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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두산중공업의 몰락은 탈원전 때문인가?

집 군데군데 불붙고 있는데 휘발유를 들이부은 셈

글 : 정혜연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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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사 매출 중 15%(원전)는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다
⊙ 두산중공업의 원전 기술력은 세계 최고 수준
⊙ 한국형 원전 ‘APR 1400’ 겨우 수출했는데 향후 전망은 불투명
2019년 3월 6일 문재인정권의 탈원전 정책에 따라 건설중지된 경북 울진 신한울원전 3·4호기 예정지.
  경영난에 시달리는 두산중공업을 둘러싸고 말이 많다. 한쪽에서는 “두산중공업이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으로 타격을 입어 회사 사정이 어려워졌다”고 주장한다. 다른 쪽에서는 “두산중공업의 전체 매출에서 원자력발전소(이하 원전)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다. 회사의 고질적인 문제가 경영 악화를 부추겼다”고 주장한다. 누구 말이 맞는지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는 것은 몇 가지 이유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의 정책 중 논란거리인 ‘탈원전’이 중심에 있기 때문에 두산중공업이라는 회사의 어려움을 두고 ‘친(親)문재인’ 대 ‘반(反)문재인’이 진영 논리를 내밀고 있다. 게다가 회사의 경영난으로 인해 2조4000억원대의 공적 자금이 투입됐다. 정부의 지원금은 곧 국민 세금이기에 너 나 할 것 없이 한마디씩 거드는 모습이다.
 
  원전이 위치한 지역이 경남, 경북, 전남 등 지방인데다 원전과 관련한 협력업체가 많아 지역 고용과도 직결된다. 이런 복잡한 이유로 두산중공업에 대한 관심은 높다. 그런데 정작 두산중공업은 아무 말이 없다. 회사 전체 매출 중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에 대해서 회사는 구체적인 수치를 내놓지 않고 있다. 국회와 언론에서 추정치를 쏟아낼 뿐이다.
 
 
  5년 만에 매출·영업이익 30% 줄어
 
서울 삼성동 전력거래소에서 관계자들이 전력수급 현황을 살피는 모습. 원자력은 전 세계 전력 공급의 10%를 책임지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우여곡절이 많은 회사다. 모체는 1962년에 설립된 현대양행이다. 현대양행은 산업·건설용 원자재 설비와 시멘트 등을 수입하는 무역회사로 출발해, 1973년 주조·기계·단조 시설을 갖춰 중공업 회사가 됐다.
 
  1970년대 말부터 정부는 중화학공업 구조조정에 들어갔고, 회사는 1980년 정부에 귀속돼 공기업인 한국중공업으로 바뀌었다. 20년 뒤에 한국중공업은 민영화에 들어갔고, 두산컨소시엄이 경영권을 확보해 2001년 3월 회사 이름을 두산중공업으로 바꾸고 오늘날까지 운영하고 있다.
 
  회사는 산업의 기초 소재인 주단조 제품에서부터 원자력·화력・풍력 등의 발전 설비, 해수(海水) 담수화 플랜트, 운반 설비 등을 제작해 국내외 플랜트 시장에 공급하고 있다. 국내에서 건설되는 원자력발전소에 원자로를 독점 납품한다. 두산중공업은 재계 서열 15위권인 두산그룹에 소속돼 있고, 두산중공업의 자회사로는 두산인프라코어, 두산밥캣 등이 있다.
 
  두산중공업의 공시 내용을 보면 원자력 발전은 전 세계 전략 생산량의 10%를 책임진다. 대부분 선진 국가에서 국가기간산업·수출전략산업으로서 정책적으로 육성하는 사업이다. 국내 원자력 사업은 발전 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을 중심으로 종합설계(한국전력기술), 핵연료 공급(한전원자력연료), 발전소 주기기 제작·공급(두산중공업)으로 구조화돼 수의계약 형태로 이뤄져 있다. 엄격한 품질 보증과 실증(實證) 설계 등 안전성 확보를 최우선으로 하기 때문에 극히 제한된 유(有)자격 업체만이 원자력 산업에 참여할 수 있다.
 
