절벽 바로 아래 사리(舍利)탑이 있다. 신도들이 자명사에 오면 꼭 들르는 장소”라면서 “낙석 위험이 있어 지금은 입구를 막아놓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리탑 문제뿐만이 아니다. 밤에 갑자기 절벽이 무너질까 봐 절에서 잠을 자기도 어렵다. 실제로 몇 달 전 낙석에 맞아 코뼈가 부러지기도 했다. 올여름엔 비도 많이 온다는데 걱정이 크다”고 털어놨다.
 
  반면, 김동성 전무는 “우리가 사업권을 인수하기 이전부터 자명사 뒤편 절벽은 보강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면서 “발파 작업은 2년 전에 모두 끝났고, 당시 발생한 소음 및 진동파 모두 기준치 이하였다”고 반박했다.
 
  김 전무는 “6개월마다 사업계획 이행 실적과 민원 사항 조치계획 등에 관한 서류는 강원도 측에 제출하고 있다”면서 “지역 주민과 마찰이 큰 사업인 만큼 이행각서에 명시된 약속은 지킬 것이며, 민원 사항은 앞으로도 주민들과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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