  두산중공업은 국내 유일의 원전 발전소 부품 제작사다. 매출은 2010년 중반까지 비교적 전년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2010년 6조1700억원대, 2011년 6조3300억원대, 2012년 7조6700억원대, 2013년 6조6700억원대, 2014년 5조4900억원대를 기록했다. 회사 영업이익은 2200억원에서 4700억원대까지 해마다 들쑥날쑥했다. 그런데 지난해는 회사 매출 3조7000억원대, 영업이익 800억원대(2019년)를 기록했다. 불과 5년 만에 어림잡아 회사 매출과 영업이익의 30%가 날아갔다.
 
 
  ‘경영진 오판’ ‘자회사에 대한 지원’이 주요 원인이라는 시각
 
  두산중공업의 사정이 나빠진 이유가 탈원전 때문이 아니라고 말하는 이들은 ‘두산중공업 경영진의 오판’과 ‘자회사에 대한 무리한 지원’이 두산을 힘들게 했다고 말한다. 두산중공업의 매출이 처음으로 5조원대 밑으로 가라앉은 것은 2016년(매출 4조7000억원대)이었다. 2015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려는 파리기후변화협약이 체결되면서 세계 석탄화력 신규 발주가 줄어들었고, 신재생 에너지로의 투자가 늘었다. 두산중공업은 2013년 한 해만 두산건설에 유상증자와 현물지원을 합쳐 1조원 가까이 지원했다. 10년 동안 두산중공업이 두산건설에 지원한 금액은 총 1조7000억원에 달한다.
 
  두산중공업의 체력이 점점 약해지고 있었던 것은 분명하다. 문재인 정부는 ‘에너지 전환 정책’이라는 명목으로 체력이 부쩍 떨어지던 회사에 결정타를 날려버렸다. 한 경제학자는 두산중공업 부실의 책임 소재를 묻는 질문에, “집 구석구석에 불이 붙고 있는데 정부가 여기에 휘발유를 부은 격”이라고 했다.
 
  문 정부의 탈원전·탈석탄 정책은 곧 실행됐다. 정부는 원전을 영구 정지시키거나 이미 건설하기로 결정이 난 사안을 뒤집어버렸다. 2017년 6월 영구 정지된 고리 1호는 노후화에 따른 조치였으니 대부분의 원자력발전소가 경제성을 바탕으로 한 수명 연장을 생각해보면 조기 폐쇄로 볼 수 있다. 여기에 충분히 가동 능력이 있던 월성 1호기는 조기 폐쇄(2019년 12월)했고, 신한울 3·4호기는 이미 2015년에 앞으로 건설하기로 결정된 사안인데 2018년 6월 돌연 이 결정을 번복했다. 뒤를 이어 신규 건설하기로 계획한 천지 1·2호기, 대진 1·2호기도 신규 건설하지 않기로 했다.
 
  두산중공업이 힘들어진 이유가 탈원전 때문이 아니라는 주장은 회사의 전체 매출에서 원자력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고작 15~20% 정도에 불과하다는 논리다. 윤한흥 미래통합당 의원실에 따르면 두산중공업에서 원전 사업 매출은 2016년 1조5300억원에서 2017년 1조2000억원, 2018년 8500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두산중공업의 전체 매출이 2017년 4조3300억원대, 2018년 4조1000억원대였으니,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어림잡아 20% 내외다. 두산중공업이 세부 내역을 정확히 밝히지 않았기 때문에 전체 회사 매출 중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에 대해 10~20%까지 다양한 의견이 나온다. 친(親)정부 성향인 언론 매체는 이를 부각시킨다.
 
  《한겨레》는 “두산중공업의 사업 구조에서 석탄화력 발전 비중은 70~80%를 차지한다.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15%에 불과하다”(2020년 3월31일자), 《시사저널》은 “두산중공업의 사업 포트폴리오에서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15% 수준이다. 장기적으론 문재인 정부의 정책이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결정적은 아니다”(2020년 4월9일자)라고 보도했다. 이들의 논조는 전(全) 세계 석탄화력 발전 시장이 내리막길로 돌아섰는데도 불구하고 계속 여기에 치중한 ‘경영진의 오판’과 두산건설에 대한 무리한 지원으로 모(母)회사인 두산중공업이 힘들어졌을 뿐, 매출의 15%(혹은 20%)에 불과한 원전에 회사가 어려워졌다고 볼 수는 어렵다는 해석이다.
 
 
  회사 매출 15%를 책임진다는 의미는?
 
   한 회사에서 매출 15% 혹은 20%는 크지 않은 걸까.
 
  한 경제학과 교수(서울대)는 “회사 매출의 15%를 책임지는 사업 부문이 미미하다고 말하는 사람은 사업을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이”이라고 규정했다.
 
  “회사의 고정 매출 15%가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작은 식당을 한다고 쳐보죠. 주인에게 식당 매출의 5%를 매달 책임져 주는 사람을 어떻게 대접하느냐고 물어보면, VIP 대접을 한다고 말할 겁니다. 두산중공업은 국내 유일의 원자로 건설 업체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고, 원자력 설비 산업은 계획부터 완공까지 10년 이상이 걸릴 정도로 장기적인 사업입니다. 어느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진입 장벽이 높은 사업입니다. 원전은 눈이 오나 비가 오나 계절적인 영향을 받지 않는데다 경기 변동에도 영향을 받지 않는 고(高)부가가치 사업입니다. 전체 매출에서 15%에 불과하기 때문에 큰 의미가 없다는 것도 말이 안 되고, 특히 그 15%가 이익의 상당 부분을 책임지고 있다면 더 말이 안 됩니다. 기업 운영의 가장 기초적인 인건비를 커버하고도 남는 수준일 겁니다.”
 
  ― ‘고작 15%’라고 볼 수 없다는 거죠.
 
  “당연하죠. 두산중공업에서 원전은 일정 이익을 보장하는 사업이자, 앞으로 꾸준히 들어올 고정 매출에 가깝습니다. 물론 회사는 수십 년 동안 벌어들인 고정 매출을 위해 수천억원을 투자했을 겁니다. 원전은 회사의 타 매출인 화력·담수 부문에서 실적 부진이 일어나더라도 오히려 회사 이익의 일정 부분을 책임지는 버팀목을 하는 부문입니다. 이런 부문이 하루아침에 사라질 지경인데 별 의미가 없다니요.”
 
  회사의 매출 중 가장 기본적인 고정비는 인건비다. 이 학자의 말대로 두산중공업에서 원전 매출이 기본비를 충당하는지 살펴봤다. 원전 부문 단독 매출이 1조2000억원(2017년)이던 때 두산중공업 임직원의 연간 급여는 5833억원, 단독 매출 8500억원(2018년)일 때 급여는 5316억원이었다.
 
  다른 회사 재무담당 CFO는 “정부 정책 때문에 회사 매출의 15%를 책임지는 분야가 어려워졌다. 그런데 회사의 70% 이상 매출이 나오는 곳은 다른 분야이기 때문에, 15%에 타격을 준 정부가 책임 없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했다.
 
  탈원전반대본부도 ‘매출 15%에 불과’라는 대목에 대해 반기를 든다. 본부 관계자는 “두산중공업은 신한울 3·4기에 들어가는 원자로 제작을 마친 상태였는데 정부가 갑자기 백지화하면서 손해를 입었다. 현재까지 두산중공업 제작사에 원자로가 그대로 보관 중”이라며 “두산중공업이 배상액으로 요청한 금액은 원자로 설비 4500억원, 터빈 발전기 400억원 등 4900억원이 넘는다. 두산중공업은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인해 이미 손해를 봤고, 향후 일어날 손해까지 합치면 계산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외국 업체 처음으로 인정한 한국형 원전 ‘APR 1400’
 
경남 창원시 두산중공업에서 직원들이 베트남 Mongdoung 2 화력발전소용 저압터빈 로터 블레이드 조립 작업을 하는 모습. 두산중공업은 국내 유일의 원전 설비 업체다.
  두산중공업이 공시자료 등을 통해 원전 부문만의 매출, 영입이익, 순익은 물론 원가(原價)를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정확히 분석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두산중공업에서 원전이 의미하는 것, 여태 원전이 회사의 간판사업이던 것은 분명하다. 다시 말해 정부 정책으로 인해 한 회사의 간판 사업이 타격을 입을 것은 분명하다.
 
  두산중공업 사업 보고서에 따르면 회사의 기술력은 ‘국내 유일’이다.
 
  〈당사는 1987년 한빛 3·4호기부터 국내 유일의 원자로 핵심설비 주계약자로 참여해왔다. 국내에서 축적한 주기기 제작 역량을 바탕으로 2010년 한전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UAE 원전의 원자로 설비 및 터빈 발전기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한국형 노형 최초 수출에 기여했고, 중국 및 미국에서도 AP 1000 노형의 핵심기기를 수주하며 제작 역량을 인정받았다. 2012년 한울 3·4호기 증기발생기 교체 공사를 국내 업체 최초로 수주했고, 2014년 신고리 5·6호기 주기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고, 2016년에 미국 AP 1000 증기발생기와 UAE 원전 3호기 원자로 및 증기발생기 2기를 납품, 한빛 5·6호기 교체용 증기발생기 2기를 수주했다. 캐나다 SNC-Lacalin사와 CANDU 노형 수명연장 및 신규원전 사업협력을 위한 MOU를 체결했고, 2017년 UAE 원전 4호기 원자로 및 증기발생기 2기를 성공적으로 출하하고, 한국형 노형인 APR 1400의 유럽사용요건 인증을 획득해 유럽 수출 가능성을 높였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두산중공업의 원전 기술이 ‘세계 최고’라는 점이다. 한 관계자의 말이다.
 
  “두산중공업은 원자로, 증기발생기, 터빈발전기 등 원전의 핵심 설비뿐 아니라 핵연료 취급 설비, 핵연료 운반용기(Cask)와 원자로 계통 보조기기의 대부분을 공급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원전 설비 소재부터 최종 제품 제작에 이르기까지 모든 공정을 한 공장에서 처리할 수 있는 일괄생산 시스템과 원전 대형 소재 기술과 자체 공급 능력을 갖추고 있는 겁니다. 50년 가까이 원자력 발전소 주기기 제작 경험을 갖고 있는데, 이는 세계적으로 흔치 않은 사례입니다. 더구나 우리 독자 개발모델 ‘APR 1400’의 수출은 한국의 기술을 전 세계가 인정한 것을 입증합니다.”
 
  ― 바라카에 수출한 모델 말씀인가요.
 
  “네. ‘APR 1400’은 한국수력원자력을 주축으로 한 한국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모델입니다. 두산중공업은 원자로, 증기발생기 등 주기기 제작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로부터 2019년 8월에 설계 인증을 취득했습니다. 미국에서 미국 외 노형이 설계 인증을 받은 것은 ‘APR 1400’ 모델이 처음입니다. 설계 인증은 미국 정부가 ‘APR 1400’의 미국 내 건설·운영을 허가해준다는 일종의 안전확인 증명서 같은 겁니다. 그만큼 ‘APR 1400’이 안전하고 뛰어나다는 것을 인정한 겁니다.”
 
2019년 7월 24일 전국금속노조 두산중공업 노조원들이 ‘정부의 에너지 정책 전환에 따른 고용 안정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명예교수의 말이다.
 
  “두산중공업의 원자로 제작 기술력은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회사가 제작한 ‘대덕핵융합장치(KSTAR)’가 이를 입증합니다. 원전의 에너지는 핵분열 혹은 핵융합을 통해 발생하는데, 핵융합에 의해 발생하는 에너지가 핵분열에 의한 에너지보다 훨씬 큽니다. 핵분열로 인한 원자로를 만드는 기술이 오토바이라면, 핵융합을 통한 기술은 승용차를 만드는 기술일 정도로 고도의 기술입니다. 아직은 핵융합을 통한 원전이 전 세계적으로 많이 활용되지 않고 있지만, 기술력으로만 보면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두산중공업은 바로 핵융합을 통한 원전 기술을 가진 회사입니다.
 
  과거 미국 종합전기기기 제조회사 웨스팅하우스의 사례와 두산중공업이 비슷한 처지라는 시각도 있다.
 
  웨스팅하우스는 한때 전 세계 원자력 발전소 시장의 절반 이상을 점유했다. 하지만 미국은 1979년 스리마일 원자력발전소 사고로 인해 원전 건설을 중단하게 된다. 결국 회사는 영국의 BNFL사로 매각(1998년)되었고, 이후 일본의 도시바에 다시 팔렸다(2006년). 2018년에는 캐나다의 자산운용사인 브룩필드 비즈니스 파트너스에 매각됐다.
 
  한 관계자는 “세계적인 원전 메이커인 웨스팅하우스의 몰락은 여러 이유가 있지만 미국의 당시 원전 건설 중단이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미국 내 시장을 닫고 나니 세계적인 기술이 이리저리 팔리는 처량한 신세가 돼버렸다”며 “UAE 바라카 원전을 진행하면서 세계 시장에서 레코드(record)를 쌓기 시작한 국내 원전이 미국 웨스팅하우스의 전철을 밟지 않을까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수명 기한이 80년인 원전을 하루아침에 중단시키기까지
 
2020년 4월 2일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북면 두산중공업 협력업체 삼부정밀 내부 모습. 원전 관련 장비가 놓여 있어야 할 자리가 비어 있다.
  지구온난화와 기후 문제로 인해서 우리가 가야 할 종착역이 태양열·풍력 등 신(新)재생 에너지라는 대목에 대해 반대할 이는 없어 보인다. 문제는 그것이 얼마나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그 길로 갈 때까지 현존하는 에너지 자원이 어떻게 백업을 맡아줘야 하는지가 문제다. 두산중공업에 대입시켜 보자면 화력과 원전을 대체해 신재생 에너지로 연착륙(두산중공업은 미미하지만 신재생 에너지 사업을 하고 있음)할 시간이 있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이 졸속으로 된 것은 분명하다. 심사숙고 없이 결정됐고, 따라서 개별 기업 입장에서는 미리 대비할 시간이 없었다”며 “그런데 문재인 정부가 두산중공업이 어려워진 데 전혀 책임이 없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의 말이다.
 
  “원전의 수명은 최대 80년입니다. 건설할 때 60년간 사용한다고 보고, 이후 20년 연장이 가능합니다. 그 때문에 한 나라의 에너지를 책임지는 국가 대계사업이라고 합니다. 탈원전을 추진했던 독일은 이 안건에 대해 20년 동안 국민투표를 다섯 번 부쳤습니다. 대만, 스위스 등 탈원전 추진 국가가 전문가들을 불러서 얼마나 치열하게 토론했는지 모릅니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은 전문가의 철저한 검증과 대체 에너지 상황, 국민의 종합적 의견 등은 반영하지 않은 채 일부 환경단체와 대통령 선거 캠프 때 있었던 공약이 근거가 되어 실행됐습니다.
 
  원전은 1957년에 만들어진 원자력진흥기본법에 따라 운영됩니다. 원자력진흥위원회는 이 법에 따라 원자력과 관련한 주요 사항을 심의·조정하는 의결기구인데,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이라는 어마어마한 정책을 직접 시행하기까지 한 번도 위원회가 열리지 않았습니다. 위원회는 2019년 11월 문 정부 출범 이래 처음 열렸는데, 서면으로 하고 끝났어요. 정책을 바꿀 때는 법에 의거해 해야 하는데, 원전 관련해서 법을 바꾼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지금 대한민국의 탈원전은 지구촌 구성원으로서의 의무를 저버리는 것이기도 해요.”
 
  ― 무슨 말입니까.
 
  “원전 수명을 80년으로 볼 때 조기 폐쇄한 월성 1호기의 수명은 50년 이상 남았습니다. 지구의 자원을 쏟아부어서 80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었는데 갑자기 마음에 안 든다고 갖다버리는 것과 같습니다. 두산중공업 입장에서도 몇 년 사업하고 중단하기 위해 그동안 자원과 노력을 쏟아부은 것이 아닙니다. 원전이라는 사업군은 그렇게 하루아침에 뒤집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에요.”
 
  ― 원전 수명이 50~80년이니 당연한 말씀이겠지요.
 
  “국가가 탈원전을 하더라도 현재 우리 전력 수급상 2034년까지 17~18개 원자로가 가동될 겁니다. 원전은 그냥 만들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전문가가 유지·보수를 해야 합니다. 후쿠시마, 체르노빌도 인재(人災) 측면이 분명 있습니다. 정부의 탈원전으로 인해 원전을 안전하게 가동할 만한 수준 있는 인력이 남아 있을는지 걱정입니다.”
 
  두산중공업이 체결한 계약을 보면, 원전이 아파트나 빌딩을 짓듯이 몇 년짜리 프로젝트가 아닌 것은 분명하다. 두산중공업은 지난 1분기에 미국 NAC 인터내셔널(NAC International)과 계약을 맺었다. 계약 내용은 이렇다.
 
  〈사용 후 핵연료 Cask 기술도입계약. 2015년 8월 25일~2035년 8월 24일까지〉
 
 
  ‘탈원전-원전수출’ 투 트랙은 ‘터무니없는 일’
 
   두산중공업은 그동안 차근차근 해외에서 실적을 쌓아오고 있었다. 가장 먼저 납품한 곳은 중국이었다. 그동안 언론보도와 공시자료를 살펴보면 두산중공업은 1997년 1월, 중국의 친산(Qinshan) 3단계 1·2호기에 증기발생기를 공급했다. 이후 두산은 미국의 세쿼이아(Sequoyah) 1호기(1999년)와 와츠바(Watts Bar) 1호기(2002년)의 교체용 증기발생기를 공급했다. 또 2006년엔 미국의 엔터지(Entergy)와 팰로버드(Palo Verde) 1·2·3호기에 교체용 원자로 헤드(덮개)와 제어봉 구동장치를 공급했다.
 
  이 외에도 두산중공업은 영국 내 원전 서비스, UAE 바라카, 일본 도쿄전력 등에 납품했다. 문재인 정부는 ‘해외에서의 원전 수주는 계속할 것’이라며 ‘탈원전+원전수출’의 투 트랙을 쓰겠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문재인 대통령은 UAE 바라카 원전 기공식에 참석하기 위해 직접 UAE까지 날아갔다. 이를 두산중공업에 대입시켜 보면 ‘두산중공업이 국내에 원자로를 납품하거나 사후관리(A/S)를 하는 것은 막겠지만, 해외에서 수주하는 것은 자신들 능력에 달렸다’ 정도로 해석이 된다.
 
  실제로 원자력 발전소의 건설 계획에 따르면 “현재 적어도 100기 이상(12만Mwe)의 건설 계획이 있다. 대부분은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전력 수요가 많은 아시아 지역”이라고 돼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문 정부의 주장은 터무니없다”고 말한다.
 
  “우리나라에서 원전은 불허(不許)하지만 해외에서는 허가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주장입니다. 원전은 위해(危害) 가능성이 있는 기술이라서 본국에서 시험하는 것을 요구합니다. 모든 국가가 똑같아요. 그런데 우리는 이제 원전을 안 하기로 했지만, 너희 나라에 필요한 원전은 우리가 만들어줄 수 있으니까 우리가 납품하도록 해달라는 것은 설득력이 제로입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두산중공업은 해외에 원전을 수출할 때 마진을 거의 남기지 않는 방식으로 싼 가격을 입찰제안서에 쓴 것으로 전해진다. 일단 원전 수출이 성사되면, 이후에 따라올 원자로 유지, 보수 비용을 기대할 수 있어서다. 이 관계자의 얘기다.
 
  “현대차를 구매한 뒤 자동차 부품이 소모될 때마다 현대차 A/S센터를 찾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두산중공업이 원전을 수출하기 위해 그동안 고군분투했다는 것은 충분히 짐작이 갑니다. 그런데 이런 노력이 향후 얼마나 빛을 발할지는 알 수 없습니다. 원전을 짓는 회사가 휘청거리는 상황에서 이 회사가 습득한 노하우를 믿고 자기 나라의 에너지 사업을 맡길 국가가 있을까요? 두산중공업이 포기해야 하는 미래가치가 얼마가 될지는 숫자로 책정이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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